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화
<여캠은 색기>
따듯한 베개를 안고 낮잠을 잔다.
탄력 있는 피부가 쫀득쫀득하게 달라붙어 있다.
"오빠."
"응?"
"잘 때도 계속 넣고 있었던 거예요……?"
"응."
"이래도 괜찮아요?"
"괜찮아."
몸이 나의 모양을 기억한다.
살짝 헐렁해질 수는 있지만 워낙 꼭 닫혀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키스를 동시에 나눈다.
의식하게 됐는지 누를 때마다 찐득하게 붙어온다.
"오빠."
"응?"
"몸이 아! 잠깐만요."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찰싹 달라붙어 온다.
의식인지, 무의식인지 허리를 움직여 꾹꾹 비빈다.
이윽고 부르르 떤다.
참고 있는 숨을 뱉으며 가파르게 호흡하는 것만 봐도 왜인지는 알 것 같다.
'아 졸라 귀엽네.'
잘 모르는 애를 가르쳐줄 때만큼 보람 있는 순간이 없다.
교육계 종사자들의 기분을 간접적으로 느껴본다.
"혼자 가면 어떡해."
"그게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져서……"
귀여운 수빈의 입술을 쭉쭉 빤다.
낮잠에서 막 일어나 살짝 냄새가 나지만 그래서 더 맛있다.
목덜미와 입술을 교대로 핥고 얼굴을 바라보자.
'완전히 반했는데?'
첫경험.
누구에게나 특별할 것이다.
상징적 의미가 있는 여자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동시에 귀찮을 수 있는 일이다.
남녀 BJ들끼리 사건사고가 터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애 감정에 얽혀서는 안 된다.
"수빈아."
"네, 오빠."
"남자에 대해 좀 알게 됐어?"
"아, 남자 그게……."
그 점을 인지시킨다.
어제 만났을 때부터 누누이 말을 했으니 알아듣기가 어색하진 않을 것이다.
뭔가 감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계속 김군 밑에 있었으면 위험했을 수 있는 아이.
"아직 좀 더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오빠가 가르쳐줘?"
"네……, 부탁드릴게요."
조금 착각을 했을지 모른다.
연인의 감정에서 사제 관계로 변하자 서먹서먹해진다.
아무래도 보편적인 윤리관에 어긋난다.
고민을 풀어주러 왔다가 다른 고민만 생긴다.
"몸으로 표현하는 거야. 알겠어?"
"네, 네 오빠!"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질리거든."
"아……."
"시청자들이 그래서 너한테 질린 것 같아? 괜찮아. 아직 안 늦었어."
배울 맛이 나게 만든다.
그렇게 하나부터 배워가는 모습이, 나의 취향이 되어가는 건, 몇 번을 해도 질리지가 않는다.
'이런 애는 색기 좀 배기면 무조건 뜨지.'
당연하게도 큰손들의 연령은 높은 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청순한 타입보다 강남 성괴를 더 선호한다.
물론 잘 대주게 생겼기 때문도 있지만, 너무 애 같으면 그래서 더 안 쏘게 된다.
수빈이 겪고 있을 고민은 뻔하다.
그러한 업계의 동향.
일반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가 없다.
알려주고, 키워주면서도 나도 좀 재미를 본다.
"빨리 배우네."
"저 잘했어요?"
"졸라 우등생이야."
"헤, 헤헤."
샤워를 같이 한다.
정면에서 물을 맞아도 전혀 개의치 않아하는 모습이 자신의 몸에 대한 자신감을 방증한다.
씻겨주며 한 번 더 체크한다.
좋은 몸.
탄탄한 근육과 길쭉한 다리를 필두로 한 8등신이 돋보인다.
"운동 열심히 하나 보네."
"네, 저 연습생 관둔 이후로도……."
"앞으로도 열심히 해. 특히 스쿼트 위주로."
"스쿼트요? 왜요?"
소속사에 전문 트레이너가 있었을 것이다.
구태여 내가 일해라절해라 안 해도 차고 넘친다.
