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06화 (506/846)

506화

커뮤니티의 반응.

―돈슨 이 새끼들 사과문 이거 보고 썼넼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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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을 올바르게 적는 방법』

1. 나는 누구인가

2. 본인이 언제 어디서 무슨 잘못을 어떻게 저질렀는가

3. 그래서 누구에게 피해를 끼쳤는가

4. 실제 상황과 다르게 알려진 사실이 있는가

5.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가

6. 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책임질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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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낀 듯 ㅉㅉ

└치트키 에반데

└돈슨 정신 차렸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당연한 건데……

└도게자 속도가 빨랐음

대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빠른 입장 발표와 구체적이고 명확한 내용이 진정성을 더한다.

길길이 날뛰었던 여론이 다소 진정된다.

돈슨 측의 변명을 들어보려는 유저들도 생긴다.

―현직 개발자가 본 확률 메커니즘

안녕하세요

개발자로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유저입니다

이번 추옵/어빌 사태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개발자 관점에서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1. 태초에 "하나 뽑기" 알고리즘이 있었다.

이전에도 큐브도 있고, 피그미, 아이템 드롭 등 랜덤 뽑기는 자주 사용되었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는 뽑기 함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 함수의 형태는 다음과 같은 형태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 weight : 가중치가 담긴 배열이며 길이는 length입니다.

// weight에 기반하여 0~(length-1) 사이의 정수를 반환합니다.

int select_one(int* weight, int length) {

// Implement

}

2. 기획팀의 요구 사항은 간단명료했을 것이다

기획팀은 목적과 의도를 개발팀에 전달하지, 알고리즘을 전달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3. 개발팀은 1번의 함수를 써서 추옵/어빌을 구현했다

왜냐하면 이미 구현된 기능을 최대한 재사용하는 게 신속한 개발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4. 개발자는 오류를 발생시켰다(?!)

함수 재사용의 과정에서 생긴 걸로 추정됩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형태의 버그는 사전에 탐지하기 어렵고, 현업에서 자주 발생하는 실수입니다.

5. 결론

개발자 관점에서 이러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글 전반적으로 실드를 치는 느낌이 나는데, 알려진 정보를 제 경험에 비추어 종합한 소설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팩트) 캐시템에 버그 생겼으면 바로 고쳤다 글쓴이? 그건 저도 동감합니다 ^^;

└댓글이 살렸눜ㅋㅋㅋㅋㅋㅋㅋ

└아 캐시템은 못 참짘ㅋㅋㅋㅋㅋ

물론 일부.

진정이 된 것과는 별개로 여론은 여전히 화가 나 있다.

무엇보다 구심점이 존재한다.

유저들이 애매하게 타협하지 않는다.

―돈슨 욕하던 BJ들 근황. jpg

[펑이요 방송. jpg]

[네글자 방송. jpg]

[구해조 방송. jpg]

입 싹 닫고 단풍잎 방송 야무지게 하고 있음

과금 욕하더니 과금 방송도 오지게 함ㅋㅋ

└사태 해결될 때까지 방송을 쉬거나 다른 게임 하고 있지;;

└펑이형 이건 아니야……

└오정환은 롤 하던데

└노재팬도 노돈슨도 못하는 진성 개돼지들ㅋㅋㅋㅋㅋㅋㅋㅋ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한다.

단합된 분위기를 훼방 놓고 있는 일부 BJ들 말이다.

'아 X발, 돈 벌어야 되는데.'

'개돼지들 눈치 좀 빠르누.'

'펑이 펑이!'

화제에 숟가락만 얹고, 방송 수익을 거두려던 시도가 실패한다.

여론의 지탄을 받으며 강제로 시위에 동참한다.

오정환의 존재.

믿고 따를 만한 사람이 있다.

어떻게 분노하고, 어떻게 화를 내야 하는지 길을 제시해 준다.

―간담회 가기 전 오정환 방송 요약. txt

1. 잘 안될 수 있다

2. 흐지부지 끝내지 마라

3. 갈아탈 게임을 미리 찾아놔라

단풍잎 망하면 할 게임 물색해 두고 있으래

└벌써?

└엘리전 준비하눜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운영자면 이 새끼 존나 무섭겠다……

└오정환은 한다면 함ㅋㅋ

쉽게 와해되지 않는다.

