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08화 (508/846)

508화

여론은 보다 거세게 불타오른다.

「Maple) 펑이요. 할 말이 있음」_ ?3, 892명 시청

「Maple) 구해조. 전혀 공정하지 않습니다」_ ?2, 500명 시청

「Maple) 네글자. 확률 조작 사태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됩니다!」

_ ?1, 953명 시청

소극적이던 BJ들이 적극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지금까지는 강 건너 불구경 느낌이 강했으나.

'아니, 진짜 1억이 넘게 날아가겠는데?!'

'시세 1/4토막은 너무한 거 아니냐고. 메소값까지 떨어져서 미추어버리겠네.'

'펑이이이이이이이이이!!!!'

그도 그럴 게 너무 많이 질렀다.

아이템 업그레이드라는 게 돈이 너무 많이 들다 보니, 평소에는 최대한 자제하지만 한 가지 계기가 있었다.

오정환.

단풍잎의 레전드였던 그가 복귀했다.

단풍잎BJ들로서는 그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과, 동종 업계 경쟁자의 견제가 동시에 떠오른다.

─현재 단풍잎BJ들 발등에 불 떨어진. EU

오정환 단풍잎 복귀하고

전섭 1등 찍는다고 선언하니까

단풍잎BJ들 은근히 경쟁 심리 돋아서 큐브질 잔뜩 하고 있었음그 와중에 사태 터진 거 ㅋㅋ└펑이요 무기에만 5천만 원 날림……

└진짜 하루 종일 돌리더라

└보상 못 받으면 ㄹㅇ ㅈ된 거 아님?

└정작 오정환은 별로 지르지도 않았던데 ㅋ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좋은 해법이다.

선의의 경쟁.

방송 어그로도 끌고, 별풍선도 달달하게 받고, 스타BJ가 될 수 있는 발판도 다졌다.

일석삼조인 줄 알았던 전략이 도리어 자충수가 되었다.

물려도 너무 크게 물렸다.

사람은 벌었을 때보다 잃었을 때 3배 더 큰 충격을 받는 법이다.

"돈슨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돈슨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가만히 있기에는 손이 덜덜 떨린다.

무엇보다 오정환 때문에 잃었는데 오정환 하나한테 맡겨두는 것은 안심이 안 된다.

"안녕하세요! CBS 김탁구입니다."

"네!"

"지금 돈슨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계신데 어떤 사정이 있으신지 인터뷰 가능할까요?"

판교에 위치한 돈슨 본사.

몇 명의 사람들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기자가 마이크를 건넨다.

"저는 파프리카TV에서 BJ를 하는 펑이요입니다."

"아~ 펑이요 님! 성이 펑?"

"이겠냐?"

자신이 이 자리에 오게 된 사연을 늘어놓는다.

감정이 북받친 인간은 논리적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낌적인 느낌의 설명이 가능하다.

"정말 나쁜 놈들이네요! 카지노로 따지면 잭팟이 안 터지게 해둔 거네."

"진짜 그거예요 그거! 제발 기사 써서 조져 주세요!!"

언론사.

게이머들한테는 1도 관심이 없지만, 게임사를 조지는 일에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열심이다 표심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 이용자인 학부모들에게 인기 있는 화두이기도 하다.

"무슨 소란이지?"

"벼, 별일 아닙니다!"

"회장님이 신경 쓰실 만한 일이 아니죠. 헤헤."

"내가 내 회사 일에 언제부터 허락받고 신경 써야 했지?"

"……."

게임사들로서는 그 반대.

언론과 정치에는 가능한 얽히기 싫다.

걸핏하면 국회에 소환돼서 샌드백 역할을 한다.

근거가 없어도 떼로 부르짖어서 어처구니없는 법률을 통과시킨다.

건수가 있다면 더더욱.

워낙 큰 사건이 터져버린 데다, 저렇게 봐달라고 난리까지 핀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끼익―!

대놓고 눈에 보이고 있다.

창문 너머.

팻말을 듣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듯한 남자들 옆에 트럭이 한 대 선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조금 특이하다.

트럭에 써 있는 문구가 이목을 잡아 모을 수밖에 없다.

