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화
'펑이요?'
안 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이름이다.
그 세 글자를 굳이 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
〔길드 채팅〕
i즐꺼려i : 요즘 유명하더라고
언덕위의달 : 그런 착한 아이 새끼가 왜?
i즐꺼려i : 시청자가 급식이잖아
언덕위의달 : ㅇㅎ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단풍잎 사태 이후 고레벨 유저들의 일부는 게임에 복귀했다.
'어이가 없네.'
기껏해야 1~2년.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다.
다시 돌아온 단풍잎은 기억 속 모습과 사뭇 달라져 있었다.
〔일반 채팅〕
ol젠널잊을zH : 펑이요가 짱짱맨인 거임!
S2프리스트S2 : 펑이요 매드무비 보고 옴?
BJ들의 영향력이 엄청나졌다.
그런 낌새가 있기는 했지만,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 거의 네임드 수준이 되었다.
본래 자신들의 자리에 말이다.
'대체 왜?'
딱히 반감을 가진 건 아니다.
순수하게 의문일 뿐이다.
그런 덜떨어진 녀석을 선망할 이유가 있나?
언덕위의달 : 왜 그런 거예요?
ol젠널잊을zH : 응 니애미~
S2프리스트S2 : 꼰대가 뭐래 ㅋㅋ
'팬심'이라는 순수한 호의는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다.
누구도 설명해주기는커녕 욕지거리만 내뱉는다.
'그러니까 왜?'
학생들의 사소한 반항기.
그런 걸로 화를 낼 나이는 진작에 지났다.
2003년에 출시된 단풍잎을 5년만 해도 20대 중반이 꺾인다.
―안녕하세요. 스카니아에서 200 보마를 키우고 있는 유저입니다 만렙을 달성한 지는 3년 정도 지났고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1~2년 휴식을 가졌습니다
오랜만에 게임을 하려니 펑이요? 라는 분이 유명하던데요이분이 어째서 유명하고 인기가 있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틀
└서론 긴 거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니애미~
└감히 우리 펑이요 평가질 하지 마라 ㅇㅇ;
그럼에도 사람이다.
하하호호 웃으며 들어주는 것도 정도가 있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느끼는 건.
'진짜 병신 새끼들인가?'
BJ 본인도 팬들도 정상은 아니다.
인터넷 문화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자기 딴에는 이성적으로 접근했지만 대화가 안 통한다.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니 심연도 이쪽을 보게 된다.
타닥, 탁!
논리적인 대화가 안 통한다?
개뼈다귀 같은 새끼 때문에 자신들의 단풍잎이 욕먹고 있는 것도 억울한 마당에 잘 걸렸다.
'그럼 나도 논리 배제하고 때리면 되지.'
급식들 입장에서는 틀딱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야 한다.
니들이 커서 된 게 나다.
왕년에 한 지랄 해본 몸이다.
어떻게 해야 상대가 짜증 나는지.
dd천재박사zz : 응 니애미~
Zl존표도 : 혜지야 사랑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스카니아의 질서를 유지했다는 건, 질서를 깨뜨리는 방법도 매우 빠삭하다는 의미다.
<이 X새끼들 어디서 또 바퀴벌레처럼 튀어나온 거야! 제발 사냥 좀 하자 사냥!>
화면 속 BJ가 매우 화를 낸다.
뭔가 미안하면서도 묘한 쾌감이 안에서 꿈틀거린다.
'이 맛에 방송을 보는구나?'
BJ의 반응이 너무 재밌다.
놀리는 맛이 이렇게 찰질 수가 없다.
하일펑이요 : 감히 우리 펑이를 건드려?
펑천지 : 진짜 뒤지려고 ㅡㅡ
펑이건듦죽어 : 너희 앞으로 커닝시티에서 사냥도 못 하고 싶지?
펑이요의 팬들 또한.
숱하게 겪었다.
말빨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지만.
dd천재박사zz : 응 니애미 빅맘~
Zl존표도 : 혜지야 사랑하는 거 알지? ㅋㅋ
마법의 단어를 지껄여주기만 하면 된다.
대화고 나발이고 먼저 말하는 쪽이 필승.
'존나 찰진데 니애미?'
물론 고소의 위험이 있다.
잘못 입에 담았다가 후회하는 학생들이 매우 많다고 한다.
<나 진담이야? 방송 끝나고 바로 변호사 찾아간다. 무조건 고소 때릴 거야!>
자신이 바로 그 변호사다.
