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4화
인기.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은 가져보기 전까지 알 수가 없다.
'진짜 취한 기분이야.'
장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도 말이다.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당연한 듯 저지른다.
"봄이야."
"……."
"봄이에요 해야지."
"오빠랑 말도 하기 싫어요!"
?봄이에요 안 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청 화났는데?
?정환아 사과하자
?자, 연습해볼게요 미안해~
ㅋㅋ
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술을 못 마셔서 그런지 취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세속에 물들면 대가리를 후려쳐도 못 깨어나거든.'
연예인들도 겪는 일이다.
갑질을 하거나, 씀씀이가 헤퍼지는 등.
흔해 빠진 이야기를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본다.
인기가 가진 함정이다.
다행히 봄이는 불편함만 느끼는 듯 특별한 이상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 봄이 너무 귀여워."
"꾸웨에엑?!"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지."
"지, 진짜 너무 아파요. 저는 오빠한테 당하고만 살아요."
작은 대가리를 꼭 움켜쥐고 부들부들 떤다.
하지만 봄이가 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위가 변하면.
'당사자는 결국 고통받거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먹방이 유행을 탄 부작용.
취재를 온 기자들에게 시달린다고 한다.
"오빠 때문이에요."
"이게 정말 큰일인 게."
"오빠 때문이에요!"
"정말 한두 명이 아니거든요? 기자분들도 자제를 해주셔야 돼요"
?너 때문이라는데?
?뚫어져라 노려보는데?
?만악의 근원……
?봄이 좀 평화롭게 살게 자제해!
한두 번이면 기념 삼아라도 재밌게 하겠지만, 하루에 몇 번씩이나 반복되면 지친다.
무슨 연예인이 아닌데.
'근데 원래 그래.'
기레기 새끼들의 종특이다.
선민의식이 업계 전반에 깔려 있어서,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다.
무턱대고 싸울 수도 없는 게 언론이 깡패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배 째라식으로 나오는 나쁜 놈들이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이분이 그 유명한……?"
"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먹방 소녀죠."
쉽지 않은 문제.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아저씨와 만남을 가진다.
봄이가 굉장히 못 미덥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딱히 팔아넘기는 건 아니니 안심해도 좋다.
―커여운빵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판사님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저는 판사가 아니고요. 일개 변호사일 뿐입니다. 반갑습니다, 정환 님. 시청자 여러분들."
?딱 봐도 변호사잖아
?판사랑 변호사 구분 못함ㅋㅋㅋㅋㅋㅋㅋ
?정환이를 알아?
?ㄹㅇ 이런 건 법에 맡겨야 함
변호사 사무실.
평소 연락을 하는 분이다.
BJ 일을 하다 보면 이성과 상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
'퀵서비스 기사가 갠방갤을 했었던 리아의 사건도.'
이분의 도움을 받았다.
고소 서류를 접수하고, 해당 업체에 연락해 당사자의 신원을 요구했다.
자신들은 상관이 없다.
직원의 독단적인 범행이다.
선을 그으며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해왔다.
일반인이 전화했다면 시큰둥하게 책임이 없다고 일관했을 게 뻔하다.
변호사의 유무는 정말 천지 차이다.
"기자들이 취재를 강요해와서."
"강요요? 그건 협박죄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아~ 그래요? 가능한 원만하게 해결했으면 좋겠는데."
"오빠도 혼내주세요."
해당 퀵서비스 기사는 자기 딴에는 장난을 치고 회사를 관둘 생각이었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죗값을 피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달의 월급은 물론 성과금까지 전부 징계.
우발적인 장난이었다며 선처를 바랬으나, 의도가 악의적이었다는 사실을 강조시켰다.
커뮤니티에 올린 게시글이 결정적인 증거를 하며 실형이 선고됐다.
해당 사건 이후 사생팬의 장난질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빵떡사랑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변호사 선임하면 돈 많이 들 텐데 ㄷㄷ
"괜찮습니다. 우리 봄이 밥값이 더 들어요."
"더 많이 먹을 거예요."
?봄이야……
?질풍노도의 먹방 ON
?얼마나 먹길래 변호사보다 비쌐ㅋㅋㅋㅋㅋ
?지금은 걍 상담 아님?
