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52화 (552/846)

552화

<세 마리의 토끼>

단추를 조심스레 푼다.

술이 깰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완전 애야 애.'

통나무는 아니다.

나름대로 굴곡이 있다.

관리한 체형에 비하면 턱도 없을 뿐.

애당초 기대도 안 했기도 하다.

벗길 거면 클럽을 가지 갓 스물한테 이러고 있을까.

'나쁘지 않아.'

몸매가 아니라 골격을 봐야 한다.

발전의 가능성이 얼핏 보인다.

체형은 꽤 괜찮은 편이다.

피부도 곱고, 우유 냄새도 나고, 향도 달달하다.

장래가 기대되는 순결하고 풋풋한 몸이다.

'싸가지 없는 후배였으면 좋았을 텐데.'

혼구멍을 내줬을 것이다.

자취방도 심심할 때 들락거리기 딱 좋은 위치다.

착한 아이한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름과 한 약속도 잊지 않았다.

쓰읍?

살냄새만 좀 맡는다.

냄새가 좋은지 안 좋은지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베개로 쓰는 것도 기본적으로 냄새가 좋으니까.'

빨딱빨딱 세워서 고정시킬 수 있다.

땀을 흘렸을 텐데도 오히려 좋기만 한 체향이다.

손을 댈 수는 없으니 배꼽만 할짝할짝 핥아본다.

약간의 짠맛 아래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어우, 진짜.'

아주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귀엽게 생긴 속옷이 드러나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경계심이 없는 것도 유분수지.

나쁜 선배였으면 이대로 파티 타임이었을 것이다.

꼬옥 하고 안는다.

품 안에 들어오고도 여유 공간이 남는 작은 크기.

사락 사락

어깨까지 내려오는 갈색의 웨이브 머리를 넘긴다.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녀석이다.

'여름이 아니었어도 손은 안 댔을 거야.'

이런 것은 상호 간의 합의가 중요하다.

멋대로 해버리면 강간이나 다름없다.

BJ를 진심으로 목표하는 것도 아니고, 색기를 기르는 것도 컨셉에 어긋난다.

아직 이른 시기.

허락을 받은 포옹만 마음껏 즐긴다.

세게 꽉 안으면 부숴질 것처럼 조그마하다.

"호오……, 호오……, 호오……."

아무리 만져도 새근새근 자기만 한다.

규칙적이고 귀여운 숨소리가 고막을 간지럽힌다.

옷무새를 정리하고, 머리칼을 넘겨주고, 이불을 덮어준다.

그리고 탁자 위를 깨끗이 정리한다.

일어나면 바로 먹을 수 있게 사왔던 죽과 ldH를 함께 둔다.

마지막으로 볼에 쪽 인사를 남긴다.

'이렇게 귀여운 생물이 다 있다니.'

몸매 좋고 색기 넘치는 정액 짜내는 애들만 보다 보니 신선하다.

역시 이 나이대 애들만의 매력이 있다.

쓰읍?

이불 속에 파고들어 한 번만 더 충전한다.

딱히 꼴리는 건 아니지만, 꼴리는 게 아닌데 묘한 기분이 든다.

곤히 자고 있는 소영.

장난을 치고 싶은 기분 말이다.

이런 기회가 절대 자주 오지 않는다.

'크흠, 뭐 손만 안 대면.'

고작해야 맥주 두 캔 분량.

그래도 술을 마시긴 했다는 듯 호흡이 조금 가쁘다.

조그마한 입술이 벌어졌다 오므러졌다를 반복한다.

호기심이 안 들 수가 없다.

'체온 높네.'

손가락을 넣어본다.

작은 얼굴치고는 꽤 넓은 공간.

젖살이 빠져도 볼은 탱탱할지 모르겠다.

치열이 고르다.

혀가 부드럽고 통통하다.

입안 구석구석의 감촉을 즐기고 있던 차.

오물

움직인다.

꼼지락대는 게 귀여워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더니 손가락을 물었다.

감히?

상당히 아프다.

바로 빼내지 않았으면 첫 번째 마디가 분리될 뻔했다.

이로써 정당방위가 성립된다.

감히 사람을 무는 못된 입안을 응징해준다.

쪼옥!

새하얀 눈밭에는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것이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다.

그것은 절대 깊을 필요가 없다.

