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화
과정 자체는 싱거웠다.
'그냥 무조건이지.'
계획을 짜는 보람도 없을 지경이다.
적당히 놀아주다 기분이 고양됐을 때, 바에 데리고 가서 한두 잔 먹인다.
맛있다고 마시다 끽.
너무 마셔서 정신이 OFF됐지만 비밀번호를 기억해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았다.
"휴우……, 승우 선배구나. 깜짝 놀랐잖아요."
"나도 정신이 오락가락해 가지고 여기서 자버렸나 봐. 미안해서 어쩌지?"
"괜찮아요! 에헹, 저도 그랬는데."
재미 좀 보다가 그대로 자버렸다.
나라고 술이 안 들어간 건 아니니 말이다.
'대충 거짓말은 안 했어.'
중간에 자다 깰 줄이야.
계속 재미 보고 있었다가는 큰일 날 뻔했다.
졸려서 자기를 잘했다.
"더 잘까?"
"아……."
"응?"
"치, 침대가 너무 좁기도 하고요;;"
애석하게도 잠이 깨버린 모양이다.
나의 제안에 우물쭈물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냥 한숨 푹 자지.'
새벽에 애매하게 일어나서 뭐 하려고.
내일 강의도 있는 걸로 아는데.
뻘쭘하게 서있는 소영을 향해 침대를 팡팡 친다.
쪼르르 와서 침대 끝에 앉는다.
"소영아."
"네, 네!"
"오빠 꼬시는 거야?"
"아, 아아! 그, 그, 그런 게 아니고요오……."
눈도 못 마주치는 귀여운 반응.
조그마한 장난에도 엄청 민감하다.
가학심이 들끓는다.
'아니, 이러면 안 되지.'
아직 이런 상황에 익숙지 않을 것이다.
외간 남자와 자취방에 단둘이 있다니.
경계심부터 서서히 무너뜨려야 한다.
혹시 모를 상황도 상정하고 왔었다.
부스럭부스럭
편의점 봉투.
과자와 육포, 죽과 잡다한 것을 사왔다.
맥주와 음료수는 미리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농담이야. 장난도 못 치네."
"헤, 헤헤……."
"한잔할래?"
"술이요……?"
"음료수 마셔도 되고. 마시고 싶은 거 마셔."
"오늘 길에 사오셨구나 저번처럼. 에헹, 먹을 거 많다. 이건 뭐지?"
"몰라도 돼."
"?"
편의점은 못 참는다.
소영이 든 0.03이 쓰인 사각 상자를 빼앗는다.
'써본 적이 없으면 모를 수 있지.'
밀크 카라멜 정도로 속여 넘긴다.
적당히 바닥에 앉으며 맥주를 딴다.
"소영이 것도 둘 테니 마시고 싶으면 마셔."
"와~ 감사합니다."
"귀여운 후배한테 이 정도 해야지."
"귀, 귀엽지 않은데요;;"
그리고 잡담을 나눈다.
칭찬을 해주면 분위기를 띄운다.
그리고 맛있게 마신다.
꿀꺽! 꿀꺽!
남이 먹는 라면 만큼 맛있어 보이는 게 맥주.
일부러 소리를 내서 먹방을 찍어본다.
자신도 마시고 싶었는지 조금씩 입에 댄다.
안 그래도 술이 다 안 깬 상태에서 말이다.
"소영아."
"네."
"평소에도 오빠들 불러서 이렇게 놀아?"
"아뇨~ 오빠가 처음이에요."
"오빠가 처음이야?"
"네!"
"처음이구나."
"?"
자연스럽게 어깨에 손을 두른다.
이미 조금 취했는지 반응이 둔하다.
'이러면 본인이 허락한 거니까.'
여름의 예와 마찬가지로 괜찮을 것이다.
땅콩을 씹으며 귀엽게 마시고 있다.
"소영이 잘 마시네."
"그런가? 저 주량이 조금 는 것 같긴 해요!"
"그래?"
"에헤헹."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네~!"
보통 이러면 자신감을 얻어서 더 마신다.
새내기 신입생의 열에 아홉은 그러하다.
'원래 다 마시면서 배우는 거지.'
잘 가르친다.
맥주 한 캔을 열심히 비운다.
다음 맥주를 반쯤 비웠을 즈음.
"소영이 졸려?"
"네……."
"침대에 옮겨줘?
"제가 갈게요! 어, 어?"
휘청거리는 소영을 꼭 안아 눕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온다.
'복수의 시간이군.'
군자의 복수는 10년도 늦지 않다.
