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화
먹는 순서 다이어트.
식이섬유→단백질→탄수화물 순서를 지키며 먹는 것이 핵심이다.
소화 속도가 느린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킨다.
혈당의 상승 속도도 완만해 살로 붙지 않는다.
효과적인 다이어트다.
음식을 마음껏 먹으며 살도 덜 찔 수 있다.
과학적으로도 검증이 된 방식이지만.
꾸역꾸역!
꾸역꾸역!
양에는 장사가 없기 마련이다.
한창 배고플 때인 봄이의 먹성은 무한대에 가까웠다.
"한 그릇 더 주세요!"
"그래."
"이렇게 맛있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구나."
―되게 잘 먹네
―정환이 한숨 쉬는데?
―한참 잘 먹을 때지……
―너무 잘 먹어ㅋㅋㅋㅋㅋㅋ
봄이와 동거한 지 한 달 남짓.
볼살이 아주 토실토실 올라서 보기 좋다.
'뭐, 싫진 않아.'
아주 복스럽게 잘 먹는다.
봄이한테 나가는 식비는 아깝다고 생각한 적은 추호도 없다.
"봄이 다이어트 좀 해야지."
"후후, 슬슬 각오하고 있었어요."
"알고 먹은 거야?"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고운 거예요~"
ㅋㅋ
하지만 밀당.
오래전부터 만들어온 긴장감이다.
봄이도 하나의 룰처럼 인식하고 있다.
'잔머리가 조금 쓸데없이 굴러가긴 하는데.'
그래도 말은 잘 듣는다.
이 순간을 위해 헨젤과 그레텔처럼 먹이는 걸지도 모른다.
「먹방) 오정환. 봄식당 리턴즈」_ ?26, 973명 시청
오랜만에 시동을 걸 때가 됐다.
반나절가량 흘러 저녁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문이 열렸습니다!>
학원을 갔다 온 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잠깐 안 본 사이에 볼이 홀쭉해져 있다.
"다녀왔습니다……."
"잘 갔다 왔어?"
"후~ 말도 마세요. 오늘도 호락호락한 하루가 아니었어요."
"힘들었나 보네."
"저 배가 쏙 들어간 거예요."
ㅋㅋ
우리 봄이도 괜히 귀여운 게 아니다.
실제로 귀엽게 진화한 동물들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다른 동물들이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종에게도 도움을 받는다.
귀여움을 유발하는 건 생존에 도움이 된다.
─봄이네파파님, 별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우리 봄이 맛있는 것 좀 먹여요
"봄이팬 님 5천 개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 봄이가 먹는 건데 당연히 맛있는 거 먹여야죠."
"저 단풍잎도 100렙 찍었어요. 맛있는 걸 먹을 권리가 있는 거예요!"
―봄버지 든든한 거 봐
―단풍잎 100렙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는 개돼지여도 귀여워^^
―다이어트 안 함?
그러니까 아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다소곳이 앉아 생글생글 웃고 있다.
'어림없는 소리지.'
문명5의 세종대왕급으로 말이다.
한번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내가 재밌어서라도 반드시 한다.
"오빠 저 오는데 엘리베이터에 고소한 냄새가 남아있는 거예요~"
"그래."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탕수육이었어요. 탕수육!"
"그렇구나."
"저 샐러드 먹고 있을게요!"
자신의 희망사항을 전달하고 풀을 우적우적 씹어먹는다.
토끼는 토끼지만 식욕이 매우 왕성한 토끼다.
'귀엽지.'
탕수육은커녕 먹던 풀떼기도 뺏고 싶지만 콘텐츠다.
그 어려운 걸 어찌저찌 해내는 게.
치익!
틱! 틱! 틱! 틲!
봄식당의 취지이기도 하다.
냄비 안의 기름에서 맛있게 튀겨지고 있다.
"오빠 이거 고기가 아닌 것 같아요."
"너는 고기를 먹을 자격이 없어."
"저 단풍잎 100렙인데! 친구 쩔도 해줬는데!!"
―단풍잎부심ㅋㅋㅋㅋㅋㅋㅋ
―100렙은 ㅇㅈ이지
―친구 쩔도 해줌 ㅋㅋ
―4차 찍어와 봄이야
무언가 눈치를 챈 봄이가 튀김옷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고기 대신 산나물과 표고버섯.
소스는 오미자를 베이스로 한다.
온전히 채소만 활용해서 만든 탕수육이다.
'컨셉은 사찰 음식.'
스님들이 먹는 그것이다.
