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36화 (536/846)

536화

'후우…….'

봄이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뱉는다.

최근 들어 몹시 화가 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봄이야."

"정말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거야."

"마이쮸 먹을래?"

"응!"

친구가 입에 쏙 넣어주는 마이쮸를 받아먹는다.

꿀꿀했던 기분이 달콤하고 새콤한 마이쮸에 조금 풀린다.

우물우물!

행복한 표정이 된 봄이를 보며 친구들도 한시름 놓는다.

최근 그녀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너무 귀여워.'

'깨물어주고 싶어!'

'봄이를 왜 이렇게 못 살게 구는 걸까?'

본래부터 인기는 많았다.

방송을 하기 훨씬 이전에도 말이다.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 만큼 친구들도 놀라진 않는다.

"봄이야."

"응!"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는 건 어때? 쉬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맞아! 하고 싶을 때 다시 하면 되지."

봄이가 유명해진 것은 필연이다.

연예인을 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녀와 친구가 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워낙 순수한 애라.'

'눈동자가 똘망똘망해!'

'우리가 지켜줘야지.'

그러한 컨셉.

내숭을 떠는 여자는 많고, 같은 여자는 그런 부류를 간단하게 눈치챈다.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알고 지내면 지낼수록 정말 착한 아이구나.

"괜찮은 거야."

"그런 거야?"

"그런 거야."

"그런 거래!"

""꺄르르르륵~!!""

그렇기에 더 고깝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같은 사태가 학교 내에서도 종종 있었다.

워낙 무해하고, 순진하게 생겼다 보니 그 점을 악용한다.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는 나쁜 인간들 말이다.

'아 너무 귀여워!'

'오빠는 깨무는 이유를 알 것 같다니까?'

'보기만 해도 행복해♡'

그런 악인들에게서 봄이를 지키기 위해 모였다.

자발적으로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생기는 필연.

그녀의 외모와 순수함에 버틸 수 있는, 자기 혐오에 빠지지 않는 이들만이 남았다.

그룹의 수준이 매우 높다.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오라를 내뿜는다.

지금까지는 충분하고도 남았지만.

"봄이다!"

"봄이! 봄이!"

"BJ하와와 실물 봐. 대가리 개작아!"

"머리 깨물어봐도 돼요?"

"히잉……."

창밖으로 모르는 학생들이 들러붙어 있다.

방송을 하게 된 이후로, 특히 최근에는 이상한 애들이 많이 꼬인다.

감당을 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뉴스에도 타고, 별별 일이 다 생기다 보니 어디서 주워듣고 온 것이다.

"저리 안 가!"

"와 봄이 친위대다!"

"친위대! 친위대!"

"눈나 나 눈나 팬이에요!"

"정말?"

그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봄이가 유명해질수록 자신들도 알게 모르게 인지도가 상승한다.

요 근래 SNS의 팔로워 수가 부쩍 늘었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생겨서 재미있다.

'한두 명이면 몰라도 이렇게 많으면 좀 그렇지.'

'봄이도 정말 힘들겠다.'

'우리가 있을 땐 괜찮은데.'

순수하고 착하기만 한 봄이에 대해서는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혹시 마음속으로 상처를 받지 않을지.

정 힘들면 그만두라고 설득하고 있다.

걱정하기만 하는 친구들의 생각과 달리, 봄이는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다.

'공부하기 싫어…….'

매일매일 엄마가 해주는 밥과 산더미처럼 쌓인 공부!

그보다는 방송을 핑계로 노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조금은 사라진다.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다.

오정환의 음식에 길들여진 그녀의 입맛은 어느새 고급화돼있다.

"오늘도 먹고 갈 거야?"

"후우……, 고민 중인 거야."

"오빠 밥이 그렇게 맛있어?"

"그런 거야."

"그런 거구나."

""꺄르르르륵~!!""

웬만한 외식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만큼.

사실 봄이네 집밥도 평균적인 기준에서 크게 모나지 않는다.

오정환의 음식이 압도적일 뿐이다.

취향을 완전히 저격하는 전속 요리사의 존재감은 클 수밖에 없다.

꿀꺽!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요 며칠 투닥거리며 오정환의 식사를 거부한 반작용이다.

"이번에는 정환 오빠가 잘못했어!"

"맞아. 절대 봐주지 마. 무조건 사과하게 만들어."

"책임지라고 해."

