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37화 (537/846)

537화

퍼억!

오른 주먹이 훅으로 세게 들어간다.

얼핏 봐도 장난으로 친 게 아니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다.

이어서 들어가는 발바닥.

콰악―!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남성의 가슴팍을 밀듯이 내려 찍는다.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파아악!

지면에서 헤엄을 치는 남성을 걷어찬다.

어떻게 일어나려 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다시 한 번.

""꺄아―!!""

"꾸웨엑!"

"오빠 그만, 그만하세요! 충분하니까 네? 그만해요?"

주위 사람들이 말려도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다.

공이라도 굴리듯 계속 발길질을 한다.

반항 의지를 완전히 꺾어 놓는다.

남자가 죄송하다고 싹싹 빌며 소리를 쳐도 여전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죄송합니다……."

머리를 두 손으로 싸매고 추하게 질질 짤 쯤에서야 멈춘다.

갑작스런 상황에 정신을 못 차린 건 주변 사람들만이 아니다.

―아니 ㅁㅊ

―매니저 채팅창 안 얼리고 뭐함?

―BJ가 일반인을 패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짜고 치는 게 아니라고??

―이걸 실시간으로 보다니 감동

―오정환 ㅈ된 거 아님?

실시간 방송.

생방송이 아니었어도 보통 큰일이 아닐 만한 사태가 모자이크도 없이 내보내진 것이다.

채팅창 여론이 좋기가 힘들다.

전후 사정을 막론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하물며 공인에 가까운 BJ라는 직업이다.

----------------------------+

─채팅창을 얼렸습니다.

BJ와 매니저만 채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

매니저가 뒤늦게 채팅창을 얼려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건·사고 좋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보라판 시청자들.

〔개인 방송 갤러리〕

─그냥 죽여 놓네 아줔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실성했냐 왜 저럼??

─또 인방판 뒤집어지겠네

─현직 변호사 따까리가 말하는 오정환이 개ㅈ된 이유. txt [50] +119.

이미 메인 화제에 올라있다.

엄청난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게 행실 바르기로 유명하던 BJ다.

─현직 변호사 따까리가 말하는 오정환이 개ㅈ된 이유. txt 삼촌 법률사무실에서 알바한다 ㅇㅇ

법조인이 내가 보기에 이건 유죄를 피할 수가 없다

일단 폭력을 사용했고= 폭행죄

그것이 방송으로 나갔고= 명예훼손

최소 1년 이상 징역이다 이거야~

└다른 갤은 변호사가 오던데 우린 따까리야?

└갠방갤 최고 아웃풋ㅋㅋㅋㅋㅋㅋㅋ

└대단하다 폭행환^^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갠붕이는 개소리만 읊누

평소 이미지가 나빴으면 모를까.

좋은 이미지를 지켜왔기에 충격과 논란도 배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이전의 이야기.

실수라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단순한 몸싸움이나 실랑이, 하다못해 쌍방 폭행도 아니고.

─오정환 급발진한 이유가 뭐냐??

아니 방금 왔는데

이유는 안 써있고 까는 글 투성이네 ㅅㅂ

└갠방갤 원투데이 함?

└일단 까고 보는 거지 이유 없어도 까는데

└일반인이 봄이 건드리니까 줘팸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존나 잘 패더라

일방적으로 저질렀다.

어떻게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가 없다.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설사 다시보기를 지워도 녹화한 사람이 반드시 나온다.

목격자도 한둘이 아니다 보니 흐지부지 넘어가기는 힘들다.

아니, 반드시 크게 번진다.

위이잉~!

회사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할 만큼.

밤 11시의 늦은 시각.

대한민국의 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에게 밤낮 구분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파프리카TV 회사 단톡방〕

「또 어떤 BJ가 사고 친 거야?」

「오정환이……」

「오정환이 어떻게 수습을 했어?」

「아뇨 오정환이 사건의 주체입니다. 사람을 팬 것 같은데요」

「뭐?」

「…….」

「그 오정환이 폭행을??」

하물며 파프리카TV.

늦은 밤에 사고가 생기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시청자들 대부분이 사회인 내지 학생이다 보니, BJ들의 방송 시간은 늦은 경우가 많다.