단주육문(斷酒肉文)에 따라 육식을 금하는 채식주의 식단의 표본이다.
"정말 탕수육 같지?"
"정말 탕수육이 더 좋아요."
"샐러드만 배 터지게 먹을래?"
"잘 먹겠습니다!"
ㅋㅋ
물론 어레인지 버전.
우리 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놀리는 게 요지인 콘텐츠다.
젓가락을 부들부들 떨며 입안에 가져다 넣는다.
바삭하게 씹히는 튀김옷과 부드러운 버섯.
그리고 입맛을 돋우는 오미자 소스.
우걱우걱!
우걱우걱!
허겁지겁 해치운다.
엘리베이터에서 상상했을 탕수육과는 다소 다르겠지만 맛 하나는 충분히 견줄 만하다.
─봄이사냥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식당=봄이 놀리는 식당
"맞지."
"봄이사냥개!"
―봄이방 네임드?
―유튜브 편집자네
―정환이 음식 은근히 잘 만들어……
―봄식당은 이 맛이지!
투덜투덜하면서도 잘 먹고 있는 봄이가 증거다.
어느새 가짜 탕수육을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사실 가짜 같은 진짜를 만드는 게 더 어렵지.'
탕수육은 그냥 배민에서 시키면 되는데.
재료도 준비하고, 레시피도 실험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간다.
"다음 메뉴는 맛있는."
"고기 구워 먹는 거예요!"
"더덕 구이."
"꾸웨엑……."
그렇기에 더 보람이 있다.
봄이의 원망을 한 몸에 받는 것은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는다.
'매 순간 재밌지. 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고.'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방송은 물론이고 특히 유튜브.
봄식당은 시즌1부터 순서대로 올려졌고, 가장 많은 누적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그만큼 팬도 많다.
지금까지는 봄이의 학업으로 인해 진행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충분히 차기 시즌을 찍어볼 만하다.
지글지글!
후라이팬 위에서 더덕 무침이 구워져 간다.
살짝 탈 정도로, 수분기가 날아가게 김치처럼 굽는 게 포인트.
하얀 쌀밥에 얹어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화난 봄이가 공기밥 반 그릇을 뚝딱 하고 비운다.
* * *
먹방.
파프리카TV 초창기 시절부터 있어 왔으며, 2012년 이후 대중들에게도 서서히 알려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스킬 좀 대충 쓰지 마요 씨지브이맥스!!!>
<아~ 이러면 티바나의 먹방 타임이 시작되겠는데요~?!>
―이걸 스킬을 대충 써버리네
―그 귀신이 또……
―씨지맥은 잘한 거 같은뎈ㅋㅋㅋㅋㅋㅋㅋ
―그저 ^무^
방송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가 되었다.
2014 LCK 스프링 시즌의 예선전.
공영 방송에 비하면 자유롭지만, 대다수의 시청자가 알 만한 용어를 사용하기 마련이다.
그 기준에 부합한다.
성승연 캐스터의 익살스러운 입담대로 티바나가 전장을 지배하고 있다.
게임의 전황이 쉽지 않다.
"애들아 왜 그래? 벌써 지면 어떡해!"
"죄송해요, 형……."
"저희도 잘하고 싶었는데."
"힘내서 준우승해야지."
"아 뭐예요~"
"무슨 우승도 아니고 준우승이야 크크."
""하하하하!""
씨지맥이 이끄는 리블즈 아나키.
첫 세트를 지고 피드백을 가진다.
아마추어인 다른 팀원들과 달리 경력도 있고, 나이도 있는 씨지맥은 팀의 중심이다.
재치 넘치는 농담으로 팀원들의 긴장을 풀어준다.
2세트에서 반전을 거두며 예선전을 사뿐하게 통과한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무승귀신 징크스 탈출했네
─결국 씨지맥이 옳았다
─할 말을 안 하는 씨지맥ㅋㅋㅋㅋㅋㅋ +1
─리블즈 아나키 인터뷰 요약. txt [50] +79
.
.
.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된다.
그도 그럴 게 인기BJ인 씨지맥이 아마추어들을 모아 다시 LCK에 도전하고 있다.
─씨지맥 인터뷰 요약. txt
Q: 1세트를 졌다. 첫 대회 경기인 걸로 아는데 멘탈적으로 흔들리지 않았나?
A: 머호형(씨지맥)이 멘탈을 잡아줬다
Q: 평소에도 씨지맥의 역할이 큰가?
A: 항상 믿고 의지하는 형
"어른이 된 씨지맥"
└올 좀 변했나?
