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8화
<그 선배>
그냥 기본적인 것이다.
'대게 그 기본을 못할 뿐이고.'
BJ 업계 자체가 폐쇄적이다.
여캠들을 보며 정말 이쁘다~ 연예인급이다~!
그렇게 오해하는 시청자가 많듯이 말이다.
예쁘게 나오기 위한 방법이 있다.
그것만 알고 나면 별 게 아니다.
업계 노하우를 살짝 흘려줬다.
<선배! 선배!>
"왜 이렇게 신났어."
<에헹, 방송이 잘됐거든요~>
맞춤형으로 컨설팅까지 해줬다.
반응이 좋은 것은 당연하기를 넘어, 아니라면 서운할 지경이다.
'듀라한은 좀 까다롭긴 한데.'
단순 여캠과 달리 시청자들이 참 지랄 맞다.
솔직히 말해서 가성비가 떨어지는 부분이다.
우리 봄이를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 보니 가능했다.
소영이도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다.
<선배.>
"응?"
<지금 시간 있으세요?>
"오빠 꼬시는 거야?"
<아, 아,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고요;;>
감사 전화를 해왔다.
귀여운 목소리가 고막을 간지럽힌다.
마음 같아서는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지만.
'물을 못 빼잖아 물을.'
입술은 마음껏 먹었어도, 정작 중요한 걸 못 먹었다.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허락받지 못한 시점이다.
시간 문제.
다음으로 약속을 잡는다.
지금 당장은 보다 중요한 볼일이 있다.
"멍멍♡"
"옳지."
"멍! 멍멍! 헥헥……."
친구집에 놀러 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서은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무릎을 꿇은 채 말이다.
머리를 살살 쓰다듬자 무언가를 공손하게 내밀어온다.
'안달이 났네.'
철로 된 쇠사슬.
붉은 혀를 헥헥대며 바라고 있다.
원하는 대로 잡아서.
철컥!
채워준다.
목의 초커와 연결하자 훌륭한 개목줄이 탄생한다.
꽉 잡아 당긴다.
"잘 지냈어?"
"낑! 끼잉……."
"응?"
"끄히읽……!"
욕망에 조금 어울려준다.
숨이 막힐 정도로 팽팽하게 유지하며 입안에 엄지손가락을 박는다.
누구처럼 물지 않는다.
턱을 꾸기듯이 잡고, 다른 쪽 손으로 혀를 쫙 하고 잡아 당긴다.
'개들 헥헥대는 거 보면 이거 해보고 싶었어.'
사람이 손을 뻗으면 당연히 혀를 뺀다.
서은은 몸도 마음도 철저하게 온순하다.
"서은아."
"멍!"
"사람 말 해."
"멍멍♡ 좀 더 막, 개처럼 다뤄주세요. 제발……."
본인도 원하고 있다.
아주 발정이 나서 맑은 침을 주르륵 흘려 댄다.
털썩!
그대로 거실 쇼파에 가 앉는다.
손짓을 주자 서은이 헐레벌떡 봉사를 시작한다.
'애초에 꽤 쌓여 있어서.'
물고 빨고는 했는데 싸진 못했다.
서은이 대신하여 선배로서의 모범을 보인다.
"끄힉!"
"시끄러."
"멍멍……♡"
입을 먹는다.
목줄을 당긴다.
산소 공급을 손아귀에 쥐고 작은 몸을 마음껏 희롱한다.
꼴깍!
산소를 한 모금씩 준다.
모이를 받아먹으려는 아기새처럼 정말 필사적이다.
'귀여워.'
그냥 평범하게 했어도 재미 볼 수 있는 몸이다.
독특한 플레이를 좋아하다 보니 더 사랑스럽다.
꼴깍! 꼴깍! 꼴깍!
조금 뒤늦게 산소를 공급해준다.
한 모금 넘어갈 때마다 심장이 겁나 뛴다.
대놓고 소리가 들릴 지경이다.
숨 넘어갈까 입을 떼자 정체 모를 소리를 흘린다.
