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2화
먹방.
대체 뭐 하는 방송인지.
해외에서는 큰 이슈가 된 것도 사실이다.
'왜 그렇게 지랄병이 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문화도 있구나.
적당히 짚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대대적으로 살폈다.
각종 메이저 언론에서 관심을 가질 만큼 말이다.
그 이상으로 주목받게 된 마당이다.
"봄이 왜 이렇게 화가 잔뜩 났어."
"그럼 제가 화를 내지 않게 생겼어요!"
ㅋㅋ
학원을 갔다 온 봄이가 울상이다.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뚫어져라 째려보고 있다.
'귀여워서 정말 깨물어주고 싶네.'
친구들과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던 모양이다.
사회생활이라 생각하면 나쁜 일은 아니다.
"다 오빠 때문이에요."
"다 오빠 덕분이야?"
"오빠는 사태의 심각성을 하나도 인지하지 못한 거예요!"
ㅋㅋ
이번만큼은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 호락호락하지 않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럴 수 있지.'
요즘 애들은 SNS에 민감하다.
인터넷에서의 인기가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봄이는 인기 스타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모습만 해도 눈에 띈다.
인기BJ가 되어버리니 독보적이다.
최근 SNS에서 한 가지 사건까지 터지자.
"정말이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에요."
"그거 큰일이네."
"후우, 후우, 후우……."
?봄이 개빡쳤엌ㅋㅋㅋㅋㅋㅋㅋ
?부들부들!
?사춘기 ON
?이건 정환이가 대가리 박아야지
친구들과 이야깃거리가 많아졌다.
우리 봄이의 본래 인기를 감안하면 별일은 아니지만.
'거 동심 좀 되찾을 수 있는 거지.'
스케일이 다소 있다 보니 부끄러운 모양이다.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겠다며 노발대발한다.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하나 더 먹을래?"
"하나 다 먹을 거예요!"
사과를 깎아 입에 쏙 하고 넣어주자 화가 조금은 가라앉는다.
즉석으로 먹는 맛이 있다.
우물우물!
열심히 받아먹는다.
봄이 한 마리 키우고 있으면 정말 심심할 틈이 없다.
'아직 시동은 걸지도 않았지만.'
봄이의 사진이 SNS에 퍼지는 것.
그 자체만 놓고 보면 흔한 일이다.
워낙 앙증맞고 귀엽게 생긴 똥강아지니까.
그런 봄이의 매력이 해외에서도 퍼지고 있다.
SNS는, 특히 유튜브는 국경이 없는 플랫폼이다.
"오빠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후우~ 제가 그렇게 쉬운 여자가 아니에요."
"엄청 맛있는 건데?"
"한 번만 용서해드리는 거예요!"
ㅋㅋ
스케일을 보다 키워보고자 한다.
* * *
엄청난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으악 무승귀신이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2014 스프링 시즌의 본선.
조별 리그에 배속된 리블즈 아나키는 무시를 받는 게 당연했다.
―씨지맥은 LCK 왜 꾸역꾸역 오는 거임?
어차피 무승할 거면서
└ㄹㅇㅋㅋ
└강원도 도사님이나 빨리 찾아가지
└아 우승을 해야 1억을 벌지!
└그저 ^무^
그의 행보가 믿음직하지 못하다.
예선은 어찌저찌 올라왔지만, 본선에서는 큰 기대가 되지 않는다.
<2014 LoL 스프링 시즌을 지금부터! 여러분의 뜨거운 환호! 함성과 함께 시자아아아아아아악~~~ 하겠습니다!!>
하물며 상대팀.
본선 첫 번째 경기부터 만나서는 안 될 팀을 마주하고 말았다.
"SKY T1이라니……."
"무적함대잖아!"
"아니, 진짜 밸런스 에바참치 아니야?"
SKY T1 K는 무적함대로 불리고 있다.
윈터 시즌으로 무패로 우승했기 때문이다.
팬들은 물론 선수들도 진지하게 밸런스 붕괴를 호소한다.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이제 경기 시작인데 왜 이렇게 풀 죽어있어?"
"상대가 너무 잘해서……."
"첫 경기부터 좀 그렇잖아요."
