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47화 (547/846)

547화

<소영은 커뮤증입니다>

오정환이 없는 파프리카TV.

〔개인 방송 갤러리〕

―무승귀신 존나 잘 나가네 ㄷㄷ

―지금 기준으로 삼대장 누구냐? [3]

―오정환 없는 보라판<< 이거 말 됨? [17] +5

―요즘 롤방 포텐 미침ㅋㅋㅋㅋㅋㅋㅋㅋ [1]

호랑이가 없다고 생태계가 멈추지는 않는다.

없으면 없는 대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빈자리는 느껴진다.

벌써 한 달여가 지났음에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오정환 없는 보라판<< 이거 말이 됨?

진짜 개에반데

└아니 ㄹㅇ루 ㅋㅋ

└철꾸라지식 푸파, 김군식 젖방이 있습니다

└오정환 하나 없을 뿐인데……

└그립다 오정환!

그도 그럴 게 존재감이 엄청나다.

그와 접점이 없는 BJ를 찾아보는 게 더 힘들 지경이다.

한마디씩 언급만 해도 화제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렇기에 생기는 문제점도 있었다.

―오정환 왜 아직도 방송 안 함?

[오정환 방송국 캡처. jpg]

방송국 정지도 풀렸네

슬슬 복귀할 때 안 됐나

└맥피셜) 정지는 풀렸는데 자숙한다고 함

글쓴이? ㄹㅇ? 언제까지?

└모름 고집불통임

└그냥 방송하지 고집 존나 셈ㅋㅋ

폭력.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휘두르면 안 되는 것임이 맞다.

하나하나 예외를 두다 보면 밑도 끝도 없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해한다 하더라도, 전해 들은 사람들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자몽쉐이크」

12시간 전。

#오정환

[오정환 유튜브 공지사항. jpg]

방송 좀 더 쉬나 보네요

정지는 1개월인데

스스로 보기에 쉽게 용서받아서는 안 되는 일이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숙하고 돌아오겠다고 합니다? 하긴 좀 심하게 패긴 했죠 ㅎ? 여동생이 맞는데 오빠가 나서는 게 뭐가 어때서요??

?정말 마음이 바른 친구에요

?얼른 복귀했으면 좋겠네요! 먹방도 보고 싶어요!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다.

자기 자신도 예외로 두지 않는 엄격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인정받고 있다.

지나친 대처에 반감을 가졌던 반대 여론.

일부 남아있던 불씨까지 완전히 전소시킨다.

이종격투기 - 「BJ오정환이 복귀하지 않고 있는. EU」

樂 SOCCER - 「위기에 처해야 그 사람의 됨됨이가 보임」

도탁스(DOTAX) - 「사고 친 BJ들 대처법 비교해봤습니다 (feat. 오정환)」

SNS와 일반 커뮤니티.

대중들의 반응은 우호적이다.

본래도 기울어져 있었지만, 찝찝했던 부분까지 떨쳐낸 것이다.

여론은 안정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오정환의 복귀를 기다리는 여론은 커져 가고 있다.

―오정환<<이 새끼 정지 아닌 이유

벌어 놓은 게 얼만뎈ㅋㅋㅋㅋㅋㅋ

오피 콜걸 불러서 쥬지육림 바캉스만 보내도 타임리프임└원래 BJ들 정지는 휴가인 거 모름?

└카지노 갔다가 걸린 놈도 있던데

└ㄹㅇ 돈 많지 여론 좋지 그냥 즐기면 됨

└근데 고자 아님?

개인 방송 갤러리.

보라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일부 이론이 나오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궤를 같이 하고 있다.

BJ들에게 적대적인 그들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비교 대상들이 칠칠치 못하다 보니 더더욱이다.

―다른 BJ들이었으면 진작에 복귀했을 텐데

늦어도 1개월 안에 다시 방송 키고

감성팔이 하면서 복귀풍 달달하게 땡기고 있었을 게 뻔함└조용히 올라가는 추신수

└이거 주작 아님 내가 개추 누름

└이게 원래 국룰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은 항상 진심이야

악평이 뒤따랐던 보라BJ들과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불미스럽게 보일 수 있는 사고에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없는 건 없는 것.

시청자들은 당장의 이슈에 목이 마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적절한 화젯거리였다.

〔대한미국년의 방송국이다〕

―방학인데 왜 안 오시나요 ㅠㅠ [2] +5

―대학원생한테 방학이 어딨엌ㅋㅋㅋ [6] ?1

―보고 싶습니당 +2

―뿜뿌에 올라온 찌라시인데 아니겠죠? [17]

BJ여름.