유저들이 뜻을 모으자 게임사가 절대 우습게 보지 못한다.

커뮤니티 반응은 얼핏 풀어진 것 같아도, 훨씬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대처하고 있다.

행동할 준비.

일부 유저들은 이미 움직임을 보인다.

여차하면 단풍잎을 접고 다른 게임을 갈아탈 준비 말이다.

―메난민 구조선 탄 후기.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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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결제 금액』 ?리니지2

₩23, 050, 000

다이아몬드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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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잘못 탄 것 같다……

└구조선이 아니라 원양어선을 타면 우째

└여긴 펑이도 서민 소리 들으면서 두들겨 맞는 곳 아님?

└단풍잎이 쁘띠 리니지니 뭐니 해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ㅋㅋㅋ└그거 플라잉 더치맨호야……

유저를 쉽게 보는 게임도 있지만, 아닌 게임사도 찾아보면 분명히 많다.

아무리 추억이 서려 있는 게임이라도 참아주는 데 한계가 있다.

'…….'

그러한 커뮤니티의 상황.

장연수는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다.

당장 자신의 일이니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하다.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우유를 진하게 탄 라떼를 마신다.

그런다고 달래질 턱이 없었지만 말이다.

'평사원일 땐 이런 거 터지면 나도 이직 준비했는데.'

책임을 지는 입장이다.

만약 잘 안되면 그냥 고멘네~ 하거나, 회사에서 잘리고 끝날 일이 아니다.

한국 게임 업계는 좁다.

한 회사에서 병크를 터트리면 동종 업계 이직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털썩!

총괄 디렉터쯤 되면 뭔가 굉장한 권력이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느 회사든 가장 힘든 건 중간 관리직.

"이게 뭔가?"

"보고 서류입니다."

"허어……, 요약과 가독성이 기본이라는 걸 모를 직급은 아닐 텐데."

장하권 이사가 너구리처럼 날카로운 눈을 희번뜩거린다.

책상 위에 놓인 서류 뭉치, 정도가 아닌 한 박스다.

사람을 해부라도 할 것 같은 살벌한 눈으로 쓱 훑어본다.

각오를 하고 온 장연수도 긴장을 삼킬 수밖에 없다.

'젠장할.'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사태가 너무 번지다 보니 자기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힘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같은 라인을 타고 있는 장하권 이사 말고 달리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

"제가 이사님께 면담을 요청한 이유는."

"알지 알아. 날파리 떼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강경파에 속한다.

회사의 이익을 중요시하고 있고, 이런 병크에 관해서도 굉장히 보수적인 입장이다.

'돈슨 게임에서는 대부분.'

사료를 준다.

적당히 비위 좀 맞춰주고 보상 아이템 좀 뿌리면 화가 사그라들게 돼 있다.

전부는 아니어도 상당수가 만족한다.

분위기가 바뀌면 화를 내는 게, 진지해지는 게 이상한 사람이 된다.

그것이 정규 메뉴얼.

대응팀에서 제시하는 해법도 그러하다.

총괄 디렉터 자리까지 올라온 장연수도 이를 모를 리 없지만.

"제 생각에는 호랑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짐승이 두려워?"

"짐승이라 하기에는 일단 우리 고객이죠."

"고~객?"

장하권 이사가 깡 마른 턱선을 만지며 실실 웃는다.

그 별거 없는 광경만으로도 공포를 자아낸다.

지금도 긴장되지만, 신입 사원 시절에는 더했다.

그야말로 사신 같은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래, 개돼지가 아니고 유저지.'

강경파라고 해도 돈에 굶주린 미친 인간들이 아니다.

그저 게임 업계에 있으며 한 가지 깨달았을 뿐이다.

『좋은 게임을 만든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 업계 종사자의 열에 아홉은 순수한 게이머들이었다.

게임을 좋아하니까 게임을 만들고 싶다.

다른 업계들처럼 자기 스펙에 맞춰서 어쩔 수 없이 지원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덕업일치를 이루는 게 꿈.

당연하게도 현실은 만만치가 않다.

자기 의견이 반영도 안 되고, 열심히 만든 게 한순간에 데이터 쪼가리가 된다.

"나는 자네를 높이 평가해."