부족한 건 색기.
몸에 새겨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몇 번 경험만 넣어주면 말이다.
"오빠도 몸 은근히 좋네요."
"왜? 연습생 보다가 일반인 보니까 한숨이 나와?"
"아뇨. 저 남자 그렇게 안 따져요."
"그럼 뭘 따지는데?"
"느낌?"
변하는 게 순식간일 나이다.
올바른 방향만 지도해주면 금방 금방 치고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탑급 여캠이 됐을 때 같이 노는 맛이 있거든.'
수빈은 충분히 싹이 보인다.
전형적인 노력은 하는데 요령은 모르는 타입이다.
컨설턴트로서는 가장 보람이 있다.
"그럼 무욕으로 지낸 거야? 이런 몸으로?"
"마음 있는 오빠는 있었는데."
"뭐?"
"아! 아앙♡"
연습생 출신.
몸도 깨끗하다.
그런 그녀에게도 당연히 애틋한 과거는 있었다.
흔한 이야기다.
성공해서 만나자!
길어도 1, 2년을 생각했지만 그날은 결국 오지 않았다.
'덕분에 맛있게 먹었고.'
잘생긴 녀석이 맛있는 것까지 먹으면 밸런스가 안 맞는다.
모르긴 몰라도 아파할 곳을 살살 어루만지자.
"오빠. 아앙, 아, 아……."
반응이 좋다.
하루 종일 옴짝달싹 못해도 이상하지 않은 경험을 했지만, 평소 몸 관리를 탄탄히 해온 덕분일 것이다.
빛에 반사된 피부에 물 알갱이가 떨어진다.
깨끗하고 미끈미끈하며 탄력이 넘쳐 정말 하루 종일이라도 핥고 싶다.
"잘 잡아. 넘어지면 화낸다."
"저 운동 신경은 자신 있어요."
끌어안은 채로 들어 벽에 박는다.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감은 채 절묘한 밸런스를 유지한다.
'운동하는 애들이 확실히 체력이 좋아.'
자세 잡는 센스가 있어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
어젯밤 만들었던 보일 듯 말 듯한 키스 자국 위에 찐하게 새긴다.
누구 여자인지 확실하게 알게 만든다.
"뜨거워요."
"그래."
"저 이번에는 타이밍 잘 맞췄죠? 칭찬해주세요."
"잘했어. 잘하면 안 되는 거긴 한데."
"?"
파트너로서 합격점 이상이다.
가르치는 맛도 나고, 기본 스펙도 높아 데리고 놀기 정말 좋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짜내는 기계가 될 것 같아서 두렵긴 한데.'
만약 그 남자와 재회했을 때.
너무 변해버리면 안타까울 수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만 교육한다.
"해봐."
"이, 이걸요?"
"혹시 몰라?"
"아뇨, 그런 거 모를 나이는 아닌데……. 생각보다 많이 거대해서."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러면서도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조금씩 적응을 해가며 살살 핥는다.
"놀랬어?"
"네, 조금."
"싫었어?"
"싫진……, 않았어요."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는 그녀를 수건을 꺼내 닦아준다.
목욕 가운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
끼익!
좋은 분위기.
낡은 문을 젖히자 싸하게 식는다.
수빈이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눈치를 본다.
"많이 좁죠?"
"자취방이 다 그렇지."
"헤, 헤헤 저쪽은 저렇게 화려한데."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했으니 당연하다.
자존감이 부족하거나, 허영심에 찌든 타입도 아니다.
문제는 한 구석.
컴퓨터 주위는 아기자기하게 꾸며 놨다.
시청자들이 캠을 통해 볼 수 있는 부분까지만.
'원래 그래.'
방송 화면 빼고 쓰레기장인 여캠도 허다하다.
BJ는 화면 속에서 살아가는 직업이니 말이다.
아직 배워갈 부분이 많다.
감으로 대충 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뭐든지 알고 하면 고생을 덜 한다.
"오빠가 수빈이 키워줄까?"
"아니, 저 그런 건……."
