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05화 (505/846)

505화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간다.

아재선다 : 뭐?

보통은 소식이 닿지 않을 구석구석에 말이다.

베라 서버의 아재길드 길드마스터 최봉선은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듣는다.

아재초입 : 스카니아 길드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아재선다 : 근데

아재초입 : 돈슨 이 샹노무 새끼들이 또 확률 조작질을 했나 봐요!

단풍잎스토리 내에서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각 서버의 대형 길드들이 뭉쳐야 한다는데 암묵적인 동의가 있다.

개별로서는 대응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거의 웬만하면 같이 행동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지만.

'옛날 일이지.'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그러했다.

돈슨이 병크를 터트리지 못하도록 유심히 감시한다.

더 이상 그럴 수가 없다.

시대가 변했다.

그것을 확인한 것이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

아재선다 : 이제 와서?

아재선다 : 십락주문서 때는 뭣하고

아재초입 :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아재머리 : 그만큼 빡쳤다는 거겠지~

10樂 주문서.

단풍잎스토리 10주년 이벤트로 뿌린 주문서로 옵션이 굉장히 좋아 혜자 소리를 들었다.

『10樂 한손 무기 공격력 주문서 20%』

한손 무기에 공격력 향상 옵션 추가.

성공 확률 20% 공격력 +7~8

실패 시, 아이템이 파괴된다.

일반 주문서에 비하면 파격적인 효과다.

다만 리스크가 너무 커서 섣불리 사용하기가 힘든데.

『럭키 프로텍트 쉴드』 9800 Cash

다음에 사용할 주문서의 성공 확률을 10% 높여주며, 주문서 사용 실패 시 아이템 파괴도 막아준다.

『세이프티 쉴드』 4900 Cash

장비 아이템에 사용하면 1회에 한하여 사용 실패시 장비 아이템의 업그레이드 가능 횟수의 차감을 막아준다.

『리커버리 쉴드』 3900 Cash

장비 아이템에 사용하면 1회에 한하여 주문서 사용 실패 시 사용한 주문서가 사라지는 것을 막아준다.

이를 알고 있다는 듯이 나온 캐시 아이템!

세 가지를 동시에 사용하면 노리스크로 십락 주문서를 사용할 수 있다.

효과가 너무 좋다.

남들이 쓰는데 나만 안 쓸 수가 없다.

수많은 유저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사게 되었다.

기성 유저들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온다.

나 때는 안 그랬는데!

변해버린 돈슨이 사행성에 치가 떨리던 와중에.

─십락 주문서 확률이 이상해서 클라이언트 뜯어봤습니다

[클라이언트 캡처. jpg]

십락 주문서가 바를수록 더 안 발라지는 느낌이 들어서 클라이언트를 뜯어봤는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네요 1번 성공할 때마다 successRate가 20%에서 18%, 16%, 14%, 12%, 10%, 8%로 계속 줄어듭니다 즉, 성공 확률이 2%씩 하락한다는 거죠클라이언트 상의 확률과 서버 상의 확률이 상이할 수 있지만,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체감으로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돈슨 측의 확실한 답변이 필요합니다 └오……

└저도 바르면서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일단 추천 드립니다 └능력자시네요└돈슨 X불놈들아 보고 있냐!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터졌다.

단순한 의혹이라고 보기에는 구체적이고, 실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유저가 많았다.

그런데 물증.

클라이언트 파일을 뜯어보자 이상하다.

본래라면 돈슨 측에서 즉각 입장 발표와 간담회를 개최해야 했다.

아재선다 : 하자면 반대는 않겠지만……

아재선다 : 의미가 있나?

아재전사 : 그러게요

아재법사 : 요즘은 길드들이 힘이 없어요 스카니아도 그런 걸로 아는데

빅뱅 이후 기존의 질서가 무너졌다.

더불어 BJ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이 설치고 다닌다.

그 자체는 그럴 수 있다.

자신들이라고 평생 해먹을 생각도 없었고, 책임을 벗는다면 어깨는 가벼워진다.

이를 질 생각이 없다.