"네, 이사님."

"그래서 빅뱅 패치도 밀어붙일 수 있게 도와준 거고. 알고 있나?"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즉, 실적이 전부다.

돈을 많이 벌어야, 회사에 도움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야 자기 의견도 반영되고,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볼 수라도 있다.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는 듯한 기분이었지.'

적어도 게임이라는 작은 사회 안은 그렇게 된다.

빅뱅 패치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장연수의 입지는 회사 내에서 공고하다.

한 게임을 만든 개국공신에 준하는 취급을 받는다.

수명이 다 돼가던 게임을 살린 것은, 처음부터 창조한 것에 준하는 성과.

"혹시 이게 뭔지 아십니까?"

"하아, 설마 다 읽어보라는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이미 읽으셨으니까."

"뭐?"

그것을 내려놓겠다.

한 박스나 되는 서류 뭉치.

7년 전 돈슨에 입사해 지금까지 쌓아온 자신의 실적이다.

엘리트 코스라는 말까지 들었을 만큼 한 건, 한 건이 묵직하다.

지난 자신의 세월이 글자 그대로의 의미대로 여기에 담겨있다.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나?"

"네, 충분히."

장하권 이사가 동그란 금속 테 안경을 만지작거린다.

정말 악취미스러운 스타일링.

꿀꺽!

침을 삼키며 기다린다.

과연 그가 어떤 반응을 할지.

가장 최악은 나가.

자신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라지는 케이스다.

든든한 인맥을 잃고, 파벌 내에서도 입지가 애매모호해진다.

받아들여도 마찬가지.

일이 굉장히 커지게 된다.

자기 선에서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연수 이 녀석.'

상황 파악.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어본 이사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그의 눈매가 날카로운 건 꿰뚫어 보기 위함이다.

부하 직원의 성격은 물론 실력과 패기까지 말이다.

대개 안이해진다.

한두 번의 성공을 거두면 지금의 자리를 잃는 걸 두려워한다.

상사로서는 노련해져도, 개발자로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두 번째 빅뱅을 일으키고 싶습니다."

신입 사원 시절 그에게서 봤던 패기가 다시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다.

장하권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는 일이다.

'밑져야 본전이니.'

이미 개발자로 큰 성공을 거둔 그가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저질러보겠다.

성공 확률이 꽤 높은 도박이다.

하물며 빅뱅.

그 전대미문의 패치가 얼마나 거대한 영향력을 낳았는지 돈슨에서 10년째 이사를 하고 있는 장하권이 모를 수가 없었다.

'…X발.'

장연수로서는 되는 대로 지껄였다.

당연히 마음 같아서는 쉬운 길을 선택하고 싶다.

그냥 모른 척하고 사료 던져서 개돼지들 마음을 떠본다.

그것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쎄하게 들었다.

그리고 前개발자로서 책임감과 자존심이 솔직하게 있다.

간담회가 열린다.

* * *

"저희가 원래는 유저분들께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기 위해, 작은 축제 분위기로 준비를 하는데 준비 기간이 짧아 삭막하게 된 점 사과드리고요. 하하."

판교에 위치한 돈슨 사옥 13층.

가장 큰 회의실을 통째로 밀어낸 휑한 자리에 나무로 된 책상 몇 개가 위치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저 대표 및 기자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다.

장연수는 애써 웃으며 환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제발.'

이렇게 경직된 분위기에서는 뭔 말을 하든 꼬투리가 잡힐 것이다.

유저들에게 자신의 말이 의도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책상에 보시면 저희가 준비해 둔 다과가 있는데 변변치 않지만 드시면서 편안하게 들어주시고, 질문 있으신 부분은 언제든지 손 들고 발언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현장의 공기가 다소 풀린다.

결정적으로.

'오정환도.'

장연수도 아무런 대책 없이 판을 벌린 게 아니다.

진심으로, 전력으로 마주한다면 위기가 기회가 될 것이다.

그 말을 했던 오정환이 손을 번쩍 든다.

마치 구세주처럼 느껴진다.

살가운 발언으로 분위기 반전을 기대했는데.

"유저들의 불만과 개선 사항 및 법적 구속력을 적어둔 서류입니다. 조금 많네요."

또다시 한 박스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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