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57화 (557/846)

557화

사람은 이상을 원한다.

'하아…….'

민수는 속으로 한숨을 삼킨다.

곧 야자가 끝나지만, 이후로 잡힌 스케줄이 매우 빽빽하다.

고등학생들에게는 드물지도 않다.

하루의 일과가 공부에 완전히 절어져 있다.

"으악 무승귀신이다!!"

"꺄아악!?! 저리 가 이 무승귀신!!!"

그렇기에 해방감이 절실하다.

중·고등학교의 남학생들이 미쳐 날뛰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심하기 그지없는 친구들.

민수는 대놓고 한숨을 푹 쉬며 핀잔을 준다.

"요즘은 무관귀신이야."

"아 리얼?"

"1승 했으니 인정이지!"

e스포츠.

학생들의 일반적인 화제다.

LCK는 별일이 없어도 일상적으로 거론된다.

특히 BJ들은 거의 연예인만큼 인지도가 있다.

그 둘에 해당되는 씨지맥은 학생들의 우상이다.

"강원도 도사님한테 굿만 받았어도……."

"그 도사 진짜 존나 용하던데."

"요즘 씨지맥 뭐 하냐?"

"요즘 씨지맥 완전 광대임 크크킄!"

아쉽게도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충분히 잘한 것도 사실.

무승귀신이라는 별명은 사용하기 애매해졌다.

데일리e스포츠?

「'오정환' 없는 씨지맥호, '리블즈 아나키' 우승 노릴 수 있을까」

[팀원을 껴안는 씨지맥 사진. jpg]

리블즈 아나키가 풀세트 접전 끝에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편 팀의 주장 씨지맥은 2014 LCK 스프링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적이 있다.

오정환이 빠진 씨지맥호가 재도약을 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로운 소스가 제공되었다.

1주일 전 기사.

씨지맥이 이끄는 리블즈 아나키는 결승전에서 3 대 0의 셧아웃을 당했다.

전문가들의 평은 예정된 결과다.

SKY T1의 급격한 부진과 대진표의 행운이 맞물렸다.

그러한 혹평을 내놓고 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아무래도 좋다.

[Best Comment]? 사진 뭐냐? 무관귀신이 들러붙었네

└기자가 씨지맥한테 악감정 있다 ㅋㅋ

└씨지맥이 똥 안 지렸으면 킹만 했는데……

└팀원들만 불쌍함

└???: 히히 못 가

놀려 먹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한 기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 찍은 사진 한 장이 널리 퍼지며 이미지 메이킹에 일조한다.

―???: 너희들은 나랑 함께지?

[팀원을 껴안는 씨지맥 사진. jpg]

"꺄아아아악ㅡ! 저리 가! 나도 우승할 거야!!"

└오정환 어케 이겼누 ^^ㅣX련ㄴ아

└강원도 도사한테 1억 주기 아까워서 결승을 말아 먹네 ㅉㅉ└이러니까 은퇴했지 ㄹㅇ

└사진 절묘하네

선수를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

친숙한 이름으로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굉장히 오래 기억될 수 있는 별명이다.

"그 무관귀신이 문제야, 그 무관귀신이!"

"리얼 크킄."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는 파다하게 퍼졌다.

씨지맥은 보다 많은 인기를 얻게 된다.

민수도 그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힐링이 안 돼.'

동네 아저씨처럼 생겼다.

행동은 애새끼 같고, 말투는 중2병에 찌들었다.

그런 애들은 같은 반에만 해도 한가득이다.

그렇지 않은 방송을 보고 싶다.

"근데 요즘 하와와는 뭐함?"

"고3이잖아."

"그 누나 요즘 방송을 안 해~!"

민수는 BJ하와와의 애청자다.

또래 애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예쁘고 성숙하다.

행동이 다소 엉뚱하지만 귀여운 외모가 모든 것을 용서한다.

그런 그녀가 최근 뜸하다.

고등학교 3학년.

한창 바쁠 시기라는 건 같은 고등학생으로서 모를 수가 없다.

더욱이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었다.

'잘 풀린 건 다행이긴 하지만…….'

한 명의 팬으로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지나치게 쏠린 관심.

그녀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팬심과는 별개로 심심하다.

방송을 보고 싶은 것이 모든 시청자들의 심리다.

대체재를 찾게 된다.

민수는 비슷한 성향의 BJ를 발견해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똘이의 방송국〕

공지?

『재충전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똘이입니다

최근 잔잔하기만 했던 제 방송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어요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당황한 나머지 시청자분들을 실망시켰습니다 한동안 반성과 휴식을 가지고 밝아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녀까지 휴방을 선언했다.