BJ는 기존의 랭커들과는 달랐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냥 궤를 달리한다.

'이런 일이 있어도 안 나선다고.'

자신들은 이제 힘이 없다.

뭉쳐서 목소리를 내봤자 돈슨이 무시를 때린다.

일반 유저들도 전혀 협조할 생각을 보이지 않는다.

펑이요! 펑이요! 펑이요! 네글자! 네글자! 네글자! 이러고 있으니 답이 없다.

우리가 왜 저런 개돼지들을 위해 싸워줘야 하나?

아재전사 : 오정환이라는 BJ가 중심이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재선다 : 오정환?

아재안섬 : 핑크린이랑 시리우스 여제 공략 알려준 그 친구잖아!

하지만 반가운 이름이 들린다.

BJ는 커녕 파프리카TV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아재 유저들도 들어본 기억이 있다.

아니, 모를 수가 없다.

BJ가 아닌 랭커로서 말이다.

오정환은 그들의 사회에서 더 유명하다.

아직안낌 : 뭐 오정환?

조금딱딱 : 그 친구라면……, 믿을 만하겄지 끌끌

단풍잎스토리는 여러 서버로 분리돼있다.

기존의 연락망까지 무너지자 담합을 하는 건 요원하기만 했다.

오정환이 구심점이 되어 새로운 연합체가 형성된다.

그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의 귀에도 소식이 들어간다.

"내가 왜?"

<그러지 마시고 동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싸비.

3년 전만 해도 단풍잎스토리 굴지의 네임드였다.

전국 학생들의 우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정환과 엮이며 떡락.

그런 그녀에게 있어 그 세 글자는 언급부터가 난센스인 역린이다.

<아싸비 님도 아시겠지만 이번 사태가 상당히 크게 번질 것으로 전망이 되거든요.>

"……."

<저희는 사이트를 관리하는 입장이니 더 아는 정보가 있어서 이렇게 권유를 드리는 거예요.>

전보다 영향력은 굉장히 줄었지만, 그동안 쌓은 인지도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다.

가끔씩 인소야에서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다.

인소야는 단풍잎스토리 최대 규모의 팬사이트.

수많은 유저가 이용하고, 사이트 이용자는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 권한이 있다.

---------------------------+

『사이트 이용자 검색어』

1. 확률 조작

2. 오정환

3. 무야호

4. 돈슨 개새끼

5. 베르사유

+---------------------------

트래픽이 엄청나게 과부하됐다.

검색어 및 이용자가 사용한 단어들도 굉장히 과격하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태는 있었지만.

<십락 주문서 때와는 흐름이 많이 다를 것 같다는 게 운영진들 판단이거든요. 인소야는 친유저 성향의 사이트이기 때문에 저희도 언젠가 입장을 정리해야 되고, 그 점에 있어 아싸비 님의 협조를 얻으면 좋을 거라 생각이 되어서…….>

그때와는 결이 다르다.

대부분의 팬 사이트가 게임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데 반해 인소야닷컴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그래서 게임사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지만, 유저들에게는 더 큰 신뢰와 사랑을 받는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일관된 입장을 취할 것이다.

'…….'

아싸비로서는 난감하다.

그냥 듣기가 싫다.

오정환과 엮이는 것은 두 번 다시 사양이다.

그와 동시에 떠오르게 된다.

최근의 단풍잎스토리.

BJ인지 뭔지 하는 병신들보다는 차악이다.

* * *

세상에 착한 게임사는 없다.

대부분이 두 가지 케이스 중 하나다.

1. 옛날에 병크를 터트리고 지금 잘한다.

2. 옛날에 갓게임사였는데 뒤통수를 쳤다.

얼핏 전혀 다른 것 같아도 공통점이 있다.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영향을 미쳤다.

'물론 일부 개념 게임사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게임사들은 개발 속도가 괴에에에엥자아아앙히 느리다.

한국 게임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을 만도 하다.

소위 말하는 헬적화에도 나름의 변명이 있다는 소리다.

그중에도 납득이 되는 회사가 있고, 안 되는 회사가 있는데.

─유비소프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공지에 사과문 올라온 거 보셨나요??

