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35화 (535/846)

535화

<봄이의 0.4춘기>

인생에 한 번은 찾아온다.

쿵! 쿵!

아니, 언제쯤 오나 기다렸다.

화가 잔뜩 난 봄이가 쿵쿵 걸음으로 현관문을 열고 나온다.

'너무 가벼워서 콩콩 걸음이긴 한데.'

평소 아장아장 걸었다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다.

학원에서 모종의 사건이 있었던 모양이다.

"봄이 왔어?"

"……."

"왔으면 오빠 볼에 뽀뽀해야지."

"오빠랑 말도 하기 싫어여―!"

소리를 빼액! 지르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딸 같은 봄이의 반항기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사춘기 딸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된다.

정말 재미가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된다.

늦게 올수록 강도가 세진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엄청난 반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려 다녀왔다는 인사가 없어.'

인사와 뽀뽀는 절대로 빼놓지 않았는데 말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는 걸 방증하듯 입도 댓발 나왔다.

그러한 봄이의 뽀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쉽다.

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당연히 봄이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한 거긴 한데.'

사건이 어떻게 번져 나갈지.

시작 단계에서 예상을 하는 것은 가능성을 논할 이야기가 아니다.

나라고 하는 일이 매번 잘될 수는 없다.

생각 이상으로 잘되는 바람에 스케일이 너무 커지고 말았다.

쿠웅!

봄이가 문을 벌컥 열고 나온다.

자기 딴에는 세게 열려고 한 듯 콧구멍을 벌렁벌렁 하고 있다.

"저 친구들이랑 놀다 올 거예요. 완전 늦을 거예요!"

"저녁 9시까지는 돌아와."

"네~"

"오빠가 용돈 줄까?"

"주세요."

ㅋㅋ

그러한 스트레스.

푸는 것이 당연히 좋다.

우리 봄이의 프라이버시는 당연히 존중해준다.

'봄이 한 마리 키우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어요.'

이런 아이가 사회에 나가면 하게 될 고생.

당연하게도 호락호락할 리가 없고, 풀이 잔뜩 죽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안쓰럽다.

BJ 입장에서 말하기 좀 그렇지만, 방송만큼 날로 먹는 게 별로 없다.

우리 봄이가 고생하지 않도록 방송 기틀을 닦아주고 싶었다.

'요즘 애들은 정말 고마운 줄도 모르고.'

부모님들이 어째서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라는 말을 달고 사는지.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끼익―!

요즘 애들다운 게 나쁜 것만은 아니기도 하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봄이의 옷차림이 평소보다 개방적이다.

치마도 짧아졌고 코디도 살갗이 조금은 노출됐다.

자기 딴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을 패션으로 표현했다.

'진작에 그렇게 좀 하지.'

굉장히 환영하는 변화다.

친구들은 정말 어디서 침 잘 뱉고 다니게 생겼는데 봄이 혼자 덩그러니 동심을 유지한다.

사춘기가 가지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뒷골목에서 삥 뜯던 일찐 누나들이 졸업한 후에 더욱더 생각나는 것처럼.

─유부녀폭격기오정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러게 봄이 좀 작작 갈구지ㅋㅋㅋㅋㅋ

"하아……, 님들 저 심각해요."

―봄이가 더 심각해

―자업자득

―사실 사춘기 한참 늦었음 ㅋㅋ

―대체 어떻길래요

그런 봄이의 상태.

걱정이 되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시청자들과 터놓고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보라) 오정환. 딸아이에게 사춘기가 왔습니다」_ ?39, 891명 시청

겸사겸사 콘텐츠로 진행한다.

우리 봄이의 사춘기라니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는 화두다.

─치즈빈대떡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통금 9시면 개착한데……?

"원래 학원 있는 날 아니면 해 지기 전에 무조건 들어와요. 정말 다 컸어, 다 컸어……."

그 정도가 아직 미약하지만 말이다.

일탈을 해본 적이 없다 보니 하는 일도 앙증맞다.

"정도를 떠나서 딸 같은 아이인데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죠."

―그래서 엄청 치는 거야?

―봄이 통금 있었누

―곧 성인인데 너무한 거 아니냐

―니가 괴롭혀서 같은데;;

사춘기다 뭐다 해도 엇나가려면 한참 멀었다.

담배도 피고, 술도 한잔 하고 교복도 쫄여 입어 봐야 어디 가서 일탈 좀 해봤다 하는 거지.

