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62화 (562/846)

562화

위이잉~

전세 버스를 타고 가고 있다.

젊음이 득실대는 버스 안은 시끄럽기만 하다.

'전세 버스만의 맛이 있지.'

이동비도 싸게 먹히고, 물품도 실어 나를 수 있다.

실용적인 측면도 있지만, 가장 큰 건 분위기.

떠들썩하다.

한창 때의 남녀가 한 장소에 모여있다.

차 내부가 하나의 바캉스 장소가 되어있다.

"과자 먹을래?"

"에헹, 네!"

나는 소영과 맨 앞자리에 타고 있다.

신입생 MT에 온 이유 자체가 인솔에 가깝기 대문이다.

'솔직히 눈칫밥이긴 한데.'

애들 노는 자리에 어른 있으면 당연히 어색하다.

중·고등학교 생활을 하던 신입생은 특히 더 신경을 쓴다.

"선배."

"응?"

"저도 간식 가지고 왔는데요."

"뭐 가지고 왔는데~?"

"귤이랑."

"귤 까줘!"

"까드릴까요?"

아무래도 상관없다.

소영이 있으니 말이다.

소영이 고사리손으로 열심히 귤을 깐다.

'남이 까주는 귤만큼 맛있는 게 없지.'

예쁜 여자가 까준다면 더더욱.

입을 쩌억 하고 벌리자 하나씩 떼서 먹여준다.

우물우물

하얀 거까지 다 떼준다.

쓴맛 없이 씹히는 귤은 가치가 최소 5배는 상승한다.

"맛있어."

"엄마가 귤 한 박스 보내주셨는데 거기서 맛있는 것만 들고 왔어요!"

"더 맛있는 게 있는데?"

"네?"

벙찐 소영의 입술을 쪽 하고 먹는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괜찮아.'

앞자리의 특권이다.

학생들은 다 뒤쪽에 있다.

꽉 끌어안은 채 혀를 집어 넣는다.

에라, 모르겠다는 듯 소영은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찐한 입맞춤을 나누고 나서야 놓아준다.

"서, 선배……!!"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아요오……!"

"아무도 신경 안 써. 티만 내지마 티만."

CC나 사내 커플이 유난히 재밌는 건 남들이 보기 때문이다.

야플의 배덕감을 알게 모르게 배워간다.

소영의 말캉말캉한 허벅지에 손을 올린다.

날씨가 따듯해져서 그런지 하반신을 짧게 입고 왔다.

"선배 장난이 너무 심한데요……."

"오늘 소영이 너무 귀여워서. 조금만 안될까?"

"조금만이에요. 조금만."

"고마워!"

"꺄아……."

정말이지 풋풋하다.

냄새도 좋고, 작고, 부드럽다.

허벅지살을 꾹 잡아 당기자 찹쌀떡처럼 늘어난다.

'딱 젖살에서만 느껴지는 촉감인데.'

하루종일 만지고 싶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소영만 있어도 1박 2일이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오빠."

"응?"

"아! 저, 저, 저기 저……."

"괜찮아. 우리편이야."

"?"

서은도 있다.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정확히는 자리를 뺏듯이 오게 되었다.

'재밌잖아.'

보호자격인 선배가 남녀 한 명.

나로서도 아는 사람이 있는 편이 불편하지 않다.

사전에 말을 해두었다.

괜히 멍멍하지 말라고 말이다.

말을 잘 듣는 아이니 괜찮을 것이다.

"소영이라고?"

"네, 네! 선배님."

"오빠말 잘 들어."

"잘 듣고 있어요!"

"명심해. 오빠말은 교리이고 진리야."

"?"

조금 과도하게 잘 듣기는 한다.

뒷자리에서 고개를 내민 채 소영을 훈계하고 있다.

손짓을 하여 그만두게 만든다.

소영의 입장에서는 까마득한, 그것도 어려운 타입의 선배일 것이다.

"후우, 진짜 십년 감수했잖아요."

"왜?"

"저 선배 누군지 몰라요?"

"나한테는 선배가 아닌데."

"그, 그야 그렇겠지만 저도 알 정도로 유명하단 말이에요."

학교에서는 나름 유명하다.

소영이 눈치를 보며 속닥댄다.

얘가 이런 반응일 정도면 유명하긴 한가 보다.

"무서운 선배야?"

"아, 아뇨 그건 아니고. 선망하는 쪽이랄까.'

"소영이도 서은처럼 되고 싶어?

"제가요?! 그건 힘들죠;;"

여자 사회의 규율은 빡센 것으로 알고 있다.

소위 말하는 쎈 언니들.