┌─────────┐

│고객이 원한 건 해명│

│회사가 뱉은 건 변명│

│고로 트럭은 운명^^│

└─────────┘

┌────┐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음에는│

│국정감사│

│꼭만나자│

└────┘

라임을 딱딱 맞춰 꼬집고 있다.

찔리는 게 있는 당사자들로서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저놈 저, 저 당최 무슨……."

"말씀 올려서 말해야지 어른들한테."

"확 회 쳐벌라!"

임원진 회의.

돈슨의 높은 사람들 총집합해있다.

10층 높이에서 보고 있어도 아래가 난리가 났다는 건 알 수 있다.

"당장 경찰이나 용역 불러서 내쫓을까요?"

"우리가 깡패야? 용역 부르게."

"뭐, 가끔 부르긴 하니까……."

회장의 심기도 말이다.

굉장히 불편하다.

특히 BJ라는 인종에 대해 치를 떨 수밖에 없다.

《여러분! 지금 여러분이 쏟아부은 캐시값이 하늘에서 터지고 있습니다!》

이색적인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임원들도 머리털 나고 그런 일은 겪어보지 못했다.

'그 오정환만 아니면…….'

'다른 BJ들까지 선동한 거야?'

'적어도 저 개돼지 새끼들은 조용할 줄 알았는데.'

물론 벗겨진 사람도 있었다.

돈이라면 모발까지 죽는 그들에게 있어 BJ들은 참으로 훌륭한 고객이다.

특급 호구.

돈을 펑펑 써준다.

그것을 보고 자라난 급식들도 장차 훌륭한 고객이 되어줄 것이다.

'그런 BJ들은 다루기는 쉬운데.'

일련의 사실은 회장도 알고 있다.

한 기업의 대가리라고 하면 돈만 많은 늙은이를 생각할 수 있지만 게임 업계는 평균 연령대가 젊다.

그 이전에 노련하지 않은 사람이 기업을 운영할 수 있을 리 없다.

오정환이 어떤 사람인지도 진즉에 파악을 마쳤다.

《여러분이 쏟아부은 캐시값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당사자 중에 당사자니 잊을 수가 없다.

굉장히 불쾌할 수 있는 경험이지만 당시 느낀 감정은 그런 게 아니었다.

신선하다.

저렇게 자유분방하게 표현하는 사람도 있구나!

기업가의 관점에서 봤을 때 세상을 바꾸는 건 미친 사람들이다.

"오정환."

"네?"

"회장님 뭐……."

"그 친구도 저기에 있나?"

"잠깐 확인해보겠습니다. 어……, 없는 것 같은데요?"

"자질구레한 녀석들뿐입니다!"

능력이 있다는 전제하.

단순히 미쳤다고 신뢰할 리 없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오정환은 가치가 있는 인물이다.

'말 잘 듣는 BJ들은 결국 그게 끝이야.'

안위한다.

IT기업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두 글자다.

달 단위로 변하는 이 업계에서 만족한다는 건 곧 퇴행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에는 더 민감하다.

외산 게임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수천억 대의 신규 프로젝트들을 진행시키고 있지만.

"저……, 보고를 이어도 되겠습니까?"

이렇다 할 성과가 안 나온다.

위태위태하다는 단풍잎스토리보다 나은 놈이 단 하나도 없을 지경.

그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는 장연수가 쭈뼛쭈뼛 눈치를 보고 있다.

회의는 진행 중이다.

"자네는 어떻게 보나?"

"프레젠테이션의 완성도 말씀이십니까?"

"그거 말고 저거."

능력이 있는 친구다.

그러니까 30대 초의 나이에 알짜 게임의 장을 맡을 수 있는 것이다.

개발자 시절부터 눈여겨보았다.

'빅뱅은 과연 파격적이었지.'

당시에도 찬반 여론이 거셌다.

천천히 가도 되는 거 아니냐?

자신의 귀에도 들어왔을 정도이니 아래에서는 더 심했을 게 분명하다.

결과는 대성공.

게임 수명이 다했다는 취급을 받던 단풍잎스토리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회사 차원에서도 막대한 이익이다.

이렇게 큰 패치의 성공 사례는 다른 게임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감히 사견을 읊어보자면 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자연 진화가 안 될 거란 이야긴가?"

