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31화 (531/846)

531화

30대 후반.

불혹이 가까운 나이임에도 쌩쌩하시다.

'동안이 내력인가 봐.'

우리 봄이는 아직 애새끼가 따로 없지만, 어머님의 경우는 그와 정반대다.

아주 농익을 대로 녹익었다.

"푸하~ 이거 마시따!"

"맛있죠?"

"정환이 덕분에 아줌마가 맛있는 거 먹네 헤헤."

물론 섹시함과는 거리가 멀다.

과일로 따지면 맛있게 익은 홍시.

꿀꺽! 꿀꺽!

잔에 가득 담긴 칵테일을 마신다.

브랜디 사워.

글자 그대로 브랜디 베이스에 레몬즙과 탄산수의 상큼함을 가미한 칵테일이다.

'향도 좋고, 마시기도 편하지.'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음료수처럼 마실 수 있다.

봄이네 어머님도 만족하시며 벌써 몇 잔째 비우셨다.

"어머님도 방송하시면 대박 나시는 거 아니에요?"

"뭐래~ 너무 띄워준다."

"진심인데."

"에헤헤, 내 나이에 애들 노는 걸 어떻게 해~"

바 테이블의 바로 옆자리.

이미 상당히 취하신 듯 방실방실 웃으며 손사래를 치신다.

'정말 연예인 하셨어도 됐는데.'

봄이 못지않게 작은 머리와 달달한 냄새는 매력적이다.

몸도 절대 아줌마의 체형은 아니다.

"한 잔 더♡"

"괜찮으시겠어요?"

"완전 괜찮지 맛있는데~"

여자 꼬시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두근거린다.

맛있는 칵테일을 또 한자 꿀떡꿀떡 비우신다.

'우리 봄이도 성인되면 술방을 할 수 있겠지.'

일이 생각보다 잘 풀리고 있다.

어떻게 손을 쓸 필요도 없이 레딧에서 이슈가 되는 모양이다.

레딧은 서양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 사이트.

이후 영상과 소통만 잘하면 자리를 잡는 건 시간 문제다.

자막을 달고, 편집 스타일만 바꾸면 될 것이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히끅!"

드디어 반응이 온다.

딸꾹질이 고막을 간지럽힌다.

취할수록 짧아지는 혀도 정말이지 귀엽다.

"글쎄, 쫌 들어봐~."

"또 남편분이 속 썩였어요?"

"응! 진짜 못됐지?"

나이에 안 어울리게 볼을 부풀리는 모습도.

술이 들어간 걸 감안해도 봄이의 어른 버전 같다.

'나를 애로 생각하는 것 같긴 한데.'

엄밀히 따지면 몇 살 차이 안 난다.

얼굴도 동안이라 동갑 내지 한두 살 연하 느낌이다.

하지만 유부녀.

남편 이야기를 할 때면 알게 된다.

왠지 모를, 정말로 모를 질투심이 조금 생긴다.

"진짜 나빴네요 남편분."

"우리 안사람 너무 욕하진 망~"

"제가 남편이었으면 둘째도, 셋째도 무조건 만들었을 텐데."

"어머, 어머! 애가 못하는 소리가 업썽~"

배시시 웃으며 또 손사래를 치신다.

휘휘 젓는 손도 둔해지고, 눈도 슬슬 감기고 계신다.

앉은 자리에서 상당히 마셨다.

본인으로서는 아직 체감이 안 되실 수 있지만.

"어? 어어??"

"계산 부탁드릴게요."

일어나는 순간 취기가 한 번에 돈다.

몸이 무거워지면서 픽 하고 쓰러진다.

정신 또한.

부축하고 있자 얕은 숨소리만 들려온다.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태운다.

'진짜 귀여우시지.'

예쁜 여친은 당연히 로망이지만, 예쁜 아내는 다른 이야기다.

막상 같이 살면 어떻게 될지.

배드 엔딩이 하나씩은 그려진다.

외모 유지하는데 돈과 시간이 든다.

기가 너무 세면 얼굴 보고 사는 것도 피곤하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굉장히 안락하다.

동안이라 세월이 티도 안 나고, 성격도 나긋나긋해서 잘 받아주신다.

물컹

몸도 부드럽다.

뱃살이 다소 있으시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몸매가 아직 현역이다.

따듯한 배에 손을 올린다.

따듯을 넘어 뜨끈해서 마치 손난로 느낌이다.

'이 배로 봄이를 낳았다고 생각하면.'

의미가 있는 뱃살이다.

배를 어루만지며 얼굴을 바라본다.

세상 모르고 꿈나라에 가 계신다.

언뜻 보면 여전히 20대.

