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15화 (515/846)

515화

개인 방송.

특히 여캠이란 분야는 생소하다.

정말 대놓고 준비하지 않는 이상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후우…….'

수빈은 어느 정도 몸에 익었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항상 자신을 주시한다는 사실.

예쁜 여자들은 원래 신경 쓴다.

길을 가다 보면 남자들이 한 번씩 쓱 하고 쳐다보는 게 일상이다.

그 사실이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익숙해지면 그런갑다 싶다.

그것을 방송에서 하는 것뿐이다.

―대왕고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혹시 감기 걸린 거 아니지??

"감기 기운 없어요. 저 팔팔해요!"

?수빈이 기운 넘치지~

?88!

?어제 몸 안 좋아 보였는데……

?88 치는 틀딱 있을 줄 알았다 ㅋ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그 정도라면 크게 문제없다.

방송 전제로 노력을 해온 연습생이었으니 말이다.

'들키진 않았겠지?'

그럼에도 콩닥대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정말로 감기에 걸려서?

차라리 그런 거라면 마음이라도 편할 것이다.

평소보다 붉은 빛이 감도는 피부.

그 비밀에 대해 오정환과 나눈 이야기가 있었다.

《그대로 방송해봐. 약간 숨기는 게 있어 내숭도 늘지.》

컨실러로 가렸다.

키스 자국이 남은 주위의 피부까지 동화시키다 보니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감돈다.

만에 하나 시청자들에게 들킨다면?

일반 여캠이라면 여캠이 여캠했다고 하고 끝날 일이지만 자신은 연습생 출신이다.

꿀꺽!

지인들 사이에서 소문이 쫙 퍼지는 건 시간문제다.

기지배들 중에 그런 것에 안달이 나있는 년들이 몇 있다.

어디 가서 고개를 들고 다니지도 못할 것이다.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된다.

최대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방송에 집중한다.

「Rollin' Rollin' Rollin' Rollin' 하루가 멀다 하고 Rolling in the deep~」

크게 다를 거 없는 리액션.

평소처럼 자신 있어 하는 안무를 선보인다.

수빈이 큰 이목을 끌었던 이유임과 동시에, 여캠으로서 한계성을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

?((

?))

?((

?오우 골반 돌리는 거봐

?((

?허리 진짜 얇다

?눈나 넘모 섹시해……

춤을 잘 춘다고 꼭 클럽에서 댄싱퀸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몸을 움직이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표현의 한 갈래다.

그 점을 여전히 잘 모르고 있지만.

'반응이 좋네?'

평소보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

열혈들이 타는 리듬도 박자를 갖추고 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뜻 깊을 수밖에 없는 광경이다.

단순한 장기가 아니다.

남들이 피 토하며 공부할 때, 자신은 피땀 흘려 춤을 추었다.

자신의 인생이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분홍거북이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앵콜^^

"회장 오빠 천 개 감사합니다! 저 방금 좀 잘 췄어요?"

몸을 흔들 맛이 난다.

받은 그 이상을 돌려주기 위해 두 번째 리액션을 취하려던 찰나에.

'어?'

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몸이 조금 이상하다.

아니, 이 감각을 알고 있다.

전신에 피가 원활하게 돈다.

운동을 했으니 그게 당연하지만 한 가지가 평소와 다르다.

단단하게 섰다.

움직일 때마다 속옷과 스친다.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쾌감.

「Rollin' Rollin' Rollin' Rollin' 하루가 멀다 하고 Rolling in the deep~」

시작하고 말았다.

반주와 함께 몸을 움직인다.

큰 액션을 취할 때마다 엄청나게 걸린다.

?캬

?뭔 일 있었음? 각성했네

?이게 여캠이지 ㅋ

?이렇게만 추자!

그와 반비례하게 시청자 반응은 터져 나온다.

수빈은 찔끔 나오는 눈물을 참으며 가까스로 리액션을 완수한다.

