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24화 (524/846)

524화

오정환과의 통화.

짧은 시간이었지만 얻은 것은 무척 많았다.

'와 잘나가는 BJ는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사고의 대처법.

구체적인 해답까지는 설마 했다.

그도 그럴 게 남 일이고, 뚝딱 튀어나올 리도 없는데.

<사정은 알겠어요. 예린 씨는 오해를 받는 게 싫은 거잖아요?>

"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고요. 제가 보기에는 Q&A 느낌으로 가볍게 짚고 넘어가면 될 것 같거든요?>

"아~ 그런 방법이!"

그게 가능했다.

어째서 대기업BJ인지.

대처법 하나로도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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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린 Eat with Yerin · 1시간 전

안녕하세요 문예린입니다^^

구독자 1만 기념으로 Q&A 시간 가져보려고 해요~

많이 나오는 질문 위주로 준비해봤습니다.

Q. 어떻게 저렇게 많이 먹고 몸매를 유지해요?

A. 제가 삼시세끼를 다 먹는 게 아니에요~ 점심이나 저녁 딱 한 끼만 그렇게 먹고, 나머지는 샐러드나 칼로리바란스로 때웁니다 ㅠㅠ Q. 운동도 하시나요?

A. 하루라도 운동을 안 하면 돼지가 될 수 있어서 꾸준하게 하고 있습니다!

Q. 먹은 음식은 전부 소화시키는 거죠?

A. 당연하죠~ 일부 우려하는 댓글들을 저도 봤지만 건강에 몹시 안 좋은 행위라고 생각해요.

한국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해명이라고 하면 심각한 분위기지만, Q&A라고 하니 자연스러운 소통이 된다.

일반 시청자들 중에도 궁금한 사람이 있을 테니 말이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간다.

―문예린 먹토한다는 애들이 웃긴 게ㅋㅋ

[문예린 먹방 캡처. jpg]

최소 5인분 많이 잡으면 10인분 가까운 음식들을 토해낸다?

1주일만 해도 역류성 식도염으로 죽음 ㅇㄱㄹㅇ

└진짜네

└저 정도면 토하다가 변기 막힐 듯 ㅋㅋ

└그냥 예쁘니까 여적여 하는 거지

└푸파 선수들 깡 마른 거 보면 놀라서 뒤집어지겠네?

여론은 순식간에 반전된다.

자신의 채널을 보는 사람은 수천 명이 넘고, 그중 몇 명만 정보를 전파해도 순식간이다.

'정말이네?'

오정환이 말했던 그대로다.

심각했던 고민이 허무하리만큼 쉽게 해결됐다.

현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우우~♪

합방도 말이다.

예린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틴트를 짙게 바른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굉장히 미스매치일 수 있다.

먹방을 하는데 틴트를 바르다니?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소량이지만 섭취한다.

'그래야 색기 어필이 되는데.'

당연하게도 몸에 좋을 리가 없고, 입을 큼지막하게 벌리는 먹방 스타일상 더더욱 거슬린다.

남성 시청자들이 환장하기 때문이다.

오정환도 남자.

자신에게 합방을 제안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정말 자신에게 사심이 있다든가.

'유명하고, 돈도 잘 벌고, 배려심도 깊고. 괜찮지.'

예린은 남자한테 썩 흥미가 없다.

대학교 남자들이라고 해봤자 하고 싶어 발정 난 원숭이들이다.

자신의 수준에 도저히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이 먹은 아재들과 사귀는 것은 사양이다.

오정환은 나이도 비슷하고 이미 성공까지 거뒀다.

무엇보다 자신의 방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볼까?'

한껏 차려 입은 예린은 부푼 기대를 안고 오정환의 집으로 향한다.

* * *

개인 방송.

특히 보라판이 살얼음이라는 건 정말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공감할 수 없다.

'사람 X되게 만들려는 싸이코들이 한가득이거든.'

생방송이다.

그리고 합방을 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 보면 의도치 않게 사건이 생길 때가 있다.

의도한 경우에는 얼마나 잘 생길까?

방송 초기에는 나도 복마전이라는 각오를 가지고 임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습니다. 만나자마자 진도가 좀 빨라서 죄송한데."

"진도요? 하하."

물론 그러한 악습을 남기고 싶지 않다.

내가 중심이 된 보라판에서는 근절시킬 생각이긴 하지만.

