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26화 (526/846)

526화

<먹뱉의 순기능>

안타까운 소식이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아뇨, 저 죄송해서…….>

아니, 좋은 소식이다.

연수 씨에게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 모양이다.

'민하 씨 정도면 엄청 괜찮지.'

둘 사이에 흐르는 공기.

직접 들었던 만큼 놀랄 것까지는 아니다.

고백을 받아 정식으로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인생을 속박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책임을 지는 건 딱 질색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민하 입이 정말 좋았는데 생각나겠네."

<키스?>

"아니, 그거 말고."

혀가 단단해서 훑는 감각이 예술이다.

입안도 오밀조밀해서 쓱 뺄 때마다 자잘한 마찰이 즐겁다.

<그건 원하실 때 언제든 연락만 주시면…….>

"에이, 그래도 그러는 건 아니지."

지금까지 잘 썼다.

연인이 되면 키스도 하고, 애정도 표시할 텐데 쉰내 나는 입으로는 좀 그럴 것이다.

<정환 씨 거 핥는 생각만 해도 엄청 젖어요.>

"그래?"

<휴일에 가끔씩이라도……, 하면 안 될까요?>

하지만 휴일.

모든 것을 내려놓는 안식일인 만큼, 애인으로서의 책무도 살짝 내려놔도 될지 모른다.

'아님 말고.'

마음에 든 입이었다 보니 다소 아쉽다.

가끔이라도 쓸 수 있다면 큰 상관은 없다.

아예 쓸 수 없는 것과 사용 가능은 천지 차이니까.

<저 그러고 보니 요즘 입으로만 한 것 같은데 언제 한번 호텔에서 진득하게…….>

"아, 잠깐 뭐라고? 전화가 잘 안 들리네."

마음에 든 게 입뿐이긴 하다.

몸은 더 괜찮은 여자가 주위에 있어서 도를 넘어서까지 관계를 가지고 싶진 않다.

'근데 입이라는 게 참 오묘해서.'

다른 기관으로 채울 수 없는 만족감이 있다.

아무래도 혀가 가진 자유로운 운동성 때문일 것이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인다.

안락하면서 자극도 채워줘서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그렇기에 아쉬운 일이다.

민하처럼 사용감이 좋으면서 지구력까지 있는 인재가 드문데.

딩동♪

먹는 걸 잘하시는 분이 오셨다.

* * *

예린으로서는 분한 마음이다.

'따지고 보면 다 합방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갑작스러운 큰 주목.

생방송에서의 잔실수.

그로 인해 이슈가 터져버렸다.

즉, 오정환도 일부 책임이 있다.

가만히 있는 자신에게 난데없이 합방을 제안했으니 말이다.

적어도 예린의 머릿속에서는 그렇게 돌아간다.

남 탓이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지경이다.

카톡!

카톡! 카톡!

특히 SNS.

불특정 다수가 떠드는 건 그렇다 치지만, 진짜 문제는 지인들이다.

방송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얼굴이 팔린다.

자신이 먹방을 한다는 사실을 일부 지인은 안다.

'평소에는 연락 한 번 안 하던 기지배들이.'

몰랐거나, 위로를 하기 위함이 아닐 것이다.

겉으로는 그런 척해도 속으로는 꼬시다.

자신이 잘나간다는 것을 언짢게 여긴다.

뒷담을 까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다 알고 있다.

까득!

엄지손톱을 씹으며 하염없이 미터기 올라가는 걸 바라본다.

예린은 택시를 타고 정환의 집에 가고 있다.

'뭔가 하라고! 말로만 떠들지 말고.'

점점 조급해지는 마음.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럴수록 오정환에 대한 원망은 깊어만 간다.

끼익?!

도착한다.

판교에 있는 한 아파트.

불과 얼마 전에 가본 장소다 보니 아주 똑 부러지게 기억하고 있다.

딩동♪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린다.

예린은 자신도 모르게 발로 바닥을 툭툭 두들기고 있다.

긴장했다는 증거.

'빨리 열어!'

원망과 의존.

오정환이 아니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어느새 의지하고 있었다.

