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화
그럭저럭 잘돼 가고 있다.
─메이플아재님, 별풍선 3000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가 내 추억을 돌려줬네 ㅎㅎ
"회장님 감사합니다. 근데 저희 모두가 이룬 거지. 저 혼자 했으면 절대 이런 결과가 안 나왔죠."
?와 3만 개
?와타시타치 노 쇼리다~!
?회장님 깨알 닉변 ㅋㅋ
?원래 메이플아재였나?
동슨과의 협상.
그렇다, 협상이다.
단순히 목소리를 크게 낸다고 원하는 걸 들어줄 리 없다.
2차 간담회까지 간 끝에 조율이 이루어졌다.
여론이 꾸준하게 불타고 있는 덕분에 생각보다 수월했다.
─보상을 왜 캐시로 주는 거지??
현금이나 계좌 이체로 주는 게 상도덕 아닌가
이 새끼들 게임 계속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너무 뻔한데 └그걸 이제 앎? 째트킥!
└펑이요 캐시샵에 1억 묶임ㅋㅋㅋㅋㅋㅋㅋ
└준 게 어디야
└개선의 여지가 있는 듯
물론 해결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협상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한쪽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돈슨 측도 당연히 발언권이 존재한다.
─착한공대생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펑이요랑 다른 BJ들 아직도 시위 중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1~11번까지의 요구 사항.
모든 것을 들어준 건 아니다.
일부 조정된 사항도 있을 수밖에 없다.
'원래 협상이 그래.'
들어주기 힘든 조건을 내밀고 거기서부터 맞춰간다.
협상의 기본적인 기술이다.
만 원짜리 물건을 2만 원에 올리고 할인해준다고 하면 잘 팔리듯이 말이다.
돈슨도 그러한 흥정을 모를 리가 없다.
대기업이 고작 그 정도 인재도 없다면 그게 더 우스울 일이다.
"현금으로 보상해 주는 게 맞긴 하지만, 워낙 보상 유저 수가 많다 보니 제한되는 사항이 있는 것 같아요. 까놓고 말해서 회사 손해가 너무 크겠죠? 그건 양보를 못 받을 것 같아서 다른 부분을 많이 얻는 식으로 협의점을 마련했습니다."
?아 그래서
?협상의 대가 ㄷㄷ
?펑이요 1억 어캄?
?가서 놀리면 개꿀잼 ㅋㄷ
여론을 뒤흔든 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기준을 내가 세웠다.
기준 자체가 높으니 결과도 만족할 수준으로 나왔다.
끼익?!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
여전히 시위를 진행 중인 모양이다.
그것이 열매를 맺을지는 몰라도.
'응원 한번 안 해주면 섭하지.'
돈슨 본사가 판교에 있다.
나도 마침 판교에 살고 있다.
가끔씩 산책 삼아 구경 가곤 한다.
"돈슨은 사죄하라! 돈슨은 사죄하라!"
""돈슨은 사죄하라! 돈슨은 사죄하라!""
"유저가 개돼지냐! 유저가 개돼지냐!"
""유저가 개돼지냐! 유저가 개돼진가?""
이렇듯 말이다.
택시를 타고 찾아왔다.
돈슨의 본사 앞에 몇몇 BJ와 그들의 팬들이 눈길을 끈다.
"청춘을 불태우고 있네요."
?말로만?
?강 건너 불구경 잼~
?이 새끼 도와줄 생각 없음ㅋㅋㅋㅋㅋㅋㅋ
?콘텐츠 꿀 빠네
콘텐츠 진행하기도 좋다.
원래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싸움 구경이다.
딸랑~♪
그래도 보고 있기만 하면 불쌍하니 음료수라도 사다 준다.
카페에서 얼음을 왕창 넣은 아메리카노를 대량 구입한다.
'마침 세일하네.'
오픈 세일을 하고 있기 때문도 있다.
여섯 잔을 사니 스탬프도 6개 찍어줘서 지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생하시네~ 드시면서 하세요!"
"와!
"와아 오정환이다!"
"펑이, 펑이."
워낙 많이 지르신 분들이다 보니 극성이시다.
사태의 진정 및 재정 악화로 트럭은 뺐지만 현장 시위는 진행하고 있다.
"아니, 생각해 보니까 빡치네!"
"왜요? 시원한 코피도 가져다 드렸는데."
