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3화
<폭풍의 복학생>
스포츠 클라이밍.
인공적으로 조성한 암벽을 타고 올라가는 스포츠다.
'재밌지.'
남녀노소 특별한 기술 없이도 즐길 수 있다.
성취감이 있어서 나도 좋아한다.
특히 여자랑 할 때.
수빈이 인공 암벽을 올라간다.
장담했던 대로 꽤나 솜씨가 좋다.
'장딴지 봐.'
댄스로 다져진 탄탄한 몸도.
힘을 꽉 주자 드러나는 근육의 라인이 엄청나다.
평소에는 잘 안 쓰는 부위다.
이렇게 운동을 할 때 진가를 똑똑히 살필 수 있다.
"하아, 하아, 하아……."
인공 암벽에서 내려온 수빈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너무 기특해서 한 번 안아주려고 하자.
"저 땀투성인데."
"괜찮아."
"그, 그래도……, 괜찮을까요?"
조금 눈치를 본다.
땀냄새.
여자 입장에서 신경이 쓰일 수 있다.
그 이전의 이야기다.
'그리스 조각들이 알몸으로 된 이유가 있다니까.'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식당에서의 경험도 있고 내가 밀어붙이자 말을 들었다.
"아름다워."
"정말요?"
"그럼."
"아! 아!"
실내에 조그맣게 데이트 코스로 조정된 곳이다.
본격적이진 않지만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전세를 냈기 때문에 별일은 없을 것이다.
땀에 흠뻑 젖은 수빈을 꽈악 안는다.
'조금 더 큰 게 취향인데.'
기분이 좋은지 야한 신음을 흘린다.
스스로도 놀란 듯 입을 틀어막는다.
그럼에도 새어 나오는 쾌감을 전부 막을 수는 없다.
"다시 올라가 봐."
"지금……요?"
"빨리."
뒤태를 감상한다.
큰 빵댕이가 벌어지며 인공 암벽을 하나하나 붙잡으며 올라간다.
"오빠! 위험한데 아, 정말……."
손이 근질근질하다.
적당히 올라갔을 때 꽉 붙잡는다.
찰진 살과 땀의 끈기 덕분에 잡고 있기가 편하다.
'적절하잖아.'
그대로 고개만 올리면 된다.
연주해본다.
마치 고무처럼 탄성이 엄청나서 내 손바닥이 얼얼할 지경이다.
"아!"
지나친 쾌감.
힘이 풀렸는지 손을 놓고 만다.
떨어지는 수빈을 잡아 그대로 넘어진다.
가볍고 낙법도 잘 취해서 무리 없이 받을 수 있다.
잠시 당황하지만 이내 몸을 맡기고 키스를 나눈다.
'소질 봐.'
엄청 잘 느낀다.
부끄러운 행위도 하다 보면 더 능숙하게 소화할 것이다.
땀으로 반질반질해진 피부를 살살 훑는다.
잘록한 허리를 꽉 잡으며 부숴질 듯이 안는다.
"오빠."
"응?"
"따먹어주세요."
"사람 올 수도 있는데?"
"아앙~ 금방 끝내면 되니까."
힘이 있어서 그런지 꽉 잡고 있었는데도 빠져 나온다.
땀 때문에 미끄러진 것도 있다.
기승위를 잡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는 게 표정에서 드러난다.
'키웠다가 잡아먹히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굉장히 신선한 고기다.
그래도 남자인데 힘으로 밀릴 수는 없다.
억지로 떼어내서 땅에 앉힌다.
그리고 물수건으로 쓱쓱 닦아준다.
"샤워할 건데."
"하지 마."
"네?"
"속옷 금지, 샤워 금지 세안만 하고 나와."
"???"
신선한 건 회로 먹어야 제맛이다.
뇌에 정지가 온 듯한 수빈의 엉덩이를 찰싹 때려 여자 탈의실로 보낸다.
남자 탈의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온다.
프런트에서 다소곳이 앉아 기다리고 있다.
"빨리 나왔네?"
"오빠가 하지 말라면서요. 아!"
"냄새 쩐다."
"오빠 진짜 사람 있는데……."
흰 티를 당겨 킁카킁카 해보자 정말로 안 했다.
