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화
2월은 아직 춥다.
해가 저물수록 쌀쌀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와! 와와! 형 팬이에요 팬!"
"그래? 고맙다."
"형 어디 가요? 형??"
"어디 가지? 오랜만에 와서 잘 모르겠는데 추천 좀 해줄래?"
하지만 팬.
돌아다니다 보니 나를 아는 사람들을 간간이 마주친다.
따듯한 인사를 건네받을 때마다 마음속 깊이 따듯해진다.
"T익스프레스 꿀잼임! T익스프레스!"
"아니거든~ 허리케인이거든~!"
"하하."
급식 친구들이 사소한 말다툼을 나눈다.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
'라떼는 독수리 요새가 갑이었는데.'
2009년까지 있었던 롤러코스터의 일종이다.
드라마틱한 하강은 없었지만, 특유의 스윙과 스피드 배분이 스릴 넘쳤다.
T익스프레스보다 약간 만만(?)했다.
어린 나이에도 즐기기 좋았다.
지나고 보니 추억이 된다.
"형 저희 엄마가 불러서 갈게요!"
"그래, 추우니까 감기 조심하고."
"형도 조심해요! 누나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철거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쉽게 느껴진다.
'쟤들도 쟤들 가슴 속에 독수리 요새로 기억될 놀이기구가 생기겠지.'
그렇게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세상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다.
훈훈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우리 봄이랑 있어서 그런지 하나도 안 춥네."
"……."
"봄이도 그렇지?"
"……."
영원한 것도 있다.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봄이와는 계속 이어질 것만 같다.
'따듯해.'
봄이의 두 다리가 쌀쌀한 바람으로부터 체온을 지켜준다.
안 그래도 높은 체온을 피부에 맞댔다 보니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렇다.
아직도 하고 있다.
당사자는 이미 체념을 한 듯 가만히 있다.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쯤 되면 슬슬 싸이코패스 아니냐?
"에이, 예쁜 여동생 목마 태워주는 착한 오빠지."
"……."
?당사자의 의견은?
?봄이 다리밖에 안 보여……
?진짜 개삐진 거 같은데
?대꾸도 안 함 ㅋㅋ
나와의 시간을 즐기는 듯하다.
에버랜드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사이가 더 끈끈해진 기분이다.
"화, 화가 굉장히 나요."
"맛있는 거 먹을래?"
"그런다고 용서해줄 것 같아요오!!"
ㅋㅋ
안 먹는다는 소리는 안 한다.
내 머리를 잡고 방방 날뛰고 있다.
하지만 이미 길이 들었다.
두 다리를 꽉 잡고 좌우로 휙휙 돌려주면.
"꾸웩! 꾸웨엑!"
독수리 요새 부럽지 않다!
반응이 좋은 걸 보니 재미있는 모양이다.
"제, 제발 그러지 마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스릴 넘쳤지?"
?환이코패스;;
?아니 미친놈앜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카메라 어딨냐고!
?SNS에 이미 뜸 ㅋㅋ
놀이공원은 정줄을 놓고 즐겨야 제맛이다.
우리 봄이와 함께 돌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빠 머리털 다 뽑아버릴 거예요."
"흔든다? 흔든다?"
"항복! 항복! 꾸웨엑?!"
ㅋㅋ
정말이지 행복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봄이도 무척이나 만족한 듯 신나는 비명을 지른다.
투웅!
한바탕 놀아준 후 내려놓는다.
마치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처럼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다.
어질어질한 듯 다소 휘청대지만 이내 균형 감각을 되찾는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본다.
"봄이야."
"오지 마요오!"
"왜 이렇게 화가 났어."
"완전 벌칙 게임도 아니고 뭐예여어!!"
?봄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빡쳤잖아
?이건 진짜 화났는데?
?거의 1시간을 넘게……
ㅋㅋ
오와 열을 유지한 채 횡렬 종대로 걷는다.
마치 야생 동물처럼 맹렬히 경계하고 있다.
"제가 진짜 오빠 때문에 못 살아요!"
"오빠는 봄이 없으면 못 사는데."