최근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냥 재밌었지만 BJ 입장에서는 스트레스였던 모양이다.

'아오 이 불편충 새끼들.'

벌써 사흘째 휴방을 하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 때문에 그나마 찾은 방송까지 못 보게 되었다.

그렇게 말하는 민수도 사실 불만이 있다.

귀여운 타입인 줄 알았는데 은근히 섹시했기 때문이다.

"다녀왔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민수에게 여캠은 부담스럽다.

보다 가벼우면서 접근성 있는 방송을 원한다.

똑! 똑!

사회적 시선 때문도 있다.

방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가 사과를 썰어 가지고 오셨다.

"공부 안 하고 컴퓨터 하니?"

"잠깐 숨 돌리려고……."

"30분만 해. 근데 혹시 이상한 영상 보는 거 아니지?"

"다, 당연하죠."

"엄마는 우리 아들 믿어~!"

눈치가 보인다.

만에 하나의 상황 때문에라도 건전한 방송을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적절했다.

똘이의 방송은 건전 그 자체다.

거부감이 있는 건 오직 캠.

똘이의 애청자들은 심성이 많이 여렸다.

〔개인 방송 갤러리〕

―똘이 방송국 공지 뜸ㄱㄱㄱㄱㄱㄱ [98] +120

―요즘 보라BJ들은 왜 포스가 없음

―오정환 X새끼 뭐하냐? [5]

―그 정박아년 좀 불쌍하긴 함ㅋㅋ [7] +5

그에 반해 갠방갤.

BJ가 어찌 됐든 본인들만 재밌으면 그만이다.

―똘이 방송국 공지 뜸ㄱㄱㄱㄱㄱㄱ

[똘이 방송국 공지. jpg]

[똘이 캠 사진 캡처. jpg]

오늘 방송 킨다고 함

└오

└기다렸다구 이년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 방송은 놀리는 재미로 봄

└또 캠 안 키는 거 아니제?

그비그청.

방송을 하는 BJ와 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성향은 비슷하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BJ를 찾다 보면 끼리끼리 뭉치는 것이다.

양립은 대개 불가능하다.

아침으로 밥만 먹는 사람이 빵을 가끔은 먹을 수 있어도 매일 먹는 것은 체질적으로 안 된다.

―그 정박아년 좀 불쌍하긴 함ㅋㅋ

얘 방송 씹덕 비율 높았는데

예쁜 거 밝혀지니까 싫어하더라

갠방갤이랑 애청자 양쪽에 버림받음

└이쁜 게 이유라고? 대체 왜??

글쓴이? 2D가 아니잖아

└아……

└버림받은 이유가 더 불쌍하넼ㅋㅋㅋㅋㅋㅋㅋ

애매하게 양립하려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시청자를 떠나서 BJ 본인이 가장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

어떻게 대처를 해도 한쪽은 실망하게 된다.

보라판 시청자들은 그 막장을 즐기기 위해 모이고 있다.

"안녕하세요!"

?똘이루!

?오랜만이야 ㅠㅠ

?아 ㅋㅋ 드디어 왔누

?기다렸다 야발련ㄴ아^^

사흘간의 휴식.

재충전을 한 듯 밝은 목소리로 나타났다.

―똘이 컨디션 좋아 보이는데?

오늘 마음껏 놀려도 될 듯 ㅋㅋ

└이 악마 새끼

└악마: 나두!

└이건 못 참지 ㅋ

└지금 보는데 채팅창 갠방갤러 천지임

보라판 시청자들로서는 신이 난다.

대부분의 여캠 방송은 채팅창이 굉장히 엄숙하다.

자기들만의 세계.

함부로 어그로를 끌었다가는 열혈 형님들이 이노옴 하고 강퇴부터 때려버린다.

마음씨가 여린 똘이는 그것을 못 한다.

애청자들도 내분이 나서 BJ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어그로를 끌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보라판어그로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캠 켜

"어그로님 500개 정말 감사랍니다! 캠……, 잠시만요;;"

?우리가 고맙지 ㅋ

?마! 퍼뜩퍼뜩 몬하나?

?여전히 띨빵하네

?ㄹㅇ 이게 컨셉이 아닐 수가 있나 ㅋㅋㅋ

그를 위해서는 돈 몇 푼 마다하지 않는다.

파프리카TV에서 큰손 어그로는 드문 이야기도 아니다.

BJ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재미.

수백, 수천이나 되는 시청자의 호응.

다른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다.