'더럽게 헤집을 이유가 뭐가 있겠어.'

먼저 다녀간 놈이 누구냐고 욕만 먹기 마련이다.

소영의 조그만 입술에 입을 맞춘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교대로 빤다.

침을 적시며 말캉말캉한 감촉을 맛본다.

'음~ 오~!'

먹어보니 알 것 같다.

굉장히 탄력이 있고 잘 늘어난다.

입을 쩍 하고 벌리면 꽤 클지도 모르겠다.

좀 더 탐구해본다.

촉촉하고 탐스럽게 젖은 입술 사이에 혀를 넣어 서서히 벌려 나간다.

미지를 개척하는 학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다.

확실히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쭈웁!

꿀꺽!

고개를 젖혀 침을 전해 받는다.

맥주와 육포 맛이 느껴진다.

아까 먹었던 것들이다.

다 빨아내자 본래의 맛이 드러난다.

고소하고 달달해서 언제까지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꿀꺽!

꿀꺽!

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계속 나온다.

오아시스에서 한참 동안 갈증을 달랜다.

'맛있네.'

키가 크고 섹시한 편이 취향이지만, 가끔은 반대 타입도 나쁘지 않다.

힐링이 된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꼭 안는다.

정말 귀여워서 잘해주고 싶다.

그렇게 믿는 도끼에.

오물

발등을 찍힌다.

* * *

다음 날.

'…….'

커튼 사이로 햇빛이 비친다.

그 눈부신 빛에 조금씩 잠이 깬다.

소영은 이 반쯤 잠드는 기분이 좋다.

평소였다면 최소 30분은 즐겼다.

"아!"

하지만 눈이 번쩍 떠진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할 수 있는 파릇파릇한 두뇌였다.

탁! 탁! 탁!

반사적으로 온몸을 두들겨본다.

혹시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닌지.

인터넷에서 본 썰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한 오빠랑 단둘이 술을 마셨더니.

꿀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어떡하지.

긴장하며 살핀 몸 상태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기우였다는 사실에 한시름 놓는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바보짓은 내가 해놓고…….'

어젯밤 미쳐도 한참 미쳤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주스처럼 마시고 1차 민폐.

그대로 집까지 데려다 주며 2차 민폐.

집안에서 또 재잘재달 떠들며 3차 민폐.

'멋대로 곯아떨어진 거 같은데.'

술을 그 정도로 많이 마셔본 적이 처음이다.

편의점 500ml 캔도 항상 많다고 느낀다.

필름이 어느 순간 끊겼다.

그리고 현재 잠에서 깨어난 상황으로 연결된다.

"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착한 선배한테 너무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실제로도 아프다.

처음 느껴보는 숙취.

머리가 깨질 것 같다는 건 인터넷 썰만이 아니었다.

'응?'

그런 소영의 눈앞에 탁자가 보인다.

평소 밥을 먹을 때 쓰는 것이지만, 무언가가 놓여있다.

「영양 많은 전복과 버섯이 듬뿍 전복죽」

「숙취해소 특허획득 갈아만든 ldH」

그러고 보니 편의점에서 무언가 샀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편의점에서 이런 것도 샀구나.'

애초에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선배에 대한 존경심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다.

뭔가 다른 것도 산 것 같지만 기억이 흐릿해서 잘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확실해진 건.

"아! 아! 아!"

머릿속이 점점 선명해진다.

다리가 저절로 움직여 이불을 퍽퍽 차재낀다.

한 턱 쏘려고 했는데 오히려 배려만 받은 것이다.

쪽팔려도 이렇게 쪽팔릴 수 없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이불을 꼭 끌어안고 반성의 시간을 가진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나쁜 쪽이 아닌, 좋은 쪽의 드라마 같은 상황이었다면.

상상을 해본 적은 많다.

자신으로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

'승우 오빠…….'

대학교 생활.

겉돌고 있던 자신을 엄청 친근하게 대해줬다.

그와 친하게 지내며 여러 가지 좋은 일이 생겼다.

여름 언니를 알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방송도 잘되고 있다.

자신감을 얻어서 동기들과도 조금씩이지만 가까워지고 있다.

꿀꺽!

그런 친애하는 선배와 그렇고 그런 관계.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진한 키스를 나눈다.

망상이 폭발한다.

그와 동시에 한 가지 신경이 쓰인다.

