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66화 (566/846)

566화

<인연>

흐름은 매우 좋다.

"오빠 톡 뭐예요?"

"톡?"

"네, 저 오빠 톡만 몰라서."

"혹시 꼬시는 거야?"

"어떨까요~?"

파릇파릇한 애들과 놀고 있다.

요즘 애들답게 발랑 까져 있다.

소영이와 달리 여유롭게 받아 넘긴다.

그러더니 핸드폰을 건네온다.

토독, 톡!

내 카톡을 입력한다.

겸사겸사 어떤 교우관계를 가진지도 둘러본다.

'발칙한 애들이 많네.'

프사도 참 예쁘게 하고 다닌다.

볼일을 마친 후 주인에게 정중히 건네준다.

"자."

"우리 오늘부터 1일?"

"좋지!'

"농담이에요. 오빠 나중에 봐요~! 근데……."

"응?"

"저랑 톡 교환했다고 애들한테 말하면 안 돼요?"

승아라는 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언의 압박을 보내온다.

'여자들이 원래 비밀스러운 거 좋아해.'

여러 가지 이해 관계가 얽혀있을 것이다.

구구절절 촌스럽게 따지고 싶진 않다.

"음, 어떨까?"

"친구들이 막 오해할 수 있단 말이에요~"

"무슨 오해."

"무슨 오해일까요?"

고개를 끄덕이자 히죽 웃는다.

밝은 얼굴로 손인사를 한 후 뛰어간다.

'이걸로 여섯 명째.'

수확이 꽤 짭짤하다.

역시 점수는 따놓고 볼 일이다.

채민이네 그룹을 시작으로 꼬치 꿰듯이 줄줄이 꿰인다.

여자들 사회는 점이 아니라 선으로 연결이 되어있다.

특정 취향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두루두루 잘 지내는 편이 좋다.

〔채민〕

「선배」

?응?

「(대충 귀여운 이모티콘. jpg)」

「그냥 불러봤어요 ㅋㅋ」

?나도 이따 그냥 불러봐도 돼?

「(OK 이모티콘. jpg)」

반반한 애들과 말이다.

그래봤자 일반인 수준.

여캠 수준으로 에쁜 건 아니더라도 나름의 가치는 있다.

'여자는 어린 게 제일 좋아.'

결국은 외모와 DNA로 귀결되긴 하지만, 어린 나이대에는 어린 나이대만의 매력이 있다.

그 나이대가 아니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성.

눈밭은 우리 동네도 밟고, 저쪽 동네도 밟고, 모르는 동네에도 한 번씩 들어가고 싶은 법이다.

마음 가는 대로 회포를 풀고 있다.

"선배!"

"승우 오빠!"

"응~?"

"저녁 뭐 먹을 거예요?"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하하, 오빠가 무슨 요리사니."

"해주세요!"

해주세요!"

"우리가 도와드릴 테니까 부탁 드릴게요 선배님~"

Give&Take.

원래 가는 것이 있다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한다.

팔짱을 끼며 매달리는 후배들을 차마 못 본 척할 수가 없다.

'그게 선배된 도리지.'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다.

환심을 잔뜩 사서 점수를 따놓을 수 있는 기회다.

"근데 너희 예산은?"

"예산이요?"

"우리 예산 얼마 남았냐?"

"몰라. 얼마 남았지?"

"……."

그것도 돈이 있을 때나 가능하다.

이전까지는 대화에 참여하고 있지 않았다 보니 몰랐지만, 제대로 회계를 맡고 있는 멤버가 없는 모양이다.

'그럴 수 있지.'

이제 갓 스무 살에게 수십만 원이면 거대한 돈이다.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돈 문제가 쉽지 않다는 사실.

이번 기회에 알아갔으면 좋겠다.

이런 것도 한 번은 겪어보면 추억이다.

"그러니까 내일 점심 먹을 거 빼면 5만 원 남았는데……."

"굶으면 되지 않을까?"

"그치, 그치? 나 다이어트 중이야!"

"내일 3시에 갈 거잖아. 점심은 굶자~"

모든 학생이 다이어트 중인 건 아니다.

그리고 여행이라는 게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안 먹고는 못 버틴다.

"오빠."

"응?"

"제가 쏠까요? 오빠가 산 걸로 하고……."

"닥쳐."

"아윽♡"

물론 단련을 하면 가능하다.