"네, 말씀드린 대로 안쪽으로 오시면 바로 방송 진행이 될 텐데, 혹시 궁금하신 부분이나 아직 준비가 미흡하신 부분 있으신가요?"

"저 오면서 택시에서 방송 보면서 와서 괜찮아요!"

반대로 작정만 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의 유튜버와 대면하게 되었다.

'실물은 나쁘지 않네.'

여캠을 공격하는 것.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실물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일전에 리아도 당했던 그것 말이다.

먹방 유튜버이기 때문에 실물에 크게 구애되지 않는다.

그녀 본인도 자신이 있는 듯 흔쾌히 합방 제안을 수락했다.

―여캠매니아님, 별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와 이걸 진짜로 해내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잔금 5천 개 감사합니다. 매니아 님이 예린 씨 오시는 걸 굉장히 기대했어요. 이렇게 미션까지 걸어주실 정도로."

"아 그렇구나.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부족하지 ㅎㅎ

?생방 첨임?

?당황한 거 졸귄데

?이 누나 엄청 잘 먹음!

그리고 신뢰.

합방의 성사를 위해 보통 공들인 게 아니다.

방송적 조언까지 해줬으니 철석같이 신뢰할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준 건 아니지만.

보라가 어째서 무서운지.

3년을 본 시청자도 절대 알 수가 없다.

화기애애하게 맞이하며 본방을 시작한다.

"저 음식은."

"예, 제가 한 음식에 관심이 있으셨나? 맞아요?"

"네! 봄식당 정말 재밌게 봤거든요. 저도 여자로서 칼로리에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아하."

물론 그녀도 바보가 아니다.

합방을 하는 대신 조건을 제시해왔다.

내가 봄식당 콘텐츠에서 만든 음식을 먹고 싶다.

'대부분 가짜 음식들을 만들었으니까.'

포만감이 있으면서 칼로리는 낮다.

우리 봄이에 대한 사랑이 없었으면 귀찮아서라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치이익……!

불판 위에서 패티가 익는다.

마치 그런 것처럼 보인다.

이 고기의 실상은.

"이게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냐면."

"저 알아요! 두부로 된 거죠?"

"진짜 보셨구나?"

"네 봤다니까요?"

?그 햄버겈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추억이네

?시즌1? 시즌2?

?참깨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 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어디 갔냐고!

우리 봄이의 화가 치밀어 오르게 만들었던 웰빙 패스트푸드다.

호밀빵 위에 순'두부' 패티 한 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아보카도, 양파로 구성돼있다.

치익! 치익!

감자튀김은 연근, 마, 토란으로 대신한다.

감자와 비슷한 맛을 내는 뿌리 채소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다당체라 칼로리가 매우 낮다.

"저도 이거 만들어봤는데."

"따라해 보셨구나."

"맛이 별로 없더라고요. 어, 근데 이건 맛있네?"

"조리 과정이 좀 번거롭긴 해요."

칼로리와 맛은 비례한다.

그러한 역학 관계를 뒤집어 엎으려면 노동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녹말도 빼내고, 튀기는 시간도 최적화하고.'

간단한 요리일수록 더 정성이 든다.

솔직히 혼자 먹을 거면 귀찮아서라도 안 할 짓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맛있네요! 그냥 수제 버거 먹는 느낌인데?"

"예린씨도 맛있게 드시네요."

"그게 제 아이덴티티잖아요 하하."

?야무지게 잘 먹네

?역시 먹방 유튜버!

?봄이도 투덜대면서 결국 먹음ㅋㅋ

?둘이 케미 잘 맞는데?

콘텐츠니까 한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웰빙 패스트푸드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산나물버섯탕수육.

더덕무침구이.

모듬버섯강정.

그리고 하얀 쌀 대신 현미와 잡곡으로 지은 밥.

"이건 다 최근에 만들었던 거죠?"

"예."

"사실 이게 제일 먹고 싶었거든요! 사찰 음식."

아무리 영상 편집으로 속인다고 해도 먹방 유튜버는 먹방 유튜버다.

일반인보다는 훨씬 식성이 좋다.

맛깔나게 먹는다.

내가 차린 음식들로 먹방을 시작한다.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이 꽤 수준급이다.

―화려한식탁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와 진짜 2인분은 되는데 먹어 치우네 ㄷㄷ

"식탁 님 1000개 감사합니다"

"1000개 감사드립니다! 정환 님이 해주신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술술 넘어가네요."

