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화
그저 로망이다.
'한 번쯤 생각은 해보잖아.'
상상은 자유라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구도 핍박할 권리는 없다.
행동에 옮기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보니 대개 상상에서 끝나지만.
꽈앙!
나도 화를 낼 때가 있다.
LoL.
부처님도 이 게임을 하면 성불을 하지 못할 거라는 건 신빙성 높은 농담이다.
[17:30] 코물쥐 (토이치): 정환 님 상심하지 마요 ㅋ
[17:35] 코물쥐 (토이치): 아군이 나잖아 비가 오면 옷이 젖듯이 당연한 거야
[17:36] 오정환 (르풀랑): 야 이 개#$^#$^#$^#
정말 키보드를 때려 부수고 싶다.
하지만 방송에서 하는 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게 컨셉인 BJ도 있긴 한데.'
화라는 게 한 번 내기 시작하면 조절이 안 된다.
의식적으로 더 내려고 하면 방송 패턴이 망가진다.
그렇다고 참는 것도 좋지 않다.
스트레스는 참는 게 멍청한 거다.
보이지 않는 수치가 점점 쌓이고, 억지로 참다 보면 언젠가 폭발한다.
"너 때문이잖아."
"웁웁!"
"니가 좀 더 시원하게 빨았으면 아오 정말."
책상 아래에 있는 머리.
꽉 잡아 당기며 깊게 쑤신다.
어느새 익숙해져 목구멍을 이완하는 법을 배웠다.
'이거 때문에 집중 못 한 것도 좀 있고.'
게임을 하며 봉사를 받는다.
사장실 책상 밑에 숨어있는 비서처럼 말이다.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LoL을 기준 짧으면 15분, 길면 1시간도 게임이 지속된다.
쭈웁!
쭈웁!
예린은 입이 커서 그런지 잘하고 있다.
입을 오므리며 더 열심히 아양을 떨어댄다.
"존나 못생겼네."
"쪼옥―!
"하, 더 못생겨진 거 봐."
"쪼오옥~!"
테크닉도 제법 배웠다.
틴트를 진하게 바른 입술도 두꺼워서 좋다.
'기대 이상이야.'
키울 맛이 나는 인재다.
적어도 이쪽 먹방은 제법 재능이 있다.
머리를 꽉 잡아 당기며 쑤셔 박는다.
"청소."
"할게요, 할게요!"
"그래, 착하지."
배운 대로 싹싹하게 핥는다.
청소기가 필요 없을 지경으로 아주 깨끗이 원상태로 되돌린다.
허벅지로 머리를 꽉 잡고 헝클어질 정도로 쓰다듬는다.
기분이 좋다는 듯 실실 웃는다.
'뭔가 조교가 된 느낌이네.'
이렇게 보니 귀엽기도 하다.
굉장히 필사적이고 열심이라 좋은 말을 한두 마디 해주고 싶다.
뚝! 뚝!
나쁜 짓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임에 집중하느라 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바닥이 흥건하다.
지금도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발 뒤꿈치로 문지르고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저, 저 오빠."
"왜?"
"하지……, 않으실래요? 전 괜찮은데."
책상 아래에서 해방된 예린이 일어난다.
수줍은 듯 입고 있는 치마를 꽉 쥐며 눈을 못 마주친다.
명백히 보이는 액체가 마른 자국.
그녀의 치마 안쪽에서 일어난 문제임은 틀림없다.
'겁나 당돌하네.'
걷어보자 더 확실해진다.
그것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나랑 하자고?"
"네……."
"내가 왜?"
"저 몸이 엄청 달아올라서 이상해요. 남자랑 해본 적도 없는데 왜 그럴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흐이이익!!"
괘씸하다.
정환봉사 징계 30분을 이수시켰더니 노가리를 깐 셈이다.
딱콩을 한 방 세게 때려준다.
상당히 아픈 듯 바닥에 엎어져 침을 질질 흘린다.
"흐익! 히익! 아아, 아아악……."
