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화
사건은 빠르게 전개된다.
<그 사생팬은 내 기준에선 엄청난 악인이다. 내 기준에서 이보다 나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악인 선언 ㄷㄷ
―C언어 ON
―헐
―^무^죄라는 소리인가요?
BJ씨지맥의 방송.
그는 대회가 진행되는 바쁜 일정 와중에도 방송을 켰다.
할 말을 하기 위함이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 재미난 화제에 발을 담그고 싶다.
─씨지맥 방송 켠 이유 요약. txt
"그 사생팬은 기자들에게는 따뜻하게 다가갔을 것. 하지만 나한테는 악인."
"왜곡을 하지 말아 달라. 제발."
└아 할 말은 못 참지!
└어떻게 입 다물고 게임만 했눜ㅋㅋㅋㅋㅋㅋㅋ
└왜곡하면 안 되지 ㄹㅇㅋㅋ
└씨지맥 참 대담하네 저러다 지한테도 불똥 튈 텐데
자칫 명예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이 관망만 하고, 직접적인 언급을 꺼렸지만 씨지맥은 달랐다.
전혀 생각이라는 게 없는 것처럼 쏟아냈다.
그 시원시원한 발언에 용기를 얻은 다른 BJ들도 여론에 힘을 보탠다.
「LoL) 코물쥐. 할 말이 있음」_ ? 11, 891명 시청
「게임) 코코망이♪. 할 말이 있음」_ ? 6, 974명 시청「Maple) 펑이요. 할 말이 생김」_ ? 2, 039명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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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환의 크루원들.
정확히는 그와 친분 관계가 있는 BJ들이 한 팔 걷어부친다.
그 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들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 수도 말이다.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만 단위의 시청자를 가졌다.
최소 중소 기업 이상의 BJ들이다.
〔개인 방송 갤러리〕
─? 오정환 지지한 BJ들 목록 (Update) [318] +601
─? 펑이요도 오정환 지지하넼ㅋㅋㅋㅋㅋㅋㅋ [88] +107─? 이번 사태에 BJ들이 입 모은. EU [450] +1004
─? 현재 갠방갤 상황 요약. txt [175]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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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게 되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다.
오정환과 상관이 없는 BJ들도 관심을 가지며 하나의 유행처럼 번진다.
─이번 사태에 BJ들이 입 모은. EU
BJ들의 권리 문제라고 보는 거임
이 사건을 그냥 넘어간다?
앞으로 사생팬들 ㅈㄹ하는 거 그냥 당해야 함 ㅇㅇ
└민감하긴 하겠네
└선례로 남음
└ㄹㅇ 오정환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보다 BJ를 열심히 까는 갠방갤이 이러니까 너무 어색한데?
파프리카TV 전체의 여론이 뭉치게 된다.
수십 만의 시청자를 자랑하는 한국 최대의 스트리밍 플랫폼이 말이다.
단기적인 이슈에서 끝날 것 같지 않다.
단순히 알려진 것과 여론이 조성된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감튀좀」
1시간 전。
#오정환#사건전말
[오정환 사건 요약. jpg]
「뇌동매매마스터」
1시간 전。
#하와와#오정환
BJ도 쉬운 직업이 아니네요
인기가 너무 많아지니까 연예인들처럼 사생팬이 골치네
「민초마스터」
1시간 전。
#오정환#사건전말
언론이라는 놈들이
피해자는 옹호하고
가해자는 죽일 놈 만들고
나라꼴 잘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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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SNS.
페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다.
「박아림」
7시간 전。
[오정환 사건 요약. jpg]
페친 여러분들 들으셨나요?
오정환이 주먹을 휘두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 ㅠㅠ
―와……, 소름이네요 사생팬이라니
―딸아이가 있는 엄마로서 큰 공감이 되네요
―그런 거예요?
―오정환이 함부로 화낼 친구가 아니죠!
오정환이 붙인 불길.
불과 사흘도 되지 않아 여기저기 옮겨붙으며 엄청난 크기의 화제가 된다.
기존의 화제가 컸던 만큼 당연하다.
그것을 덮어쓸 수만 있다면 고스란히 힘이 된다.
'…….'