만약 어제 그런 일이 생겼다면.

"후우~ 후우~"

손을 둥그렇게 말아 냄새를 맡아본다.

맥주와 육포 냄새.

살짝 나긴 하지만 불쾌할 정도는 아니다.

다행이다.

하지만 언제 또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른다.

한다면 반드시 준비된 상태에서 하고 싶다.

첫 키스.

후회 없는 추억이 되길 바란다.

좋아하는 사람과 평생을 간직할 기억이니 당연하다.

퍽! 퍽! 퍽!

딱히 승우 오빠와 한다는 게 아니다.

그냥 그러고 싶다는 뜻이다.

소영은 이불을 한참 찬다.

덕분에 잠이 확 깬다.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온다.

탁자 위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띠잉!

전복죽을 전자레인지로 데운다.

갈아만든 ldH도 따서 한 모금 마신다.

'에헹.'

자취를 하면 항상 외롭다.

개인 방송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보살핌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

어젯밤을 생각하면 머리가 다소 아프지만, 주말 동안 고민을 해보면 될 것이다.

오늘 내일은 자유 시간이다.

"애들아 안녕~! 나 왔어!"

?똘이루

?오늘 일찍 켰네?

?똘이 기다리다 못 빠짐ㅋㅋㅋㅋㅋㅋㅋ

?캠 좀 켜주세요 ㅇㅅㅇ

방송을 하며 즐겁게 보낼 예정이다.

방송을 켜자마자 시청자 수가 주르륵 올라간다.

'에헤헹.'

최근 사건·사고를 겪으며 급성장했다.

시청자도 많고, 호응도 좋아서 방송하는 보람이 있다.

─고버지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늘 마인크래프트 ㄱㄱ?

"고버지 님 100개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마인크래프트 켰음."

그리고 수입.

별풍 받는 맛이 제법 짭짤하다.

대학생인 소영에게는 엄청나게 큰 액수다.

'열심히 방송해서 아웃백 또 가야지~'

신나는 상상에 젖어 든다.

방송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전혀 스트레스가 아니다.

정신 없이 방송을 진행한다.

토요일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간다.

『방송을 종료하시겠습니까? Yes or No』

재밌었다.

별풍선도 받았다.

뿌듯하게 기지개를 켜며 의자에서 일어난다.

'초밥 시켜 먹어야지~!'

돈이 있으면 집순이 생활도 나쁘지 않다.

대학로 가게에서 배달 온 초밥을 먹으면서.

우물우물

인터넷 서핑을 한다.

최근 들어 뜨고 있는 유튜브나 유머 사이트 등 여러가지 보지만 가장 먼저 클릭하는 것은 따로 있다.

〔똘이의 방송국〕

─오늘도 방송 수고해쓰! [2]

─똘이 단풍잎 해보는 건 어때? [3] +1

─방금 레전드였던 장면 캡첰ㅋㅋㅋㅋㅋㅋ [5] +7

─요즘 똘이 방송이 예전 같지가 않다…… [12] ?1

자신의 방송국.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귀를 기울어주는 애청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시로 보는데.

'응?'

눈에 띄는 글이 하나 있다.

댓글이 유난히 많이 달렸다.

그것도 굉장히 안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요즘 똘이 방송이 예전 같지가 않다……

유입들 때문에 방송 분위기 너무 변함

무슨 여캠 방송처럼 돼버렸어

나 같은 애청자는 똘이 외모랑 상관없이 좋아한 거였는데 └물소들 엄청 많더라

└ㄹㅇ 똘이 방송은 잔잔해서 좋았음

└나작비ㅋㅋㅋㅋㅋㅋㅋ

└씹덕들 과몰입 하는 거봐^^

시청자들끼리 싸움을 하고 있다.

가끔씩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원인이 자신 때문인 것 같다.

'응? 응응?'

소영은 기억한다.

자신의 방송을 자주 보는 애청자들 말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충은 아이디가 낯이 익는다.

그런 기존 시청자들과 신규 시청자들 사이에서 분쟁이 일고 있다.

가만히 읽어 보니 양쪽 모두 이해가 간다.

'어, 어떡하지?'

그러고 보면 방송 중에도 은근히 위화감이 있었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 탓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

쌓이고 쌓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초보BJ인 소영은 마땅한 해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개인 방송 갤러리로까지 사태가 번진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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