법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마음만 먹으면 농락할 수도 있다.
'제발 우리 사무실 와라. 크킄.'
너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너의 어머니가 빅맘이라는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고소 사유가 될 수 없다.
그 이전에 특정성도 성립되지 않는다.
자신이 누구한테 말한지는 판사님도 알 수가 없다.
"여보 밥 먹어~"
"알았어 혜지야 금방 갈게!"
몇몇 친한 친구들과 쳐본 장난.
그것이 매우 재밌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길드 채팅〕
언덕위의달 : ㄹㅇ 핵꿀잼
i즐꺼려i : 이거 못 막습니다
나는무적 : 올~
뼈다귀s : 재밌긴 하겠는데……
지인들과 공유한다.
펑이요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뼈다귀s : 제정신이야, 단장?
뼈다귀s : 거기에 손을 댔다간 스카니아의 힘깨나 쓰는 녀석들을 전부 적으로 돌리게 된다구!!
언덕위의달 : 무서운가?
과거에는 이런 짓이 안 됐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즉시 진상 조사에 착수한다.
스카니아를 싸그리 뒤져서 스틸범의 본캐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게 가능해?
단풍잎스토리 시스템 때문이다.
게임의 특성상 친목질이 전제가 되고, 거의 모든 유저들이 건너건너 얽혀있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Six Degrees of Separation)』
스카니아 서버는 더욱 좁다.
부캐로 하면 숨길 수 있지 않을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결과가 증명한다.
차후 시점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카르텔이 성립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당연히 따른다.
거의 절대 수준으로 숨길 수 없다.
기적적으로 숨긴다?
혹시 모를 불안감에 캐릭터를 키우지 못한다
들키는 순간 척살 리스트에 올라가며 레이드와 파티 사냥 등에서 배제되기 때문인데.
뼈다귀s : 신나……! 명령만 내려줘, 단장!! 지금, 당장!!
언덕위의달 : 내가 허락하지. 죽여!
뼈다귀s : 우어어어어어어어어!!!
그럴 걱정이 없다.
지들 스스로 무너뜨렸다.
그러한 무질서를 역으로 이용해준다.
<아니, 이 새끼들 본캐도 스틸한다고?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데?>
?아이디 기억해
?진짜 미친놈들이네
?내가 복수해 줄게 펑이형!
?펑이단 출동이다~
펑이요의 본캐까지 건든다.
명색이 랭커인데 그 정도 레벨이 되는 캐릭터는 몇 개나 있기 마련이다.
죄책감도 있을래야 있을 리 없다.
펑이요를 팰 만한 이유와 근거는 리포트 단위로 제출할 수 있다.
채팅창에서 다소 욕을 먹고 있지만 상관없다.
모두를 위해, 단풍잎을 위해 다크나이트를 자처한다.
'…….'
펑이요로서는 얼척이 없다.
자신이 어째서 이토록 심한 짓을 당하는지.
원인 자체를 모른다.
zZ간지썬콜Zz : ㅋㅋㅋㅋㅋㅋㅋㅋ
Zz번개신zZ : 펑이요다! 펑이요! 스틸하자!
가해자는 기억하지 않는 법이다.
펑이요의 생각과 상관없이 사태는 점점 커져만 간다.
깨진 유리창 이론.
어? 펑이요 괴롭히면 꿀잼이네?
스틸을 하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다.
'왜 나한테만,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건데…….'
SOS를 때려야만 했다.
* * *
인과응보.
굉장히 당연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정작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하면 손바닥을 뒤집게 된다.
'자기가 똥을 싸놓고 억울하다 하면 어떡해.'
롤에서도 파밍만 해놓고 왜 난 팀운이 안 좋냐!
그것이 업보라는 사실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마찬가지의 이야기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바깥에서도 샜다.
무슨 게임을 하든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건.
"제 지인 중에 곧 서른인데 애새끼스러운 사람이 있어요."
<난 그렇게 안 살지!>
"내가 보기에는 님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애."
<…….>
?그 귀신?
?애새끼맥이 또
?요즘 씨지맥 어른스럽다고 소문남!
?씨지맥에 펑이요 비비지 마라
그냥 본인이 병신이기 때문이다.
틀린 사실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진 빼지 말라는 소리다.
'인정하면 편해.'
안 선생님의 명대사처럼 말이다.
어쩌면 그의 인생에 있어 새로운 첫 단추가 될지 모른다.
"님은 님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거예요."
