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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561화 (561/846)

561화

<신입생MT>

평화로운 일상이다.

쪼옥!

여름과 입술을 맞댄다.

전보다 묘하게 부드러워진 느낌이 좋다.

'이런 게 사귀는 느낌이지.'

옷이나 머리의 변화는 체감 못 해도, 촉감의 변화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미세하긴 해도 분명히 느껴진다.

"여보."

"Why? Why?"

"혀 넣어도 돼."

"Never!"

"구글 쓰자."

"?"

느리지만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꽉 안았던 여름의 몸을 풀어준다.

'까놓고 말해서 키스를 했는데, 딥키스는 안 되겠어?'

글자 그대로 시간 문제.

사랑스러운 눈동자를 몇 시간이고 바라보고 싶다.

"낭군."

"여보."

"바보다."

"……."

하지만 아직 이른 모양이다.

연애 감정이 싹트기에는 아직 무덤덤하기만 한 그녀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나아가면 돼.'

그런 여자가 진심으로 빠지게 되었을 때.

보람도 두 배, 세 배가 되는 법이다.

못된 입술을 응징한다.

쭈웁!

쭈웁!

삼키듯이 맛있게 먹는다.

살짝 소리가 날 지경이 되자 나를 밀쳐내려고 한다.

'어딜.'

수면 카페.

다소의 잡담은 허용해도 커플간의 스킨십은 당연히 예외다.

변명거리를 없앤다.

이불을 확 펼쳐서 보쌈을 시도한다.

춥!

츄르릅!

좀 더 맛있게 먹는다.

이불 안에서 꼭 끌어안은 채 할짝할짝 빨아 댄다.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린다.

서로의 온기와 냄새도 말이다.

그렇게 5분 정도 물고 빤다.

누가 먼저 이불을 박차나 자존심 게임.

파앗!

여름이 먼저 이불을 걷는다.

나오자마자 가쁘게 숨을 몰아쉰다.

"쩡환!"

"왜~?"

"화났다. 바보다. 바보!"

"왜 화났어~?"

"변태다!"

"키스는 원래 변태 같은 건데?"

신랑, 신부 키스하세요~

그런 상징적인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성스러운 행위가 아니라 잡스러운 행위라고.'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동물이다.

거짓말을 하기 위해 언어가 발달했다는 설도 있을 정도다.

언어 이외의 행위.

몸을 섞는 것이 서로의 마음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무튼 그렇다.

"Um……, OK."

"OK?"

"But we are just faker."

"페이커 네이놈."

"?"

가짜가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진짜처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비로소 속일 수 있다.

다행히 납득을 해준다.

서양은 토론 문화를 존중한다.

따라서 다음 단계의 이행을 허락받는다.

쭈우웁~!

혀를 넣는다.

입술 너머의 상상만 하던 여름의 맛이 보다 다이렉트로 와닿는다.

30분 남았다.

작은 머리를 꽉 잡고 차근차근 알려준다.

연인들이 어째서 키스를 하는지.

'아무리 그래도 남녀 사이인데.'

물고 빨다 보면 느껴지는 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목석 같은 여자도 언젠가 반드시 넘어오기 마련이다.

"쩡환."

"낭군."

"바보 낭군, 아프다."

"응?"

"혀 아프다."

특유의 피로감.

평소 잘 안 쓰는 부위다 보니 경험의 차이가 역력하다.

'하다 보면 느는 거지.'

닭살 커플들 보면 하루 종일도 한다.

처음에는 5분도 힘들었다가 10분, 20분 늘려가는 보람이 있기 때문이다.

쭈웁!

쭈웁!

일단은 내가 해준다.

여름의 혀를 마음대로 희롱하며 주도권을 잡는다.

굉장히 중요한 과정.

연인 사이의 주도권은 침대 위의 승자가 가져간다.

츄르릅!

여름의 침을 싹싹 긁어 빨아간다.

완전 알몸이 된 기분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몸을 기운다.

깔아뭉개는 자세를 잡는다.

어깨를 살짝 들어 고개를 젖히고, 이번에는 내 침을 전달한다.

꿀꺽!

삼킬 수밖에 없다.

식도가 벌어지는 자세이기도 하거니와, 갈증도 은근히 있을 것이다.

'침을 교대로 먹으면 더 맛있거든.'

남자의 맛을 강제로 느끼게 만든다.

이 야한 몸이 쓰이지 않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30분이 정신없이 지나간다.

수면 카페에서 나온 여름의 허리에 팔을 두른다.

"여보."

"낭군……."

