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22화 (522/846)

522화

첫 단추.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다.

사각! 사각!

리플레이 화면.

앨리스가 레드 버프를 먹는다.

아군 바텀 듀오의 리쉬를 받고 말이다.

"보시면 님이 정버프 시작을 했잖아요?"

<정버프가 뭔데?>

"탑이 초반 호응이 안 되는 상성이고, 미드는 밀고 있고, 바텀은 갱각이 나올 만하거든요? 역버프 했으면 최소한 손해는 안 봤을 구도예요."

<정버프가 뭐냐고오!!!!!>

정글러는 솔로랭크 팀운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정글러면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되는 건데.'

고통받는 팀원들을 위해서라도 해야 한다.

라이너마다 원하는 구도라는 게 존재한다.

―물타기하지마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브실골이 배우기엔 너무 어려운 개념 아님?

<아니, 나 플래티넘 실력이라고 최소!>

"그렇다고 하네요."

?브실골특

?아무튼 브실골 아님 ㅋㅋ

?자존심 보소

?플래티넘도 높은 티어는 아닌데……

물론 이걸 하라는 건 아니다.

각 라인별 구도와 실력 변수, 인베 단계에서의 배치를 바탕으로 초반 그림을 그려내는 것.

'다1 애들도 못하는데 펑이요가 어떻게 해.'

알면 알수록 어렵다.

그마 이상으로 가면 서로 이걸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게임을 하기 때문에 거기서 또 심리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03:10] 펑이요 (앨리스)님이 갱승감사 (네네톤)을 지목!

[03:10] 펑이요 (앨리스)님이 갱승감사 (네네톤)을 지목!

[03:10] 펑이요 (앨리스)님이 갱승감사 (네네톤)을 지목!

그런 걸 생각할 티어가 아니다.

정글링을 꺼억~ 한 후, 심심하니까 당겨져 있는 탑라인 갱킹을 가본다.

"보시면 님이 핑을 존나 찍으니까 티바나가 무리해서 호응하잖아요. 근데 네네톤은 EE 하면 깔끔하게 빠지는 거고."

<아니, 뭐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네요.>

?탑갱 좀 에바 참치였음

?쿨찐 보소

?노잼톤 또바나 토 나오네

?점멸 쓰면 잡을 만하지 않았나?

초반 호응 안되는 건 상수로 깔고 간다.

만에 하나 잡아도 그건 운이 좋은 거지, 실력이 좋은 게 아니다.

'그렇게 소중한 턴을 탑에 낭비하니까.'

미드는 갱킹을 당한다.

바텀은 주도권을 잡았지만 실질적인 이득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탑, 미드, 바텀 입장에서는 각자 할 말이 있다.

그에 반해 펑이요가 할 수 있는 건.

<펑이, 펑이!>

땡깡을 부리는 것뿐이다.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아닌 게 맞는 게 되지는 않다.

'롤은 팀운족망겜 맞지.'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폼 잡으려고 하는 헛소리다.

롤은 팀운 게임이고, 초절정 고수도 팀운 때문에 질 수가 있다.

"갱승도 우연이 아니에요."

<뭐?>

"상대 입장에서 봐보세요. 탑&미드가 흥했음. 바텀만 풀면 됨. 정글몹도 아래에만 있는데 바텀 시팅해주는 건 너무 당연한 거잖아요."

<내 생각에도 그렇네요.>

?갑자기?

?할 말이 없음ㅋㅋㅋㅋㅋㅋㅋ

?깨달은 펑이요

?불심으로 대동단결!

하지만 이런 말이 있다.

승패는 운이라도 티어는 실력이라고.

'팀운의 60%까지는 만들 수 있어.'

역버프를 한다.

미드&바텀 갱킹각을 본다.

하다못해 적 블루 정글이라도 털어먹는다.

"이걸 했는데 탑이 솔킬을 따였어, 미드가 갱각을 계속 줘, 바텀이 호응을 안 해줘. 이런 걸 팀운이라고 하는 거예요."

<허.>

"대가리가 장식으로 달린 게 아닌데 생각을 하셔야죠."

<내가 좀 잘생기긴 했죠.>

나머지 40%를 보고 팀운이 있고 없고를 따지는 거지.

기본적인 60%를 못 만드는 사람이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

"제가 이걸 지적하는 이유는 딱히 가르치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솔직히 초등학생한테 미적분 가르치는 꼴인데."

<내가 좀 젊게 보이긴 하지.>

???

?둘이 대화하는 거 맞음?