입술도 정말 부드럽다.

마시멜로 같아서 만지고 있으면 녹아버릴 것 같다.

'유부녀 맞아?'

작은 입술이 보호 심리를 일으킨다.

엄지손가락을 넣자 부드러운 혀가 만져진다.

살짝 선을 넘긴 하지만, 남편분과 다퉜다고 하니 약간의 일탈은 괜찮을 것이다.

간만 본다.

'마음 같아서는 확 그냥!'

수빈이처럼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행복한 가정을 무너뜨릴 수는 없으니 애타는 마음만 달랜다.

"천천히 가주세요."

"여자친구분이세요? 이쁘시네~"

"만들어버릴까 생각 중이에요."

"훠훠, 한창 때에는 불 지르고 봐야지~"

체온이 높아서 안고 있으면 즐겁다.

앙증맞은 몸이 품 안에 쏙 들어온다.

'이게 어떻게 아줌마냐고.'

택시 아저씨도 깊은 공감을 표할 만하다.

아직 한창 때인 몸과 얼굴이다.

나한테 맡겨만 주면 제2의 오또맘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아니, 제1.

어려 보이는 거지, 굴곡이 없는 것은 아니다.

키도 평균 이상이고, 관리도 나쁘지 않다.

'하, 냄새도 좋아.'

묘한 색기도 풍기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내 여자 만들고 시작하고 싶다.

남의 여자이니 머리만 쓰다듬는다.

남편과 조금 더 싸워주길 간절히 희망한다.

끼익!

아쉽게도 즐거운 시간이 끝난다.

봄이네 집 앞에 택시가 도착한다.

엉덩이를 톡톡 두들겨 깨운다.

"일어나. 일어나요."

"5분만~"

"결제해주세요. 제가 데리고 나갈 테니."

"처자가 귀엽네."

아직도 꿈나라다.

봄이가 세월만 먹었다.

부드러운 몸을 안아서 택시 밖으로 꺼낸다.

'보쌈 마렵네.'

최대한 자중했음에도 발딱 선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꼭 안겨서 떨어질 기미를 안 보인다.

"어머님. 어머님?"

"우웅……."

"이러면 곤란한데."

짧은 시간 더 촉감을 즐긴다.

어쩔 수 없이 잡고 있는 엉덩이가 유부녀라는 사실을 자각시킨다.

'이거 유혹한다고 봐도 되지 않나?'

숨을 쉴 때마다 벌어지는 입술이 키스를 불러일으킨다.

염불을 외우며 간신히 참고 있던 와중에.

"어머나!"

"술이 좀 깨요? 자고 가야 되나?"

"완전 필름 끊겼나 봐……, 아줌마가 미안해서 어쩌지."

"괜찮아요. 재미만 있었는데."

"?"

애석하게도 일어나신다.

정신이 든 듯 주위를 살핀다.

어둡지만 군데군데 비치는 조명은 익숙한 장소를 비춘다.

"택시 타고 아줌마 집까지 온 거야? 이걸 어째. 내 정신 봐."

"미안하면 다음에 한잔 사주세요."

"그럴까? 아줌마가 정말 주책이었네. 다음에 사과의 의미로 꼭 살게!"

손을 흔들며 헤어진다.

멀리서 보면 봄이 같다.

어머님과는 만날 때마다 이성이 종종 흔들린다.

'그러면 안 되지.'

처녀였으면 그랬을 거라는 이야기다.

유부녀에게 손을 댈 만큼 막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리 현상은 어쩔 수 없다.

애달픈 속을 달랠 구석이 필요하다.

'지금 리아한테 가면 살짝 쓰레기 짓인가.'

고민만 해본다.

* * *

최근 먹방판.

〔개인 방송 갤러리〕

―먹방이 ㄹㅇ 개꿀 콘텐츠네

―요즘 먹방이 뜨는 이유가 [5] +2

―윾신 땅을 치고 후회할 덧ㅋㅋㅋㅋㅋㅋㅋㅋ [12]

―ㅊㄲㅇ ?1

불미스러운 이슈를 딛고 더 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체적인 상황을 봤을 때 뜨는 것이 당연하다.

―윾신 땅을 치고 후회할 덧ㅋㅋㅋㅋㅋㅋㅋㅋ

먹방 원조라고 목에 힘주고 다니지 않았나?

파프리카TV에 반항 안 했으면

그래도 한 자리 했을 텐데

└팩트) 드럽게 먹어서 어차피 안 본다

└쭈꾸미 같은 새끼 ㅇㅈㄹㅋㅋ

└작성자 윾신임 내가 봄

└그 새끼 유튜브 기어들어 왔던데 아무도 안 보던데?