"된다고 하더라도…, 타격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총괄 디렉터의 판단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어쩌면 이번 사태도 흐름을 같이할지 모른다.

한국 게임 업계에서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예, 아니오로 말하자면?"

"회장님!"

"아무리 디렉터라고 해도~ 저 젊은 친구가 이성적으로 대처를 하기는 힘들죠."

"닥치고 있어."

""…….""

자신도 개발자 출신이다.

하지만 기업의 임원쯤 되면 사업가로서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그 두 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시도할 가치가 있다는 거지.'

게이머의 권리?

그런 걸 생각한다고 해도 겉표면이다.

한 사람의 판단이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이용해야 한다.

'…….'

장연수도 생각이 많아진다.

사람이다.

소시민이다.

자기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면 모를까.

자신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노려보고 있다.

소신 발언을 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이는데.

"저는, 저는!"

"음."

"이번 급류를 이용한다면 제2의 빅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발자로서의 경력을 걸고."

회장이 직접 들어주고 있다.

한 귀를 열고 한 귀로 흘리는 듯한 느낌이 아니다.

'장연수 저 친구가 당하지 못할 정도면.'

기업 입장에서 가장 아끼는 인재.

그것은 마치 자신의 일인 양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사람이다.

즐기는 자를 당할 수 없다.

그 속담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니라는 걸 CEO들은 매우 잘 알고 있다.

"재밌네. 진행시켜."

"회, 회장님!"

"이건 아닙니다, 이건!"

"저 친구처럼 책임질 각오 있는 사람 있으면 손들어보고."

""…….""

그런 사람은 십중팔구 성공하고, 설사 실패를 하더라도 의미 있게 배운다.

장연수라는 친구는 한 번 검증을 마친 바 있다.

"오정환이라고 했나?"

"네! 아마 이번 시위의 주요 인물이……."

"그 친구 설득할 자신 있어?

"네! 아마, 분명."

"아마로는 안 되지. 목에 폭탄 목걸이가 걸려있다는 각오로 해야 될 거야."

"예!"

오정환에게도 그런 그림자가 보인다.

* * *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개미가 협동을 잘하는 곤충의 대명사로 불리는데.'

사실은 10마리 중에 6마리는 앞으로 가고, 4마리는 뒤로 간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내는 힘은 2마리.

인간 사회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훼방을 놓는 몇몇이 집단의 분위기를 와해시킨다.

─메린이왔어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금 단풍잎BJ들 돌아가면서 시위 중ㅋㅋ

"여러분들도 협조해 주세요. 이런 일 자주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 펑이가 달라졌어요!

―트럭도 보냈더라

―쟤네 왜케 열심히 함?

―3명 다 억 단위로 물림……

그것이 없자 배 단위의 힘이 발휘된다.

사람은 진심으로 몰두할 때 전력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는 법이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는 마찬가지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더 핀잔이나 참견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환 씨는 안 가요?"

"할 만큼 했는데 뭘 더."

"저랑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 건 아니고요?"

다른 볼일이 있기도 하다.

돈슨 본사 근처에 있는 카페 밖.

야외 테이블에서 시위를 구경하며 콘텐츠를 진행 중이다.

'아무래도 스토리텔링이 있으니까.'

민하는 여전히 돈슨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녀와 이곳에서 만났고, 방송도 진행했던 만큼 그냥 지나친다면 어색할 것이다.

─동피단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정환 님 동피 누나 잘릴 위기예요ㅠㅠㅠㅠㅠ

"100개 팬가입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한 마음 한 뜻으로, 나 하나쯤이야 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 쟁취할 수 있을 겁니다."

―뿌슝빠슝! 돈슨 까는 돈슨 직원이 있다?!

―ㄹㅇ 이번 기회에 퇴사하자!

―누나는 우리가 먹여 살려……

―동피 누나 진짜 감동임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그녀도 열일을 하는 모양이다.

화제에 딱 맞물리다 보니 안팎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진짜로 퇴사각을 잡고 있는 모양이고.'

BJ로서의 수익이 직장 월급을 뛰어넘는 분기점을 지나쳤다.

전문직이 아닌, 단순 사무직이 가지는 한계도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좋은 기회.

이쪽도 저쪽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등 관람석에서 편안하게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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