〔나쁜 큰손 단톡방〕

「별풍 더 던져 볼까?」

「맘대로」

「성격 보니 먹진 못할 텐데……」

「애새끼를 뭔 재미로 먹어~ 그냥 놀리는 맛이지」

「ㄹㅇㅋㅋ」

굉장히 악의적으로 활용한다면 한 사람의 인생을 시궁창으로 담글 수도 있다.

팬한테 배신당해 정신과 치료를 받는 BJ의 수는 실제로 적지 않다.

이를 인위적으로 일으킨다.

채팅창과 커뮤니티에서 관심도 받을 수 있다.

마치 마약과도 같은 재미에 중독된 나쁜 큰손들조차.

―보라판어그로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오 엄청 귀여워졌는데??

"에헹, 500개 또 감사합니다! 캠 새로 샀는데 괜찮아요?"

?올

?캠 바꾸라고 노래 부르니까 드디어 바꿈ㅋㅋㅋㅋㅋㅋㅋ? 몬가몬가 이뻐짐

?님 좀 졸귀인 듯 ㅇㅅㅇ

공격 의지를 상실한다.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어 전략인 '귀여움'을 획득한 것이다.

물론 순전히 자신의 힘은 아니다.

문명의 이기에 도움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캠빨.

―똘이좌 캠 바꾼 이유가 개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원래 다이소캠 쓰다가

목돈 생겨서 쉬는 날에 사왔대

└목돈ㅋㅋㅋㅋㅋㅋㅋ

└ㅈㄴ 하꼬라 풍을 거의 못 받았을걸

└뿌슝빠슝! 다이소캠을 쓰는 여캠이 있다??

└얘 진짜 좀 댕청함ㅋㅋㅋㅋㅋ

하지만 보라판에서는 기본적인 것이다.

여캠들은 캠빨도 쓰고, 화장빨도 쓰고, 필터빨까지 쓰는 일이 드물기는커녕 기본이다.

그에 반해 생얼에 가까운 모습.

화장기도 없고, 성격도 순둥순둥하다.

그런 귀여운 모습이 선명한 캠을 통해 더 잘 보인다.

―안녕하세요 식물갤 여러분~ 꽃 자랑하러 왔습니다^^

[BJ똘이 얼굴. jpg]

우리 여캠 똘이의 얼굴이에요

정말 환하게 잘 피었죠?

└예쁘게 잘 키우세요^^

└자주괭이밥처럼 생겼어요~

글쓴이? 어그로 끌러 왔는데……

└이 꽃은 물 대신 별풍선을 주나요?

보라판 시청자들의 혼탁한 마음을 정화시킨다.

마치 그러한 느낌을 받는다.

어그로가 줄어들게 되고.

'오?'

기존 애청자들도 반응이 좋다.

민수는 똘이를 보며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밝아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다.

정말 밝아져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피부가 엄청 투명하고 맑다.'

연상의 느낌이 나던 화장기가 거의 사라졌다.

그러면서 더 자연스럽게 예뻐졌다.

〔똘이의 방송국〕

―똘이 화장 지우니까 너무 좋다! [5]

―오늘 방송 재밌었어요~ [3]

―똘이야 강철의 연금술사 OP 들어봤어? [1] +5

―2분기 애니 볼 만한 거 추천함 +2

기적적으로 민심을 되찾는 데 성공한다.

캠을 킨 것은 똑같지만, 와 닿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똘이 화장 지우니까 너무 좋다!

미야조노 카오리 같음!

머리만 염색하면 딱일 듯

└똘이 그림체 괜찮아짐

└내 최애캐랑 닮았음ㅋㅋㅋㅋㅋ

└4월은 너의 거짓말 꿀잼인데 똘이는 봤으려나?

└듀라한 존나 힘들겠다 놀리지 말아야지;;

2D 취향의 시청자들에게도 잘 먹히고 있다.

성났던 여론이 진정되는 추세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

'에헤헹.'

방송이 끝난 직후.

방송국을 확인한 소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더 이상 크게 고민을 안 해도 되겠다.

쉬는 동안 멘탈 관리도 잘해서 이제는 어지간한 일로 흔들릴 것 같지 않다.

이에 도움을 준 한 사람.

토독, 톡!

어젯밤 늦게까지 장비를 세팅해줬다.

처음 보는 프로그램도 알려주고, 화장법도 가르쳐주는 등 정말 많은 것을 해주었다.

승우 오빠 덕분에 고민도, 방송도 해결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소영은 카톡으로 한 번 더 감사를 표한다.

'카톡을 안 받으시네……. 어디 있을까? 어디서 뭐 하고 있을까?'

그에 대한 연심이 점점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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