믿음직한 오빠로서 봄이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고작 그 정도로 어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지만 말이다.
'기레기들이 법을 얼마나 많이 어겨봤겠어.'
아슬아슬한 선에서 줄타기 하는 게 특기인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정공법은 절대 정답이 아니다.
"봄이야."
"헐~"
"봄이야!"
"봄이야!"
""꺄르르르륵!!""
용병을 고용한다.
저 멀리서 신선한 무리가 손을 흔든다.
당황한 봄이가 나를 뚫어버릴 듯이 쳐다본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법이 뭐 얼마나 의미가 있겠어.'
헌법 위에 떼법 있다고 하는 나라인데.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최강의 생물인 것도 사실이다.
―여캠매니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 친구들 미모 보소 미춌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꺄르르르륵!!""
?텐션도 미춌네;;
?와 얘네들 걔네 아님?
?돈슨 페스티벌!
?잘 컸네 ㅎㅎ
어지간한 법규는 일관된 진술과 피해자의 눈물로 무효화시킬 수 있다.
실제 그런 짓을 하고 말고 이전에 말이다.
'얼마나 무서워.'
정말 보기만 해도 손이 덜덜 떨린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왠지 오빠 때문일 것 같아요."
"오빠가 불렀어!"
"오빠가 불렀긔!"
"내통하고 있었어. 나만 몰랐어!"
""꺄르르르륵!!""
무해한 성인이 될 때까지 예쁘게 성장하길 바랄 뿐이다.
봄이 수호를 부탁하기 위해 불렀다.
'겸사겸사 콘텐츠도."
여고생이다.
정말 진귀한 존재다.
그 자체만으로도 콘텐츠가 되고, 떼로 몰려 있다면 무서워라도 한번 구경해본다.
「먹방) 오정환. 여고생 먹방」_ ?53, 891명 시청
건전한 성인이라면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방송.
어그로가 끌리며 유입 시청자들이 몰려온다.
콘텐츠도 최근 뜨고 있는 먹방이다.
―여캠매니아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여고생 먹방……, 이건 귀하네요
"감사합니다 여캠님. 건전한 시선으로 봐주세요."
?겁나 예뻐짐
?여캠 유망주 아님?
?일찐 눈나들 ㄷㄷ
?봄이 입 댓발 나왔누
무엇보다 이쁘다.
이쁘장하기보다는 이쁘다고 생각될 만한 나이가 됐다.
'봄이 친구들답게 수준이 높지.'
중학교 3학년 시절부터 봐왔더니 그 체감이 더욱 와닿는다.
성인이 되는 날이 기다려진다.
"꾸웨엑!"
우리 봄이도 말이다.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하게 울부짖는다.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 * *
먹방의 대중화.
그 최대 수혜자인 BJ하와와에게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잠깐 취재 협조 좀 해주세요! 취재 협조! 학생들 기다려, 기다리라니까?"
일부 언론사들이 과도한 취재를 해올 만큼 말이다.
그녀가 다니고 있는 학원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린다.
그런 기자가 한두 사람이 아니다.
졸지에 취재 대상이 된 봄이는 지금까지 큰 고통을 받았지만.
"취재 폭력 멈춰!"
""멈춰?!""
그녀의 외침을 들은 학생들이 다 같이 외친다.
학원에 취재 폭력 발생이 알려지며 곧바로 진화에 들어간다.
<최근 심각해진 강제 취재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멈춰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큰 이슈가 된다.
일부 기자들의 만행.
오정환의 개인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알려졌고, 언론사들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메이저 언론사를 중심으로 발을 빼는 움직임이 보인다.
자신들은 해당되지 않는 척 정의의 편에 서서 보도하는 것이다.
<인터뷰> 김민주 (한국 고등학교 2학년): 취재가 심하다는 걸 알 수 있고, 나도 저걸 같이 막아줘야겠다, 좀 없앨 수 있지 않을까.
1도 관심 없던 분야가 흥하면 숟가락을 얹는 것이 한국 언론사의 관행이다.
그에 따른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주변 학생들의 입을 통해 알게 된다.