「제대로 알아본 거 맞아?」

「방금 브리핑 드린 내용 그대로입니다」

「[오정환 다시보기. avi]」

「여기다 올려도 될진 모르겠지만 영상 파일도 첨부해두겠습니다」

「저놈 저 저 당최 무슨」

「오정환이 저랬다고??」

「사태가 생각보다 너무 크네」

큰 사건일수록 신속한 대응을 요한다.

그런 사고를 칠 만한 BJ들이 나가리가 되며 한동안 잠잠했는데.

"사장님."

"알고 있어."

"그럼 임원 회의에 앞서 짤막하게 요약만 해드리겠습니다."

"알고 있다고 진짜! 아오……."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한 남수길 대표이사의 신경은 곤두서있을 수밖에 없다.

사원들에 비하면 편안한 잠을 잤지만, 사태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니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의 회사니까.

〔네이버 종목토론실〕

─이래서 개잡주는 손대는 거 아닌데

─1인 미디어 시대 ㅇㅈㄹㅋㅋㅋㅋㅋ

─주주님들 이딴 개잡주 투자하실 돈 있으시면

─파프리카TV의 미래= 싸이월드

무려 최대주주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수백억 원이 날아가 있으면 기분이 상큼하다.

단기적인 이슈면 모를까.

사건이 더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아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혀도 유분수지.'

윾신, 철꾸라지 등.

잊을 만하면 사고를 치는 사고뭉치 BJ들 때문에 여러 번 겪었다.

그들이 퇴출된 이후로는 이렇다 할 사고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오정환의 존재가 컸다.

"오정환은 피해자와 경찰서를 간 것으로 보이고."

"후우……."

"아직 당사자 연락은 오지 않았지만, 이미 매스컴에도 다 퍼져서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숨 안 들리냐?"

"들립니다만."

"눈치 없어?"

"사태를 방관해도 괜찮겠습니까?"

"……."

그 오정환이 사고를 친 것이다.

파프리카TV의 간판 스타격인 BJ.

인기도 많고, 동료 BJ들에게 선한 영향력까지 미친다.

'요즘에는 특히 잘 나가고 있었고.'

BJ하와와와 찰떡궁합의 케미를 자랑한다.

거의 오빠, 동생으로 수준인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탄탄대로일 줄 알았다.

"아무래도 그것이 기폭제가 된 것 같습니다."

"재수가 없으면 뒤로 엎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아오오오!!!"

사건의 전말.

보고를 들은 남수길은 머리가 더 아파진다.

가장 믿고 있던 두 기둥에 쌍으로 문제가 생겼다.

'이걸 어떡해야 하지?'

파프리카TV에서 그 둘의 존재감은 크다.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만도 하다.

절대 버리고 갈 수 없는 카드.

가능한 한 원만한 방향으로 사태를 해결시키고 싶다.

'사장님도 이견이 있진 않으시겠지.'

그러한 남수길의 심리.

이병권 비서는 바로 옆에서 살피고 있다.

자신이 속한 파벌도 이해 관계가 일치하고 있으니까.

〔업체 파벌 단톡방〕

「허 그 친구가 어쩌다」

「이래서 BJ 녀석들은 믿을 수가 없다니까요」

「그래도 사정이 있지 않았겠나?」

「홍 이사님!」

「홍 이사님 말씀에 저도 동의합니다^^」

오정환에게 호의적인 사람이 많다.

그를 도와주는 쪽으로 파벌의 의견이 규합되고 있다.

'음, 그 친구가 선물해준 술이 거의 다 마셨는데.'

'사고 한 번쯤이야 칠 수 있는 거지. 이번 기회에 빚을 만들어두면…….'

'앞으로 더 잘 나갈 친구야!'

당연하게도 맨입은 아니지만 말이다.

다른 대기업BJ들처럼 자신들의 말을 잘 듣게 만든다.

계획은 무난할 듯 보인다.

남수길까지 동의한다면 진행하는데 차질이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

* * *

엎질러진 물.

우발적인 사고는 대개 후회하게 된다.

'우발도, 후회도 안 하고 있지만.'

사실 조금 미안하게 되었다.

