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8화
<오정환>
사건이 크게 번지는 건 당연했다.
「자몽쉐이크」
12시간 전。
#오정환#폭력
BJ오정환 좋아하시는 페친들 있으신가요?
유감스러운 소식입니다……
폭력 사태에 휘말렸다고 하네요
―세상에 ㅠㅠ 어떤 나쁜 놈이 정환이 때렸나요
└애석하게도……, 때린 건 오정환쪽입니다
―??! 그럴 리가요
―소식 들었습니다. 역시 BJ는 속이 다 시커먼 건지;;
아니, 세상이 뒤집어진다.
그도 그럴 게 인지도.
BJ오정환은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바른 생활 청년이라며?
어떤 분야든 쌓는 건 힘들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연합뉴스― 「바른 생활 청년의 두 얼굴, 개인 방송에서는 무슨 일이?」
KBS― 「생방송 中 일반인 폭행한 BJ, 행실 바르기로 유명했다는데」
MBC― 「"팬이었는데……." BJ에게 폭행당한 일반인 심정 밝혀」
SNS에 퍼지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요 언론에도 기사가 올라온다.
안 그래도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붓는다.
일반 커뮤니티에도 파다하게 퍼지며 사건은 갈수록 커져 간다.
이종격투기 - 「바른 생활 청년 이미지 오정환 근황」
樂 SOCCER - 「BJ오정환 폭력 사태 일으켰네요」
도탁스(DOTAX) - 「오정환과 씨지맥이 친할 수밖에 없던. EU」
여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니까.
자극적인 이슈는 빠른 속도로 번지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Best Comment]― BJ가 BJ했다
└BJ는 ㄹㅇ 과학임
└진짜 믿을 놈 하나 없넼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은 좀 착한 놈인 줄 알았는데
└이래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듯
그리고 대중은 단편적으로 받아들인다.
구구절절한 인과 관계에 초점을 두는 경우는 드물다.
"오정환 그 자식이……, 감히 언론을 우습게 본 대가지."
"그러게나 말입니다 헤헤."
의도적인 시선이 섞였다면 더더욱.
한 언론사의 사무실에서 취재 대상의 뒷담이 이루어진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다.
'우리가 바로 The justice인데.'
기사가 어떠한 영향력을 가지는지.
기자들 본인이 더욱더 잘 알고 있다.
욕을 많이 먹는다.
너희들 때문에 어쩌고저쩌고~!
그럴수록 생기는 것은 마음의 닫힘이다.
<취재 폭력 멈춰!>
<<멈춰―!>>
얼마 전 당했던 일.
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취재 좀 하려고 했을 뿐인데 무슨 스토커 취급을 당하다니.
"기사 잘 써봐. 그래야 멈춰 프로그램 같은 일이 안 생기지."
"정말 모욕적인 기분이었습니다~"
직업병이다.
피해망상을 달고 산다.
취재를 할 때마다 종종 겪는 사건들.
합리화라도 하지 않으면 못해 먹는다
국민의 알 권리인 취재를 거부하는 놈들이 무조건 잘못이다.
타닥, 탁!
그러한 기조가 만연하다.
밉보인 취재 대상을 기억해뒀다가 패는 보복 기사는 그리 드물지도 않다.
<인터넷 방송의 폭력성이 학생들에게까지 노출되어 있습니다.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태양이 강렬해서, 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살인을 하죠. 그런데 방송 때문에 소설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충맨 기자입니다.>
원래 그렇기도 하다.
BJ에 대한 이미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나쁜 쪽으로 선전되었다.
뉴스에 나온다.
일반인들이 제보한 영상과 방송 화면이 편집되어, 실제 상황보다 훨씬 자극적으로 연출되고 있다.
학생 1: 어, 어, 어? 뭐야! 아- 씨X! 무승귀신 놀리고 있었는데!
학생 2: 싸움 났던데, 이쪽에?
학생 1: 아, 미치겠다. 내가 진짜 아~
TV 속 화면.
해가 완전히 저문 시내는 간판들만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그 나지막한 불빛만으로도 명확하게 보인다.
핸드폰 카메라로 찍힌 조잡한 영상에는.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력 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해버린 겁니다.>
오정환이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나온다.