"왔어요? 들어와요."

"네."

"기분이 좀 안 좋으신가? 저기압이세요?"

"제가 지금 기분이 좋게 생겼어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자신이 현재 어떤 심정인지.

전혀 모른다는 듯 능글맞게 말하고 있다.

"일단 앉아요. 차라도 마시면서 천천히 얘기하죠."

"지금 천천히 얘기할 때예요?"

"일단."

예린은 아랫입술을 베어 물며 쇼파에 털썩 앉는다.

당장이라도 따지고 들고 싶은 게 산더미지만 피곤하다.

한껏 기를 세우고 있었다.

긴장이 조금 풀리자 피로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따듯한 차를 마시자 더욱.

"진정이 좀 됐어요?"

"……."

"무슨 이야기인지 해보세요. 제가 모르는 부분도 분명 있을 테니까."

인터넷 속의 이야기다.

당장 자신을 칼로 쑤시는 게 아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자 가시 돋쳤던 마음이 조금 풀리지만.

"다 당신 때문이라고요."

"당신이라는 호칭은 좀 설레는데."

"지금 장난 칠 때예요?"

대화를 화면 할수록 더 화가 난다.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인지하게 될 뿐더러, 정환의 태도가 가볍기 짝이 없다.

'지 일 아니라 그거지?'

신경이 다시 곤두선다.

도끼눈을 뜨며 정환을 바라본다.

서글서글해서 좋았다고 여긴 첫 인상이, 눈치 없는 바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잘 들었는데."

"근데요?"

"결국 음식을 장난질 친 예린 씨 잘못 아니에요?"

"……."

다른 장난질.

아니, 이야기의 요지.

정확히 파고들자 예린의 숨이 턱턱 막힌다.

'왜 쓸데없는 부분에서 날카로운 건데!'

마음 같아서는 뒤집어 놓고 싶다.

다 너 때문이다!

그러니까 책임져라!

아몰랑을 외칠 만큼 평소 비이성적인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

꿀꺽!

유일한 동아줄이다.

오정환만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라면 분명.

"정말 억울한 거면 제가 죄송하고."

"네……!"

"자리를 마련해드릴 수는 있어요. 저 때문에 비롯됐다고 생각하시니까 끝맺음도 제가 하는 게 도리겠죠. 생방송에서 평소처럼 드시면 모든 오해가 깔끔하게 풀릴 것 같은데요?"

"……."

이런 정공법 말고 말이다.

우회적으로 사태를 진화할 수 있는 묘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제발.'

예린의 머릿속에서 오정환은 그런 존재다.

자신은 절대로 할 수 없는 것도 해내는 존재.

그만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그런 대상을 적대하는 것은 자살 행위다.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는.

스륵?

난데없이 옷을 벗는다.

두꺼운 겉옷을 내려놓자 얇은 면 위로 몸매와 살결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더, 더워요? 난방 끌까?"

오정환이 당황해한다.

방금 전까지 살살 웃으며 자신의 신경을 건드리던 그가 말이다.

'이거야.'

본래라면 빙빙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직선 코스라도 내달린다.

"저 어때요?"

"……."

"정환 씨만 괜찮다면 친해지고 싶은데."

성공했다는 확신이 든다.

아니, 남자인 이상 싫어할 리가 없다.

잘 빠진 몸매와 섹시하기 그지없는 도톰한 입술.

'취향이라고도 했고.'

잘 먹는 여자.

그렇게 돌려 말했지만 흑심이 있으니 한 소리일 것이다.

합방을 잡은 것도 말이다.

두 가지 다 해당될 수도 있다.

예린은 이성적인 판단을 할 만큼 제대로 된 정신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요?"

"생각 있죠?"

"그럼 한다고 해도 예린 씨가 원해서 한 거예요."

"그, 그건……."

"아님 말고."

"마, 맞아요! 저도 정환 씨가 좋아서 하하."

수줍어하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살짝 가린다.

거의 이판사판이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기왕이면 나도 좋은 남자랑 관계를 가지고 싶지.'

마음에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과 어울릴 만한 수준이 된다.

방송적으로도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것이다.