"아직 졸려?"

"그렇다."

"1시간 더 잘까? 찐~하게 키스 하면서."

깜짝 놀란 여름이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살짝 상처받을 뻔했지만.

'차라리 반응이 있는 편이 낫지.'

남자로도 안 보는 목석 상태보다는 훨씬 말이다.

허리를 감은 손에 힘을 준다.

평소 같았으면 빠른 반사 신경으로 빠져나갔을 것이다.

분명 효과가 있다.

"나 간다."

"삐졌어?"

"아니다. 아니다."

"삐진 거 같은데."

"Ooh~!"

볼을 살짝 부풀린 귀여운 표정.

손이 근질근질하다.

정말 덮쳐버리고 싶다.

"여름 열심히 해."

"할 거다!"

"근데."

"?"

"연인 사이에서는 배웅할 때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있는데."

간신히 참으며 이성론으로 밀어붙인다.

여름은 말만 통하면 고집을 피우지 않는다.

파악!

인적이 드문 골목.

데리고 가서 밀친다.

혹시 모르니 등에 손을 받힌 채 말이다.

'아 긁혔어.'

벽돌이 연약한 내 손등에 상처를 입힌다.

하지만 아픈 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쭈웁!

소위 말하는 벽쿵.

폼을 좀 잡는다.

여름의 입술을 삼킨다.

과격한 행동과는 반대로 부드럽게 겉표면을 빤다.

다시 한번 진입해 혀를 넣는다.

'내가 서양 남자들처럼 그렇게 와일드하진 않지만.'

할 때는 하는 타입이다.

서양식 로맨스로 맞추면서, 은근한 배려에 감동시키고 싶다.

"됐다?"

"응."

"간다."

"잘 가. 열심히 해."

"Bye, Bye!"

키스를 끝내고 보내준다.

평소처럼 시크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다.

'제발.'

진짜로 삐진 게 아니기를 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알 수가 없는 부분이다.

"선배! 서배~!"

알 수 있는 녀석도 있다.

소영이 시야 저편에서 호다닥 뛰어온다.

"저 톡했는데!

"미안, 여름이랑 같이 있어서 못 봤어요."

"괜찮아요. 급한 건 아니라……."

뭔가 서운한 기색.

얼굴에 그냥 쓰여있다.

그날 이후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한창 귀여울 때지.'

소녀에서 여자가 되었을 때.

소영의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한다.

"뭔데, 무슨 일인데?"

"선배 주말에 시간 비세요?"

"비지. 혹시 또 빼주게?"

"네?! 아, 아니 그게 저기 저……."

"농담이야. 아직 괜찮아."

조금씩 알아듣기 시작했다.

이런 것도 평소에 쳐놔야 중요할 때 긴장을 안 한다.

'사실은 매일 빼도 금방 쌓이는데.'

처녀가 들으면 충격받을 수 있다.

소영의 이야기부터 들어준다.

"저희 신입생들끼리 2박 3일로 리조트 가거든요."

"음~ 좋을 때지."

"근데 바비큐 하다 보면 불 피우고 그럴 것 같아서……, 보호자가 있어야 되긴 하는데 학과 선배님들은 좀 불편하다는 여론이 있어서요."

시대가 지나도 대학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애들끼리 모여서 싸돌아다니고 싶어 한다.

'소영이도 적응을 했나 본데?'

맨날 혼자 있더니 친구가 생긴 모양이다.

하기야 외모가 받쳐주는데 없는 게 더 이상하다.

방송용 화장도 영향을 미쳤다.

화장이라는 게 하다 보면 점점 익숙해지며 발전한다.

"그래서?"

"아는 선배 있는 동기들……, 한 번씩 물어보라고 해서."

"오빠는 단둘이도 좋은데."

"아, 아니 그게 저;;"

소영의 의식도 말이다.

놀리는 재미가 쏠쏠해진다.

그것과는 별개로 고려해볼 만하다.

'친구라는 게 하이파이브 한 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최근에 친해졌다고 해도 아직 서먹할 것이다.

그런 소영을 위해 선배로서의 도리를 다해줄 요량이 있다.

"혹시 괜찮으시면 와주실 수 있을까요?"

"소영이는 오빠가 와줬으면 좋겠어?"

"네, 꼭."

"그럼 가야지."

"아, 아아. 선배……."

요즘 애들도 보고 싶고 말이다.

신입생들과 친해진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완전 괜찮지.'

안 그래도 심심해서 죽으려고 하던 참이다.

기특한 소영을 꼭 끌어안는다.