잘못 건드렸다가는 학교 생활이 팍팍해진다.

'무슨 급식도 아니고 그럴 리가 있겠냐만은.'

그 정도로 포스를 풍기고 있다.

신입생 입장에서 어려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조물딱대고 있는 허벅지.

어찌나 놀랐는지 맥박이 세 배는 빨라졌다.

반응이 정말 귀엽다.

"드, 들키진 않았겠죠?"

"뭐가."

"아까……, 한 거요."

"키스?"

"쉿!"

서은이 내 앞에서 어떤지 알게 되면 까무러칠지 모른다.

귀여운 반응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 * *

심장이 멈춰버릴 만큼 당황스럽다.

'좋은 선배이긴 한데.'

장난기가 조금 과하다.

하지만 한시름 놓은 측면도 있다.

"서은 선배랑 친해요?"

"꽤."

"정말요?"

"정말, 정말."

"오옹~"

혼자 있는 모습밖에 본 적이 없다.

여름 언니가 있기는 해도.

'대학원생이시니까.'

선후배라기보다는 지인에 가깝다.

얼마 전, 졸업생 선배에게 찜찜한 이야기를 들었던 참이다.

"서은아."

"네, 오빠! 부르셨어요?"

"착하지."

"히히."

소문은 소문인 모양이다.

서은 선배와 아는 사이.

그것도 굉장히 친한 듯 스스럼없이 턱을 긁는다.

'엄청 친한가 보네.'

마치 강아지를 다루듯이 말이다.

승우 오빠의 손길에 기분 좋다는 듯 몸을 맡긴다.

그러다 자신을 째려본다.

강렬한 눈빛에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호흡을 멈춘다.

"봤지?"

"…네."

"왜 이렇게 쫄았어."

"저한테는 엄청 선배셔서."

"둘이 친하게 지내."

"네, 네."

그냥 친근하게만 느껴졌던 승우 오빠가 달라 보인다.

뭔가 우러러 보인다는 느낌이다.

'장난기만 아니어도.'

자꾸 허벅지를 만지작거린다.

싫은 건 아니지만 살이 좀 붙어있다 보니 신경 쓰인다.

손놀림도 뭔가 야하다.

허벅지 안쪽의 살이 자꾸 당겨져서 아랫배가 간지럽다.

"뭐 하고 있는 거 같냐?"

"글쎄."

"분위기는 좋아 보이네."

"복학생 아재가 왜 이렇게 주제 파악을 못 하지."

그러한 맨 앞자리의 상황.

일부 남학생들은 의식하고 있다.

소영이 앉아있는 자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진짜 썸 타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소영 성격에 그건 아님."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하는데?"

"……."

의자에 가려져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얼핏 보이는 움직임이 최소 나쁜 분위기는 아니어 보인다.

'아니, 진짜 짜증 나네.'

맨 뒷자리의 남학생 그룹.

가운데 앉아있는 만호는 소영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외모가 자신의 타입이다.

무엇보다 귀찮을 것 같지 않다.

대학교에서 CC는 양날의 검이다.

헤어지기라도 하면 여자들 사이에서 죽을 놈처럼 욕을 먹는다.

고등학교 시절 당한 적이 있다 보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만호 너 진지하냐?"

"진지해."

"갖고 놀다 버리는 건 아니지?"

"미쳤냐? 내가 양아치야?"

"좀 그렇게 생겼잖아 크크."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마음에 든다.

친구가 적다.

만에 하나 헤어지게 되더라도 별다른 불상사는 안 생길 것이다.

'아니, 뭐 성격도 좋아 보이는데.'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여친.

하나부터 열까지, 밤은 물론 새벽에도 들들 볶았다.

힐링이 되는 타입을 사귀고 싶다.

소영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연유다.

끼이익?!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한다.

강원도의 한 리조트.

한적한 산속에 그림처럼 세워져 있다.

"오~~!"

"생각보다 꽤 좋은데?"

"그치? 내가 이거 찾는다고 고생했다구. 이 정도는 돼야 예산 받을 수 있을 거 아니겠어?"

"우리 고생한 채민이를 향해 박수!"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냥 예쁜 휴양지.

하지만 건축과인 이상 건축물이라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

허투루 예산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2박 3일 동안 머물며 학생들 각자 레포트를 써내린다.

"그런 관계로 장 보는 것 좀 부탁드릴게요 선배님!"

"그래, 열심히들 해."

놀러 온 것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 신입생들과 달리 보호자로 온 선배들은 시간이 널널하다.

"서은 선배!"

"응?"

"선배는 남으셔도 되는데."