?초딩 취급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급식킹 펑이요!

가르치다가는 내가 암 걸려 뒤질지도 모른다.

차라리 서당개가 풍월을 읊게 하는 게 빠르지.

'단풍잎이나 롤이나 결국 마찬가지라는 거야.'

관점의 차이.

본인이 생각하기에 손발이 부들부들 떨려도, 사실은 이유가 있었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너무 자기 위주로만 보니까 생기는 문제다.

급식팬들의 응원에 용기를 얻었을 수 있지만 급식팬은 어디까지나 급식팬이다.

목소리만 크다.

데시벨이 고막을 찢어버린다.

그 높은 소음 탓에 부각이 되지 않을 뿐이다.

"님이 스틸을 당하는 것도 사실은 님의 업보일 수도 있어요."

<…….>

"님이 과거에 지은 잘못이 몇 개쯤 떠오르지 않으세요?"

<나 나갈 거야!>

칼을 가는 사람은 조용히 간다.

복수를 한다고 떠들고 다니지 않는다.

인터넷상의 원한이라 해봤자 해코지 정도인데.

'스틸 한 번 하면 확 풀리지.'

리액션도 좋아.

감정도 막 드러내.

내가 당사자라 생각해도 속이 통쾌할 것 같다.

그런 맛집에는 사람이 더 몰리기 마련이다

펑이요가 스틸러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이유.

―사랑을원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펑이 진짜 삐진 거 같은데ㅋㅋㅋ

"제가 스카니아 올드 유저잖아요. 그러다 보니 주워듣는 이야기가 있어서 잘 타이르고 싶었는데 잘 안됐네요."

?뭐 있음?

?또 뒷담 까였나 보네

?아니 혼자 아냐곸ㅋㅋㅋㅋㅋㅋ

?하긴 펑이요만 스틸 당하는 거 보면……

2019년까지 줄기차게 스틸을 당할지.

그것은 오롯이 본인의 노력에 달려있을 것이다.

'뭐, 알아서 잘하겠지.'

내가 줄 수 있는 건 계기 정도다.

* * *

BJ라는 직업.

―아름다운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요즘 롤 일타강사 씨지맥임 ㄹㅇ

"그 무승귀신? 하긴……, 이름은 꽤 들어봤지."

?으악 무승귀신이다!!

?요즘 LCK 뜀

?연습 때문에 바쁘지 않을까? ㅋㅋ

?어차피 우승은 절대 못 할 텐데 빨리 영입하자!

편향적이게 되기 쉽다.

펑이요는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채팅들을 보며 분을 삭인다.

'롤 좀 가르쳐 달라니까 꼰대질이야.'

자존심을 굽히고 오정환에게 부탁했다.

그런데 인성이 어쩌니 니 잘못이니 어쩌니.

타닥, 탁!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안 그래도 고집이 센 성격이거니와 시청자들까지 편들어준다.

"안녕하세요 씨지맥님!"

<예, 안녕하세요.>

"시청자들이 명강사라고 하도 추천을 해가지고."

<제대로 알아보고 오셨네요 흐흐.>

사람인 이상 달콤한 말에 넘어가기 쉽다.

그것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이라면 더더욱.

딩동댕동~♬

오정환은 필요 없다.

씨지맥이면 충분하다.

그를 직접 초빙해 강의를 받는다.

"선물입니다."

"선물이요? 오정환 그 새끼는 이런 거 주지도 않던데~~! 근데 뭐예요?"

"폭탄 목걸이라고 차고 계시면 돼요."

"아 예쁘네. 딱 내 타입이야!"

?오

?깍듯하네

?진짜 오정환 싸가지 없음ㅋㅋㅋㅋㅋㅋ

?인성 합격!

만나보니 사람도 시원시원하고 괜찮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했는데.

"할 말이 있음."

"네?"

"패배했을 때의 상실감. 가능성을 보고 갔던 상황에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 졌을 때의 충격을 느껴보라는 거예요."

"잠깐 의자 좀 그만 흔들어!"

강의는 생각 이상으로 고단했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4D 효과도 추가됐고, 무엇보다 답답한 건.

'이 새끼 사람 말을 안 들어 사람 말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벽 보고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자꾸 자신의 입장만 강요하고 있다.

―나의집으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롤 하는 새끼들은 왜 다 저래?

"몰라 X발……."

?정상인이 없네

?롤=질병겜

?씨지맥도 아니다

?단풍잎은 면제라도 되는데 롤은 질병만 얻음 ㅋㅋ

얼마나 무례한 행동인지.