하루이틀로 돌려받을 수 있는 죗값도 아니다.
꿰맨 자리가 여전히 거슬린다.
나에게 흉터를 만든 대가를 철저하게 치르게 해준다.
꿀꺽! 꿀꺽!
일단 남은 맥주부터 먹인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주자 맘마 먹이는 느낌이다.
'완전 애기라니까.'
한창 파릇파릇한 애들 중에서도 특히 파릇파릇하다.
체향이 굉장히 신선하다.
꼭 안으며 입을 맞춘다.
쌉쌀한 맥주맛이 정말 맛있다.
소영의 달달한 침맛과 어우러진다.
'또 깨물릴 줄 알고?'
하지만 버르장머리가 안 좋다.
엄지손가락을 어금니에 넣어 고정시키고 안전하게 맛본다.
그리고 배도 살살 쓰다듬는다.
다른 곳은 NG이니 이 정도 선에서 만족을 한다.
'배가 엄청 따듯해.'
체온이 높다.
특히 아랫배는 뜨끈해서 만지는 보람이 있다.
말캉말캉한 뱃살과 함께 즐긴다.
조금 단단한 부분이 느껴진다.
시계 방향으로 돌리며 조금씩 푼다.
벌써부터 흥미가 엄청 인다.
'쾌감 가르쳐주고 싶다.'
신입생.
자취방.
여찐.
딱 첫 발만 들이면 그다음부터는.
나쁜 선배였으면 그랬을 거라는 이야기다.
어차피 하게 될 거 가능하면 내가 되고 싶다.
쭈우웁!
이렇게 키스를 못할 것 같은 애가 잘하면 반전 매력이 있다.
조기 교육을 통해 눈을 뜨게 만든다.
입안에서 살덩이가 엮어진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반사적으로 몸에 기억시킨다.
'입안 졸라 부드러워. 무슨 몽쉘도 아니고.'
혀를 세 바늘이나 꿰매게 만든 죗값.
이 정도면 톡톡히 받았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몸을 꼭 안는다.
쭈우웁~!
나도 내일 강의가 있다.
조금이라도 잠은 자야 한다.
마지막으로 찐하게 입맞춤을 나눈다.
깨어있었다면 절대 잊을 수 없을 순간.
무의식 중에도 조금씩 축적될 것이다.
'반드시 먼저 키스 해오게 만들어야지.'
잘 따르는 후배만큼 귀여운 여자가 없다.
나로서는 되게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그것도 나를 좋아해주는 여자.
공든 탑을 천천히 쌓아나가려고 하는데.
오물
손가락이 아작 난다.
* * *
굉장히 상쾌한 아침.
"우웅~ 우우웅~!"
소영은 기지개를 크게 켠다.
숙취는 있지만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실컷 놀았기 때문이다.
승우 오빠가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줬다.
'선배, 아직도 자네. 잠꾸러기!'
침대 끄트머리에서 몸을 둥그렇게 말고 자고 있다.
손을 꼭 감싸 쥔 채 말이다.
추운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이불을 독차지했다.
소영은 미안한 마음에 이불을 덮어준다.
쏴아아아아아─!
그리고 샤워.
분명 냄새가 날 것이다.
숙취도 달랠 겸 따듯한 물에 몸을 적신다.
'입안이 텁텁해.'
맥주를 또 마셔서 그런 모양이다.
선배 앞에서 또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버렸다.
끼익!
화장실 밖으로 나온다.
선배는 이미 깨서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다.
'휴~ 옷 들고 들어가길 잘했네.'
소영은 조용히 앉아 머리를 말린다.
반쯤 자고 있는 선배를 관찰하며 말이다.
여전히 손을 감싸 쥐고 있다.
자세히 보니 뭔가 아파 보이는 눈치다.
"선배, 손 왜 그래요?"
"이거? 다쳤어."
"와 피멍 들었네……. 아프겠다."
다쳤다.
외관으로 보아 하건데 작은 상처는 아니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이지.
'아, 나 때문에.'
정신을 완전히 픽 잃었다.
옮기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사고가 있었다.
"제대로 부딪혀 가지고."
"손톱 깨진 거 봐. 진짜 아프겠다……. 어떡하죠?"
"진짜 혼내주고 싶었어."
"전봇대를요?"
"혼내줘도 돼?"
"그럼요. 저도 같이 혼내줄게요!"
검붉은 피멍.
손톱도 깨져서 보기가 안쓰럽다.
구급상자를 가져와 소독을 하고 붕대를 감아준다.
'진짜 나 때문에.'