인내 하나는 자신이 있다.

정환과 할 때도 가까스로 가는 걸 참으며 맞췄다.

가쁜 호흡을 정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와중.

"하아, 하아, 하아……."

설마 하는 사실을 깨닫는다.

진정하기 위해 손을 올린 앞가슴이 촉촉하다.

땀이 꽤 흘렀다.

두 번이나 격하게 춤을 췄으니 당연하다.

지금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뿐이다.

'아직, 아직은 괜찮은 것 같은데.'

땀이 너무 나면 컨실러가 지워질 수 있다.

반나절 동안 나뒹군 자국들이 보여질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더 꼿꼿이 선다.

왠지 젖어버린 기분이다.

울어버릴 것 같다.

―수빈이첫팬님, 별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수빈이 올만 ㅎ

"첫팬 오빠 안녕하세요! 오천 개 감사합니다! 혹시 리액션 원하는 거 있으세요? 헤헤."

그런데 울 수가 없다.

기뻐해야 하는 상황이다.

별풍선이 터졌는데 울상을 지어서야 될까.

속옷을 입고 있으니 티는 나지 않을 것이다.

평소처럼 행동하며 땀이 안 나게 조심한다.

'애교 살살 녹네.'

'얘가 순수해서 귀엽다니까?

'오빠가 몇 번 안아주면 색기 생길 텐데 흐흐.'

그것이 남자들에게는 매력으로만 느껴진다.

상기된 피부와 보는 이를 애타게 만드는 움직임.

―여캠들도 갠방갤 여론 보나?

[BJ수빈 방송 캡처. jpg]

오늘 좀 색기 갖췄네 ㅇㅇ;

└피부에 뭐 발랐나?

└욕 먹길래 찾아가 보니 방송 잘하고 있더만

└갠방갤 억까 오짐

└갠방갤 또 1패요 엌ㅋㅋㅋ

평소와 다르다는 사실이 화면을 타고 고스란히 전달된다.

커뮤니티에서도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방송을 종료하시겠습니까? Yes or No』

본인은 전혀 모른다.

그런 걸 보지도 않고,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방송이 끝나니 진이 빠진다.

수빈은 침대 위에 몸을 던지듯 누우며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킨다.

'방송은 정말 잘됐는데.'

오랜만에 풍도 펑펑 터졌다.

시청자 반응도 정말 좋았다.

한동안 방송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그녀로서는 뜻깊다.

BJ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쪽팔리는 걸 참고 열심히 진행한 보람이 있다.

그보다 더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고 있는 건.

킁킁!

정환이 누워있던 자리.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본다.

기분 탓인지, 정말인지 그의 체취가 남아있는 것만 같다.

'그렇게 했었는데 아! 아아!'

수빈은 남은 손을 뻗어 평소 애용하던 볼펜을 잡는다.

가슴까지 시트에 비비자 기분이 점점 고양된다.

혀로 냄새가 나는 자리를 핥으며 키스를 한다는 상상을 하고 있던 차.

딩동♪

갑자기 초인종이 울린다.

수빈은 그제야 깨닫는다.

자신이 방금 얼마나 추잡한 짓을 하고 있었는지.

서둘러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현관문을 연다.

혹시 그가 온 것이 아닐까.

기대를 가진 채 말이다.

"택배요~"

"네, 감사합니다……."

현관문을 열어젖히자 듬직한 남자가 있다.

오정환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택배를 받아들며 감사 인사를 깍듯이 전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응?'

택배 기사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

무언가 느낀 수빈은 서둘러 문을 닫는다.

딸칵!

딸칵!

그리고 잠근다.

소문으로만 듣던 이야기.

혼자 사는 여자들을 노리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

꿀꺽!

자신이 그러한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오싹오싹하다.

절대로 그런 짓을 당하기 싫다.

그와 동시에 안심하게 된다.

정환의 손길이 좋았을 뿐이다.