"책임이래!"

""꺄르르르륵~!!""

아니, 사실 원망스러운 마음은 없다.

오빠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봄이도 충분히 전해 받고 있다.

'히잉.'

그래서 맨날 깨물고, 귀찮게 하고, 짜증 나게 해도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그것이 꼭 싫지만은 않았으니까.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최근 고민이 많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럴 리 없다고 아무리 고개를 저어봐도.

'오빠는 너무 방송에 빠져 사는 거야.'

방송에 이용당하는 건 아닌지.

안 좋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자신의 고민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밥도 자꾸 칼로리가 줄어간다.

'봄이가 화가 단단히 났어.'

'봄이 화내는 거 졸귀탱!'

'나도 정환 오빠 밥 먹어보고 싶다.'

봄이로서는 심각한 고민이다.

진정한 일탈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나 오늘 집에 가기 싫어."

"헐~"

"헐!"

"우리 봄이 다 컸어!"

"9시 넘어서 10시에 들어갈 거야."

"그럴까?"

"나도! 나도!"

"나 남친한테 오늘 못 본다고 선 그어야겠다. 봄이랑 놀아야지♡"

날라리가 되어버린다.

* * *

정말이지 큰일이 아닐 수가 없다.

"9시가 넘었는데 봄이가 돌아오지 않았어……."

―반항기네

―누구 때문에……

―엄청 삐졌나 봄

―왜 빡쳤을까 ㅎㅎ

우리 봄이의 사춘기가 점점 심해져 간다.

이러다가 정말 교복도 쫄여 입고 그러면 어쩔지.

'참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요즘 애들이 되려고 한다.

봄이의 기특한 변화를 응원하고 싶지만, 너무 빠른 변화도 좋지 않은 법이다.

〔우리 봄이♡〕

「저 오늘 놀다 올 거예요」

「저를 찾지 마세요」

―그래 봄이야

―재밌게 놀고 와

―봄이야 9시가 넘었는데??

요즘 볼따구가 탱탱하게 불어 터졌다.

입을 댓발 내밀고 다니는 게 일상이 됐다.

'그래도 지킬 건 지켰는데.'

점점 막 나가고 있다.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답장도 안 하는 행태를 보인다.

'봐봐 1 사라졌는데. 읽씹 했어. 봄이한테 읽씹 당했어!"

―읽긴 읽었네

―왜 당한지 모름?

―하루 정도 냅둬 좀ㅋㅋㅋㅋㅋㅋㅋㅋ

―간섭 멈춰!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대체 밖에서 뭘 하고 있는지.

구경하러 가는 게 재밌어서라도 말이다.

〔김민주〕

「시내에서 봄이랑 재밌게 놀고 있어요」

「친구들도 다 있어요」

―그래?

「10시까지 간대요!」

사실 내통자들에게 듣고 있다.

대략적인 장소도 추측이 간다.

간만에 야방 세팅을 풀로 갖추고 집을 나선다.

─생계형짬뽕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니 너무 극성 아빠잖아!

"걱정돼서 그렇죠. 걱정돼서."

소풍을 가는 기분이다.

두근대는 가슴을 억누르며 사무적인 태도로 변명을 내뱉는다.

'사실 별로 걱정은 안 돼.'

한국에서 치안 걱정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게 없다.

위험한 장소를 골라가는 게 아닌 이상 말이다.

봄이 친구들이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곧 10시가 돼가니 마중 느낌으로 천천히 가본다.

끼익―!

봄이가 다니는 학원가.

택시를 타고 도착한다.

첩보에 의하면 이 근처의 카페에 그녀가 출몰했다고 한다.

"저기 있네요. 저기. 케이크 먹는 거 봐~"

―봄이다!

―스토킹 하고 있엌ㅋㅋㅋㅋㅋㅋ

―감시 당하는 봄이……

―???: 논 자유의 보미 아니야

야생의 봄이를 발견한다.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친구들이랑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있다.

조각 케이크를 포크로 개미 눈곱만큼 잘라 오물오물 씹는다.

따듯한 아메리카노로 인생의 쓴맛도 즐긴다.

그녀의 앞으로 묘하게 당겨진 접시가 친구들의 배려를 느끼게 해준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너무 귀엽잖아.'

대가리를 깨물어주고 싶을 지경이다.

하지만 대자연의 생태계를 보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구경만 한다.