속옷도 제대로 빼서 백에 넣은 모양이다.
코트로 감싸려 하지만 어림없다.
단추를 풀고, 청바지도 섹시하게 지퍼를 반쯤 내린다.
"가자."
"……."
'얼른."
"오빠, 진짜 변태."
아직 진정이 안 된 그것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다행히 흑두가 아니라 티가 확 나진 않지만 존재감은 충분하다.
끼익!
수치심 데이트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 * *
관계가 끝나고 화장실.
"엄청 나오네요. 신기하다."
"그치?"
"계속 넣고 있었으면 애 생겼을까요?"
"빼박이지."
봉사를 받는다.
거품을 일으킨 샤워볼로 구석구석 닦아준다.
호강하는 느낌이라 좋다.
"아!"
"왜?"
"엄청 크네요……. 이런 게 내 안에 들어왔구나."
봉사를 하던 수빈의 손이 멈춘다.
거부 반응보다는 호기심.
부뚜막에 이미 올랐으니 본격적인 것도 시키고 싶다.
입 쓰는 법은 다음에 알려주기로 하고 욕조에 몸을 담근다.
슬림한 몸매가 꽤 좋은 구경거리를 선사한다.
"오빠."
"응?"
"거기 왜 자꾸 만져요?"
"커지라고."
"커져요?"
"큰 게 좋거든."
한 손으로 살덩이 가운데를 까닥까닥 만진다.
아직 앙증맞을 정도로 작아서 내 타입이 아니다.
"그럼 저 혼자 할 때도 만져볼까요?"
"오른쪽만."
"왜요?"
"나중에 크기 비교해보게."
"……."
본인이 노력을 한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리아만 해도 처음 만났을 때와는 격이 다르다.
"누구 보여줄 것도 아니잖아."
"제 소중한 몸인데."
"어차피 나만 쓰잖아."
"그렇긴 한데."
어떻게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자신의 귀여운 그곳을 바라보며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짓는다.
"몸이 야해지면 색기는 자연스럽게 새어 나오는 거야."
"그래요?"
"오빠 말 못 믿어?"
"믿어요."
대충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수빈이를 보며 죄책감이 살짝 올라온다.
'여하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될 것이다.
그곳을 만지작거리며 즐겁게 노가리를 깐다.
"오빠는 그럼 쭉 쉬실 거예요?"
"응?"
"3개월이면 꽤 긴 시간이잖아요."
"그러게."
그것만 해도 시간을 잘 가겠지만, 너무 무료한 것도 사실이다.
1개월이면 끝날 일이고 말이다.
90일이 지나면 근 6월.
여름 방학이 도래하는 시기인데 아무것도 안 하기는 좀이 쑤시다.
'그럼……, 복학이나 해볼까.'
시간 때우기에 좋은 장소가 있다.
* * *
부드러운 살결이 달라붙는다.
"오빠."
"응?"
"무슨 생각해요?"
"헐렁하다는 생각."
"맞을래요?"
리아를 베개로 쓰고 있다.
수빈이 워낙 압력이 있었다 보니 아무래도 비교가 조금 된다.
'안는 느낌은 훨씬 좋지.'
지방이 고르게 퍼져 뼈 닿는 느낌이 거의 없다.
땀이 적고 솜털이 많아 표피도 폭신폭신하다.
솔직히 수빈한테 하고 리아한테 안기고 싶다.
사람마다 장·단점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마시멜로년.'
어딜 만져도 부드럽다.
장점임과 동시에 단점이다.
남자 기분 좋게 만드는 전용 몸.
정말 잘 개발했다.
이것저것 요구한 보람이 있다.
리아의 소질을 극한까지 갈고 닦았다.
"오빠 복학해요?"
"응."
"왜요?"
"왜?"
"제가 먼저 물었는데요?"
"내가 먼저 박았는데."
공주님 안기로 화장실에 데려간다.
꼭 안으며 등을 토닥토닥 두들긴다.
따듯한 물로 씻겨주고 욕조에 몸을 눕힌다.
편안하다.
안락하다.
매일매일 해도 절대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이다.
"오빠."
"응?"
"진짜 복학해요?"
"어."
"학교 다니게?"
"할 거 없잖아."
"……나랑 놀지."
여자는 다소 바뀌지만 말이다.
