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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517화 (517/846)

517화

<봄식당 리턴즈>

카톡!

이따금 불가피한 일이 생긴다.

〔쪼임〕

「오빠 혹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세요?」

―있지

―근데 왜?

「말씀드릴 게 좀 있어서요」

―뭔데 ㅋ

「카톡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수빈의 연락.

생각보다 조금 빨랐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대개 처음 쾌감을 알게 되면.'

자제가 잘 안 된다.

찐하게 한 번 절어질 때까지 즐겨보고 싶다.

―말하기 전까지 안 만나줌

「만나서 말씀 드릴게요」

―ㄴㄴ

「아 진짜!」

「말하기 힘든 거란 말이에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뻔하게 그려진다.

일전에 했던 것을 다시 한번 하고 싶다.

'헐 때까지 하는 원숭이 커플들처럼.'

처음에는 망설여도, 해버린 후에는 리미터가 풀린다.

그런 계기를 하나 줬기도 하다.

"누구 톡이에요? 여자 같은데."

"눈치 빨라."

"히죽대고 있으니까.'

"베개가 말이 많다."

"아! 아! 아파요!"

리아네 집에서 잤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생리 현상으로 단단해져 있다.

베개 상태인 리아의 안을 푹푹 지른다.

아파하며 짜증까지 내고 있지만.

'안 풀린 상태에서는 아플 수밖에 없는데.'

살살 풀며 조금씩 맛을 기억시키면 십중팔구 빠져들게 돼있다.

그리고 그 쾌감은 일반적인 행위로는 얻을 수 없다.

맞춰오는 입술을 받아준다.

위아래의 동시 키스는 확실히 자극이 좀 세다.

"오빠는 모르겠지만 이건……, 한 번 알면 계속 생각나요."

"왜? 무슨 느낌인데?"

"임신."

"……."

농담이 아니라는 듯 열변을 토한다.

평소에는 전혀 의식하고 있던 기관을,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 아프기만 한 부위가 쑤셔오는 건 엄청난 이질감이다.

"계속 당하면 정말 생길지도 몰라요."

"시험해볼까?"

"아! 아, 정말 앙♡"

느껴본 적은 없지만, 느끼게 한 적은 많다.

자극이 좀 센지 부르르 떨어 댄다.

약해진 리아를 안고 떡이 될 때까지 즐긴다.

'사실 야스는 이런 맛이라.'

행위보다 결과물.

상대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엎드려 신음만 지르는 리아가 곧 인간의 언어조차 잃는다.

"앙♡ 앙♡ 앙♡ 히익! 흐극! 으읍@^%!"

오늘 하루 침대에서 푹 쉬도록 허리가 빠지게 만든다.

살아있다는 방증.

얕은 호흡만이 주기적으로 들린다.

실내 난방만 조금 올려주고 밖으로 나간다.

위이잉~

그리고 전화를 받으며 현관문을 열어젖힌다.

아니, 보이스톡.

수빈이 할 말이 많은지 결국 통화까지 걸어왔다.

<오빠, 저 수빈이에요.>

"아, 안 말하면 안 만난다니까. 끊어."

<저, 저 말할게요! 말할 테니까 끊지 마요;>

결국 요지는 간단하다.

생각하고 있던 그대로다.

'그냥 그걸 본인 입으로 듣고 싶었을 뿐이지.'

전화 너머 떨리는 목소리로 수치심이 느껴진다.

만족을 했으니 수긍하며 이해하는 척을 한다.

<언제쯤……, 가능하실까요?>

"급해?"

<급한 건 아닌데 일이 손에 안 잡혀서 좀.>

"그거 큰일이네."

<그리고 자꾸 오빠 생각 나요.>

귀여운 소리를 해온다.

인위적인 애교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 구미가 당기게 만든다.

'이런 애들은 큰일인데.'

앞에서만 잘해주는 나쁜 남자한테 잘 속는다.

물론 나는 그렇지 않지만 그럴 위험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부탁이 있으면 공손하게 해야지."

<오빠 시간 좀 내어주시면 안 될까요?>

"아니, 그런 거 말고. 남자한테 어떻게 하라고 했지?"

<꼬, 꼴리게요…….>

전화 너머로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자그맣게 속삭인다.

