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9화
오정환의 사죄 방송.
<시청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다.
방송을 지켜보는 운영자들 입장에서는 말이다.
'그래, 여론의 관심만 돌려두면 돼.'
염부장은 흡족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이 요구한 대로 잘 진행하고 있다.
BJ가 사고를 치는 일.
이 넓디넓은 파프리카TV에서 심심치 않게 생긴다.
그 뒤처리를 해주는 일도 말이다.
'저 많은 시청자 중에서 정말 분노해서 찾아오는 시청자가 몇 명이나 되겠어.'
대부분은 그냥 스트레스 풀려온 잔챙이들이다.
욕 한두 마디 하며 BJ가 사과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하잘 것 없는 인생이다.
그런 병신들 비위 잠깐만 맞춰주면 된다.
의기양양해져서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갈 테니까.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예……."
"3일. 아니다, 일주일 정도로 맞춰봐. 그동안 열심히 방송 했으니까 휴가 가는 셈 치면 되겠지."
물론 사태가 조금 크다.
뉴스에서도 물고 뜯고 있으니 하루 이틀로 진정될 일은 아니다.
'그래 봤자 며칠 정도지.'
죄송하다고 하는 사람을 언제까지 멱살 잡고 팰 수는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게 사과.
한낱 쇼에 지나지 않더라도 하는 편이 진정 효과가 확실하다.
이후로는 계획을 실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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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사고 대응 매뉴얼』
1. 해당BJ의 협조를 받아 자발적인 사과를 이끈다.
2. 3일~ 1개월가량 방송국 정지를 할당한다. (단, 해제일 및 정지 기간은 비노출로 설정한다.)
3. 1, 2항의 실행 이후 법무팀과 대응팀으로 사건을 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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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만들어온 매뉴얼.
철꾸라지 등 몇몇 BJ 덕분에 실전 테스트를 여러 번 거치며 완벽해졌다.
'효과는 확실하지.'
파프리카TV의 사정에 빠삭한 기자들이 옹호 기사를 올린다.
사과했다는 사실, 이미 끝난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처벌 내용.
정지를 먹었다고 하면 여론은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하여 무조건 누그러지게 돼있다.
'정지 기간이 며칠인지 모르니까.'
영구정지라고 착각하게 된다.
설사 나중에 복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상관없다.
이미 죗값을 치른 것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범죄자도 벌금을 내거나 실형을 살면 죗값이 끝인데.
'호응해줄 여론도 없을 테고.'
한국 여론의 특징.
빠르게 달아오른 만큼 빠르게 식는다.
며칠 지나고 나면 또 다른 대상을 물어뜯고 있을 것이다.
파프리카TV라는 회사 측에서 봤을 때도 깔끔하다.
우리는 제재를 했고, 여론도 더 지랄을 안 하니 뒤탈이 없다.
"그걸로 끝이에요?"
"끝이지."
"아……, 그렇구나."
"왜?"
"뭔가 더 있을 줄 알아서요."
1년 차 신입 직원.
유정의 생각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죗값의 정도를 우리가 정하는 시점에서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자신은 하라면 하란 대로 해야 하는 직급이다.
불만은 제기할 수 없지만, 속으로나마 의아함을 삼켜본다.
BJ를 동경해서 들어온 파프리카TV다.
생각과는 너무 다른 회사라는 사실에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던 와중.
<저는 영구정지를 당해도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갑자기 폭탄 발언을 해버린다.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하라는 대로만 하는 신입 사원인 유정으로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자신 이상으로 벙쪄 있다.
항상 위엄이 가득하던 상사의 웃기는 얼굴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뭐, 뭐?'
염부장으로서는 어이가 없다.
이중으로 말이다.
사전에 분명 말을 했고, 방금도 카톡을 보냈을 텐데?
<제가 당하는 건 웃어넘길 수 있는데, 주변 사람이 피해 봐야 한다면 저는 방송을 안 해도 좋아요.>
―오
―소신 발언 ㄷㄷ
―이건 '진심'이다
―까딱 잘못하면 진짜 영정인데??
자신의 지시를 완전히 듣지 않고 있다.
그것도 100% 의지를 반영해서 말이다.
'…….'
다른 BJ면 모를까.
오정환의 성격상 절대로 의도적이다.