오정환과의 합방을 하며 유명해졌지만, 그녀 본인이 방송을 할 의지가 없다.

본업에 충실하다.

이해할 만한 사정이다 보니 팬들은 아쉬움을 삼키고 있었는데.

―네판에 올라온 찌라시인데 아니겠죠?

[네이트판 캡처. jpg]

자기 친구가 한국대 다니는데

여름 남자친구 생겼다는 소문 들었다고 하네요

└네다판

└여적여 하네 ㅋ

└여름 몰몬교 신자라 결혼할 거 아니면 안 사귐

└이런 글 특징) 본인 아니고 친구 얘기임

뜬금없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녀에게 짝이 생겼다는 경사스러운 이야기다.

여자BJ들에게는 민감한 화제.

사심 시청자들이 떨어져 나가면 수익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그녀의 방송 성격과, BJ에 미련이 없다는 걸 생각하면 별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몬교 신세대들은 애인 사귄다는데?

선교사로 온 친구한테 물어봄

요즘은 그렇게까지 엄격하진 않고

혼전순결만 지키면 넘어가는 추세라고 함

└혼전순결 ㅎㅎ

└여름좌 믿고 있었다구!

└키스는 가능함?

└여름을 꼬신 남자는 대체 누굴까……

이슈가 된다.

워낙 오래 소식이 안 들렸기도 하거니와, 잠수 중인 오정환 관련 화제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일부 커뮤니티에 퍼지며 소란스러워진다.

실질적인 증거까지는 없다 보니 소란 정도로 그쳤지만.

* * *

소영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 예쁜 외국인 유학생 남친 사귀었다더라."

"진짜? 진짜?"

"응! 아는 언니가 말했으니 확실함."

채민의 그룹.

옆뒤뒤 자리에서 떠들고 있다.

평소에도 몰래 이야기를 엿듣고 있지만.

'설마 여름 언니 이야기?'

귀가 더 쫑긋 할 수밖에 없다.

그녀들이 떠들고 있는 대상이 왠지 아는 사람 같다.

"맨날 정자에 앉아있는 그 사람 말하는 거 맞지?"

"어 그 사람!"

"헐~ 막 무슨 종교 때문에 안 사귄다고 들었는데 아님 말고."

들으면 들을수록 더 확신이 든다.

외국인, 외모, 정자.

세 가지 키워드를 미루어봤을 때 십중팔구 맞을 것이다.

'종교? 그건 처음 듣는 소린데.'

물론 모르는 것도 있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만큼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흥미를 가지고 듣게 된다.

"원래 다 안 한다면서 뒤에서는 호박씨 까는 거지."

"그치, 그치~"

"근데 누굴까?"

"그러게."

"잘생겼겠지?"

"무조건! 무조건!"

""꺄아~~!!""

뒷담을 까는 것 같으면서도 선망하는 것 같은 무지성의 대화다.

친구들간의 잡담이라는 건 원래 이런 느낌.

'나도 끼고 싶다.'

아는 화제가 나왔다 보니 입이 간지럽다.

눈물만 찔끔 흘리며 자신의 방송국을 보고 있던 차.

〔똘이의 방송국〕

―똘이 한국대면 그 소문 들었어?

BJ여름<<

남친 생겼다고 요즘 네이트판에 올라왔던데

똘이도 그거 알아?

└이걸 왜 똘이한테 물어

└ㅁㅊㄴ

글쓴이? 그냥 같은 학교라 혹시나 해서; 문제되면 삭제함└똘이 한국대였음? 공부 잘하네

신경 쓰이는 글이 보인다.

댓글에서는 작성자에게 뭐라뭐라 따지고 있지만, 소영으로서는 그냥 궁금하다.

'진짜? 여름 언니 BJ였어?'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범상치 않은 사람일 거라 생각은 했어도, BJ일 거라고 상상도 못 해봤다.

모델이나 배우.

혹은 고귀한 핏줄.

그런 상상은 해봤지만 설마 자신과 같은 BJ라니?

"뭐가 그렇게 재밌어?"

"넹?"

"아, 그냥 너무 재밌게 보고 있길래."

"그, 그랬어요?"

자신도 모르게 히죽거리고 있었다.

소영은 볼을 붉히며 얼굴 근육을 간신히 가라앉힌다.

'왔으면 왔다고 말 좀 해주지…….'

승우 선배.

친하게 지내게 된 복학생 오빠다.

처음에는 불편한 감도 있었지만, 말을 섞어볼수록 편하다.

"그거 파프리카TV지?"

"아~ 선배도 알아요?"

