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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512화 (512/846)

512화

이야기를 들으며 어깨를 톡톡 두들긴다.

앞선 과정에서 그녀의 허들을 확인하고 낮춰두기까지 했다.

"푸아! 하, 하, 하……."

자연스럽게 거리를 좁힌다.

바 테이블.

바로 옆에 붙어있기 때문에 특별히 큰 액션을 취할 필요도 없다.

입을 떼자 멈추고 있던 숨을 몰아쉬면서도 두 눈 똑똑히 마주 본다.

목소리를 죽이면서도 눈을 떼지 않는다.

'살 냄새 달달한 거봐.'

수빈의 냄새가 공기를 타고 흐른다.

20대 초 애들이 으레 그렇듯 진한 화장을 지양한다.

죽지 않은 성질도.

"무슨 짓이에요?"

"무슨 짓일까?"

"그게……, 대답이에요?"

일이 크게 번지면 당연히 좋지 않다.

법적인 걸 떠나서 당장 바에서 쫓겨날지 모른다.

묵인해준다.

단골이고, 큰 사고로 번지지 않게 한다는 믿음이 있다.

샤캉! 샤캉!

쉐이커를 흔들며 조용히 두 잔째를 준비하고 있다.

그전에 정리를 해야 한다.

"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네?"

"보나 마나 뻔하지. 채팅창에 분탕 한두 명 있으면 표정으로 확 드러날 거 아니야."

"……."

수빈의 고민.

여러 이야기를 떠들었지만 요점은 결국 하나다.

'남자를 모르는 여캠이 말이 되냐고.'

토이치TV 같은 데 보면 순수 컨셉(?)인 애들도 있다.

글자 그대로 컨셉이다.

─트위치 여캠으로 성공하는 법. txt

1. 무조건 모쏠인 척

2. 무조건 소심한 척 (현실에서 개찐따라고 자주 어필해야 함)

3. 만만하게 생긴 얼굴이어야 더 잘나감

4. 혀 짧은 소리 + 띨빵한 말투

5. 게임 관심 없어도 관심 있는 척해야 됨

6. 놀릴 만한 구석이 있어야 됨 (트타쿠들이 항상 본인이 윗선상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7. 후원으로 노잼 일침+팩폭 박아도 상처받은 척 해야 됨(그래야 수금 잘됨)

현실에 그런 여자기 있을 리가 없고, 그런 여자가 방송을 할 확률은 더더욱 낮다.

안 그래도 진입 장벽이 높은 여캠을 말이다.

'그냥 다 가지고 노는 거지.'

하물며 파프리카TV.

큰손들이 트타쿠처럼 만만하지 않다.

오히려 여캠을 가지고 노는 경우도 흔하다.

"뭐, 떠오른 게 있지?"

"그건 그거고……, 지금 하신 짓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럼 분탕 시청자들은 정당해서 분탕 칠까?"

"……."

리아만 해도 내가 컨설팅을 해주기 전까지는 묻혀 있었다.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여캠으로서는 절대 못 뜬다.

지긋이 노려보고 있다.

하지만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듯 입술만 부르르 떨며 바라보고 있는 눈에만 힘을 준다.

"제가 사람을 잘못 봤나 봐요."

"사람도 잘못 보는데 화면 밖의 시청자는 얼마나 못 보겠어."

"……."

"너는 아직도 너무 거만해."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온다.

머리로는 할 말이 많겠지만, 입으로 못 꺼내는 시점에서 이미 끝.

'나쁜 놈들이 분명 있어.'

이렇게 순진한 애들.

적당히 구워삶으면 그게 인생의 통과 의례인 줄 알고 끄덕끄덕 수긍한다.

연습생이란 과정이 그랬으니 말이다.

동기들 중에 빡세게 한 애들은 나중에 빛을 보더라.

"사람이 바뀌기 위해서는 큰 계기가 필요해."

"계기요?"

"그 정도가 아니면 나는 사람이 바뀔 수가 없다고 생각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겠지만."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정말."

대개의 위인전이 미담으로 포장되지만, 현실은 당연히 그럴 수가 없다.

성공이란 사실 참고할 게 못 된다.

'그냥 운만으로 뜬 애들도 있어.'

로또나 코인이 그러하듯 대다수가 쫄딱 망하고, 살아남은 소수가 주목 받는 시스템이다.

그런 애들은 애초에 참고하면 안 된다.

정말 참고할 사람들은 이유가 있는 이들.

그것을 혼자 듣고 납득하는 게 아니라, 남한테 설명을 해서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겨우 키스잖아. 뭐 혀 넣은 것도 아니고. 혹시 처음이야?"

"처음은, 처음은 아니에요."