"힘내서 준우승 해보자."
"아 뭐예요 또~"
"하긴 저 팀 빼고 다 이기면 되죠!"
""하하하하!""
기죽고 있으면 죽도 밥도 안된다.
리블즈 아나키의 팀장.
씨지맥이 용기를 불어넣어 주며 기적의 첫 단추를 마련한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이걸 무승부를 띄운다고?
―무승과 무패의 절묘한 조화 ㄷㄷ
―못 이긴다고 했지 진다고는 안 함ㅋㅋㅋㅋㅋㅋ +3
―??? : 도대체 뭐가 문제지 롤갤? [50] +211
.
.
.
1승 1패.
무승부라는 접전을 일구어낸다.
상대가 초강팀이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성과다.
―??? : 도대체 뭐가 문제지 롤갤?
[씨지맥 사진. jpg]
나는 아직 승리를 경험한 적이 없다
└바로 이거였눜ㅋㅋㅋㅋㅋㅋㅋㅋ
└젤나가형 탑솔러 ㄷㄷ
└승리 빼고 다 잘하는 남자……
└그저 ^무^
아마추어팀의 첫 LCK 데뷔전이다.
리블즈 아나키가 주목받는 계기가 된다.
팀원 전원이 BJ.
안 그래도 높은 롤방송의 인기에 날개가 달린다.
〔개인 방송 갤러리〕
―하와와 CNN 출연ㅋㅋㅋㅋㅋㅋㅋㅋ
―짜고 치는 게 아니라고??
―CNN이면 존나 유명한 언론일 텐데 [20] +1
―오정환 대체 어케 섭외했냐…… [5]
.
.
.
파급력 때문이다.
파프리카TV가 국내 인터넷 방송 №1의 점유율을 자랑한다고 해봤자 공중파에는 못 미친다.
롤방송의 흥행 이후 다른 콘텐츠들이 날개를 못 피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분명 그러했지만.
―CNN이면 존나 유명한 언론일 텐데
일단 내가 알음
└갠붕이가 알면 ㅇㅈ이지
└미국 메이저일 걸?
└하와와 출세함ㅋㅋㅋㅋㅋㅋ
└진짜 미국 뉴스에 나오면 대박이네
조금 다른 국면이 펼쳐진다.
오프게임넷이 든든한 입지를 가진 방송사이긴 해도, 메이저에 비하면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도 그러할지언데 해외라면 더더욱이다.
오정환의 방송에 엄청난 이목이 몰리고 있다.
<카메라를 켜놓고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이 새로운 트렌드를 어떻게 선도하게 됐는지, 궁극적인 목적과 방송 철학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봄이는 아무고토 몰라요…….>
고깃집.
이글이글 맛있게 구워지는 삼겹살을 눈앞에 두고도 평소의 그녀 같지 않다.
정신이 혼미해져 있다.
쌈 싸먹을 생각도 못 하고 있다.
무려 CNN과 단독 인터뷰를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현대 사회가 가진 외로움이라는 아픔을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수많은 1인 가구들의 고독을 달래주기 위해 그녀는 오늘도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거예요?>
<그런 거야.>
어째서 먹방이라는 문화가 생겼는지.
196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등장한 핵가족화에 초점을 둔다면 유별난 것도 없다.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화가 된다.
현대 사회에서는 그것이 당연하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말이다.
<미국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크다. 먹방은 뇌를 자극해 과식·중독을 유발하기 때문에 음식 포르노라 보는 시선도 있다.>
<헐~>
?음식 포르노ㅋㅋㅋㅋㅋㅋㅋ
?먹방BJ ㅓㅜㅑ
?봄이 깜짝 놀랐어
?진짜 저렇게 생각한다고??
산 넘어 산.
선입견이라는 것은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특히 문화적인 차이는 몇십 년이 지나도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
납득시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BJ하와와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도 하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한 상황 속에서도.
<그것은 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건복지부의 통계 자료를 인용했다. 한국인의 비만율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의 비만율은 미국의 1/6 수준이다. 따라서 서구화된 식생활의 영향이 결정적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
전혀 기죽지 않고 또박또박 할 말을 이어나간다.