"우리 시위할 동안 저쪽 카페에서 데이트하고 있었잖아!"
"오~ 이걸 눈치 채네."
?누가 꼰질렀냐?
?은근슬쩍 넘어가기 실패 ㅋ
?펑이요 발전했어
?진짜 놀리는 것도 아니곸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참여하지 않았다.
콘텐츠로만 가끔 써먹는다.
그것이 일부 BJ의 입장에서는 불만인 모양이다.
'서로 힘쓰는 분야가 다른 거지.'
간담회에서 열심히 했다.
그런 지식이 없으면 몸으로 때운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법이다.
"오해를 하실 수 있는 부분인데."
"오해는 개뿔!"
"사내 분위기가 어떤지, 돈슨에서 얼마나 진심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직원 인터뷰를 통해서 알아봤을 뿐이에요."
"그런가?"
사람이라는 게 항상 화만 낼 수는 없다.
숨 돌릴 시간도 필요하고, BJ인 이상 콘텐츠도 진행해야 한다.
'콘텐츠로 살리는 게 나쁜 건 아니야.'
어떤 사고가 일어났을 때.
특히 그것이 자신의 분야일 때.
인플루언서가 나서는 건 당연하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인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간담회 일정을 준비하느라고 밤낮을 꼬박 샜거든요."
"진짜?"
"야외에서 활동을 하기에는 제가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그 점은 믿고 맡기겠습니다."
"그, 그러지 뭐."
?진짜 밤샘?
?개구라 같은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피누랑 밤샜으면 ㅎ
?말은 청산유수야
딱히 거짓말은 아니다.
간만에 봤다 보니 밤을 샜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활동을 하는 건 좋아.'
BJ도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
선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인기는 필수불가결이다.
단 한 가지 전제하.
대가리가 없는 짓을 하면 안 된다.
간단하게 말해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네글자]
「미하일 지작템 장착했더니 미친 스펙업 실화야? ㅎㄷㄷ」? 5일 전 「사기플스토리! 이번 사태 대처 진짜 쓰레기 같네요」? 6일 전
[펑이요]
「팬텀 루티비스 입성! 새봄추 패러 갑니다 [펑이요, 단풍잎스토리]」? 5일 전
「확률조작 사태에 공식 입장 표명합니다 [펑이요, 단풍잎스토리]」? 6일 전
하루 전까지만 해도 돈슨을 막 욕하더니, 다음 날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헬렐레 한다.
이런 뷰웅신 같은 짓만 골라서 안 하면 된다는 소리다.
"돈슨은 각성하라! 돈슨은 각성하라!"
""돈슨은 각성하라! 돈슨은 각성하라!""
"5차 각성 준비하라! 5차 각성 준비하라!"
""5차 각성 준비하라? 5차 각성 준비하라?""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들이켜고 힘을 냈는지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정말이지 뿌듯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결국은 BJ로서 능력이 미달이라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거든.'
단풍잎 안 하면 뭐 해야 되지?
하루 이틀은 어떻게 땜빵을 때워도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가 후덜덜 떨린다.
모순을 감수한다.
어떤 사상을 맹신하는 여성들처럼 말이다.
내가 단풍잎을 욕하지만 단풍잎으로 돈은 벌어야겠어.
─촉촉한초코칩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이는 이제 단풍잎 안 할 거임?
"아직 사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캐 무자본 육성이나 한번 해보려고 해요."
?오 무자본!
?ㄹㅇ 노캐쉬로 시위하자
?그럼 펑이요는?
?그저 ^무^
골똘히 고민을 해보면 방법은 많다.
단풍잎을 한다는 전제하에서도 말이다.
'예를 들어 노재팬 같은 것도 FM으로 하는 건 힘들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는 가능하잖아.'
많은 걸 원하는 게 아니다.
일관성만 유지하면 된다.
어설프게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니 숟가락으로 한 대 때리고 싶을 뿐이다.
자의든, 타의든 조금은 개선의 조짐을 보인다.
펑이요와 기타 BJ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봐주려고 한다.
카톡!
그런 케어가 필요한 BJ가 또 있었다.
* * *
평화가 찾아온 단풍잎스토리.
〔단풍잎스토리 갤러리〕
─개돼지들 반란 끝났냐 [1]
─간담회 이만하면 딜 잘한 듯? [10] +5
─지금 사실상 메소의 테라버닝임ㅋㅋㅋㅋㅋㅋㅋ
─메린이 메른이로 진화했다 질문 받는다 [3]
.