사건의 원인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차치하고 말이다.
<사고를 저지른 방송인이 평소 게임을 즐겨했다고요?>
<예, 맞습니다. 평소 로드 오브 레전드라는 폭력 게임을 했다고.>
<역시 그렇군요~! 그런데 로드 오브 레전드가 뭔가요?>
<5 대 5로 패싸움을 벌이는 일종의 살인 게임입니다.>
<살인 게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해석을 내놓기 위함이다.
뉴스를 보는 시청자층이 그것을 원한다.
박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자신을, 어, 방해하는, 방해물이 나타난다든지 이럴 경우에는 과다한 공격이 일어나면서 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인터넷 방송의 해로운 면 강조.
학부모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요즘 BJ라고 하면 먹방이 화제가 되었잖아요? 외국에서도 반응이 좋았다고 하고.>
<예, 맞습니다. 나쁜 BJ가 있으면 좋은 BJ도 있는 법이죠. 이번 특집의 제목인 BJ의 두 얼굴인 이유입니다.>
겉으로는 중립을 표방한다.
한쪽을 띄워주는 발언을 하며, 게임이 나쁘다는 주장에 더 힘을 싣는다.
"철수야, 뉴스 봐봐 뉴스! 게임을 하면 저렇게 되는 거야."
"이이잉~ 기모링~!"
"또, 또 이상한 BJ 흉내 내지!"
화제가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된다.
세대 갈등만큼 잘 먹히면서 이득이 확실한 소재가 없다.
'아니, 잘못한 거 아닌데…….'
방송사 입장에서는 그렇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힐 뿐.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
방송을 보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할지 모른다.
─오정환도 사실 존나 억울한 거 아님?
개 패듯이 팬 건 선 넘은 거 맞는데
애초에 팬 이유가 그 사생팬이 봄이 툭툭 건드려서 그런 거잖아뉴스에서 이 점은 언급 쏙 빼놓더라
└ㄹㅇ 애꿎은 게임만 욕함
└K―기자가 그럼 그렇짘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속으로 존나 패고 싶었는데 진짜 팰 줄은;;
└맞을 짓한 새끼는 피해자 되고 세상ㅋㅋㅋㅋㅋ
인터넷 여론.
이슈성만 보고 파티를 벌이던 개인 방송 갤러리의 분위기가 반전된다.
그도 그럴 게 이러한 사건.
터지는 순간 가장 피해를 보는 건 파프리카TV의 시청자들이다.
여러 가지 규제가 추가되고, 사회적 시선도 따가워진다.
딱히 잘못을 한 게 아님에도 말이다.
〔개인 방송 갤러리〕
─기레기 씹새끼들 인방만 ㅈ같이 물고 늘어짐ㅋㅋㅋㅋㅋㅋㅋ [7] +3
─오정환 뭐라고 할 거 같냐? [5]
─인방판 유일한 빛이 이렇게 되네…… +2
─추천요청) 변호사 따까리가 보는 오정환이 무죄인. EU (69) +74.
.
.
오정환의 방송에 파프리카TV 전 시청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 * *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나도.'
평소 말하고 다니면 아차 할 때 합리화하기 좋은 멘트다.
그런 의도로 한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오정환환환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아니 진짜 아직도 안 믿어지네 형답지 않게 너무 흥분했어
"나다운 게 뭔데?"
―갑자기?
―이 새끼 보라각 보고 있누ㅋㅋㅋㅋㅋ
―라고 하는 애니 추천 좀
―보라할 때 아니야 ㅁㅊ놈아;;
이후의 대처를 잘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이 엎질러졌다고 아몰랑! 하고 자리를 떠나는 것보다는 무조건 좋은 결과가 나올 테니까.
'그게 힘들지.'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간다는 속담이 괜히 생긴 건 아닐 것이다.
상황이 너무 커져 버리면 시야를 벗어난다.
숲속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여기저기 들쑤시다 자멸하게 된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보라) 오정환. 할 말이 있음」_ ?150, 892명 시청
원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성적인 관점에서 차분하게 할 말만 하는 것이다.
"일단 시청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치인 사죄 멘트 같네
―너무 심심한데?