염부장으로서는 요 며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대응 전략이 초장부터가 미스가 났다.
호언장담을 했다.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오정환에 대해서도 좋은 소리만 해댔다.
〔업계 파벌 단톡방〕
「사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참」
―그게 저;;
―저는 분명 전달을 했거든요
「그래서 책임이 없다?」
「허어……」
「자네 홍이사님이 얼마나 노하셨는지 알아!」
엄청나게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파벌 내에서의 입지는 물론이고, 당장 모가지가 간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
가장 죽을 맛인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오정환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
파프리카TV 내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다수의 BJ와 시청자들을 적으로 돌리기에는 여러모로 걸리는 부분이 많다.
―일단 대응팀이 사태 파악에 전력을 다하고 있고
―법적인 해결책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강구만?」
「허어……」
「월급 도둑짓 할려?」
―여론 악화의 우려가 있어 당장 전면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타이밍을 잡고 있고
퇴근 시간은 진작에 지났다.
집에서 쉬고 있을 상사들에게 땀을 뻘뻘 흘리며 카톡 보고를 보낸다.
'명분만 있으면.'
회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대응, 이라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는 현실성 없는 소리가 아니다.
"어, 어쩌지?"
"어쩌긴요.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알 리가."
"니가 취재했잖아 니가!"
"……."
언론사에서도 난리가 나있다.
편파 보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걸 왜 나한테 지랄해.'
취재를 했던 말단 기사.
자신이 보도한 기사인 걸로 되어 상사에게 혼쭐이 난다.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억울하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까라면 까야 한다.
"선배님의 고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고견 말이지."
"네 헤헤."
"나의 오랜 경험이 깃든 빌려주자면 연예인이랑 비슷하게 대처해."
"연예인이요?"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오보로 인한 사건·사고를 언론사들이 하루 이틀 겪었을 리 없다.
"지금 여론 보면 거의 연예인급 인기잖아."
"뭐……, 그렇죠. 인정하긴 싫지만."
"연예인들 상대하듯이 대응하면, 상대가 곤란해하지 않겠어?"
"아!"
BJ라고는 해도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다.
그렇기에 기사를 써주는 것이기도 하다.
인지도가 높을수록 이미지 훼손은 치명적이다.
특히 연예인들.
사건·사고가 터지면 대가리부터 박는 이유가 있다.
부정적인 사건에 연루되는 것 자체가 이미 손해다.
"고소요?"
"네, 아무래도 이번 사건에 큰 피해를 받으셨잖아요. 일반인이신데 일상 생활에도 지장을 받으실 테고."
법정 싸움을 가면 대중들은 대개 나쁘게 인식한다.
그래서 연예인들은 눈물을 머금고서라도 빠르게 합의하려고 한다.
'어, 진짜?'
사태를 터트린 장본인.
조민국은 그냥 가만히 있었다.
큰일을 당하긴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신의 잘못이다.
방송에 나간다고 생각하니 흥분했다.
방송으로만 본 귀여운 소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치솟게 되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꼴통 같은 짓이다.
매일 밤 이불킥을 하고 있을 지경이다.
하지만 돈이 엮였다고 생각하게 되자.
"그래도 고소는 좀."
"고소라고 하면 무거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꼭 끝까지 안 가도 돼요."
"그럼……?"
"적당히 합의하는 선에서. 솔직히 좀 억울하시잖요? 전국민적으로 욕을 드셨는데 합의금 몇 푼 가져가는 게 대수겠습니까?"
생각해보니 좀 억울하다.
언제까지 욕을 먹을지도 모르겠고, 오정환은 돈도 잘 번다고 하고.
'용돈 좀 벌어볼까?'
무엇보다 취재를 온 기자가 이렇게 말을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책임지는 대단하신 분이 말이다.
연합뉴스― 「BJ 폭행 사건……, 피해자측 고소장 접수」
KBS― 「오정환 폭행 진실공방. 피해자 가족 "끝까지 간다"」
MBC― 「'오정환 사건', 게임 및 인터넷 방송의 폭력성에 대한 경각심 다시 일깨워」
고소장을 접수함과 동시에 기자들도 올라온다.