우발적인 저지른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허니버터칩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건 너무 막 나가는 거 같은데 ㄷㄷ
<당연히 참아야 하는 게 맞지만, 그래도 난 선이라는 게 있다고 봐요. 나는 그 선을 넘은 대상까지 포용하는 위선을 하고 싶지 않아요.>
어째서 이번 사건이 터지게 됐는지.
본질적인 부분을 긁고 있다.
그의 사정을 이해한다.
충분히 억울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하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면 사건이 커지잖아!'
자신들의 커버할 수 있는 울타리를 넘어선다.
그 점을 모를 머리가 아닐 텐데도 주장을 이어나간다.
<감성팔이일 수도 있어. 과민반응 한다고 봐도 이해해요. 근데 어떻게 보면 저 때문에 유명해진 봄이가 모르는 남자한테 막 만져지고 있는데, 그런 일이 내가 없는 곳에서도 생길 수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어요.>
―과민반응 아니지
―성희롱 아님?
―역관광 가자 ㄱㄱ
―건들면 ㅈ된다는 걸 알려줘야짘ㅋㅋㅋㅋㅋㅋㅋ
아주 또박또박 말이다.
그것도 10만이 넘어가는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빠, 빨리 방송 종료 안 시키고 뭐 해?"
"지금요?"
"지금! 빨리!"
"네……."
평소의 이성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급한 마음만 앞서 소리친다.
마우스를 어기적거리는 신입 직원이 답답하기만 하다.
『폴리스 안내』
안녕하세요. 파프리카TV 운영자입니다. 타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발언이 확인됩니다. 방송종료 및 서비스 이용 제재를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헐
―폴리스닼ㅋㅋㅋㅋㅋㅋㅋㅋ
―영자 떴는데?
―대공황이다 도망챠!
―운얼맥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정말 뒤늦었다.
폴리스라는 최대 수단을 사용했음에도 채팅창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정환〕
―자네
―지금 뭐 하는 거야 대체?
―그러다 진짜 영구정지 해야 할 수도 있어
―협박이 아니라니까?
―회사의 입장이야
―그걸 모를 정도로 바보 천지가 아니잖아!
카톡도.
답장이 오지 않는다.
초조하게 기다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시계는 똑닥똑닥 흘러가고 있다.
탁! 탁! 탁!
자신도 모르게 발을 떤다.
당장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 조급함이 성급한 선택을 만들어낸다.
『운영자에 의해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방송 종료.
BJ의 입을 닫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강제적인 수단이기도 한 만큼 부작용이 반드시 따른다.
〔개인 방송 갤러리〕
─경고도 없이 강종시키는 거 실화냨ㅋㅋㅋㅋㅋㅋㅋㅋ [2]
─운영자 왜 저럼?
─아무리 논란 터졌어도 오정환은 오정환인데 +7
─보라 5년 차로서 파프리카 수뇌부 상황 설명해줌 ㅋㅋ [30] +58.
.
.
개인 방송 갤러리.
일련의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뇌피셜 잘 쓰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집단이다.
─보라 5년 차로서 파프리카 수뇌부 상황 설명해줌 ㅋㅋㅈ프리카 운영 방식 알지?
지들 꼴리는 대로 하는 거
오정환이 사과하길래 아 이거 쉽게 마무리되겠구나~
관음하고 있다가 갑자기 사태 심각해지니까
허겁지겁 나타나서 강종시킨 거지
└시크릿 방식
└눈팅하고 있었던 거?
└남들 다 아는 거 존나 어렵게 설명하네
└급하게 처리한 느낌이 확 들음 ㅇㅇ
파프리카TV에 대해 빠삭하게 안다.
운영자들의 실태도 말이다.
개판이다.
지들 마음대로 한다.
쌓여있던 불만은 도화선에 불을 붙이기 충분했다.
─오정환 이 새끼는 ㄹㅇ 억울한 게 맞음
예비 범죄자 새끼 하나 줘팬 건데
BJ라는 이유 하나로 욕 처먹고 있는 거
└봄이를 사랑한 죄밖에 없다
└진정한 봄버지
└방송 킨 곳에서도 저 정도인데 안 보이는 곳에서는 얼마나 ㅈㄹ이었을까 ㅋㅋ└오정환이 대체 뭔 죄임?