* * *

학교 생활.

여전히 어렵고, 불편한 점이 있지만 싫다는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승우 오빠 덕분이다.

학교 다니는 맛이 난다.

이전이었다면 시도도 안 했을 용기를 내게 된 이유다.

〔신입생 단톡방〕

「소영아」

?응!

「전에 말했던 선배는 어떻게 됐어?」

?시간 괜찮다고 하셨어

「오」

「다행」

「소영이랑 맨날 같이 있는 그 선배?」

여행.

동기들간의 친목을 다지자는 명분이다

하지만 그것도 친목을 다지는 애들한테는 의미 있는 것이다.

괜히 갔다가는 겉돈다.

두 달 전 엠티에서 트라우마가 될 지경으로 깨달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가지 않는다?

그건 그거대로 애로사항이 꽃핀다.

소영 스스로도 갈등을 하던 상황이다.

「그럼 오는 걸로 알게」

?응

?그래도 될 것 같아

「소영이가 한 건 함!」

「그 선배 조용하잖아 ㅋㅋ」

「여기는 ㅇㅅㅇ하는 사람 없어서 좋네」

승우 오빠가 와준다면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한 이유도 솔직하게 있지만.

'선배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진 몰라도.'

과거는 과거.

앞으로 잘 해나가면 될 일이다.

적어도 자신이 본 그는 좋은 사람이다.

신입생들은 아무도 승우 오빠를 모른다.

새 시작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싸 톡방〕

「소영이 착하넼ㅋㅋㅋㅋㅋ」

「말 잘 들음」

「걔 맨날 우리랑 놀고 싶어 하잖아」

「이번 기회에 껴줄까?」

「하는 거 보고 ㅋㅋ」

물론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신입생 MT.

건축디자인과의 신입생들은 여행을 갈 생각이다.

학과 동아리에서 예산도 배분받았다.

건축과의 특성상 건물을 보러 간다는 명목으로 어찌저찌 가능하다.

하지만 보호자가 필수.

보통은 교수나 선배가 동행한다.

그렇게 되면 신입생들끼리 간다는 취지가 와해된다.

「근데 그 오빠 괜찮은 거 맞아?」

「ㅇㅇ」

「맨날 혼자 공부만 하더라」

「나도 봄」

「무해할 것 같아」

「동의」

「어 보감~! 막 이래」

소영에게 부탁해 승우를 부른 이유다.

조용한 소영과 놀고 있는 조용한 선배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다른 선배들처럼 집적대지 않을 것 같고.'

'신입생들 노는데 낄껴 해야지 키킼.'

'그냥 조용히 바비큐만 구워줘.'

까놓고 말해 부려 먹을 사람.

신입생들 즐기는데 훼방 안 넣을 선배가 필요하던 참에 잘되었다.

발언권이 큰 신입생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이뤄졌다.

영입이 성공하자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남자 톡방〕

「소영이도 온다던데」

「ㄹㅇ??」

「소영좌는 개추」

「ㅄ아 여기가 디시냨ㅋㅋㅋㅋㅋㅋㅋ」

「조용히 오르는 추신수^^」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여자들 입장에서는 짐만 잘 들어주면 OK다.

남자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소영이 노리고 있었는데.'

'허구헌 날 시끄럽게 떠드는 X발년들보다는 훨씬 낫지.'

'요즘 예뻐졌더라~'

소영은 은근하게 인기가 있다.

성격이 내향적이고, 사람을 꺼리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예쁘니까.

외모만 받쳐주면 장땡이다.

워낙 모임에 잘 참석하지 않고, 조용하다 보니 기회가 없었다.

최근 들어 조금 달라졌다.

학과 모임에도 가끔씩 참석한다.

혹시나 했는데 이번 MT에도 그녀가 왔다.

「그 선배는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야 아무리 그래도 선밴데」

「우리끼리니까 하는 소리지」

「뭔데 1학년한테 집적댐?」

「MT는 왜 따라오고」

「우리가 부탁한 거야 ㅄ아」

껄끄러운 사람을 데리고.

학과 전체 의견은 환영쪽이지만, 일부 남학생들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적극적인 사람도 있다.

친해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방해하던 형이다.

「이번 기회에 쪽 좀 주자」

「대놓고?」

「뭐 안될 거 있나」

「애초에 선배 노릇한 적 있음?」

「없지 ㅋ」

「듣도 보도 못한 놈이 선배 대접받으려 하는 것부터가 ㄹㅇ」

2박 3일.

다른 선배들도 없다.

하극상을 저지르기에 최적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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