?원래도 많이 먹잖아

?부족하다고 말해!!

?아직 시작도 안 했을 듯ㅋㅋ

?입 벌리는 거 섹시하다……

방송은 잘 진행되고 있다.

홍보를 노렸다면 수혜를 톡톡히 볼 것이다.

"사찰 음식이라고 해서 간이 슴슴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네요?"

"스님들도 사람인데 세속의 맛이 그립겠죠."

"하하 세속의 맛이래!"

마지막까지 잘 진행된다는 전제하.

과연 언제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을런지.

"칼로리가 낮으니까 마음껏 드셔도 돼요."

"진짜 진수성찬이다~ 이렇게 많이 차려주셔도 되는 거예요?"

"아직 더 남았어요."

"네?"

영상 속 모습이 사실이라면 계속 들어갈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만든다.

"저, 저도 밥 주세요!"

걸신 들린 봄이가 방에서 뛰쳐나온다.

* * *

정환과의 합방.

'너무 맛있고, 너무 가벼운데?'

예린은 대만족을 하고 있다.

먹방의 특성상, 아니 그 이전부터 음식을 먹는 건 좋아했다.

전국 각지의 여러 식당을 다녀봤다.

그러니까 선택한 먹방이기도 하다.

그 어느 곳에도 없었던 매력.

'저도 맛있는 걸 먹고 싶어요."

"……?"

조금 특이하게 생긴 생물체다.

귀여우면서도 처량한 얼굴로 접근해왔다.

얼을 타던 것도 잠시.

'BJ하와와였지?'

먹방계의 탑.

가장 인기 있는 BJ이며, 유튜브에서도 가장 잘 나가고 있다.

그런 그녀를 무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오정환과 굉장히 친근한 관계로 안다.

"괜찮을까요?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인데."

"네, 네! 저야 영광이죠. 하와와 님 먹방 재밌게 봤거든요."

"그냥 봄이라고 부르세요."

"안녕하세요!"

?야생의 봄이가 나타났다!

?봄이 신났음 ㅋㅋ

?갑분봄?

?이게 이렇게 되넼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쪽으로 생각을 해봐도 거절할 명분이 없다.

시청자들도 좋아하고 있으니 실수한 것은 없을 것이다.

'밥이나 먹을까.'

벌써 2인분 가까이 먹었다.

그럼에도 전혀 더부룩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음식이 가볍다.

칼로리도 낮다.

시간을 두고 먹으면 3인분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와구와구!

와구와구!

옆에서 엄청난 속도로 먹어 치운다.

쟁반 위에 가득 담겼던 음식들이 잠깐 눈을 뗀 사이에 사라져 있다.

"음식 바로바로 내올게요."

"네?"

"부족할 것 같아서."

"부족해요! 완전 부족해요!"

그리고 보충돼 있다.

오정환이 실시간으로 음식을 요리해 책상 위에 샥샥 갖다 놓는다.

'…더 먹고 싶지 않은데.'

자신은 이미 충분히 즐겼다.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2인분 이상 먹었으니 배가 차있다.

―여캠탐방대님, 별풍선 2828개 감사합니다!

와 세기의 먹방 여신 대결이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뻐이뻐개 감사합니다. 봄이도 예린 씨도 예쁘게 엄청 잘 드시죠.

"……."

"거의 10인분 가까이도 드시던데. 제가 힘내야겠어요."

?요리사가 젤 힘들엌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만 해도 5인분은 거뜬한데 ㅎㅎ

?와 오늘 대박이다

?빨리 만들어 요리 노동자!

시청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

자신을 알고 있는 팬들일수록 더더더를 원하고 있다.

심지어 생방송이다.

분위기를 무시할 수가 없다.

애써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먹고 있는 예린의 앞에.

떠억!

어마어마한 존재감의 고깃덩이가 놓여진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서 문제다.

"이거 아시죠?"

"네, 네 이거……."

'숙성한 스테이크예요. 준비 기간이 짧아서 오래 숙성하진 못했는데 맛있게 드세요."

"……."

봄식당 시즌3에 나왔던 그것.

자신도 물론 먹어보고 싶긴 했지만 적어도 이 순간은 아니다.

'제발.'

눈치를 본다.

옆자리에 앉은 생물체.

입맛을 다시며 포크와 나이프로 쓱쓱 썰어.

와구와구!

걸신들린 듯이 먹어 치운다.

예린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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