그 구체적인 사실이 알려지고, 받아들여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개인 방송 갤러리의 의견이 대동단결한다.
그리고 행동력.
시간이 썩어 나고, 오지랖 잘 부리기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SNS와 일반 커뮤니티에도 속속들이 퍼진다.
이종격투기 - 「오정환이 주먹을 휘둘러야 했던 진짜 이유」
樂 SOCCER - 「오정환 사건= 엠빙신이 엠빙신 함ㅋㅋㅋㅋㅋ」
도탁스(DOTAX) - 「현시각 오정환 해명 방송 요약. txt」
언론이 밝히지 않은 자세한 정보.
사건의 전말이 깔끔한 편집과 함께 진정성 있게 전달된다.
[Best Comment]― 믿고 있었다고 쥐엔장!
[Best Comment]― 넌 영웅이야, 나루토!
[Best Comment]― 작은 봄이를 건드리면 ㅈ되는 거야……
여론이 반전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엄한 일반인을 팬 게 아니라는 사실이 확실하거니와.
─오정환은 다른 BJ들이랑 다르네
저 정도 인기BJ면 수백은 벌 텐데
그걸 내려놓고서라도 움직인다는 게 ㄷㄷ
└수백이 뭐야 수천은 벌지 ㅋ
└선이 있다는 말이 참 와 닿더라
└진짜 내 여동생이 당한다고 생각하니까 주먹 나가짘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의미로 미쳤음
진정성이 생긴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변명으로 느껴지는 게 있고, 진심으로 와 닿는 것이 있다.
언변이 조리 있거나, 주장이 신빙성이 있어서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의 배경이 결정적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한 번쯤 귀를 기울여줄 생각이 생긴다
그렇게 이야기가 퍼질 발판이 마련되고, 설득력까지 있자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내가 그때 오정환 방송 실시간 시청하고 있었는데
남자가 봄이 만짐
그리고 방송 의식 존나 함
오정환이 하지 말랬는데 계속 만지고 ㅈㄹ하다 처맞은 거 └그걸 왜 이제 말함?
글쓴이― 엊그제도 말했는데 욕 먹고 글삭함
└팰 만했네
└저런 찐따쉨 봐줬으면 다른 찐따들이 2절, 3절 했을 듯
대의명분도 있다.
주먹은 가능한 쓰지 않는 것이 옳지만, 써야 할 상황이라는 것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연이 알려지며 대중들의 공감을 얻는다.
그 효과는 단순히 들판에 불이 번진 정도가 아니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 갠방갤펌) 오정환 일반인 폭행 사건 [515] +824
─? 오늘자 롤뭇잎 마을. jpg [227] +584
─? 언제까지 게임 하면 죽을 죄임? [111] +300
─? 오정환<<솔직히 호감이면 개추 [204] +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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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환의 팬층은 보라판에 한정돼있지 않다.
오히려 게임판에 더 많은 측면이 있고, 일반인 팬도 적은 숫자가 아니다.
여론이 워낙 부정적이라 잠자코 있었을 뿐.
반전이 되자 억누른 스프링처럼 튀어 나와 대세를 바꾸는 주축이 된다.
─오늘자 롤뭇잎 마을.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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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믿고 있었다구!
넌 영웅이야, 오정환
고맙다!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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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오정환 믿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하루 달라지는 ㅋㅋ
└아무튼 믿음!
└오정환 이 새끼 소신 하나는 확실함 ㅋ
└롤렬잎 마을 개꿀잼 롤갤 때문에 요즘 만화를 안 본다
파급력 또한.
대형 커뮤니티는 그 자체만으로도 언론에 준하는 영향력이 있다.
여론이 형성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
화제는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난다.
'오.'
'이거 역으로 ㅈ된 거 같은데?'
'숟가락 얹을 만하지 않나 흐흐.'
어느 쪽이 선이고, 어느 쪽이 악인지.
명확히 구분이 될 정도로 말이다.
방송은 곧 어그로.
BJ들이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선뜻 움직이기는 힘들다.
한 번에 반전된 만큼 또 무언가 있을 수 있다.
누군가 시동을 걸기 전까지는 관망을 한다.
「LoL) cGvMax. 할 말이 있음」_ ? 0명 시청
지금까지 쌓아온 탄탄한 인맥.
급발진이 걸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