"하으……, 아으아."
"왜."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
살짝 정신줄을 놔버렸다.
본능만이 남아있는 듯 엉덩이만 철퍽철퍽 문지른다.
'응?'
애가 맛이 가버렸다.
입가가 풀린 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역으로 걱정될 지경이다.
쏴아아아아아―!
데리고 가서 샤워를 시킨다.
물을 맞으니 헤롱헤롱 했던 정신이 좀 들어서 똑바로 걷는다.
"야."
"멍멍♡"
"정신 차려."
"히, 히히히……."
너무 과하게 썼는지 모르겠다.
최근 좀 조절을 했었는데 간만에 자극이 셌다.
'애가 가학심을 유발해서.'
매달리듯 안겨온다.
일단 몸을 말리고 목줄을 다시 채운다.
꾹 당겨주자 정신이 안정된다.
무릎을 꿇린 채 우월감을 맛본다.
"요즘 어때?"
"저 잘하고 있어요!"
"그래?"
"히히."
이러한 주종 관계.
본인이 워낙 원하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목줄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가하는 힘이 세질수록 표정이 행복에 젖어 든다.
아까 할 때도 그렇고 조금 위험한 상태다.
"약 있지?"
"네, 네! 있어요."
"오빠 가면 약 챙겨 먹어."
"네! 근데 저……, 오늘 안전일인데."
생명에 위기를 느낄 때 착상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연구 데이터가 있다.
'그것도 그거지만.'
아주 녹아내릴 듯한 표정이었다.
괜시리 위험 부담을 짊어지는 것보다 해둘 수 있을 때 해두는 것이 옳다.
"니 표정 보니까 빼박이야."
"저, 저 따위가 어떻게 오빠 아기를……."
"알면 먹어."
"네, 네! 저 오빠가 말하는 건 죽는 한이 있어도 따를게요."
충성심 높은 견종이다.
정말 개를 키우는 것 같아서 같이 있으면 안심이 된다.
쭈웁! 쭈웁!
봉사를 받으며 간단하게 허기를 달랜다.
서은도 다이어트 중이라 하니 단백질 공급이 필요할 것이다.
'뭔가 다른 의미로 귀엽지.'
하지만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다.
학점도 잘 받았다고 하고, 어장 관리도 충실하다.
겉으로는 완벽하다.
"1년 남았지?"
"네! 저 학점은 다 따놨어요. 남자들한테도 인기 많고."
"응?"
"오, 오빠가 그러라고 했으니까! 그래야 먹을 맛 난다고……."
"그래, 잘했어."
턱을 쓰다듬어준다.
몸을 맡겨오는 모습이 정말 강아지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서은이 대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
무사히 열매를 맺은 모양이다.
BJ로서도 자립에 성공했으니 이후로는 알아서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저, 저……."
"말해."
"오빠만 괜찮으시면 이거 쓰실래요?"
"이게 뭔데?"
"제 인생 쫑나는 버튼이요."
"……."
아직 갈 길이 멀지도 모르겠다.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것을 넘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으음…….'
서은의 핸드폰.
스스로 찍은 듯한 셀카가 여러 가지 있다.
남들에게 보인다면 굉장히 민망할 것이다.
"여기 빨간 앱 꾹 누르시면."
"어."
"제 단톡이랑 SNS에 전부 공유돼요."
"……."
"오빠가 귀찮지 않게 버튼 하나로 할 수 있게 해놨어요!"
시험 삼아 눌러보기에는 진심인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보통 큰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진심이라는 거겠지.'
학교에서는 과탑.
방송에서는 인기 있는 BJ.
그러한 외면과 내면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자극적인 배덕감에 절어졌다.
적절한 밸런스를 찾는 것이 아직 잘 안 되는 모양이다.
"그러면 니가 학교 대표 걸레가 되잖아."
"죄, 죄송해요!"
"오빠 보고 걸레를 먹으라고?"
"오빠가 재밌어하실 것 같애서……."