괴상한 소리를 흔들며 말이다.
남자로 치면 그곳과 다름없을 텐데 심한 짓을 했나 싶었더니.
'이게 처녀인지 치녀인지.'
실소가 나온다.
아파서 쓰다듬는 게 아니다.
한심한 낯짝을 머리칼 채로 움켜쥔다.
"나는 먹을 거면 확실하게 먹어. 너처럼 안 뱉어."
"제발, 제발! 몸이 이상해요 히이익……."
그대로 침실로 끌고 가 눕힌다.
잘 먹어서 그런지 토실토실 부드러워 보인다.
'뭐, 떡감은 괜찮을 것 같긴 한데.'
게다가 미사용.
흔적을 남기는 것도 남자의 로망이다.
하지만 책임을 동반하지 않으면 먹뱉이나 다름없다.
"아!"
"홍수 나겠다 이년아."
"거기, 거기! 몸이 막 덜덜 떨려 아응♡"
궁둥이를 흔들며 애교를 부린다.
좌우로 팡! 팡! 때려도 멈추지 않고 비벼 댄다.
'이상한 곳에 소질이 있네.'
아무리 안달이 나게 만들었다고 해도 느끼기 쉬운 부위가 아니다.
쓰기는 좋으니 괜찮은 일.
철썩! 철썩!
찰싹♪ 찰싹♪
엉덩이를 연주하며 타이밍을 잡는다.
여운을 즐길 시간 정도는 준다.
쏴아아아아─!
혼자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다소곳이 앉아있다.
엉망이 됐던 옷도 정리를 해 입었다.
"오, 오셨어요?"
"안 갔네?"
"우리 잔 사이인데 너무 차갑게 대하진 마시고……."
쑥스러운 듯 얼굴이 상기돼있다.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자긴 뭘 자."
"네?"
"너 아직 처녀잖아."
"그, 그래도……!"
"그건 벌 준 거고. 여기랑 거기가 뭐 하는 기관인지."
"웁웁!"
뱉는 곳은 뒤다.
입은 엄한 곳에 사용하는 기관이 아니다.
'얼마나 소중한데.'
행복의 절반 정도는 입에서 야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봄이는 90% 이상일 것이다.
그런 곳을 함부로 놀리면 어찌 되는지.
따끔하게 데어보는 것 이상으로 확실한 교훈이 없다.
"먹고, 뱉고, 먹고, 뱉고, 그래. 앞으로 뱉을 때마다 이 녀석이 생각날 거야."
"웁웁!"
"알겠어?"
"웁웁!"
시끄럽게 떠드는 입을 막고 흔든다.
당황해하면서도 몸에 익은 대로 혀와 입술을 사용한다.
'트라우마가 하나 정도 있어야.'
자신이 막돼먹은 짓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다소 과도하긴 해도 효과는 확실할 것이다.
"켁! 켁!"
"그래, 음식은 삼키는 거야."
"사, 삼켰어요……."
"뒷구멍도."
"히익!"
진짜로 기겁한 듯 두 손으로 가린다.
모르긴 몰라도 아직 이물감이 남아있을 터다.
'봐봐 확실하잖아.'
자신의 입으로 말하게 한다.
입과 뒤가 어째서 달려있는지.
암기 과목이 그러하듯 입 밖으로 꺼내봐야 기억에 남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 진짜 반성하고 있으니까……."
침대 위에 엎드려 싹싹 빈다.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혼구멍을 내준다.
'여러 의미로.'
몸도 머리도 기억했을 것이다.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자 바보 같은 웃음을 흘린다.
화장이 엉망이 돼있다.
안 그래도 못생기게 만든 얼굴이 더 처량하게 되었다.
"일단 씻고 와."
"네……."
"특히 입. 많이 썼으니까."
"흐읍."
충격이 있었던 듯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그리고 화장실로 간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끼익!
씻고 나오자 조금은 봐줄 만하다.