"동네방네 소문나면 어쩔 거예요!"
화난 모습도 정말 귀여운 아이다.
항상 웃기만 하다 보니 가끔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만들고 싶다.
"걱정 마."
"걱정 안 해도 되는 걸까요?"
"기껏해야 누군가가 핸드폰으로 찍어서 SNS에 올리고, 시청자들이 잔뜩 몰려가서 좋아요를 잔뜩 누른 바람에 유튜브 최신 인기 동영상에 떠서 외국인들이 보는 정도일 거야."
"그런 거예요?"
맛있는 걸 먹은 봄이의 화가 풀린다.
* * *
유튜브.
차후에는 그 나라를 제외한 전세계 사람들이 당연하게 이용하는 플랫폼이 된다.
『2014 유튜브 구독자 순위』
1. pewDiepie 2200만
2. smosh 1700만
3. JennaMarbles 1500만
4. RaywilliamJohnson 1400만
5. Movles 1400만
현 시점에서도 그러하다.
이미 해외에는 유튜버라는 직업이 정착되는 추세고, 그중 소수는 어지간한 연예인 뺨치는 인기를 누린다.
〔reddit〕
―Cute girl의 국적을 찾아냈어! [2]
―Fact) BDD는 밥 먹듯이 하는 거다
―Mukbang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말일까? [30] +20
―Mooyaho~~!! [1] +1
.
.
.
그것이 당연하다.
유튜버는 친숙한 존재다.
그들의 진행하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익숙하거나 들어본 바가 있다.
특히 커뮤니티.
해당 분야에 깊은 관심이 있는 유저들은 세간의 유행을 몇 년 더 빠르게 접하게 된다.
―Mukbang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말일까?
한국어에 능통한 사람 있어?
└'먹는 방송'을 줄인 말이지. WTF처럼 ?Korea
글쓴이? What The Fuck?!
└근데 왜 방송을 켜놓고 먹어?
└생각해본 적도 없어. 신기한 발상이야
레딧의 유튜브 게시판에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
초기 화제가 된 이유는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목마를 타고 놀이공원을 활보하는 소녀!
엽기적인 사진의 이유가 무엇인지.
그 정체를 파헤치던 와중에.
『봄TV』 구독자 25.7만명
「봄식당 SP 오정환 머리 꼭대기에 오른 봄이 ㅋㅋ (에버랜드편)」 ? 조회수 37만회 · 3일 전
특이한 유튜브 채널을 발견한다.
아니, 그 자체는 신기할 것까지 없는 일이다.
레딧은 미국뿐만 아니라 서양권의 모든 유저들이 이용한다.
그리고 서양에는 서양인만 있는 게 아니다.
알고 보니 해외의 유명 스타?
특출난 외모를 자랑한다면 그러한 의혹을 가지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Mukbang이 어떤 영상을 뜻하냐면
설명을 하는 게 난감하네……
그냥 음식을 먹는 방송인데 왜 신기해하는지 잘 모르겠어 └남이 먹는 모습을 볼 이유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왜?
└미개한 조센징들 특징이지 www ?Japan
└핵 두 방으로는 부족했구나? ?U.S.A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콘텐츠 쪽이다.
그녀의 유튜브 채널에는 독특한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다름 아닌 음식을 먹는 것.
유튜브가 익숙한 이용자들조차 상상도 못 해본 일이었다.
'먹방이라고?'
유명 유튜버들도 말이다.
퓨디파이.
현재 2천만 명, 차후 1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게 되는 그는 흥미롭다는 듯 레딧을 살피고 있다.
그의 주력 콘텐츠이기도 하다.
레딧의 밈을 둘러보고, 반응 등을 편집해 영상을 만든다.
와구와구!
와구와구!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하와와의 유튜브.
영상 속의 소녀를 본 퓨디파이는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그녀의 위장은 블랙홀인가?'
엄청나게 먹는다.
누가 뺏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밀어 넣는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재미있다.
자신도 모르게 몰입하여 몇 편이나 되는 영상을 보게 된다.
다음 날 영상에 참고할 만큼.