"알지. 설마 그런 것도 모르는 세대인 줄 알았어?"

"그건 아닌데 에헹."

정말 별거 없다.

나이가 좀 많고, 가끔 세대 차이를 느끼지만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한다.

'선배 나이대도 인방을 아는구나~'

그래도 파프리카TV는 모를 줄 알았다.

인터넷 방송이 퍼진 건 자신의 세대부터이니 말이다.

"어, 진짜? BJ 하고 있었어?"

"그냥 취미로 잠깐잠깐."

"오~ 즐찾수 많네. 소영이 방송 가서 어그로 끌어야겠다."

"아 그러지 마요 진짜!"

생각 이상으로 잘 알았다.

방송을 본 적이 있는 모양이다.

혹시라도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버럭!

'…….'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이 전원 자신을 쳐다본다.

평소 조용히 있는 소영이 소리를 치니 놀란 것이다.

볼이 엄청 빨개진다.

쥐 죽은 듯 가만히 있는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언제 그랬냐는 듯 강의실 안은 왁자지껄해진다.

"장난으로 해본 말이지. 왜 이렇게 과민반응해."

"그런 거 민감하단 말이에요……."

"민감해?"

"네."

"민감한 편이야?"

"?"

가끔씩 짓궂다.

기본적으로 좋은 오빠고 딱히 불만은 없다.

달리 대화를 할 상대도 없고 말이다.

"BJ명이 똘이야?"

"네. 왜인지 아세요?"

"글쎄."

"한번 맞춰봐요~"

별 의미 없는 잡담.

매일매일 하는 것만으로도 학교를 가는 게 조금은 즐거워졌다.

'내 방송 오래 본 애청자들만 아는 건데.'

딱히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방송이 아니다.

그냥 실명을 쓰기는 좀 그러니까.

그래서 이유도 허섭하다.

"에헹. 우리집 강아지 이름이에요. 엄청 귀여움."

"똘이가 강아지 이름이야?"

"네!"

"오빠도 똘똘이는 아는데."

"?"

자신은 그렇다는 이야기다.

다른 BJ들은 아닐 수도 있다.

궁금증이 인 소영은 물어본다.

"저기 선배."

"응?"

"여름 언니 있잖아요……. 그 언니도 BJ 한다고 하던데 아셨어요?"

시청자의 궁금증 때문은 아니다.

그냥 자신도 궁금하다.

굉장히 예쁜 언니기도 하거니와.

'오빠랑은 대체 무슨 사이일까?'

친구의 친구라는 설명은 들었지만 무언가 석연찮다.

자신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닌지.

"알긴 알지."

"오옹~"

"알려주면 뭐해줄 건데?"

"넹?"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어, 어떤 걸 원하시는데요?"

"이따 학식 한 끼 사줘."

"후배한테 얻어먹고 째째해……."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소영은 승우가 해주는 여름의 이야기를 넋 놓고 듣는다.

'그렇게 BJ가 되기도 하는구나.'

어떤 인기BJ와 합방을 해서 유명해졌다.

자연스럽게 방송을 하게 됐지만, 그녀 스스로는 미련이 없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상세하고 전달력 있다.

어쩌면 둘은 생각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일지도 모른다.

"이건 좀 실례되는 이야긴데요."

"그럼 안 하면 되지."

"아니, 그냥! 들은 거예요. 언니 남자친구 생긴 거 알아요?"

"굉장히 자세히 알지."

"어, 진짜요?!"

전해 듣게 된다.

가지고 있던 의문이 풀리는 것을 넘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이거 혹시 방송에서 말하면…….'

여름 언니의 의혹이 단박에 해소될 것이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주위의 시기 때문에 애인이 있는 척하는 것이라면 곤란해질 수 있다.

그 정도로 머리가 안 돌아가진 않는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에는 상황이 안타까워 고민이 깊어지던 차에.

"그럼 이건 어때?"

"어떻게요?"

"니가 친해서 아는데 별일 아니라고 하면 되잖아."

"치, 친하지는……."

"에이~ 이제부터 친해지면 되지. 그리고 좋은 의미로 하는 말이잖아."

그럴듯한 해결책을 제시해온다.

소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들으면 들을수록 말도 되고.

'맞아. 언니 위해서 하는 말인데.'

인터넷에서 이상한 루머가 퍼지는 것.

자신도 BJ다 보니 공감 가는 측면이 있다.

심지어 사실도 아니고 단순한 오해 때문이다.

마음을 먹은 소영은 행동에 옮기기로 한다.

오늘 방송에서 말을 해보자.

그것이 어떠한 스노우볼로 굴러갈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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