"맞아! 맞아! 한 명만 가도 되잖아요~"

그중에서도 콕 짚어 남자만 보낸다.

하고 많은 선배 중에서 그를 데리고 온 이유이기도 하다.

'딱 머슴 역할이지.'

묵묵히 할 일만 해주면 된다.

노렸던 대로 부탁을 순순히 들어주고 있다.

일반적인 선배였다면 이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서은 선배 과자 드실래요?

"레포트 쓴다며?"

"여기까지 왔는데 놀면서 하는 거죠~"

"맞아. 쉬엄쉬엄!"

다른 선배와 같이 있는 걸 본 적이 없다.

그에 반해 서은 선배.

외모도, 인맥도, 공부도 모든 것이 우러러 보인다.

가능한 친하게 지내고 싶다.

혹시나 해서 부탁을 드렸는데 와주셨다.

그녀에 한해서는 초대에 가깝다.

"마음만 받을게. 혼자 가면 외롭잖아?"

"그, 그렇긴 하죠."

"그럼 염치없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바비큐 준비해두고 있을게요!"

이번 여행을 계기로 말이다.

아니, 썰만 한두 개 뽑아도 최소 1년은 두고두고 우려먹을 수 있다.

"봤냐?"

"봤지."

"안 본 새끼는 떼라."

"와 진짜 졸라 예뻐!"

그러한 사심.

여자 그룹만 가진 게 아니다.

남자 그룹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지.'

워낙 절벽 위의 꽃이다.

연하인 자신들은 상대해줄 것 같지도 않다.

바라만 봐도 즐겁기 때문에 딱히 욕심을 내진 않는다.

보다 관심이 쏠려있는 건.

사각사각

쪼그려 앉아서 건물을 스케치 하고 있다.

그런 소영을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귀엽네."

"힐링 되지?"

"내 여친 삼고 싶다."

"새치기 에바참치인 거 알지?"

"알고 있어! 알고 있어!"

만호와 소영을 이어준다.

그 목적을 위해 5명의 친구들이 뭉쳐 머리를 굴린다.

그렇게 나온 방법.

일단 남자를 떼놓는다.

소영이 실망을 하게 만든다.

"애들 다 불러서 짜고 치는 거야."

"여자애들은?"

"걔네가 뭔 맛을 알겠냐? 애초에 고기도 우리가 구울 건데."

승우 선배.

봉고차를 빌려서 시내로 내려갔다.

바비큐로 먹을 고기와 채소를 사오기로 했다.

오롯이 그의 책임이다.

만약에 맛이 없다면 말이다.

그리고 맛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끽해야 삼겹살이나 냉동 소고기 정도 사올 거란 말이야."

"그렇겠지."

"여기까지 와서 왜 이런 거 먹냐? 맛없다는 티 팍팍 내서 분위기 곱창 내는 거지."

"너 악마냐?"

"아 그건 좀 크킄."

똑같은 음식도 얼마든지 맛없게 먹을 수 있다.

애당초 그렇게 맛있는 게 아니라면 더더욱이다.

'이런 데서 먹는 건 분위기빨이 90%인데.'

그 분위기를 망가뜨린다.

고기도 최대한 맛없게 굽는다.

호흡만 맞추면 십중팔구 가능하다.

아니, 반드시.

만호는 소영을 보며 투지를 불태운다.

친구들한테는 가볍게 말했지만 사실 진지하다.

그녀와 좋은 관계가 되고 싶다.

친구들에게도 소개시켜서 함께 학교 생활을 보내고 싶다.

이상한 선배 대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그 남자를 곁에서 떼어 놓아야 한다.

"뭐래?"

"협조하겠다는데? 근데 적당히 맞장구만 치겠다고."

"음."

"대신 나중에 한 턱 쏘래."

"오케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입김이 닿는 동기들을 포섭해 짜고 친다.

'오기만 해봐 그냥.'

그렇게 사건 하나만 터트리면 나머지는 물 흐르는 대로다.

연상이고 나발이고 여기는 외딴 산골이다.

집단에서 고립되면 눈칫밥 신세.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가 나이만 먹은 노땅이라는 걸 깨달을 것이다.

치이익……!

리조트에 마련돼있는 바비큐장.

주인 아저씨의 지도를 따라 그릴 안의 숯에 불을 붙인다.

처음이다 보니 다소 어색하다.

하지만 과정 또한 즐길 거리다.

어느새 왁자지껄한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좋아.'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대로다.

이제 남은 건 그 선배가 맛없는 고기를 가지고 오기만 하면 된다.

만호와 그의 친구들은 히죽거리고 있던 그때.

끼익?!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이 등장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