마치 응원하는 것 같아, 자신이 제대로 된 길을 걷는 것 같아 힘을 얻는다.
여론도 술렁인다.
그도 그럴 게 고소.
대부분의 일반인은 살면서 법정은커녕 경찰서에 가는 일도 거의 없다.
「장나래」
30분 전。
[네이버 기사 캡처. jpg]
오정환 고소 당했나 보네요……
사건이 커지네
―사생팬이 얼굴에 철판 깔았나 보네요
└그건 또 모르는 거죠. 우리가 아는 게 전부는 아닐 테니까 ―뭔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고소하는 거지
―어허 Neutral gear
본능적으로 쫄게 된다.
여론이 경직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둔다.
"정숙."
"판사님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재판 당일.
수원지방법원에서 1심이 치러진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재판이 시작되고 있다.
"원고는 소장의 내용을 진술해 주십시오."
"네, 저는 피고에게 개 패듯이 맞았습니다!"
그날 자신이 당한 것.
영상으로 증거가 남았다 보니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다.
제출한 소장의 내용에도 반영돼있다.
'진단서도.'
대체 얼마나 맞았는지.
숫자로 표현하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다.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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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진단서』
환자가 매우 아픔
전치 4주에 해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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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병원에서는 기껏해야 2주.
손톱으로 긁혀도 받는 수준이지만, 기자가 소개해준 병원은 말이 잘 통했다.
'암, 이빨이 흔들리면 4주 받아야지.'
그런 걸로 치기로 했다.
사실 흔들리지도 않는다.
4주가 돼야 소송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당일 방송된 다시보기 영상을 제1호증으로, 병원에서 받은 상해진단서를 제2호증으로 제출합니다."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은 대로 읊는다.
몇 번이고 물었지만 십중팔구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웅성웅성
자신의 완벽한 주장에 배심원석이 술렁거린다.
오정환의 편이라 하더라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이유가 어찌 됐든.'
자신은 맞았다.
그것도 영상이 송출되는 중에 말이다.
상해 및 명예훼손.
변호사에게 확실히 들었다.
'길게 갈수록 상대만 손해라고 했지.'
전치 4주면 구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그 이전에 이미지 훼손이 심각할 것이다.
합의금을 매우 높게 받아라.
합의를 안 해주면 검찰로 넘어가고, 전과범이 된다.
'흐흐, 최소 2천만 원은 응?'
일반적인 기준은 있지만 그것을 꼭 따를 필요는 없다.
피해자가 정하는 금액이 곧 합의금.
가해자가 얼마를 원하든 자신이 허락해야만 이루어진다.
완벽한 갑이다.
조급할 것 없이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피고측인 오정환의 표정이 도리어 여유롭다.
"재판장님 신청된 증인 신문을 요청합니다."
"인정합니다."
증인이 나올 수 있다.
인터넷에서 떠드는 내용은 변호사도 확인했다.
'말실수만 안 하면 된됐지.'
그저 머리를 건든 것뿐이다.
자신은 그럴 의도가 없다.
있고 말고를 법원에서 어떻게 판단을 해?
긴급한 상황에서 도와주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원칙적으로는 정당방위로 간주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
한국의 사법체계는 정당방위의 범위를 매우 제한적이고 엄격하게 구분한다.
변호사가 분명 질 가능성이 없다고 했는데.
"판결. 원고측의 청구를 기각한다. 여고생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증언은 신뢰성이 높다. 따라서 원고측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생각지도 못한 판결이 나온다.
판사가 증인의 증언을 채택한 것이다.
'뭐?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는 이유 하나로??'
의사봉으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변호사도 턱이 빠질 것처럼 벌어진다.
"주문1. 피고인을 벌금 70만 원에 처한다. 주문2 소송 비용 중 9/1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다소는 인정이 됐지만 자신이 바랬던 정도는 결코 아니다.
겨우 벌금형으로 끝날 일이라니.
"이거 합의하셔야겠는데요?"
"아니, 왜요? 항소해야죠!"
"이 판례를 근거로 BJ하와와측에게 고소 당하면 빼박이라. 서로 없던 일로 치자고 원만하게 가는 게 최선 같은데."
"……."
조민국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