"왜? 싫어?"
"오빠랑 친해서 얻어내는 것 같아서 아앙♡"
바디 로션을 바르며 이야기를 나눈다.
손이 스르르 미끄러지며 몸 이곳저곳을 구석구석 훑는다.
'다른 의미로도 키우고 싶긴 한데.'
한 일주일 정도 진득하게 말이다.
너무 확 변하면 안 되니 차근차근 가르치며 성장을 시킨다.
"아, BJ들도 그런 게 있어요?"
"알아서 김군한테 간 거 아니었어?"
"아뇨, 그냥… 아는 선배가 몇 없어서."
이고, 아니고를 따질 기초 지식 자체가 전무했다.
몇 없는 선배가 하필 그런 녀석이라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가 해주면 되지.'
소재가 좋아서 키우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연습생 출신의 피지컬로 짤 수 있는 콘텐츠도 당장 몇 개나 떠오른다.
"?"
부족한 건 색기.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수빈을 쓱 스캔한다.
개통이 됐다고 단번에 붙을 만큼 만만한 것은 아니다.
"지금 오빠 시선이 엄청."
"왜?"
"변태 같아요. 달라붙는 것 같아."
"……."
살짝 예민한 모양이다.
연습생이라는 게 여자들 사회이기 때문에 눈치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걸 몇 년 동안 했으니 기본기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천천히 재능을 개화시켜 나가면 되는데.
"아 맞다! 저 오늘 방송 일찍 켜기로 시청자 오빠들이랑 약속했어요. 어쩌죠?"
"뭐가?"
'그게 저……, 피부."
맛을 본 부위들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피멍까지는 만들지 않았지만 얼핏 봐도 티가 난다.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하고 안절부절 못한다.
방송을 며칠 쉬는 게 좋지 않을지.
'내가 겨우 그런 것도 모르고 했을 리가 없잖아.'
다 수련이다.
리아도 처음부터 색기가 줄줄 흘렀던 게 아니다.
여러 가지 부끄러운 행위를 겪으며 수치심에 눈을 떠야 한다.
* * *
BJ수빈의 방송.
―그 연습생 출신 BJ는 요즘 뭐함?
이름 뭐였더라
아무튼 걔
여캠듀스 때 언급 많았는데 요즘 글이 안 올라오네
└몸매 좋고 예쁘고 청순하긴 한데 몬가 몬가임……
└노출을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왜지?
└여캠이랑 안 맞음
└질려 ㄵ
연습생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은 여캠듀스 101에서부터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 말이 성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연예계라면 한 번 인지도를 쌓는 순간 초절정 최소한 자리 잡는 데는 문제는 없다.
어디 행사나 게스트로 불려만 다녀도 개꿀.
―그 연습생BJ가 망한 이유 갈쳐줌?
여캠이 아니라서 ㅇㅇ
노출도 사리면서 하고
리액션도 ㅈ노꼴
태용이가 봤을 때 얘는 지 꿈을 파프리카TV에서 실현하고 싶은 거임 ㄹㅇㅋㅋ└태용좌는 개추지!
└주작: 유식 막겠다
└연습생 버릇 못 고치면 못 뜨지
└니 인생이 망한 이유는 왜 분석을 못함?
BJ는 그렇지 않다.
훨씬 가볍지만 꾸준하게 해야 한다.
방향성이 다를 뿐이지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 수빈의 방송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데.
?수하!
?진짜 빨리 왔네
?수빈이 약속 잘 지킴ㅋㅋㅋ
?오…… 오늘 느낌 있다
그녀 스스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나아질 수 있을까?
그렇기에 고른 선택이다.
―수빈★회장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수빈이 코디 이쁘넹 ㅎㅎ
"회장 오빠 천사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분위기 전환이랄까. 오늘 신경 좀 쓰고 왔어요."
?오옹
?오늘 피부 요염하네
?평소에 좀 이렇게 하지 ㅎㅎ
?눈나 나 쥬지가 이상해
능력이 있다면 두 마리의 토끼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