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화
계획은 다분 성공적이다.
'생방송이라는 게.'
싫어하는 인간 엿 먹이기에는 정말 최적화돼 있다.
말을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러 확언을 받아 두었다.
그에 반하는 행동을 유도시켜 자가당착에 빠지게 만든다.
〔봄이사냥개〕
「증거물들 SNS와 주요 커뮤니티에 업로드 완료했습니다」
「반응 즉시 들어오는 것 보니 금방 퍼질 것 같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상황 계속해서 지켜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실전.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릴 리 없다.
화제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비로소 성립한다.
'봄이사냥개가 아주 눈에 불을 켰더라고.'
처음 제보를 했던 것도 그였다.
대략적인 계획을 말해주니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겨 결국 성공하고 말았다.
자기 일처럼 나서주는 직원만큼 든든한 직원이 없다.
편집도 그렇고 일을 아주 잘해주고 있다.
〔봄이사냥개〕
「문예린이 사라지면 봄튜브가 더 탄력을 받겠죠?」
―너무 나갔다
―그런 건 생각하지 말고
「네 ㅎㅎ」
「그런 나쁜 놈들 때문에 혹시라도 피해받을까 봐」
어느 정도 사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봄이를 아끼는 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흑화하지 않게 조심해야지.'
니체의 명언은 몇 번을 새겨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나쁜 짓(?)을 해야 성공하기 쉬운 업계의 특성상.
"커억! 웁웁!"
부드러운 볼살을 안에서 바깥쪽으로 늘인다.
푹푹 찌를 때마다 괴로워하며 눈물을 찔끔 흘린다.
앞서 흘린 눈물이 말랐다.
점점 적응을 하고 있다면 본격적으로 사용해도 될 것이다.
"혀가 놀고 있잖아. 평생 할래?"
"웁웁!"
"그래, 하면 할 수 있네."
혀가 쓸고 지나가는 감각.
빨판처럼 들러붙는 흡착력이 제법 인상적이다.
'부족한 건 기술이지.'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혀를 움직이는 법부터, 입술과 입안으로 만드는 압력.
쪼옥―!
기술에 집중하다 보면 신경을 못 쓰기 마련이다.
자신의 얼굴 상태가 어떤지 거울을 보면서 하는 게 아니니까.
"거 되게 못생겼네."
"하, 하하……."
"좀 더 볼에 힘줘서 쪽쪽 빨아봐."
"이케여?"
아주 못난이가 되어있다.
나름대로 반반했던 얼굴이 망가지기 콘테스트에 내보내는 사진처럼 오징어가 되었다.
코를 밀어 올려 돼지코로 만들자 더더욱.
기념 사진 한 장 박고 싶을 만큼 처량하기 그지없다.
"웁! 웁웁!"
장난은 그만두고 제대로 쓴다.
머리채를 잡고 직접 조정을 하며 알뜰살뜰하게 사용한다.
부드럽게 늘어나는 볼을 푹 찌르며 싸지른다.
다소 꺽꺽대며 괴로워하지만 무시하고 마저.
"자 삼키고."
"꿀꺽!"
"그다음은 청소~"
자신이 온갖 부위에 묻힌 침들.
깨끗하게 싹싹 핥고 물티슈로 정비까지 마친다.
기특하니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저 잘했죠? 열심히 했어요."
"그래."
"그럼 약속대로……!! 해, 해주세요. 어떻게든!"
"무슨 약속?"
"……."
물론 사태를 해결하는 건 다른 이야기다.
충격받은 얼굴을 하고 있는 예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지고 논다.
'애당초 관점 자체가 썩어 빠졌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 말이 봐준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후의 대처에 따라 만회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소리지.
"제발 해줘요. 제발……, 뭐든지 할 테니까."
"나한테 빈다고 해결이 되면 내가 정치인 했지."
똑같은 사고를 터트려도 누구는 용서받고, 누구는 더 끔찍하게 심판받는다.
그 차이는 한 마디로 정의하면 진정성이다.
'그럼 진정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사실 대가리 박는 건 억지로라도 하면 된다.
사과 안 하면 족되니까 자신의 수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극과 극으로 나뉘는 이유.
인터넷에 흔히 떠드는 사과문 작성법. txt의 영향도 있겠지만 가장 큰 건 관점이다.
"제 말 안 들어줄 거예요?"
"내가 왜 들어줘야 하는데?"