"이런 거 가지고 당황하면 안 돼. 오히려 네 쪽에서 혀를 넣든가."

"저 아직 그런 건 좀……."

얼굴이 벌개진 게 겨우 칵테일 한 잔 들어갔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귀여운 반응을 즐기며 허벅지를 살살 만진다.

달칵!

그사이에 도착한다.

두 번째 잔.

나무로 된 상자가 테이블 위에 놓여진다.

"챔버 스토리입니다."

"어? 이건 뭐예요?"

"칵테일이지."

"이게……, 칵테일이라구요?"

"열어봐."

A4용지보다 조금 큰 크기의 상자.

모양이 마치 책처럼 되어있어서 펼쳐보고 싶다.

솨아아~~

수빈이 조심스레 열자 그 안에서 연기가 뭉게뭉게 솟아오른다.

허브의 일종인 라벤더를 태운 연기다.

'칵테일이라는 게 단순히 섞은 것도 있는데.'

자신만의 비법?

바의 시크릿 레시피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장님이 각 잡고 나와 어쩌고저쩌고 설명을 한다.

"바에 들어오실 때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같은 느낌이셨잖아요?"

"네."

"이 칵테일도 신비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저희 르챔버의 시그니처 칵테일입니다."

"정말 예뻐요! 이런 건 생각도 못 했는데."

뽀대가 반이긴 하겠지만, 라벤더향을 입히는 효과도 있다.

상자 안에서 두 잔의 칵테일을 꺼내준다.

"마셔봐."

"네, 잠깐."

"어때?"

"엄청 맛있어요. 향이 진하게 타고 올라와서……."

사실 맛은 그냥 그렇다.

무슨 한 시간씩 덧씌우는 것도 아니고, 첫 입 빼고는 맛에 파격적인 변화를 주지 못한다.

흔하디흔한 럼 베이스의 트로피컬이다.

하지만 분위기라는 면에서 확실히 효과가 직빵이다.

"오빠가 시청자라고 생각해봐."

"네!"

"여자가 이렇게 홀짝거리고 있으면 찝적대고 싶을 거 아니야?"

"아, 아 오빠 정말~!"

마음껏 장난을 쳐도, 장난으로 넘어가게 된다.

생각했던 대로 쫄깃한 느낌의 허벅지다.

살살 만지면 확인한다.

마음의 허들이 얼마나 낮아졌는지.

확신을 한 이후에 키스를 시도한다.

부드러운 입술.

바른 것도 없어서 피부의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번갈아 삼킨다.

'진짜 달다니까.'

키스를 할 걸 전제로 관리하는 애와 하지 않는 애는 차이가 있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맛이 짜릿하게 전해져 온다.

집중을 하자 허벅지를 쓰다듬는 손이 신경 쓰이는 듯 꼼지락댄다.

아직 허들이 있는 모양이니 손을 떼고 입만 삼킨다.

꿀꺽! 꿀꺽!

그리고 술을 먹인다.

볼의 색감 변화는 그녀가 그렇게 술이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너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BJ는 시청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거거든?"

"그렇죠!"

"시청자들이 그걸 잘했다고 받아들여야 돼."

"아~ 알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취한 시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보다 액셀레이터를 밟는다.

사이드카의.

브랜디 베이스의 기본적인 칵테일이지만, 그만큼 기주에 투자했을 때 맛이 정직하게 좋아진다.

"이거 맛있는데요?"

"그치?"

"새콤하고 포도향 같은 것도 나는 것 같아요."

"맞아. 베이스가 완전 브랜디라."

오렌지 리큐르까지 그랑 마니에르를 사용하면 레몬즙 빼곤 전부 브랜디다.

포도주를 증류한 술이기 때문에 과일향이 팡팡 튄다.

'도수는 굉장히 높은데.'

새콤하고 달콤하고 향까지 좋다.

쉐이킹으로 알콜감까지 죽여서 쉽게쉽게 넘어간다.

꿀꺽!

한 모금의 분량이 다른데 말이다.

30도 전후.

아무리 잘 만들었어도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이면 세다고 느낄 수 있다.

"괜찮겠어?"

"네, 이런 술이면 정말 얼마든지 마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본인의 얼굴이 색이 어떠한지.

앉은 자리에서 마시면 모를 수 있다.

취해서 한껏 고양된 기분으로 쭉쭉 들이킨다.

"그럼 오빠 말대로 노력하면……, 되는 걸까요?"

"어떤?"

"시청자들 기분에 맞춰주는 거요~ 섹드립 해도 참고."

말문도 완전히 트인다.

듣고 있는 포지션에서 말하는 쪽으로 바꿔 술술 뱉는다.