―아 좀 재밌게 좀 하라곸ㅋㅋㅋㅋㅋㅋㅋ
―정공법으로 감?
굉장히 부적절한 대응인 건 맞다.
아무리 화가 나도 말이 아닌 주먹으로 풀려는 건 말이다.
깊이 고개를 숙이자 채팅창 분위기가 조금은 누그러진다.
〔염 부장〕
「그래 잘했어!」
「그냥 잠깐만 고개 숙이는 척만 하면 돼」
「3일에서 1주일 정도 정지될 수 있으니까」
「휴가라고 생각하면서 푹 쉬어」
카톡 또한.
이러한 시나리오를 요구했다.
적당히 사과를 하면 자신들이 최대한 원만하게 처리하겠다.
그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철꾸라지 뒤도 닦아줬는데 초범 정도야 여유롭게 가능하다.
'그렇겠지.'
개인이 대처하는 것과 회사가 대처하는 것은 스케일이 다르다.
하물며 전문적이다.
해당 업무에 빠삭한 법무팀이 사내 대응팀까지 동원한다.
어지간한 일은 무마시키고도 남는다.
방법은 쌔고 쌨을 것이다.
염 부장의 말을 듣는다면 얼렁뚱땅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손흥민스페셜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시비는 그 사생팬이 걸었는데 왜 정환이가 사과하는 거임??
"음."
―아니 진짜
―억울하다고 말해!
―사람 패놓고도 할 말이 있다고??
―대단하다 폭행환^^
무엇 하나 해결되는 것은 없다.
내가 무슨 철꾸라지도 아니고.
뒤처리가 난감했으면 애당초 사고를 안 쳤으면 되는 일이다.
'그 정도 이성도 없을까 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 것도 빚을 진 사람들한테나 해당된다.
결코 정신줄을 놓고 벌인 일이 아니다.
딸칵! 딸칵!
마우스를 클릭해 내 방송국을 연다.
개인적인 입장을 구구절절 말하는 것보다, 제3자의 시선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오정환의 방송국〕
─나는 정환이형 입장이 충분히 이해됨
환청자나 봄청자면 알겠지만
요즘 봄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님
방송에서 대놓고 말했으니 억측도 아님
근데 눈앞에서 봄이 머리 계속 두들기는데 눈이 안 돌아가고 배김?
나 같았어도 주먹 나갔을 거임
└심지어 손 떼라고도 말했는데
└팩트) 오정환은 봄이의 머리를 물어 뜯는다
└평소랑 톤이 달라서 뭔 일 나겠다 싶었음
└뉴스에서 저거 빼고 얘기했잖아 ㅋ
이미 이야기가 올라오고 있다.
오늘 방송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을 말이다.
"다른 걸 차치하고 저는 시청자분들을 실망시켰다는 점에서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이걸 사과하네
―아……
―그 사생팬한테도??
―영정 당하기 싫으면 대가리 박아야지 ㄹㅇㅋㅋ
해명 방송.
보라판에서는 하나의 콘텐츠이기도 하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어그로는 엄청나게 쏠리지.'
시청자 수가 벌써 20만에 가까워졌다.
시청률로 따지면 0.3%.
정말 웬만한 케이블 방송에 준하는 수준이다.
개인 방송 특유의 2차, 3차 파급력까지 생각한다면 더더욱이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앞으로도 실망시킬 예정이라는 점에서도 미리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 뭘 터트리려고
―또 심상치 않다……
내가 하는 말이 파급력을 지닌다.
잘못된 정보를 정정시킬 힘이 있다.
그 리스크가 이만저만 하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뭐, 그럴 수도 있어.'
아깝다.
지금까지 쌓아온 입지.
꾸준하게 목돈이 벌리는 일자리까지 생각하면 입을 떼는 게 조심스러워진다.
물론 인플루언서로서 당연하다.
괜한 소리는 안 하는 편이 맞다.
하지만 해야 할 말도 못 해야 한다면 그런 거추장스러운 자리는 내가 사양이다.
"만약 같은 상황에 다시 처한다고 해도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겁니다. 그것 때문에 여러분을 실망시키고, 영구정지를 당하고, 감옥에 간다고 해도."
맞불을 저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