방치해뒀더니 극단화가 돼버렸다.
아직 정신적 버팀목 역할을 더 해줘야 할 듯싶다.
'아슬아슬하네.'
이런 재미가 있는 애이기도 하다.
목을 잡아보자 맥박이 팔딱팔딱 뛴다.
"오빠는 서은이만 잘 커도 재밌어."
"네!"
"앞으로 잘 커. 기대하고 있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서은이 특별히 힘들고, 변태적이라기보다는 여캠판에서는 흔하다.
'여캠들 중에 뜬금 자살 애들이 좀 많잖아.'
한 달에 한두 명씩은 기사가 나온다.
파프리카TV에서 돈을 써서 막고 있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보면 찾을 수 있다.
본래 마음이 여리고, 안 좋은 기억도 있다 보니 후유증이 좀 오래간다.
그래도 시간 문제일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문제는 없고?"
"없어요. 좋아요."
"응?"
"요즘 행복해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래?"
"오빠랑 자주 만날 수 있어서. 그리고 오빠가 저 필요로 해줘서."
대개 남자에게 배신당해서, 라는 고리타분한 이유다.
나는 그럴 일이 없으니 괜찮을 것이다.
'본인이 행복하면 되는 거지.'
남들이 어떻게 보던 말이다.
주위에 아슬아슬한 년이 많다 보니 관리가 다이나믹하다.
* * *
최근 소영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소영아."
"으, 응!"
"오늘 과모임 있는 거 알지?"
"올 거야?"
"갈려고……."
"그래? 꼭 와!"
"기다리고 있을게~"
자신감.
방송을 통해 얻은 것은 단순한 인기와 별풍선만이 아니었다.
'에헹.'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 친구들과 대화를 섞을 수 있게 됐다.
학과 술자리도 당연하게 빠지지 않는다.
작은 한 걸음.
소영으로서는 충분히 만족한다.
인싸들처럼 어디 싸돌아다니진 않아도, 기본적인 행사만 참여할 수 있으면 말이다.
"술이 들어간다! "술이 들어간다!"
""쭉! 쭉쭉쭉! 쭉 쭉쭉쭉!""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닐 뿐.
친하지도 않은 동기들과 처음 보는 불편한 선배들 사이에 낑겨있다.
광기 어린 분위기에 적응을 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맥주 한 캔 정도는 괜찮지롱~'
주량이 조금은 늘었다.
승우 오빠와 함께 하며 음주의 즐거움도 알게 되었다.
술 자체는 어색하지 않다.
홀짝홀짝 맥주잔을 기울이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는데.
"선배 너무 오랜만이에요~!"
"내가 무슨 선배야. 그냥 아저씨지."
"에이, 자랑스러운 한국대 졸업생이시잖아요~ 한국건설까지 들어가시고."
같은 자리.
졸업생 선배와 동석하게 되었다.
소영의 입장에서는 정말 화석이나 다름없다.
'09학번이라니 와…….'
정말 까마득하다.
1, 2학번만 높아도 우러러 보일 마당에 5학번이나 높으니 말을 걸 엄두도 나지 않는다.
꿀꺽! 꿀꺽!
하지만 술.
없던 용기도 샘솟게 해준다.
학과 모임이다 보니 반강제로 참석해있기도 하다.
"신입생? 14학번이야? 와…… 반갑다! 난 어차피 난 선배 아니니까 어려워하지 말고."
"아, 아니에요 선배님."
"5살 아래 꼬시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미쳤냐? 내가 양심이 있지."
같이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을 섞는다.
그 과정에서 소영도 궁금증이 하나 인다.
'승우 선배도 그 정도 학번인 거 같은데.'
가까운 사이가 되었음에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소영은 질문을 해본다.
"승우? 오승우 아직도 학교 다녀?"
"아세요?"
"알긴 알지."
"어땠는데요?"
"글쎄, 나도 옛날 일이라 가물가물하긴 한데."
"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래.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을 거다."
"??"
돌아오는 대답은 충격적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