<취재 폭력 발생 즉시, 다수의 학생을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로 참여시켜 취재 폭력을 줄이고 예방하는 겁니다.>
도를 넘은 기자들에 한해서는 녹화와 녹음까지 병행했다.
해당 파일이 공개되며 9시 뉴스에 타자 불붙었던 취재는 진정된다.
―와 오정환 대단하긴 하네
취재 폭력 예방 프로그램이라니!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지?
└그러니까 갓정환이지
└멈추라고 멈추는 게 신기하긴 한뎈ㅋㅋㅋㅋㅋㅋㅋ
└봄이 사랑은 끔찍하게 함
└여고생 친구 많더라~
그 대단한 아이디어를 도입한 오정환에게도 이목이 쏠린다.
과도하게 쏠린 관심으로 고통받던 하와와를 해방시킨 것이다.
언론사는 여론에 지극히 민감하다.
법적인 대응까지 고려하니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보다는 상생을 선택한다.
"봄이 멈춰!"
""멈춰?!""
"히잉……."
""꺄르르르륵!!""
다수의 놀림은 감수해야 했지만 말이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즐거운 일상을 되찾는다.
얼핏 그렇게도 보였다.
연이어 언론을 탄 셈이다.
그것도 대중적인 매체에 다뤄졌다.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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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볶음밥 1일 전
여기가 봄TV임? 먹방 원조임? 앙 급식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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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오장인 1일 전
내 급식보다 맛있게 먹네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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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대단함 2일 전
이이잉~ 기모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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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팬들의 유입이 가속화된다.
그 자체는 그럴 수 있지만, 인터넷 방송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
팬과 스타와의 거리가 가깝다.
권리가 아닌, 배려를 전제로 한 소통이다.
이를 모른다는 것.
―한국고 가면 봄이 만날 수 있음?
[내 사진. jpg]
유튜브에서 봤는데 졸귀네
내 신붓감으로 합격인 듯 ㅇㅅㅇ
└삭제해라 애송이……
└무슨 자신감으로 사진 올림?
└컨셉이겠지
└멈춰!
사생팬은 대단한 악이 아니다.
팬과 스타간의 지켜야 할 거리감을 착각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평소 친구한테 하는 행동들.
그 장난을 한두 명이 아닌 수백, 수천, 수만 명이 치면 큰 문제가 된다.
매체로 만난 존재를 마치 친구처럼 생각한다.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도 못 하고.
―하와와가 다니는 학원 어딘지 알아냈닼ㅋㅋㅋㅋㅋㅋ
[9시 뉴스 영상 캡처. jpg]
여기 분당에 있는 ××학원이네 ㅋ
집에서 버스 타고 30분인데 당장 간다
└(선 넘네 둘리콘. jpg)
└오정환이 판교 사니까 근처에 다니는구나
└저기 가면 봄이 실물 볼 수 있냐??
└범죄 멈춰!
물론 그녀의 친구들이 사건을 미연에 방지한다.
도를 넘는 학생들은 학교에도 있고, 비슷한 사건도 여러 번 있었다.
스케일이 다르다.
한 손이 열 손 못 막는다.
무엇보다 악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상대하기 껄끄럽다.
"사생활 침해 멈춰!"
""멈춰?!""
"으악!"
그럼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친구인 봄이를 지키고 있지만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울타리를 벗어난 사생팬이 생기게 되고.
"너 멈춰 안 해?"
"같이 멈춰 해야지!"
"나의 정체성을 깨달았다. 난 봄이의 팬이었던 것이다."
단합 또한 영구적으로 지속되기 힘들다.
이탈자가 하나둘 나오며 멈춰 프로그램이 와해되기 시작한다.
'너무 힘들어…….'
그녀 본인도 굉장히 무해하게 생겼다.
착하다는 것은 인간 관계에서 결코 장점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대중의 큰 관심.
갑작스레 상승한 인기는 나름대로 BJ 생활에 적응한 하와와조차 부들부들 떨게 만들었다.
'이게 다 오빠 때문이야. 나 삐뚤어질 꺼야!'
화가 단단히 난 봄이의 눈썹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