└아 어른이 된 씨지맥은 무적이지 ㅋㅋ
└하긴 이제 곧 30인데
└제발 어른이 되세요……!!
기껏해야 예선전.
올라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지만, 롤팬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많은 팬들이 그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 난리통에 자연스럽게 섞여든다.
─근데 먹방이 뭐임?
성캐가 뭐라고 말했었는데
└먹는 방송
글쓴이― 장난하지 말고 진짜
└티바나가 물어뜯으면 애들 다 뒤지니까 그걸 먹는 걸로 비유한 거라고 ㅄ아└틀
먹방은 하나의 고유명사화가 되었다.
그 쓰임새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이제는 거의 없다.
「여울좌」
1일 전。
#봄식당#컴백
[봄튜브 새 영상 캡처. jpg]
시즌4 시작합니다!
「대화가필요해」
1일 전。
#봄식당#다이어트#완벽
[동공지진 봄이. jpg]
봄이 표정만 봐도 꿀잼 예약이네요ㅎㅎ
「입시깡패」
1일 전。
#봄식당#시즌4#사찰 음식
[사찰 음식 먹는 봄이. jpg]
사찰 음식은 생각도 못 했넼ㅋㅋㅋㅋㅋㅋㅋㅋ
.
.
.
그리고 SNS.
커뮤니티에 비해 화제의 집중성은 낮다.
하지만 접근성과 지속성이란 측면에서 두고두고 효자 노릇을 한다.
일반 시청자층에도 널리 퍼진다.
먹방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봄식당의 새 시즌이 시작되었다.
『봄TV』 구독자 9.1만 명
「봄식당 시즌4 1화 절간에 들어간 봄이」 ― 조회수 20만회 · 1일 전
기존 시청자층은 물론, 먹방을 알게 된 유입 시청자들까지 북적인다.
그야말로 유튜브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먹방을 유튜브에서 한다고?'
'오~ 생각보다 인기가 많나 보네.'
'유튜브가 돈이 꽤 된다고 하던데…….'
이는 다른 BJ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한 BJ의 발언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할 말이 있음.》
빅도서관.
방송 경력이 굉장히 오래된 유명BJ다.
주력 콘텐츠는 종합게임방송이며, 그는 자신이 방송한 영상을 유튜브에 꾸준하게 올렸다.
─tvN 나온 빅도서관 유튜브 관련 발언. txt
1. 한 달 수입 1300만 원 나옴
2. 시청자가 광고 보면 광고 수익 떼주는 시스템
3. 수익이 너무 많아져서 회사 그만두고 방송 올인 중
유튜브가 은근히 돈 된다는 듯
└은근히가 아닌데?
└1300만 ㅅㅂ
└응 BJ들 입벌구 하루 이틀임? ㅋㅋ
└조회수만 많아도 돈이 된다니……
그것이 돈이 된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BJ가 직업으로 받아들여진 지도 얼마 안 됐거니와, 전업을 할 수 있는 건 정말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수익 구조가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별풍선은 분명 큰돈이 되지만, 일부 큰손들에게 의존해야 한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솔직하게 말해서 돈이 되지 않는다.
'나도 빅도서관처럼 한번 해봐?'
'큰손 비위 맞추기 너무 싫어!'
'조회수만 올리면 돈이 되는 구조라고 하니까…….'
BJ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스트레스다.
방송만 잘하는 것도 힘든데, 열혈들까지 달래줘야 한다니?
열혈들이 이해해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때문에 유튜브는 매력적이다.
차후 엄청난 레드 오션이 될 만도 하다.
그 방아쇠가 당겨지는 시발점이 보다 앞당겨지게 되었다.
─빅도서관이 1300만원 버는 거면
[BJ하와와 유튜브 캡처. jpg]
얘는 대체 얼마나 버는 거임?
└하루 조회수가 20만이 넘어가네
└진짜 한 몇천 버는 거 아니냐? ㅋㅋ
└얘는 영상 수가 적잖아
└조회수 1당 1원만 쳐도 ㅗㅜㅑ
어떻게 해야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
따라할 모델이 있고 없고는 천지 차이다.
수많은 먹방BJ들이 제2의 하와와를 목표로 한다.
─고기좋아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고기맨도 유튜브 해?
"네, 형님 유튜브 개설했습니다! 한 번씩 오셔서 구독이랑 좋아요 눌러주세요~!"
―유튜브가 뭐야
―거기 화질 좋던데 개꿀!
―녹방 보기 편해지겠네
―공짜니까 한 번씩 해주자 ㄱㄱ
유튜브에도 먹방 파동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