비만 선진국인 미국이 한국에게 꺼낼 주제가 아니거니와.
<강남 거리를 가봤다면 알겠지만 심각한 비만은 찾아보기 힘들다.>
<동의한다. 한국의 비만과 미국의 비만은 정도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비만과 초고도 비만은 심각성이 하늘과 땅 차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비만을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바라보지 않는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제 막 발돋움을 시작한 먹방과 비만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게임을 하면 범죄율이 증가한다고 믿는 일부 몰상식한 정치인과 같다.>
<편집부의 의견이다. 왜곡으로 느껴졌다면 사과한다. 내 개인의 의견은 당신과 통한다.>
?캬
?CNN을 씹어 먹네
?엄청난 혀지컬 컨트롤~!
?오정환 클라스 미쳤눜ㅋㅋㅋㅋㅋㅋㅋ
나라가 다르기 때문에, 관점 또한 완전히 다르다.
일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점에 있어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비만율의 원인을 식습관 악화, 단적으로 패스트푸드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맥도날드의 후원을 받고 있어 코멘트를 피하고 싶다.>
현대인의 식생활은 간소화되는 추세다.
먹기 편한 고열량·고지방식의 비중이 올라가고, 식사 시간도 극단적일 정도로 짧아졌다.
단순한 에너지 공급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바쁜 일상 탓에 잊고 지내야 했던 식사의 본질적인 의미를 먹방은 상기시킨다.
<함께 먹을 사람을 만들어주고, 식사의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현대인의 바른 식생활에 먹방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제 먹어도 돼요?>
엄근진하게 시작됐던 인터뷰가 화기애애하게 끝난다.
그리고 식사 시간이 이어진다.
우걱우걱!
우걱우걱!
어째서 먹방을 보게 되는지.
백문이 불여일견이 되는 광경이 펼쳐지게 된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까지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다.
방송 분위기는 유쾌하다.
―오정환 인터뷰 보고 이거 생각난 사람 개추
[임요환 아침마당 인터뷰. jpg]
나부터 ㅋㅋ
└진짜 딱 이거ㅋㅋㅋㅋㅋㅋㅋ
└미국도 꼰대들이 많구나
└미국이 비만으로 깝친다? 맞아야지
└오정환이 아가리 잘 털었음 ㅋ
커뮤니티의 반응도 말이다.
답답했던 속을 뻥 뚫어주는 인터뷰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게 개인 방송 갤러리.
먹방이 무시당하는 건, 자신들이 무시당하는 것과 같다.
―비만 까면서 맥도날드는 못 까는 게 레전드였음
내로남불 ㅅㅂㅋㅋ
└양놈들이 특히 그런 게 심함
└이 새끼들 총기 합법화하는 논리 보면 코미디임ㅋㅋㅋㅋㅋㅋ└기자도 속으로 웃었을 듯 └다시는 한국을 무시하지 마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이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준 것이다.
오정환의 주가는 상한가를 돌파한 지 오래.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다.
해외에서 관심을 갖게 되자 국면이 달라진다.
"뭐? CNN이?! CNN이 BJ를 왜?"
"먹방이라는 게 참신했던 모양입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단독 인터뷰까지……."
콧대가 높은 메이저 언론들.
부정적인 이슈를 제외하면 BJ에 관련된 기사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가 된다.
해외 반응에 민감한 건 한국 언론의 공통된 특징이다.
'정말 해외에서도 먹방을 본다고?'
'이게 뭐가 신기한지 도저히 모르겠는데.'
'국뽕은 무조건 돈이 되니 기사 찍어내야지!'
실제로 잘 먹히기도 한다.
수영, 피겨 등.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분야도 한국이 잘한다고 하면 갑작스레 이슈가 된다.
같은 맥락.
일반 시청자들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기존의 팬층인 젊은 층뿐만 아니라 나이 든 세대들도 말이다.
"취재 해와."
"지금요?"
"니가 CNN보다 잘났어?"
"…가겠습니다."
그 먹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워낙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다 보니 관련 자료에 문외한이다.
''BJ하와와가 뭐야? 대체 왜 하와와야?'
하나부터 열까지 말이다.
기성 언론의 방식에서는 직접 취재하러 가는 것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