자신은 절대 밝히는 것이 아닌데.

'…….'

수빈의 시야에 전신 거울이 들어온다.

어째서 택배 기사의 시선이 이상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대충 입고 있는 편한 박스티.

툭 튀어나온 두 개가 존재감을 과시한다.

몰입하는 중간에 거치적거리는 옷을 벗어던졌다.

기사 아저씨가 당황할 만도 하다.

피부도 붉게 상기돼있고, 호흡도 가파르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완전 치녀가 따로 없다.

괜한 의심을 했다는 죄책감이 들며 사과를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찌걱!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거울 속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굉장히 야해서 자신이 맞나 싶을 정도.

확실히 변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색기라는 게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감각을 깨달은 듯하다.

'내가 달라지면 오빠도…….'

스스로 봐도 예쁜 몸.

연예인급 애들이 굴러다니는 업계에서 그 정도 자신감도 없으면 해먹을 수 없다.

자부심은 있다.

남자들이 십중팔구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돌이란 직업에 있어 색기는 반드시 요구되는 사항이 아니다.

오히려 청순하고 귀여운 게 대세.

그도 그럴 게 색기는 정말 재능이 있는 일부 혹은 안 팔렸을 때 비장의 수단 같은 컨셉이다.

회사에서는 좋아할지 몰라도 연습생들 사이에서는 쉬쉬한다.

안 그래도 짧은 아이돌 수명을 까먹는 데다 내키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난 여캠이니까.'

확실히 필요하다.

정환이 어째서 남자를 알라 했는지.

그 깊은 뜻을 드디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응?'

그런 수빈의 눈앞에 들어온다.

택배 기사에게 받았던 무언가.

사실 내용물을 알고 받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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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분: 오정환

주소: 경기 분당시 판교동 XXX 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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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발신인.

퀵 서비스로 도착한 것 보면 뭔가 있다.

서둘러 찌이익! 테이프를 벗겨 열어보자.

'이게 뭐지? 응? 응?'

해괴한 물건이 담겨있다.

마치 바나나처럼 생긴 무언가.

만져보자 인체 친화적인 재질이다.

위이잉~

작동도 한다.

안마기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정한 사용법이 무엇인지 모를 나이는 아니다.

'이걸로 매일……, 하라고? 그리고 보고?'

물건 밑에 한 장의 쪽지가 남아있다.

읽어보자 어떤 의도에서 보냈는지는 확실히 파악이 된다.

위이잉~

실천을 하는 것이 걸릴 뿐.

시험 삼아 대보자 엄청나다.

머리가 쾌감을 인지하기도 전에 손이 떨어뜨린다.

'응? 응?'

그 물체가 바닥 위에서 펄떡펄떡 뛰고 있다.

신선한 물고기처럼 다시 손에 쥘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세히 보니 크다.

넣으면 또 펄떡펄떡!

상상을 하면 할수록 두려움이 앞서지만.

'잠깐, 잠깐, 잠깐 아!'

단 2초.

전류가 흐른 듯한 자극이 퍼져나간다.

깜짝 놀라 바로 껐지만 곧이어 여운이 퍼진다.

수빈은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핀다.

자신이 나쁜 짓을 한다는 사실에 묘한 배덕감을 느낀다.

위이잉~

위이잉~

점점 안마기의 쾌감을 인정하게 된다.

볼펜으로 까딱거린 게 우스울 지경이다.

중독될 것 같은 쾌감이다.

툭!

이제는 쓸모없게 될 볼펜을 저리 치우고 집중한다.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설명서 따위 필요 없을 만큼 손이 저절로 움직인다.

저절로 향해진다.

손가락이나 볼펜으로 불가능한 쾌감을 맛보며 동시에 한 가지 깨닫는다.

'안쪽에는 안 닿는데?'

정환과 했을 때처럼 되지 않는다.

만족 아닌 만족이라는 애매한 선이 수빈을 미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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