엄한 선배만 고생하고 있다.
미안한 감정이 안 들 수가 없다.
떨떠름하게 앉아있는 소영을 향해.
"기분은 좀 나아졌어?"
"네!'
"다행이네."
"에헤헹."
"소영이 귀엽다."
"아, 오빠 잠깐만요……."
꼭 안아준다.
다행히 샤워를 막 한 참이라 냄새가 나진 않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애 같은가……?'
하지만 불만은 생긴다.
마치 여동생처럼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래서 어쩔 거야?"
"네?"
"방송."
"아……."
그보다 앞서는 고민이 있었다.
개인 방송.
기분이 풀린 것과 별개로 해결된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관점은 바뀌었다.
방송에 목을 맬 이유가 있을까?
한동안 휴식을 해도 될 것이고.
'여차하면 안 해도.'
널널하기만 하던 수험 끝난 고3이 아니다.
자신도 이제 대학생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바빠진다.
개인 방송에 할애할 시간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접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수 있는데.
"멈춰!
"머, 멈춰?"
"크흠! 성급히 결정하지 말라는 소리야. 잘 찾아보면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
"네에……."
승우 오빠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제 겨우 아침 시간인 데다, 전적으로 믿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캠을 켜면 켜는 대로, 안 켜면 안 켜는 대로 말썽이다.
전부를 만족시킬 수가 없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소영의 얼굴을 갑자기 어루만진다.
"소영아."
"네, 네??"
"오빠가 긴히 할 얘기 있는데."
"하, 하세요. 하셔도 괜찮으니까……."
당황스럽다.
하지만 혹시나 하던 상황이다.
인터넷에서 본 썰에 의하면 그것은 갑작스레 찾아온다.
'Hoxy??'
고백.
물 흐르듯이 첫 키스도 하고 막 그런다.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에는 아직 남아있는 일이 많다.
"방송 장비부터 손을 보는 게 어때?"
"네……?"
"아까 대충 살펴 보니까 방송용 장비가 아닌 것 같더라고."
"아, 장비. 장비……."
"관우."
"?"
가끔 세대 차이가 나지만 좋은 오빠다.
자신이 샤워를 하는 동안 방안을 살펴본 모양이다.
'아, 부끄러…….'
괜한 망상.
넘겨짚은 것을 포함해 못난 자취방을 구석구석 들킨 것까지 얼굴이 빨개진다.
대체 무슨 소리를 들을지.
소영의 생각과 달리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이었다.
"이 캠 어디서 샀어?"
"다이소요."
"컴퓨터는?"
"집에서 들고 왔어요."
"음."
"?"
자신의 컴퓨터.
집에 누구나 한 대씩은 있을 것이다.
선배의 눈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나 보다.
'딱히 렉 안 걸리고 괜찮은데.'
대기업 삼선에서 만든 컴퓨터다.
쓰면서 딱히 불편한 점도 없고, 지금까지 방송은 잘만 해왔다.
"니가 지금까지 캠을 안 켰잖아."
"네."
"캠을 킬 거면 장비에 투자하는 게 좋아."
"아……."
그러고 보니 시청자들도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워낙 컴맹이고, 캠을 자주 켜는 것도 아니다 보니 생각을 않고 있었다.
'그런 것이 있었구나.'
시청자 입장.
당연히 깔끔한 방송 화면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것이다.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을 짚어준다.
"근데 오빠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크흠! 여캠들은 그렇더라고."
"아~"
파프리카TV를 제법 봤다고 들었다.
방송에 대해 일부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여캠 보시는구나.'
다른 부분이 조금 실망일 뿐.
굉장히 선정적이고, 밝히는 남자들이 본다는 이미지가 있다.
"너도 여캠이니까 신경을 좀 써야지."
"네?"
"응?"
"??"
자신이 바로 그 여캠이었던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틀린 말도 아니다.
'나 여캠이었어??'
적어도 시청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인다.
자신이라는 개인이 아닌, 여캠이라는 포괄적인 개념.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승우 오빠의 말이 맞고, 그렇다면 해결책도 거기에서 나올지 모른다.
"오늘 시간 좀 있지?"
"네, 시간 있어요. 강의만 끝나면."
"크흠! 그래? 시간이 많구나. 그럼 오빠랑 어디 좀 가자."
"어디요?"
"그야 방송 장비지."
구체적인 방법.
설명을 듣자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다.
아니, 정말로 해결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실행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자신이 여캠이라니?
본격적으로 방송을 한다니?
'에헹, 안 될 것도 없나?'
이미 그 맛을 봐버린 마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