"그럼 저한테 한 짓 다 폭로해도 상관없다는 거죠??"
"내가 뭘 했는데?"
"제, 제 입으로……."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과문의 내용이 시청자들의 생각과 상이한 것이다.
'정말 용의주도했으면 겉으로라도 미안한 척했겠지.'
그걸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음식 좀 입에 물고 있다가 뱉은 게 뭐가 대수라고?
"쭉쭉 빨던 입으로 다시 먹방을 하면 시청자들이 잘도 보겠네."
"……."
"뱉고, 빨고 이 가증스러운 입만 보면 그런 생각부터 나겠네?"
먹방을 보는 건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함이다.
거기에는 음식도 있지만, 그 사람에 대한 애정도 포함된다.
'아이돌들 학폭이 왜 논란이 되겠어?'
춤과 노래가 평가 기준의 전부라면 학폭은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야구 선수도 말이다.
이러한 시장 자체가 팬이 있기 때문에 성립된다.
팬이 없으면 야구도, 노래도, 먹방도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그 팬을 우롱한 것이다.
먹고 뱉은 건 그다음 이야기다.
먹고 뱉은 것에 연연하는 시점에서 관점이 잘못됐다.
"죄, 죄송합니다!"
그것을 인지한 것인지 사과를 한다.
그보다는 자신의 안위가 걱정될 것이다.
되도 않는 협박을 하다가 수세에 몰렸다.
'혹시 몰라서 동의도 받아뒀고.'
RTS 게임이 그러하듯 난전으로 갈수록 경험과 피지컬이 좋은 쪽이 유리하다.
설사 일이 커져도 나는 문제가 없다.
"빨아."
"네! 빠, 빨 테니까 제발……."
"여기서 말고."
"네?"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 * *
문예린이 올린 풀영상.
〔개인 방송 갤러리〕
─숨 죽는 거 소름이넼ㅋㅋㅋㅋㅋ
─숨 죽으려면 몇 분이나 흘러야 함? [3]
─갠붕이 또 하나 찾았다 [79] +130
─그래서 먹뱉한 거 어디서 살 수 있는데 ―1
.
.
.
간만의 화제에 살판이 난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다.
집단 지성과 집착의 조화가 먼지 한 올까지 찾아낸다.
─갠붕이 또 하나 찾았다
[음향 편집 프로그램. jpg]
음식물 삼키는 소리가 항상 일정함
이상해서 프로그램 켜고 올려봤더니 모든 영상 소리가 같았음└어케 알았누 야발련ㄴ아!
└절대음감 보유자 ㄷㄷ
└갠붕이 중에 능력자 많누
└와 이건 진짜 빼박이네
정말 사소한 부분까지 말이다.
하나하나 떼어 놓고 보면 큰일까지야? 싶지만 이미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 크다.
그 신뢰를 찾기 위해 올린 풀영상까지 장난질을 쳐놓았다.
평소였다면 그냥 넘어갈 일도 의도부터 의심받는다.
─문예린 영상 소리 의식해서 보니까 소름이네
25:11 음식 씹는 중에 삼키는 소리가 나고
30:12 삼키는 소리가 났는데 식도가 안 움직임
ㅅㅂ 뭐 리얼돌도 아니고
└파도 파도 괴담만
└어디서 파냐? 당장 산다
└편집에 미친년
└갠방갤이 안 파헤쳤으면 계속 해먹었겠는데?
팬심을 되찾을 마지막 기회인 해명조차 거짓말로 일관한 것.
그녀에 대해 관심이 없던 유저들도 기가 찬다.
그녀의 팬들은 더한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SNS에도 관련 소식이 파다하게 된다.
「인싸이트」― 찌라시 뉴스 미디어
3시간 전。
#문예린#먹뱉#이슈
[계속 추가되고 있는 문예린 ‘먹뱉’ 의심 정황 총정리. jpg]
―기사가 떴어?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네
―와 믿었는데
―순수한 표정 지으면서 구독자들 기만했다는 게 진짜 소름 돋는다. 사람이 돈에 미친다는 표현이 처음으로 와닿음
나쁜 소문은 빠르게 퍼진다.
안 그래도 불이 붙어있던 화제였다 보니 전파가 되는 건 순식간이다.
그녀의 먹방이 홍보된 본진이기도 하다.
SNS 덕분에 빠르게 유명세를 타게 됐던 만큼.