가방에 화장품도 있었던 듯 얼굴도 업데이트를 마쳤다.
"저기 그……, 죄송합니다!"
"벌써?"
"샤워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잘못한 것 같아서."
예절 교육도 말이다.
일단 허리부터 굽힌다.
조금은 보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굽혀야 할 대상이 잘못되긴 했지만.'
장족의 발전이다.
아주 조금은 나아졌다.
아직도 착각하고 있어서 문제지.
"저 그러니까……."
"응?"
"도, 도와주실 거죠? 네? 저 진짜 오늘 열심히 했는데."
내가 무언가 해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처음부터 말을 했던 부분이다.
'그게 됐으면 정치인 하고 있었다고.'
한쪽에서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다른 한쪽에서 지지를 받는 정치인.
보라판도 어느 정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 능력을 굳이 써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
만약 쓴다고 해도, 선행돼야 하는 건 본인의 진심 어린 사과다.
쿠웅!
전기 밥솥.
씻는 사이에 해두고 있었다.
코드 채로 뽑아 예린의 앞에 놓는다.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갑자기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커뮤니티 드립처럼 밥 비벼 먹는 건 아니고.'
그런 이상한 성적 취향을 가진 인간들이 있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애석하게도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다.
"씹어."
"네?"
"조근조근 씹어서 여기 담금주 통에 뱉어."
"네??"
미인주.
밥을 씹으면 침이 전분을 당화시킨다.
이를 모아서 장기간 발효하면 하나의 술이 된다.
'너의 이름은에 나오는 그거지.'
사실 누가 씹었든 상관없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고자 한다.
애초에 맛으로 먹는 술은 아니니 말이다.
"다 씹어서 옮겨 담아. 대충 씹으면……."
"히익!"
"알겠지?"
머리 위에 손을 올리자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약간 맛이 가긴 했어도.
'처녀니까.'
전통적으로도, 영화 속에서도 처녀의 침으로 만들었다.
애매하긴 하지만 처녀는 처녀.
"먹뱉 열심히 해. 특기잖아."
"으, 으으……."
술 컬렉션이 하나 추가된다.
* * *
문예린의 먹뱉 사태.
<죄송합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큰일인 줄 몰랐는데……, 구독자님들의 따끔한 질타를 보고 정신이 들은 것 같아요.>
특별한 전환점을 맞은 것 없다.
그저 본인이 사과를 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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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궁딩이 1시간 전
드디어 인정하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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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레스 1시간 전
진짜 죄송해하는 마음이 조금은 느껴져서 일단 두고 본다 ────────────
백색호랑이 1시간 전
갑자기 우두루 됐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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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을 하면 사과를 해야 한다.
세 살배기 어린아이도 슬슬 알 만한 것이지만, 실천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문예린 사과 진정성이 느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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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연습해볼게요 미안해~"
"미, 미친놈아 니가 먼저 잘못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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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나올 줄 알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ㄲㅂ
└나왔으면 레전듴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나이 먹고 사과도 못하면……
└그래 봤자 이미 나락임
그렇다고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대중들은 화가 나있고, 첫 해명에 실패한 마당이다.
어디까지나 비교적인 선방.
하지만 분명 의미는 있다.
그녀가 진정으로 바뀌길 기다리고 있던 일부 팬들에게는 말이다.
─나 문예린 구독잔데
진짜 미안하면
남아준 구독자들한테 먹뱉한 거 택배로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님??
└그비그청이 또
└먹뱉 페티쉬 ㄷㄷ
└햇반 필요하냐?
└ㄹㅇ 이렇게 미쳐야 구취를 안 하는구나
극적인 반전은 있을 수 없다.
사과를 하고도 여론의 질타를 맞은 문예린은 자숙의 시간을 거친다.
그리고 복귀해 먹방을 진행하게 된다.
소수의 팬들이 구심점이 되어 처음부터 다시 쌓아 올린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핫도그 먹방 영상이 인기를 끌며 구독자 수를 조금 회복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