누구 하나 걸리면 죽여버리려고 했는데 마침 제대로 걸렸다.

"봄이야."

"봄이에요."

"청심환 먹었어?"

"먹었어요."

"잘했어."

늦은 아침.

외출 준비를 마친 봄이와 두 눈을 교감한다.

겁먹은 작은 동물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다.

어젯밤의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 탓이다.

다른 의미가 아니라 평소 겪을 리 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다.

'얼마나 무서웠겠어.'

항상 꿈나라에만 살던 아이다.

꼬옥 안고 등을 토닥토닥 해준다.

안심해도 된다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어머니 밑에 내려와 계시대."

"넹."

"몸 따듯하게 하고 가."

"그럴게용."

눈이 똘망똘망하다.

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적어도 서운한 마음은 녹아내렸을 것이다.

'어우, 귀여워.'

이러한 사태.

늦든 빠르든 반드시 터지게 돼있다.

유명하고, 무해하게 생긴 여BJ일수록 더더욱이다.

그렇기에 선례가 필요하다.

내가 정당한 근거를 들여서 백번을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맞아보는 게 빠르다.

"꾸웨엑……."

"너무 귀여워."

"오늘은 마음껏 깨물게 해드릴게요."

ㅋㅋ

개인이 아닌, 사회의 인식이 변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수불가결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누구 하나 죽어봐야 정신을 차린다.

'그래서 죽일 듯이 패버린 거고.'

물론 손속 조절은 했다.

진짜로 죽으면 곤란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큰 사건으로 번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마음껏 깨무셨어요?"

"그래."

"오빠 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그렇구나."

아직 방학이 채 끝나지 않은 시기에 집에 돌려보내려는 이유다.

괜시리 휘말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기 전에 뽀뽀 해야지."

"오빠 뽀뽀 귀신이에요."

봄이도 사태의 심각성을 아는지 평소와 달리 진지하다.

투덜투덜 대면서도 뽀뽀를 아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꼭 안아주고 톡 쳐서 보낸다.

세 걸음 뒤에서 손을 흔들며 현관문을 열고 모습을 감춘다.

'악역은 익숙하니까.'

만만찮은 일은 아니다.

아무리 내가 사고 치는 데 익숙하다고 해도, 이만한 스케일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까딱 잘못하면 정말로 콩밥을 먹어도 이상하지 않다.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해명 방송을 위한 준비를 한다.

〔염 부장〕

「사정은 알겠지만 이번 건 너무 선 넘었어」

―면목이 없습니다

―하하

「참」

「이번 한 번만 도와주는 거야」

「방송 키고 사과만 잘해봐」

「우리 선에서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줄 테니까」

삼삼한 제안이 들어왔다.

염 부장.

업체 쪽 파벌의 실권을 잡고 있는 그와는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파프리카TV에서 방송을 하는데 운영자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뒤쪽의 이야기.

일부BJ들이 사건·사고를 달고 다녀도 방송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을 나에게도 해주겠다.

팔이 안으로 굽는 파프리카TV식 운영 말이다.

나쁠 것은 없다.

원래 적폐라는 게 적일 때는 증오스러워도, 아군일 때는 든든하고 안락하다.

친하게 지낸 보람이 있는 걸 수도 있다.

〔오정환의 방송국〕

공지― 『안녕하세요. 오정환입니다.』

먼저 물의를 빚어 사과 말씀드립니다

공지사항의 짤막한 몇 줄만으로는 설명도 부족하고, 진심도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 방송을 키려고 합니다 내일 오후 2시에 뵙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그것과 상관없이 방송은 해야 한다.

파프리카TV 내부 규정이라는 게 있다.

이 정도로 큰 사건이 터졌는데 언제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으니까.

'관건은 정지 기간이 며칠이냐지.'

3개월 이상 당하면 베스트BJ 박탈은 물론 여러 가지 불이익이 따른다.

반대로 그 안이면 방송에 크게 차질이 없다.

소위 말하는 솜방망이 처벌.

방통위의 눈과 여론의 시선을 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염 부장이 나에게 제안한 건 그런 것이다.

'상당히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건 맞아.'

실제로 많은 BJ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고, 많은 고민이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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