「금자 씨」
1시간 전。
#문예린#먹뱉#어이상실
예린 님의 정체성은 한입 쫙~ 먹는 대식인데
먹는 것도 아니고 대식도 아니라니……
―정말 먹토한 거였나요??
―먹토는 아니고 먹뱉이라던데 그게 그거
―가식 덩어리였네요
―저렇게 먹고 체중 관리가 될 리가 없죠^^;;
반작용도 만만치 않게 다가온다.
그녀의 팬들은 이루어 형용하기 힘든 실망감을 느낀다.
즐겨 먹던 과자에서 벌레가 튀어나왔을 때의 심정.
충격이 배가 되는 건 당연했다.
「먹방팬」
1시간 전。
#문예린#먹뱉#어이상실
[문예린 먹뱉 장면. gif]
예린 씨 씹던 음식물 보여준 적 한 번도 없잖아요?
깔끔하게 먹는 스타일이라 인기 많았던 거고
저는 이 장면 우연 같지가 않네요 ㅎㅎ
―소름;;
―이것도 우연이라 우기면 가관이겠네요
―어떤 사람이 입안 음식물을 갑자기 밀어내나요? 통에 뱉으려고 한 거겠죠―저도 팬이었는데 같은 생각……
팬들이기에 더 잘 아는 부분도 있다.
확증에 심증까지 끼얹어지며 여론은 완전히 기울어진다.
차라리 대응을 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해명마저 거짓말이 들통나니 팬들도 진절머리가 난다.
와구와구!
와구와구!
그와 반비례하게 주목받는다.
똑같은 여건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아니, 방송 초기부터 흔한 구설수 하나 없다.
좋은 소문은 분명 느리게 퍼지지만.
「먹방팬」
1시간 전。
#먹방은#역시#봄튜브
[봄TV 예린 합방 영상 캡처. jpg]
문예린 얼마 먹지도 못하고 헥헥댈 때
혼자 마지막까지 해치우는 봄이좌!
―봄이에게 먹방은 살인이다
―진짜 잘 먹넼ㅋㅋㅋㅋㅋㅋㅋㅋ
―하와와는 진작에 검증 끝나서
―이게 '잘 먹는다'는 거지
보다 탄탄하게 쌓이기 마련이다.
논란이 된 문예린의 비교 대상으로 SNS에 널리 퍼진다.
안 그래도 높은 입지가 더욱 탄탄하게 다져진다.
그녀의 유튜브도 자연스럽게 홍보되고 잇다.
『봄TV』 구독자 20.1만명
「봄식당 SP 문예린님과 봄식당 풀코스 대결! 승자는??」 ― 조회수 50만 회 · 2일 전
화제를 타고 말이다.
방송은 곧 어그로.
마찬가지의 논리가 유튜브에도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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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나무 1일 전
그 주작러랑 달리 너무 예쁘게 잘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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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2일 전
밥 공기 싹싹 비우는 거 봐
이게 진짜 먹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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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파티요리사 2일 전
인생은 실전 맞네
먹어야 먹방이짘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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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동영상이 올라갔다.
늦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말이다.
─봄튜브 문예린 어그로 쪽쪽 빨아 먹네
아무리 문예린이 사고 쳤다고 해도
이 상황에 조회수 빨아 먹는 건 상도덕이 없는 거 아님?
└그전에 올린 거임
글쓴이― ㅇㅎ
└그게 지금 먹뱉 주작의 가장 확실한 증거임ㅋㅋㅋㅋㅋ└뿌슝빠슝! 생방에서는 못 먹는 먹방러가 있다?
사태가 점화되기 전에 빠르게 올라갔다.
역풍의 위험 없이 어그로만을 맛있게 받아먹는다.
그리고 유튜브 특유의 시스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상은 추천 동영상에 자주 띈다.
─봄이vs문예린 푸파 100만뷰 찍겠눜ㅋㅋㅋㅋㅋㅋㅋ
봄TV는 역으로 대박 터졌네
└푸파 뭔데?
└푸파 ㅄ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라 멈춰!
└ㄹㅇ 푸파로 봄이가 ㅈ바른 거 아니냐??
소위 말하는 떡상각.
조회수가 유난히 잘 뽑힌 영상이 하나 있으면, 그 영상을 매개로 유입 시청자들이 몰린다.
그녀가 가진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굳힌다.
문예린 사건을 계기로 먹방판에서 하와와의 주가는 더더욱 상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