<수빈이 따먹어주세요. 오빠 생각하면 몸이 뜨거워요.>

"그래, 다음에. 오늘은 오빠가 좀 바빠서."

<네? 네??>

전화를 끊는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지만 훨씬 중요한 선약이 있다.

─메론빵중독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이 시국에 단풍잎 하고 있어요!

"걔가 현질을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요. 수험생 스트레스 푸는 거니까 좀 봐주세요."

―수험생은 ㅇㅈ이지

―봄이는 봐줌?

―펑이 오열

―아니 애까지 불매 운동을 시켜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의 방송.

시청자들이 한 가지 소식을 전해져 온다.

단풍잎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잔불이 타고 있다.

큰 사건이었던 만큼 당연하다.

우리 봄이도 신경이 쓰였는지 한동안 게임을 하는 걸 자제하고 있었다.

봄이의삼촌팬[CH 01] : ♡─┐♡─┐♡─┐

봄이의삼촌팬[CH 01] : │하││와││와│

봄이의삼촌팬[CH 01] : └─♡└─♡└─♡

봄이열혈[CH 01] : ♡─┐♡─┐♡─┐♡─┐

봄이열혈[CH 01] : │백││렙││추││카│

봄이열혈[CH 01] : └─♡└─♡└─♡└─♡

토끼녀[CH 03] : /──┐♡┌──┐♡┌──┐

토끼녀[CH 03] : └─┐│♡│┌┐│♡│┌┐│

토끼녀[CH 03] : 봄이││♡││││♡││││

섹시쌤[CH 03] : 백렙││♡││││♡││││

섹시쌤[CH 03] : 짱짱││♡│└┘│♡│└┘│

섹시쌤[CH 03] : 축♥└┘♡└──┘♡└──┘

봄이사냥개[CH 01] : │┌┓┌┓**┌┐봄

봄이사냥개[CH 01] : │││││││┣┘이

봄이사냥개[CH 01] : │┗┘┗┘┗┘│축하해!

다시 살판이 났다.

게임도 방송도 재미있게 하고 있다.

수험생이라는 신분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그렇다.

동거를 하고 있다.

주요 과목은 그녀들에게 과외 겸 콘텐츠로 진행하고, 사회 탐구 영역만 학원을 다닌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수험생이다.

공부를 하는 게 당연하다.

방송과 공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어찌저찌 잡고 있다.

자칫 어색할 수 있었던 공부 방송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봄이의 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지만.

끼익!

필연적인 문제가 따른다

봄이가 방문을 열고 헐레벌떡 튀어나온다.

"오빠 저 배가 고파요!"

"그래."

"밥을 먹고 싶어요. 맛있는 걸 먹고 싶어요."

"그렇구나."

―봄이 등장!

―갑자기?

―같은 집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고생이랑 동거 ㅓㅜ

ㅋㅋ

가성비가 조금 안 좋은 편이다.

봄이가 주린 배를 움켜잡고 필사적으로 호소한다.

"왜? 요즘 배달 음식 맛있다고 잘 먹었잖아."

"그랬어요."

"학원가에도 맛있는 음식점이 많다며?"

"아니에요. 제가 철이 없었던 거예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본다.

촉촉하게 젖은 눈가가 동정심을 절로 이끌어낸다.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

혼자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맛있는 식당을 탐닉하고~그러면 행복하지 않을까?

어렸을 때는 한 번쯤 상상을 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면 깨닫게 된다.

하루 이틀, 길어야 1·2주만 먹어도 물린다.

집밥이 짱이다.

수제 음식만큼 몸이 잘 받아들이는 것이 없다.

그동안 봄이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보람이 싹트고 있는데.

"오빠가 어제도 그제도 밖에서 자고 와서 읍읍!"

"그래, 맛있는 거 먹자!"

―외박?

―뭔 일인데

―우리 봄이 두고 바람 피네

―진짜 어딜 간겨?

헛소리를 하는 입을 틀어막는다.

동거를 하다 보니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다소 생긴다.

'한동안 신경을 못 써주긴 했지.'

워낙 바빴다.

단풍잎 사태도 크게 번졌거니와 신경을 쓸 만한 크루원들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봄이가 서운함을 느낄 만도 하다.

달래줄 겸 맛있는 밥을 먹인다.