이러고 사는 것도 나름 재미는 있을 것이다.
'무슨 기둥서방도 아니고.'
생산성이 없다.
아기는 만들 수 있겠지만 그런 건 아직 원하지 않는다.
"저도 다닐까요?"
"우리 학교 아니잖아."
"그래도……, 시간 맞춰서 놀면 재밌으니까."
"이런 몸으로?"
"꺄!"
무식하게 큰 가슴과 잘 빠진 허리.
페로몬까지 흩뿌리고 다니면 정말 마려워진다.
'색기가 너무 붙었어.'
일반인으로 살기에는 너무 차별화된 몸이다.
이런 몸은 내가 쓰며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도 한가해지는 건 마쪄~?"
"그렇지."
"그럼 저 자주 안아줘야 돼요~? 약도 먹을 테니까."
지방이 많아서 그런지 물에 두둥실 뜬다.
뜨거운 물만큼 뜨끈한 몸을 안고 있으니 극락이다.
'그래도.'
도전하는 삶이 아름다운 법이다.
까놓고 다른 여자도 안고 싶다.
리아도 충분히 좋긴 하지만.
"헐렁해."
"@^$#^#"
"그러니까 뒤로 해볼래?"
문예린처럼 말이다.
자기 자신만 아는 고고한 년들을 망가뜨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 센 년들을 상대로 재미 보기 좋은데.'
리아도 요즘 좀 기가 세졌다.
여왕님의 비밀스러운 취미를 하나쯤 추가하고 싶다.
"해본 적 있잖아."
"그, 그래도……."
"내 거잖아. 좀 쓸게?"
"아, 알았어요. 저는 오빠 거니까……."
조금 망설이지만 이내 허락한다.
살짝 간을 봐보니 느낌이 꽤 좋다.
수줍어하는 것도 오랜만이라 설렌다.
'리아랑 간만에 야플하고 싶다.'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재밌게 놀았다.
휴가 아닌 휴가가 길으니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 *
3월.
학생들에게 자물쇠가 달리는 시기다.
"으악 무승귀신이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하지만 이곳 용산 e-Sports 경기장은 재미와 흥분만이 넘친다.
조별 리그가 끝나고 8강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사실 운이 좋았다는 분석도 있고, 아직 팀의 포텐셜이 덜 끌어올렸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예!>
<한 가지 확실한 건 부족합니다. 여전히 부족해요. 8강부터는 용담호혈의 승부가 펼쳐지기 때문에 애매한 결과로는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뼈를 때리네
―^무^승으로는 못 올라가지
―선동준이 또
―김서준의 뉴스 공장 ㄷㄷ
그 시작에 앞서 김서준 해설이 열과 성을 다해 외친다.
조별 리그.
간을 보는 신경전이 끝나고 LCK의 진정한 하이라이트에 진입했다.
─방금 김서준이 뼈 제대로 때린 이유ㅋㅋ
[조별 리그 A조 성적. jpg]
8강부터는 무승을 할 수 없음
└이왜진?
└그저 ^무^
└유승은 선 넘짘ㅋㅋㅋㅋㅋㅋㅋ
└씨지맥 전용 룰 사라졌누
조별 리그를 무려 무려 0승 0패라는 신기한 성적으로 뚫고 올라온 팀이 있다.
씨지맥이 이끄는 리블즈 아나키.
조별 리그의 시스템 때문이다.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이 각각 2번씩 겨뤄 상위 두 팀이 8강에 진출하는 구조다.
「2013 LCK 스프링 A조 순위표」
1. SKY T1 K 8승 2패 2승 1무 0패 +4
2. 리블즈 아나키 0승 3무 0패 +0
3. SKY T1 S 7승 1승 1무 1패 +0
4. Prime Optimus 0승 1무 2패 ―4
1승 1패만 반복해도 2위에 안착할 수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경우의 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최대 수혜자.
게임 이기는 법을 모른다는 별명이 있는 씨지맥의 리블즈 아나키는 8강 전망이 밝지 않아 보였는데.
"어제 LCK 개미쳤더라."
"어떻게 씨지맥이 승리를 하냐고!"
생각지 못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최대 화젯거리다.
한국대학교.