쨍그랑!

그러던 와중.

자그마한 소란이 일어난다.

직원 바텐더가 사고를 친 모양이다.

"여기서 수업한 지 몇 년이지? "

"3년인데요."

"자네의 스터는 퍼펙트하지 않아. 얼음을 죽였어."

같은 사회 초년생.

수빈이 딱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본다.

노력이라는 것은 보상 받지 못할 수도 있다.

"3년을 일하고도 혼을 나야 하는데, 저는 이제 겨우 한 달도 안 해놓고 너무 철부지 같은 고민이었죠?"

"BJ는 기술직이 아니잖아?"

"네."

"항상 고민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생각해.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수빈이는 노력을 하니까 방향만 잘 잡으면 될 것 같아."

"방향……."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신다.

그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은 잘 모를 것이다.

'흔히 레이디 킬러라고 하는데.'

상대를 취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주.

여자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맨 정신에서는 조절을 한다.

가벼운 술부터 넣어 알딸딸하게 만들어야 잘 마신다.

혀가 무뎌져서 마시는 양을 조절하지 못한다.

"딸꾹! 딸꾹!"

"취했어?"

"아니에요! 저 하나도 안 취했으니까~"

의자에서 일어나려다 넘어진다.

가까스로 받으며 일으켜 세워 다시 앉힌다.

본인도 놀랐는지 눈이 휘둥그레진다.

소주로 따지면 한 병 반을 마신 셈이니 당연하다.

계산을 하고 나온다.

밖은 이미 어두컴컴해졌고, 대중교통은 끊겼을지 따질 것도 없다.

"수빈이 집 어디야?"

"집……, 청주!"

"청주?"

"자취방은 가양!"

택시를 부른다.

알코올이 슬슬 몸에 도는지 혀가 꼬부라진 수빈이를 부축하고 기다린다.

끼익?!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가 온다.

만지고 있는 것도 괜찮았는데 시내라 그런지 금방 도착했다.

"같이 사는 사람은?"

"없어영~"

"혼자 보내면 걱정되니까 오빠 따라갈게?"

"네엥~"

물론 그 정도로 만족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수빈이는 확실히 가능성이 유망한 인재다.

'보통 연습생도 비율이 좋은 애를 키우기 때문에.'

다리가 시원시원하게 뻗어있다.

앉게 되자 체감상으로도 확연히 느껴진다.

반응하지 않는 선에서 살살 만져본다.

안락한 쿠션에 긴장이 풀렸는지 자고 있다.

끼익?!

30분 정도가 지나 도착한다.

수빈이 자신의 자취방이라고 말한 장소에 말이다.

"수빈아. 수빈아?"

"어엉……. 네. 네??"

"도착했어."

"아! 네. 저 카드……."

"괜찮아, 괜찮아. 결제했어."

"감사합니당……."

감사할 필요 없다.

오는 길에 많이 쪼물닥댔다.

깰까 봐 입술은 못 먹었지만 대충 알게 되었다.

벗으면 더 좋을 것 같은 몸매.

반쯤 정신이 깬 수빈이를 부축하고 그녀의 집에 도착한다.

털썩!

침대 위에 눕힌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한 잔 따라서 가지고 온다.

"물 마실래?"

"네."

주는 대로 꿀떡꿀떡 마신다.

아직 제정신이 아닌 듯 들고 있는 컵을 놓치려고 한다.

받아주며 어깨를 톡톡 두들긴다.

촉촉해진 입술이 창가의 달빛에 반사돼 반짝거린다.

쪼옥!

입을 맞추며 꼬옥 안는다.

딱히 거부 반응도,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좀 더 깊게 혀를 넣는다.

'달다니까.'

쪽쪽 빨아 먹으며 엉덩이 아래에 손을 넣는다.

택시 안에서 확인했던 대로 탄력 있는 애플 힙.

한 손으로 꽉 움켜쥐고 쪼물닥 댄다.

탄력이 있어 가지고 노는 감각이 엄청 중독성 있다.

"자, 만세."

"만세~"

"그래, 그렇지."

손을 들게 하고 상의를 잡아 쏙 빼낸다.

예상했던 대로 아름다운 몸매와 깨끗한 피부가 눈에 들어온다.

쓰읍?

배에 코를 대고 숨을 들이쉬자 약간의 땀과 달달한 살냄새가 풍긴다.

한 번 더 들이쉬며 청바지의 지퍼를 내린다.

"수빈아. 수빈아?"

"네에……."

"오빠가 잠깐 쓸게. 써도 되지?"

고개를 끄덕거리는 수빈의 바지를 반쯤만 벗긴다.

갑작스런 한기에 잠이 깨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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