설명을 해도 본인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

거울 치료를 제대로 당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시청자들 말만 믿고 무대포로 밀고 나갔다.

주위에서 항의가 들어와도 나 몰라라.

dd천재박사zz : 니애미ㅋㅋ

Zl존표도 : 혜지야 너무 사랑해!

어쩌면 자신의 잘못도 있을지 모른다.

멘탈 회복 겸 단풍잎을 켜니 또다시 스틸러들이 득실댄다.

―펑이급식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형도 쌍욕 박자! BJ라고 손해 보고 사네

"음……."

?ㄹㅇ

?BJ는 왜 참아야 함?

?저 새끼 애미도 죽여주자!

?급식 개꿀맛~

씨지맥을 겪고 나니 다른 생각이 사무친다.

어쩌면 저들도 자신한테 화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시청자들한테 휘둘려서 쌍욕 박고 그러면 안 되지.'

지금까지는 북풍과 태양의 북풍처럼 힘으로 저들을 밀어내려고 했다.

자신의 권위를 자랑하며 말이다.

오정환의 말이 맞았다.

상대방의 생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담아 태양이 되어본다.

펑이요부캐 : 안녕하세요 파프리카TV BJ펑이요입니다

Zl존표도 : ?

dd천재박사zz : 응 니애미~

마음 같아서는 X발 그럴 일이 있냐!

쌍욕부터 박고 싶지만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다.

펑이요부캐 : 제가 여러분께 폐를 끼친 부분이 있다면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펑이요부캐 : 앞으로는 조심하겠으니 모쪼록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신이 했던 게임처럼 말이다.

알고 보면 저 트롤러들도 각자의 사정이 있을 수 있다.

dd천재박사zz : 그래, 지켜보고 있겠어

Zl존표도 : ㅇㅇ 다시 올게

설마 하는 마음으로 해본 사과.

너무 시원스레 먹히자 오히려 벙찐다.

욕을 하고, 사람을 부르고, 무슨 짓을 해도 안 됐는데?

'정말로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나…….'

펑이요의 IQ가 5 올라간다

* * *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내가 너무 물러 터진 걸 수도 있는데.'

BJ가 방송을 주도해 나가는 것 같아도, 사실은 시청자에게 끌려 다니는 경우도 허다하다.

급식팬이 많은 BJ는 특히 그렇다.

뭐지?

왜 유치한 행동만 골라서 하는 거지?

팬들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에 방송 분위기가 그렇게 조성된다.

년 단위로 지속되면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것이 면죄부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사정을 알다 보니 정상 참작을 해준다.

"봄이야."

"저 진짜 많이 먹을 거예요. 오빠가 먹어도 된댔어요!"

?다이어트 했으니 ㅇㅈ이지

?배 터지게 먹겠네

?오늘 건들지 마라^^

?볼따구 터지겠다……

ㅋㅋ

물론 봄이는 원래 그랬다.

1주일에 딱 하루만 허락되는 폭식에 정신 못 차리고 먹어 댄다.

'얘가 좀 미련할 정도로 먹긴 하지.'

한 상 차려주니 볼따구가 터져라 밀어 넣는다.

씹기와 삼키기를 동시에 행하며 식탁을 청소한다.

〔봄이사냥개〕

「오늘 유튜브각 많이 나올 것 같네요!」

「요즘 시청자들이 그냥 먹는 것도 좋아해서 ㅎㅎ」

방송적인 이유가 있기도 하다.

봄이를 놀리는 다이어트 먹방도 인기가 있지만, 그냥 복스럽게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

먹방을 주제로 한 봄이의 유튜브는 순풍을 달고 성장 중이다.

「근데 한 가지 상담드릴 게……」

?개인적인 거야?

「아뇨」

「경쟁 유튜브?」

「그렇게 말하긴 뭣하긴 하지만 신경 쓰이는 채널이 있어서」

먹방의 흥행.

그 낙수는 봄이만을 위한 것일 리 없다.

그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오히려 성장의 발판으로 쓰고 있다.

치고 나가는 BJ도 있을 것이다.

선의의 경쟁이라면 환영하는 바다.

딱히 견제 같은 치졸한 행위를 할 생각은 없는데.

「예쁜 여성 유튜버인데」

「많이 먹는 먹방으로 컨셉을 잡았더라고요」

?근데?

「아무리 봐도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제가 직접 편집을 해서 알지만 배가 찰수록 신진대사에 변화가 생기는 게 당연하거든요.」

용납되지 않는 실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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