LoL의 주 이용자층인 이곳의 학생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무승귀신 당연히 질 줄 알고 알바비로 토토 걸었는데 다 날렸어!"
"너 바보냐?"
"0도 하나의 수인데, 경우의 수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 너의 패착이야."
수학의 역사에서 0은 상당히 나중에 등장한 개념이다.
그리스 수학자들은 어떻게 없는 것이 '무언가'가 될 수 있지? 하며 0의 존재를 부정했다.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0%의 확률도 방심할 수 없다고 했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이, 나를 더 강하게 한다는 니체의 말처럼 3번의 무승은 씨지맥을 강하게 만들었을 수 있어."
"닥쳐 병신들아."
씨지맥이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
수학과, 방송학과, 철학과의 학생들이 토론을 이어나간다.
한국대학교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근데 그거 알아?"
"뭘?"
"그 무승귀신 전문 퇴치사 우리 학교 다녔다더라."
""오정환!""
하물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기BJ이자 前프로게이머이기도 한 오정환이 이곳 대학교를 다녔다는 소문 말이다.
"학교 다닐 때 어땠대?"
"누구 아는 선배 없나."
"그걸 알 정도의 화석…… 있으려나."
"화석이래 크크."
신입생들 입장에서는 도시 전설이다.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이야기.
마침 자신이 다니는 학교라면 관심이 생길 만도 하다.
하지만 결국은 딴 나라 이야기다.
인기BJ나 프로게이머 중 대학을 다녔던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퇴를 선택한다.
"클끼리 제적 당했다더라."
"아 리얼?"
"내 친구 중앙대 다니는데 확실한 정보임."
"그럼 고졸이네!"
"생방 키면 별풍으로 어그로 끌어야지~"
유명 e스포츠 관계자 클끼리가 대표적인 예.
본업이 바쁘다 보니 학교를 못 가게 되고, 너무 오래 쉬어서 복학하기 껄끄럽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제적을 당한다.
그런 만큼 별일은 아니다.
학교마다 유명인이 몇 명은 반드시 있지만, 대개 마주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다.
오정환도 재미 삼아 하는 이야기였는데.
"근데 오정환은 이번에 쉬잖아."
"정지 먹었지 크크."
"그거 존나 억울하던데."
"그래서 선배들 이야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1학기 복학한다는 소문이 있더라."
"오~"
"그거 킹능성 있네."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BJ라는 직업이 받아들여진 지는 이제 오랜 시간이 흘렀다.
특히 10대, 20대는 그 변화를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평생 직업으로 부족하지 않다.
인기BJ가 굳이 학교에 다닐 이유가 있을까?
그 이유가 생겼다 보니 혹시나 하는 기대가 무르익는다.
"말이 되냐. 그냥 편하게 놀지."
"리얼 크크."
"아는 여캠들도 존나 많던데. 썸 탄 여캠들도 존나 많고."
"고자 아니야?"
한국대학교 내에서는 기대 심리가 은근하게 부풀고 있다.
혹시나 마주친다면 재미있는 일이니까.
"진짜 한 명만 어떻게 소개 안 시켜주나."
"니 주제에?"
"아니, 나 정도면 괜찮지. 얼굴도 상타 치고 성격도 좋잖아."
"강한 신념이야말로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다. 니체의 말이야."
"니애미?"
물론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어디까지나 재미로 떠드는 잡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BJ도 이제는 연예인처럼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샤락
그것이 멀지 않은 이야기라면 더더욱.
오정환만큼은 아니지만 한국대에도 유명한 BJ가 존재한다.
"와……."
"저걸 니가 감당이 가능하다고?"
"아니, 나는 유민 정도 생각했지;;"
"생각 좀 더 해."
아직 쌀쌀한 날씨.
수풀이 채 우거지지 않은 정자 아래에서 책을 읽고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여성이 접근하기 힘든 존재감을 발산한다.
한국대 학생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이다.
눈에 띄는 미모를 가진 외국인 유학생.
더불어 BJ 활동의 이력까지 있다.
워낙 딴 세상 사람 같은 외모 때문에 그냥 알고만 넘어간다.
새내기 신입생들도 멀리서 눈길만 보내다 가던 길을 가버린다.
"쩡환?"
공교롭게도 그녀는 관심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