「먹방) 오정환. 인기 여캠에게 밥 먹이는 방송」_ ?26, 973명 시청

봄이와의 합동 콘텐츠.

동거를 하게 된 만큼 준비는 해두고 있었다.

산지에서 도착한 대가리를 넣고 끓인다.

보글보글!

냄비 속에서 맑은 국물이 우러난다.

장어뼈와 장어 대가리.

느끼한 맛을 잡아줄 마늘, 양파, 대파.

"참고로 생선은 대가리가 맞습니다."

―오옹

―봄이 칠 줄줄 흘러욧

―뭐 다른 거 안 넣음?

―와 장어 맛있겠다!

봄이 대가리가 뚫어져라 쳐다본다.

장어 대가리와 눈싸움을 시전한다.

그리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번갈아본다.

'물론 여기다 밥 말아먹진 않지.'

그렇기만 해도 충분히 요깃거리는 되지만 이런 식탐 대마왕이 만족할 리 없다.

가만히 두면 장어 대가리도 씹어먹을 기세다.

스르륵~

씌어놓은 호일을 개봉한다.

장어의 대가리와 뼈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가 동봉돼있다.

샤악! 샤악!

큰마음 먹고 산 사시미로 얇게 썰어나간다.

완전히 토막이 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깊게 칼집을 새기는 게 중요하다.

"봄이야."

"배고파요."

"이거를 국물에 10초 정도 담갔다가 꺼내서 먹어."

"이걸 누구 코에 붙이란 거예요!"

ㅋㅋ

그렇게 손질한 살코기를 국물에 담그면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마치 문어나 애벌레 소시지를 만드는 것처럼 자른 부위가 벌어지며.

"헐~~~!!"

"예쁘지?"

"징그러워요."

"……."

―뭐야??

―살이 펴지는 거네

―장어 샤브샤브는 ㅇㅈ이지

―진짜 개맛있겠는데?

꽃이 피어난다.

갯장어.

붕장어보다 몇 배는 비싼 고급 어류다.

'사실 맛 차이는 별로 없는데.'

어획량이 적어서 희소성이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비할 수 없는 장점을 가진다.

"흐으응~~!"

봄이의 콧구멍이 벌렁벌렁거린다.

실망을 느꼈던 만큼 감동도 배가 되어 돌아온다.

탱글탱글하고 맛이 깔끔하다.

이렇게 샤브샤브로 만들 때 가장 어울린다.

"장어 샤브샤브가 사실 일본에서 온 거거든요."

―환교익 ㄷㄷ

―진짜 일본에서 온 거 맞음 ㅋ

―일본 보양식 아님?

―봄이 너무 맛있게 먹는다……

시각적 효과도 뛰어나서 방송용으로 제격이다.

잘라주는 족족 맛있게 해치우고 있다.

'일단 유튜브각은 하나 건졌네.'

봄이의 유튜브도 잘 성장하고 있다.

아무래도 시장 형성이 덜 되어 한계는 있지만, 그 테두리 안에서는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쏙! 쏙! 쏙!

먹방 여왕이 갯장어 두 마리를 순식간에 소멸시킨다.

팽이버섯과 부추를 넣어 싼 식재료도 먹게 만든다.

봄이가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젓가락을 든다.

근 이틀간 너무 피곤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보양식은 보양식인데 남자한테 참 좋은 보양식이지.'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장어는 물론이고 부추도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맛있어?"

"너무 맛있어요!"

"만족해?"

"그치만, 그치만 제 몸은 탄수화물을 원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 봄이의 원기도 크게 회복시켜 준 모양이다.

평소 지키고 있는 다이어트 공식에도 크게 부합한다.

보글보글!

국물을 덜어내고 밥을 푼다.

날달걀을 넣고 휘휘 저으며 국물을 조리는 과정을 거친다.

신선한 샐러드는 항상 먹고 있고, 장어로 맛있게 배를 채웠다.

한국인의 식사 마무리는 밥.

와구와구!

맛있게 먹는다.

잘게 썬 대파와 참기를 뿌려 마무리한 죽이다.

겨울 장어 특유의 기름기가 녹아 난 육수는 깊은 감칠맛을 선사한다.

어머니들이 어째서 자식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하는지 알 것만 같다.

보기만 해도 흐뭇하지만.

'조금 많이 토실토실해지긴 했어.'

슬슬 쿨타임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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