"아메리카노 따듯한 거 하나 주세요."

"드시고 가시나요?"

"테이크 아웃으로. 잠깐 앉아있다 나갈게요."

이런 일이 있을까 봐 모자랑 선글라스도 준비해서 왔다.

테이블에 조용히 앉아 생태계를 관찰한다.

─이웃집토토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지인만 아니면 범죄네;;

"범죄라뇨. 범죄를 감시하는 거지. 딸이 걱정되는 아빠의 마음으로."

―이상 피고 측 변론이었습니다

―봄이 아무것도 몰랔ㅋㅋㅋㅋㅋㅋㅋ

―봄이 해맑아서 더 슬프다

―사과해라 애송아……

보기만 해도 정겨운 아이.

나도 모르게 싱글벙글 아빠 미소가 지어지게 된다.

우리 봄이 보는 맛에 산다.

카톡!

그 시선이 조금 과했을까.

다른 여고생들은 눈치가 빠른 듯 카톡을 보내왔다.

〔김민주〕

「오빠죠? 거기 수상한 사람」

―모른 척해줘

「오빠 아니었으면 신고할 뻔」

―(땀 흘리는 이모티콘. jpg)

지상 최강의 생물일 만하다.

평소 친하게 지내서, 가끔씩 먹을 것도 사줘서 다행이다.

'민주도 예쁘지.'

성인이 될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따듯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는 여고생들의 수다 감상.

끼익!

9시 40분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리를 정리하는 사이 먼저 일어나 문 앞에서 대기한다.

"우왕!"

"꾸웩!"

봄이가 나올 때 놀래킨다.

깜짝 놀란 봄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며 좋은 리액션을 보여준다.

'유튜브각은 확실히 건졌네.'

놀리는 보람이 있는 아이.

알고 있던 친구들도 꺄르르 웃는다.

장본인만은 화가 잔뜩 나서 노려본다.

"오빠는 여기까지 와서 뭐 하는 거예요!"

"봄이 걱정돼서 왔지."

"제가 정말 걱정되면 오빠는 방송을 안 했어야 됐어요. 흥!"

―흥이래

―봄이 왕삐졌는데?

―이건 봄이 말이 맞다……

―에혀 ㅈ정환 방송에 미쳐가지고 ㅉㅉ

팔짱을 끼고 고개를 휙 돌린다.

그 교과서적인 반응에 설레지 아니할 수가 없다.

평소처럼 꼭 안으려고 하니 빠져나간다.

그리고 성난 고양이처럼 공격 태세를 취한다.

'화가 제대로 났네.'

봄이가 화가 난 이유.

사실 모르진 않다.

설명을 한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닐 뿐이지.

그냥 스케일이 너무 크다.

그 어떤 사람이 와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봄이는 잘 해나가고 있다.

옆에서 받쳐주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꾸웨엑!"

봄이로서는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 것도 포함해서 가르치고 있는 건데.

"으악 무승귀신이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주위가 소란스럽다.

번화한 시내고, 학원가이기도 하다 보니 학생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시청자가 있을 수 있다는 소리고,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지기도 한다.

봄이의 작은 머리 위에.

"야, 오빠 말 들어야지!"

"……."

"니가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래. 그렇죠? 정환 형님?"

막 스물이 된 듯한 대학생.

아는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손을 올리고 있다.

방송을 하다 보면 가끔씩 겪는다.

"저기요. 손 떼세요."

"아뇨 형님~! 얘가 말을 안 듣잖아요. 저기서 보고 있었는데 하도 답답해 가지고."

―뭐야?

―ㅈ청자임??

―선 넘네……

―미친놈이네 빨리 경찰에 신고해

최근 자주 터지기도 했다.

봄이의 기분이 다운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웬만한 건 친구들이 커버를 쳐주지만.

'성인이니까.'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은 놈은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

방송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말이다.

"성인이시죠?"

"당연하죠~ 학생 때는 모른다고. 저는 알죠 형님!"

봄이의 머리를 툭툭 치며 은근하게 스킨십을 한다.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방송은 방송.

사고가 일어나면 손해 보는 건 결국 BJ다.

그렇기에 참는 것이 마땅한 대응임은 맞다.

"일단 손 떼고."

"아 네. 너무 귀여워서 진짜."

"어금니 꽉 물어라. 이빨 나간다."

"네?"

그딴 걸 신경 쓴 적이 없을 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