"봤죠. 봤는데 사과를 받았으니까 개꿀띠 하고 게임하러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헐 아직도 안 됨?

―개꿀띠!

―아 일퀘 해야 하는데~

―정환이 너무 깐깐한 거 아닌가 싶다 ㅇㅇ;

나는 그 이유 중 하나가 유저라고 생각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건 현시대에도 통용된다.

'돈슨도 옛날에는 천사였어.'

너무 옛날이긴 하지만 확실히 그랬던 시절이 있다.

변하게 된 데는 당연히 계기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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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 ―공지사항

단풍잎스토리 디렉터 장연수입니다.

단풍잎스토리를 아껴 주시는 고객분들께 죄송합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진심으로 사죄드리려고 합니다.

물론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다.

이제 와서 노력한다고 받아들여진다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ple) 오정환. 확률 조작 간담회 유저 대표로 참석합니다 (질문 받음)」_ ?35, 824명 시청

내가 외양간을 다시 세운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협조해줄 마음이 생긴다.

단풍잎스토리 측에서 조속하게 간담회를 약속해왔다.

─누텔라500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 폰임??

"방송용 폰이에요. 노출돼도 상관없는 거. 진짜 진지하게 의견 있으신 분만 전화해주세요. 괜찮은 의견은 제가 돈슨 측에 전달을 해볼 테니까."

―헐 폰이 2개임?

―오정환 클라스 ㄷㄷ

―이번에 돈슨 대응 잘했더라

―보상템을 2배로!

그것만으로도 누그러진다.

사과라는 건 내용은 물론이고, 신속성이 매우 중요하다.

'3초 룰처럼.'

최대한 빨리 입장을 밝히고,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이 용서를 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간담회를 약속한 것만으로도 한 풀 꺾인 분위기를 되살린다.

<크로아 서버 듀블 유저인데요.>

"네, 말씀하세요."

<듀블 너무 약한데 버프 왜 안 해줘요? 안 해주면 저 단풍잎 접을 거예요!>

"……."

쉬울 수가 없는 일이다.

총대를 멘다는 게 보통 피곤하지 않다.

대학교 조별 과제 조장만 해도 정신이 나가는데.

'면이라고.'

옆동네 던파의 대척점.

정공이 낳을지, 면이 낳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간담회가 어설픈 세탁 토크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제니스 서버 미하일 키우는데요.>

"그딴 걸 키우네. 네."

<자유시장에 벼루라는 NPC를 죽여버리고 싶어요. 어떡하면 좋죠? 병원에 가야 되나요?>

"그건 정상적인 반응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딴 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담회 가서 죽여

―벼루 모티브=디렉터

―웡키도 존나 띠껍던데 같이 죽이자!

옛날에는 간담회라고 하면 땀 뻘뻘 흘리고 말문 막혀 가지고 벙 찌는 게 당연했다.

랭커들의 질문이 살 거르고 뼈만 푹푹 찔렀기 때문이다.

'BJ 새끼들이 뭘 알겠냐고.'

모르니까 질문을 못 해.

캐시질만 많이 했지 머리에 든 것은 없다.

그러니까 몇 년 동안 확률 조작 당한 것도 모르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간담회를요. 저랑 몇몇 분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유저분들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같이 화를 내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의견을 받아보고 있는 거예요."

일반 게이머들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누리는 권리는 그 게임을 진짜 좋아하는 유저들이 선한 영향력을 미친 결과물이다.

단풍잎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게임이 그러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게임일수록 유저가 만들어낸 부분이 오히려 많다.

소위 말하는 개돼지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게임의 주인이 되었으면 싶다.

"간담회에서 운영자가 검토한다는 말 무조건 할 거예요. 원래 돈슨 게임 운영자들이 검토한다는 말을 광적으로 좋아하거든. 그런 거 순순히 믿지 말고, 넘어가지도 말라고요."

―검토한다=안 하겠다

―검토를 다 하고 나와야지 X새끼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마비노기 유저인데 소름 돋음;;

―형이 신호하면 공격하면 되는 거지?

시대가 변하는 분기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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