.
.
2차 간담회의 성공적인 협상 이후 분위기는 거의 누그러졌다.
아직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있지만, 주식 시장이 그러하듯 선반영.
─간담회 이만하면 딜 잘한 듯?
보상도 많이 받았고
운영진도 진심이 보임 ㅇㅇ
이만하면 봐줄 만하다고 본다
└나도 이만하면 됐다고 봄
└돈슨치고 존나 잘했지
└운영자 안 믿어서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름└멍꿀멍꿀!
적극적인 패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운영진의 태도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했던 유저들을 불러 모은다.
기존 유저들이 대부분 복귀를 했을 정도.
한동안 냉랭한 바람이 불 거라고 생각했던 시장도 빠르게 회복된다.
─지금 골드랑 아이템 매수할 기회임
[단풍잎 골드 가격 그래프. jpg]
그래프 존나 예쁜 거 보이지?
운영팀이 시세 조절 한다고 공언했으니 이건 꾸준하게 우상향 할 수밖에 없음 ㅇㅇ└지금이 최저점이야??
└골드 반값 이벤트임 ㄹㅇ
└쌀먹 본능 미쳤누
└단풍잎이 주식판인 줄 아냐 ㅋㅋ
단풍잎스토리와 같은 인기 게임들은 게임 내 재화가 큰 가치를 가진다.
아무리 쭉쭉 떨어져도 저점이라는 게 형성된다.
사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자 물꼬가 트인다.
떨어지기만 했던 재화의 시세가 다시 올라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
─펑이요충신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금이 제일 싸 정신 차리고 빨리 풀템 맞추자
"그래……, 인생 접고 단풍잎 하면 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인생은 접어도 단풍잎은 못 접지 ㅋ
?역시 펑이요!
?1억 캐시라니 너무 행복해~
불만이 많았던 BJ들도 하나둘 돌아온다.
이미 여론이 기울어진 상황에서 자신들끼리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X새끼들 진짜. 오정환 이 X새끼 진짜 안 도와주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자신의 철부지 같은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직접 반대편의 입장에서 배운 것이다.
게이머로서도, 인간으로서도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후우…….'
장연수도 많은 것을 깨닫는다.
한 달이 안 되는 시간 동안 거진 10년은 늙은 것 같다.
띠링!
띠링!
다행히 어찌저찌 수습이 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보고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여론 괜찮고, 시세 안정화 조짐 보이고, 점유율은 오히려 늘어났어.'
엄청난 도박이었다.
만약 안 됐다면 사표는 물론이고 앞으로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게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판단을 강요하진 않겠는데… 저랑 반대로 해서 잘될 자신 있으면 해보시고.》
하지만 학습 능력.
감이 미친 듯이 속삭인다.
오정환과 또다시 대립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예감이 쎄하게 들었다.
간담회의 협상이 매끄럽게 이루어진 건 우연이 아니다.
전화 통해 몇 번이나 사전 논의를 가졌고,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는 데도 도움을 받았다.
'좀 선을 넘어서 그렇지 말이 안 통하는 친구는 아니야.'
그의 말대로 잘 풀렸다.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봐도 나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안심을 해도 될 만한 시점이다.
아니, 그 이상.
신규 유저들이 엄청나게 유입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노이즈 마케팅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 바람을 잘 이용한다면 제2의 빅뱅도 가능할지 모른다.
지금부터 단풍잎스토리가 어떻게 변할지는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댄다.
한때 잃었던 열정을 되찾은 듯한 기분이다.
개발자로서도 그렇고, 한 명의 남자로서도 말이다.
「게임) 동피누. 돈슨 많이 사랑해주세요♡」
_ ?501명 시청
프론트의 그녀.
민하와도 진전이 있다.
말도 놓았고, 카톡도 자주 주고받는다.
'민하가 방송하더니 엄청 섹시해졌어.'
썸을 탄 지 꽤 되었다.
그런 그녀의 방송을 보며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있었는데.
─체리팬더2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누나 정환이 같은 남자 어때?
<정환씨 엄청 좋지. 연하라는 느낌도 안 들고.>
?2년 전에도??
?엄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누나 정환이 좋아함
?ㄹㅇ 생각 있어 보이는데 ㅋㅋㅋ
알 수 없는 패배감이 치솟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