'왜 안 하냐고.'

아쉬운 마음이 듦과 동시에, 혹시 그러면 어쩌나 싶다.

정말 딸아이를 키우는 마음 그대로다.

우리 봄이를 걱정하는 것.

시청자들도 같은 마음이다.

팬심도 팬심이지만 봄이의 주력 콘텐츠는 먹방 이전에 Vlog가 있었다.

그렇다.

우리 봄이의 성장 과정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다.

한창 파릇파릇할 시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파릇파릇하다.

─군만두개꿀맛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중딩 때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지 ㄹㅇ

"그러게나 말이에요. 떡볶이 국물 묻히고 다녔는데."

봄이가 카메라에 처음 모습을 비춘 건 3년 전.

자신의 강력함을 자랑하던 그 시절의 봄이를 기억하는 건 나만이 아니다.

'이제는 아메리카노도 꿀떡꿀떡 마실 수 있게 됐지.'

다소 인상을 찌푸리긴 하지만 한 잔 정도는 무리 없이 소화한다.

인생의 쓴맛을 조금은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딸칵!

과거를 돌이켜보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기껏해야 초·중학생 시절 졸업 앨범을 뒤져보는 게 고작이다.

『Koogle』-검색 결과 약 112, 000개 (0.30초)

떡볶이녀 : 네이버 블로그

101개의 떡볶이녀에 대한 아이디어 - Pinterest

입가에 떡볶이 묻히던 그녀 최근 근황은?

그것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방송 활동을 해왔고, 유명세를 탔기 때문에 옛날 자료가 인터넷에 널렸다.

약간의 수고만 들이면 찾아볼 수 있다.

오늘의 콘텐츠는 봄이의 과거를 관음해보는 것이다.

"우리 봄이가 이렇게 말을 잘 듣던 시절도 있었는데."

―아니 떡볶이녘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꺼낸다고??

―이때도 ㄹㅇ 예뻤네

―너무 잘 들어서 연기 시켰잖아;;

이를 알고 있는 시청자도 있고, 모르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방송을 하루 이틀 한 게 아니니 당연하다.

마음만 먹으면 성장 과정을 볼 수 있다.

짤방은 물론, 중간중간 일어났던 사건들도 모조리 말이다.

─탑은정글차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래서 떡볶이녀 가망 있음?

"정말 언제 크나 싶어요."

기존팬은 알고 있으니 재밌고, 유입팬은 궁금해서 재미있다.

방송을 오래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스토리텔링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거지.'

보기만 해도 정겨운 아이다.

옛날부터 보면 얼마나 정겨울까.

솔직히 말해서 당장 내가 궁금하다.

『Koogle』-검색 결과 약 211, 000개 (0.27초)

한국고 급식 사태 요약. jpg

핫해경: "무상 급식이 한국고 사태 만들었다"

유주민: "무상 급식은 국가 급식, 국가 급식은 헌법이 규정한 의무교육"

우리 봄이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던 시절.

영양교사와 1 대 1 맞짱도 서슴지 않던 그 처절한 항쟁은 기억에 남지 아니할 수가 없다.

─스팸을김치에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미친 새낀가 싶었는데

"급식이라는 게 학교 측도 학생 측도 사정이 있는 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너요 너

―ㅈ정환 진짴ㅋㅋㅋㅋㅋㅋㅋ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 아니었음?

―이때 팬됐지 ㄹㅇㅋㅋ

살아남은 봄이는 보다 강력해졌다.

먹은 만큼 강해지는 메르엠처럼 무럭무럭 성장 가도를 밟게 된 것이다.

'내가 그렇게 신경을 써줬는데.'

요즘 애들은 정말 감사하는 마음을 모른다.

괘씸한 마음이 살짝 드니 비장의 컬렉션을 공개한다.

펄럭!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책을 펼친다.

결코 인터넷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이 녹아있다.

『한국 초등학교 졸업 앨범』

6학년 햇님반 10번 서문봄

6학년 햇님반 11번 박서아

6학년 햇님반 12번 유리야

우리 봄이가 아직 나약하던 시절.

나중에 크면 오빠랑 결혼한다고 서류에 사인까지 한 지가 얼마 안 됐다.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거 봐."

―그게 왜 니한테 있누

―초희귀 레어템인데??