<내 생각엔 다르다니까?>
"그게 됐으면 니가 브실골이 아니라 챌린저에 있겠지 이 X새끼야!"
<…….>
단풍잎에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
4캐리가 1구멍 못 막는다는 말은 대전 게임 유저라면 무조건 공감한다.
'띵언이지.'
펑이요가 계속 트롤링을 하면 곤란하다.
깨진 대가리를 봉합해주는 편이 그의 인생에도, 단풍잎에도 유익할 것이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번 관찰해준다.
협곡에 똥을 얼마나 질질 흘리고 다니는지.
<아 봐봐! 탑 새끼 호응 절대 안 해. 그 와중에 미드 쳐죽고 있고! 이래도 팀운이 아니야?>
?와
?펑이요 1승 직전 ㄷㄷ
?심하긴 한데?
?하필 이런 판이 나오네
본인은 잘 모를 수 있다.
기저귀라도 차고 다니면 축축함을 느낄 텐데.
'세상에 우연은 없다니까.'
단기적으로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필연이다.
팀운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놓고 봐야 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이렇듯 말이다.
탑 라인.
솔로킬을 당해 죽었다.
한 번 죽어버린 미드도 밀리고 있다.
그제야 부랴부랴 갱킹을 간다.
작골을 먹고 미니맵을 살피더니 바텀으로 걸음을 옮긴다.
휘익!
펑이요의 앨리스가 고치를 한 번 던져본다.
당연하게도 맞을 리가 없고, 운 좋게 맞는다 하더라도.
이쿠!
이쿠!
약속이나 한 듯 튀어나온 리심이 죽탱이를 걷어찬다.
적 브라운이 바로 붙으며 방패를 날리자.
―적에게 당했습니다!
줄타기를 해봤자 생명 연장의 꿈에 불과하다.
첫 번째 갱킹이 유효타는커녕 갱승이 나버리고 만다.
<아니, 이 새끼들. 바텀 새끼들! 호응 안 해? 팀운 진짜 개족 박은 거봐…….>
?거기서 리심이 나왘ㅋㅋㅋㅋㅋㅋ
?살려줄 생각도 안 하네
?팀 노답이긴 하다
?정환이 1패각
탑이 망했다.
미드가 밀린다.
바텀도 사이즈가 딱히 나오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죽기까지 했으니.'
상대가 던져주지 않는 이상 게임을 이기는 게 쉽지 않다.
사실상 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10:05] 펑이요 (앨리스): 아니 정상인이 단 한 마리가 없네 ㅋㅋ
[10:07] 우주최강원딜 (배인): ?
[10:08] 우주최강원딜 (배인): 본인 소개하나
[10:12] 펑이요 (앨리스): 너 말이야 너 이 배인충 새끼야 #^##%@[email protected]
[10:15] 부캐예요 (티바나): ㅈㄱㅊㅇ
멘탈까지 좋지 않다면 더더욱.
자신의 분을 참지 못하고 결국 팀원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진다.
일반 티어에서는 굉장히 흔하다.
롤을 하다 보면 싸울 수도 있고, 격한 언쟁이 오갈 때도 있지만.
―너가반짝이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찐텐으로 화내네ㅋㅋㅋㅋㅋ
"그럴 수 있죠. 롤인데."
?진짜 롤붕이네
?쟤 정환이 까먹은 거 아님?
?저건 컨셉이 아니다
?팀운도 나쁘고, 실력도 나쁘고, 인성도……
BJ가 그러는 것은 조금 다른 일이다.
종이 한 장 차이로 호감이 될 수도 있고, 비호감으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
'잘하고 남탓하면 공감이라도 되는데, 못하고 남탓하면 추하잖아.'
어떻게 고치면 좋겠지만, 그걸 고칠 수 있으면 LoL이 인성 게임으로 불리지도 않을 것이다.
때문에 고쳐야 할 건 관점.
<맞잖아.>
"뭐가요?"
<팀운 개족 박은 거 인정하냐고!!>
"팀원들의 생각도 봐야죠."
얼핏 그렇게도 보인다.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다.
"한 번 리플레이를 보죠. 님의 생각이 맞는지, 팀원들의 생각이 맞는지."
<콜! 내 말이 맞으면?>
"앞으로 땡깡 부릴 때 죽탱이 꽂을게요."
<내 말이 맞으면인데……?>
?부검 ㄱㄱ
?그러니까 맞는다고
?역배 뭔데
?이게 팀운이 좋다고??
인플루언서로서의 기본기를 때려 박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