레딧 이슈를 자주 다루는 그로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
Mexican SpongeBob 5시간 전
음식을 먹는 방송이라니 그것은 정말 참신하고 독특합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
C.I.A 2일 전
음식을 먹고 돈을 받는다고? GEN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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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지빡이 2일 전
Do you know Muk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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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 파급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구독자 수가 무려 2천만 명.
그러한 초? 대기업 유튜버에게 언급된 것이다.
영상 중간에 짤막하게 올라온다.
BJ하와와가 자신의 식욕을 과시한다.
해당 영상이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자.
―한국에서 왜 Mukbang이 유행하는지 찾아봤어
「한국 사회는 식사를 함께 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이 문화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인터넷 방송에서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욕망을 해결한다.」
사회적 현상 때문이래
└um, 이제야 이해가 되네
└우리들은 이전 세대에 겪은 일이야
└확실히 혼자 먹는 게 심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
└Why so serious?
레딧에서도 또 한 차례 이슈가 된다.
그도 그럴 게 먹방.
어색했던 것은 본고장인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먹는 걸 왜 남한테 보여주지?
선입견이라는 것은 하루 이틀로 사라질 수 있는 게 아니다.
―Mukbang도 보다 보니 재밌는데?
[봄식당 먹방 캡처. jpg]
봐봐
그녀가 먹는 음식은 정말 맛있어 보여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음식이지만 말이야 LoL
└아마 한국의 음식일 거야
└남자가 요리를 만들어주는데? 아마도 전속 요리사
└음식이 맛있어 보여!
└귀여운 여자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현존 최고의 인기 유튜버인 퓨디파이가 불을 붙이자 더 크게 타오른다.
필연적으로 화제가 커진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인지도를 얻게 된다.
그에 따라 봄TV에 수많은 외국인 시청자들이 찾게 된다.
* * *
사실 한국은 굉장히 힘든 나라다.
'특히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말이야.'
외국은 시계가 느리게 흐른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체되어 있다.
부모님 세대와 현 세대도 차이가 드라마틱한 수준이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10년만 지나도 강산부터 사고방식까지 완전히 달라지지 않는다.
고전적인 클리셰도 잘 먹히고,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적다.
'한류라는 게 잘 먹히는 이유가 있어.'
우리나라 사람 입장에서는 왜 먹히지?
의아할 수 있는 사실이 이루어지는 데는 당연히 그럴 만한 이유가 따른다.
물론 좋은 일이지만 당사자들로서는 힘들 것이다.
그 정도로 아등바등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지조차 못하다니.
『연예계는 센 물살 같다. 열심히 해야 그나마 제자리에 있고, 진짜진짜 열심히 해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 JYP
그나마 연예계는 자본이 많고, 보조 인력도 풍부하다.
그렇지 못한 크리에이터는 여러모로 고된 부분이 많다.
"봄이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공부도 방송도 열심히 하고."
"그래? 정환이가 고생이 많네."
라인을 잘 탄 몇몇 케이스를 제외하면 수명이 짧을 만도 하다.
그러한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꿀 빨아야지.'
외국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게 제일이다.
외국은 시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선점 효과가 직빵이다.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찾는다.
먹방의 시발점이 된다면 우리 봄이도 두고두고 덕을 볼 것이다.
"정환이 덕분에 아줌마가 호강하네."
"에이, 봄이가 방송에 재능이 있어서 그런 거죠."
봄이네 어머님도 말이다.
이따금 뵌다.
뵐 때마다 회춘을 하시는지 미모가 고와지신다.
실제로 뷰티샵을 다니고 계신다.
내가 소개해드린 곳으로 가격은 좀 나가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정환이 안 본 사이에 늠름해진 거 아니야?"
"어머님이 더 예뻐지셨죠~"
"뭐래, 정말! 비행기 태워도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맛있는 거 먹으러 갈래?"
친분 또한 착실히 쌓았다.
부드러운 감촉이 팔에 찰싹 달라붙는다.
'아줌마 너무 좋아~'
태진아의 한 소절이 절로 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