일반 대중이 받아들이고 있다.

먹방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플랫폼 다변화도 상승세에 힘을 보탠다.

그 수혜를 120% 받고 있는 BJ.

―BJ하와와는 복귀하자마자 빵빵 터지네

먹방판 커진 수혜 톡톡히 보고

전부터 하고 있던 유튜브도 떡상

농담 거르고 삼대장에 끼어야 할 기세인데

└하와와 끼면 이제 사황 아님?

└빅맘 포지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입 하나는 빅맘이지

└봄이 어머님이 빅맘이냐? ㅋㅋ

하와와에 대한 관심은 전고점을 돌파했다.

현 상황만 따져도 웬만한 대기업들 뺨을 후리고 다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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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 Angel 5시간 전

당신의 댓글, 레딧으로 대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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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n Dabiri 2일 전

안녕하세요 Korean girl, 나의 이름은 Alan Dabiri이다 ――――――――――――

날아라슈퍼보드 2일 전

외궈들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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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기현상까지 벌어진다.

봄TV.

하와와의 유튜브 채널은 때아닌 이슈에 휩싸여 있다.

구독자와 조회수가 부쩍 늘었다.

그것은 좋은 일이지만 한국 사람이 아닌 듯한 시청자가 보인다.

〔하와와의 방송국! 〕

―요즘 유튜브에 외국인 댓글 많던데 뭔 일임?

딱히 싫거나 차별하는 건 아닌데

왜 오는 건지 궁금하네

└유튜브가 글로벌 플랫폼이라 원래 외국인들도 함

글쓴이? 한두 명이 아니잖아

└먹방이 신기한가 봐

└레딧에서 보고 왔다는 댓글은 봤음

외국인 시청자가 있는 것이다.

영어로 된 댓글이 눈에 띄다 보니 체감을 안 할 수가 없다.

기존 시청자들 입장에서 뭐지?

의문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현상이니 말이다.

―레딧에 하와와 관련 화제 있어서 퍼옴

[What does Mukbang mean?. jpg]

얘네 입장에서는

먹는 방송이라는 게 신기한가 봄

└먹방이 왜?

└우리나라 음식이 신선한가 보네

글쓴이? 아니, 먹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뉘앙스임

└양키들은 밥 안 먹나 ㅋㅋ

사실관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진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영어를 소화하고, 그중 소수는 레딧을 실제로 한다.

대체 무슨 소란이 일어난 건지.

오해의 여지가 없이 전달해도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한국도 한 번 겪은 과도기.

외국도 고스란히 겪고 있다.

그 정도가 더할 수밖에 없었다.

"Hey, Mr.Kim."

"왜 그러시죠?"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묻고 싶은데."

한국 대중들 사이에서는 알게 모르게 인식되고 있었다.

먹방이 보편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BJ라는 직업을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그러한 과정이 없다.

그리고 시계가 느리다.

인터넷 방송도 특이할지언데 방송에서 음식을 먹는다니?

"도대체 이 소녀는 뭘 하고 있는 거지?"

"하아."

"뭐냐 이 음식은? 이것이 한국의 개인 방송?"

"아아……, 모르는 건가? 이건 먹방이라고 한다."

멈춰있던 시계가 갑자기 빠르게 돌아간다.

느린 흐름에 살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사람은 낯선 것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차별 혹은 배척으로 이어지는 건 드문 반응이 아니다.

CNN? 「Mukbang : 음식 포르노, 한국인 라이브 스트리밍 식사」

블룸버그?

「어떻게 먹기만 해서 한 달에 수만 달러를 벌 수 있을까?」

허핑턴포스트? 「한국의 온라인 트렌드 : 예쁜 여자가 먹는 것을 보며 돈을 지불」

일부 언론에서 기사로 내보내진다.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다는 단어와 개념으로 설명하며 안심을 느낀다.

'…….'

그러한 언론사의 직원.

CNN에서 일하게 된 김두한은 얼척이 없다.

상사에게 설명을 했음에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회의를 걸쳐 선정된 단어가 'Food Porn'.

수익을 얻는 이유도 세속적인 이유로 단정을 짓는 분위기다.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낯선 문화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일은 말이다.

공정해야 할 언론사까지 이 지경이니 분통이 터진다.

타닥, 탁!

미국에 사는 동양인으로서 늘 감수해왔다.

더 이상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고, 자신의 손에 닿는 부분이라도 바꾸고 싶다.

마음을 먹은 김두한은 메일을 보낸다.

먹방이 이슈화가 된 계기를 만든 장본인.

그리고 오정환이라면 듬직한 아군이 되어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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