오정환의 손이 자신의 어깨를 감는다.

분위기 있는 행동에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마지막까지 하는 건 처음인데.'

방안으로 끌려가 침대 위에 앉자 긴장되어 몸이 굳는다.

자신이 말을 꺼내 놓고도 어색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네, 네 부탁드려요……."

아마 키스부터 하지 않을까?

눈을 살며시 감고 기다린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눈을 슬그머니 뜬다.

안 보인다.

시야가 가려져 있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깨닫고, 받아들인 데는 시간이 다소 필요했다.

"빨아."

바지 지퍼 사이로 무언가 솟아나있다.

자신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물체가 얼굴 위에 떡하니 올려진다.

'오! 오오?'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 * *

입으로 하는 행위는 누구에게든 받을 수 있다.

'뚫린 입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착용감에 극적인 변화가 있기도 힘들다.

애당초 그러려고 있는 부위가 아니니 말이다.

"웁! 웁웁!"

가장 중요한 건 지구력.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뒷받침된다.

지금 내 아래에서 먹방의 마음가짐을 배우고 있는 예린처럼.

'일단 입이 크잖아.'

쓸데없이 붉은 입술을 한 입에 벌려 쑥 삼킨다.

입이 크니 턱이 벌어진 상태로도 유지할 수 있다.

입안 온도도 딱 좋다.

얼핏 본 혀도 깨끗하고, 촉감도 단단해서 테크닉만 익으면 쓸 만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삼켜. 삼켜."

"웁웁!"

"옳지. 먹을 건 뱉으면 안 되는 거야."

꺽꺽대며 괴로워하면서도 어찌저찌 삼킨다.

꿀꺽! 하는 소리가 들리며 몸이 가늘게 떨린다.

꽤 합격점이다.

눈독을 들인 보람이 있다.

그녀 본인으로서는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푸하! 하아……,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쉰다.

흘러내리는 침을 손등으로 쓰윽 닦으면서도 나를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드셀수록 쓰는 맛이 있지.'

입을 쓴다는 것.

발언권을 막는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쓰여진 시점에서.

"뭐, 뭐 하는 거예요!"

"응?"

"사람을 막 장난감 다루듯……!! 이러고도 괜찮을 줄 알아요?"

안간힘을 쥐어 짜 반항을 해보려는 모양이다.

말할 때마다 일어나는 바람에 끝이 간지럽다.

덕분에 다시 선다.

어깨 위에 올려 놓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화를 진행한다,

"굴욕적이야?"

"사람 입이 그런 데 쓰는 곳인 줄 아세요??"

"뱉기 위한 기관도 아니지."

"……."

주제 파악.

자신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인지시킨다.

어깨를 툭툭 치자 눈초리가 점점 초라해진다.

'잘못은 지가 해놓고.'

어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고 그래.

본인이 잘못했는지 안 했는지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

난 그냥 어쩌고저쩌고~

합리화의 레퍼토리는 만들고자 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그, 그럼요."

"뭐."

"오빠가 만족하시면 저 좀 도와주심 안 될까요? 네?"

여전히 잘못한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내 물건을 두 손으로 들고 귀여운 척 오두방정을 떨어댄다.

'뭐든지 당해봐야 아는 거지.'

필사적인 그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헤프게 웃는 입술에 엄지손가락을 넣어 아래로 당긴다.

벌어진 틈 사이로 집어넣는다.

애교 섞인 미소를 짓는 눈이 더 이상 여유를 갖지 못하도록 한 번에.

"커억! 웁웁!"

괴로워하든 말든 알 바가 아니다.

삼키지도 못하는 입이라면 차라리 이렇게 써주는 편이 효용 가치가 있다.

입안이 부드럽게 달라붙는다.

볼을 푹푹 쑤시면 탄력 있게 늘어난다.

어째서 입안 가득 담을 수 있는지는 알 것만 같다.

'그 가식적인 먹방이 조금은 도움이 되나 보네.'

앞으로의 나에게도 말이다.

민하 씨를 대신해 쓸 만하다.

일단 모든 생각을 잊고 마음에 든 입부터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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