―와 싹이 다르네 ㄷㄷ

―너는 진짜 깨무니까 문제지;;

볼따구가 아주 탱탱하다.

머리도 조막만 해서 정말 사과 씹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배 씹는 느낌이지.'

여전히 조막만 하다.

하지만 알맹이는 성장할 때가 됐고, 느릿하지만 천천히 우화하고 있다.

<문이 열렸습니다!>

8시 55분이 되자 문이 열린다.

통금 시간을 딱 맞춰서 온 봄이의 모습은 꽤나 달라져 있었다.

"봄이가 왔어?"

"몰라요."

"어우, 귀여워."

"후후, 저 지금 완전 반항기에요."

ㅋㅋ

친구랑 잔뜩 놀고 온 듯 기분이 고양돼있다.

맨다리가 보이는 꽤 짧은 청바지와, 그 위로 두른 코트가 앙증맞게 귀엽다.

'아마 친구의 코디겠지.'

이래서 친구를 잘 둬야 된다고 하는 걸지 모른다.

우리 봄이도 일찐 누나들의 영향을 받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싶다.

─봄이의삼촌팬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봄이 오늘 완전 이쁘네 ㅎㅎ

"저 완전 악마 모드예요. 저 이제 삐뚤어지기로 했어요."

―소악마네

―본인이 졸귀탱인 걸 알까?

―착한 사춘기 ㅇㅈ

―이런 반항이면 완전 환영이짘ㅋㅋㅋㅋㅋ

우리 봄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

기껏해야 친구들을 본받는 정도이니 애초에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일찐 누나 같은 거지, 진짜 일찐은 아니거든.'

껌 딱딱 씹으면서 땅에 침 찍찍 뱉는 것도 로망이 있긴 하지만 봄이가 한다고 하면 뜯어말리고 싶다.

그냥 깜찍해져서 나타났다.

"제 용돈을 모조리 쏟아부었어요! 저는 더 이상 저축하지 않는 거예요."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후후."

대단한 악행을 저지른 듯 의기양양하다.

사실 굳이 따지면 저축만 하는 게 바보이긴 하다.

'왜 우리나라는 저축을 하라고 가르치는지 모르겠는데.'

인생을 즐기거나, 모험을 하거나, 투자를 하는 쪽이 뭐가 됐든 남는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경험이라는 값진 교훈이 말이다.

"꾸웩!"

우리 봄이가 즐거운 비명을 지를 만도 하다.

책상 위에 놓여진 앨범.

자신의 가장 귀여웠던 시절을 수많은 시청자들이 감상하고 있다.

부들부들!

부들부들!

감동에 겨운지 몸을 부르르 떤다.

눈을 부릅뜨고 나를 쳐다보는 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모양이다.

"이게 왜 여깄는 거예요!"

"우리 봄이 너무 귀여워서 빌려왔지."

"왜 말도 없이 제걸 보여주는 거에여어―!"

―봄이 극대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빡쳤엌ㅋㅋㅋㅋㅋㅋㅋㅋ

―허락 안 맡았네

―전설처럼 내려오는 극대노 ㄷㄷ

볼따구가 터질 지경을 넘어 푸르르 떨린다.

어쩜 이리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좀 더 사춘기가 찾아오면.'

더 사랑스러워질지 모른다는 욕심이 난다.

당장의 봄이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다.

"저 진짜 완전 사춘기에요."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줄게."

"엄청 맛있는 거 사줘도 안 봐줄 거예요. 저 이미 다 먹고 왔어요."

ㅋㅋ

뾰로통한 입술이 어찌나 깜찍한지 모른다.

놀리는 맛이 상당한 아이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심했을 수 있다.

꽝!

콧구멍이 벌렁거릴 정도로 큰 숨을 몰아쉬더니 문을 꽝 닫고 들어간다.

우리 봄이의 버르장머리가 조금 없어졌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495개 감사합니다!

사과해 미친 새끼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과개 감사합니다. 가슴이 정말 아프네요. 진짜 사춘긴가 봐."

―사춘기 Lv Max!

―진짜 지 때문이라는 걸 몰라서 저러는 거임?

―이 새끼 100% 싸이코

―일단 봄이가 사춘기 온 이유는 알겠네요^^

보호자로서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봄이가 어째서 이토록 화를 내는지.

'진심 어린 소통을 해봐야지.'

그녀의 본심을 들어보는 수밖에 없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