서은 같은 경우도 내가 허락한 단백질을 제외하면 물만 마시고 있다.

'속옷도 입고 있지 않고.'

니플밴드는 붙이고 있지만 아래쪽은 어쩔 수 없다.

발딱 서있는 위치를 손으로 툭 스치자 자지러진다.

"서은 선배 왜요?"

"아, 아니야……. 여드름이."

"선배도 여드름 나시는구나!"

"죽겠어요 진짜 저도~!"

진지하게 고민을 할 리가 없다.

위기에 처한 타조처럼 눈앞에 직면한 문제에서 고개를 돌린다.

막상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Auto? K Auto? K 할 것이다.

살짝 한심한 정도가 돼야 의지하게 만드는 맛이 있다.

'카레나 할까.'

캠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정석적인 메뉴.

호불호도 안 갈리고, 지갑까지 보호하는 신이 내린 음식이다.

인도에 신이 많을 만도 하다.

리조트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서 고형 카레와 기타 조미료들을 구입한다.

"카레 하려고 하는데."

"카레요?"

"와 카레 맛있는데!"

"근데 여기까지 와서 카레 먹기는 좀……."

"맞아~ 카레는 학식으로도 많이 먹잖아."

지들이 싸질러 놓고 혀가 길다.

마음 같아서는 마음껏 써주고 싶다.

"애들아."

""네, 서은 언니~!""

"다른 거 먹고 싶으면 돈을 더 걷던가 해야지. 오빠가 5만 원으로 우리 위해서 힘 써주는데 그래서야 될까?"

"죄송합니다."

"저희가 생각이 짧았어요……."

"오빠 저희 카레 엄청 좋아해요!"

그건 나중의 빚으로 밀어둔다.

여자 그룹은 내가 통제하기 힘들지만, 서은이 잘 도와주고 있다.

보글보글!

사장님께 대형 냄비를 빌려 화로에 끓인다.

여대생들이 부탁하니 정말 안되는 게 없다.

조금은 도움이 된다.

'카레는 얼마나 많이 끓이냐가 맛을 좌우하거든.'

한솥 푸짐하게 끓여 놓으면 두고두고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적당히 빵에 찍어 먹으면 안주거리로도 좋다.

지글지글

다른 후라이팬으로 채썬 양파를 볶는다.

부루스타를 최대한 동원해 양파와 마늘만 오지게 볶는다.

"선배!"

"오빠!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저희가 뭐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주걱으로 이것만 계속 볶아줘."

"웅~ 이건 할 수 있죠!"

"다른 건 안 넣어요?"

"저희가 야채 썰게요!"

"안 넣어."

""?""

카레의 기본 베이스.

사실 카레루랑 볶은 양파만 넣어도 밥은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밥도둑이지.'

우리 봄이 집에 이거 한솥 끓여 놓으면 신이 나서 삼시세끼 먹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은 봄이가 아니다.

고명을 얹어주는 편을 좋아한다.

그 점에 있어 큰 걱정은 없다.

이곳은 캠핑장.

"어제 고기랑 야채 구워 먹었잖아?"

"네!"

"그랬어요!"

"야채가 좀 많이 남았어. 이걸 구워서 토핑으로 얹어 먹으려는데 어때?"

모처럼 그릴이 있는데 이용하지 않으면 섭할 노릇이다.

남은 소량의 고기와 야채를 구워서 올려 먹는다.

'즉석 토핑이지.'

카레 전문점에서는 같이 끓이는 게 아니라 따로 굽거나 튀겨서 올려준다.

그 편이 씹는 맛이 있어서 훨씬 맛있다.

"승아 너 다이어트라고 했잖아?"

"네."

"저도요! 저도요!"

"다이어트인 애들은 채소만 구워서 카레에 찍어 먹어. 그러기만 해도 충분히 맛있으니까."

"그러면 진짜 다이어트 되겠다."

"대박 사건!"

감성도 있다.

다이어트도 된다.

우리 봄이의 경우 양으로 찍어 누르지만, 일반 여학생들은 괜찮을 것이다.

퐁당! 퐁당!

그만큼 카레맛이 진해야 하긴 하다.

그릴에 시선이 팔렸을 때 마법의 하얀 가루와 라면 스프를 몰래 넣는다.

초콜렛과 버터도.

부드러운 감칠맛을 더한다.

한솥 가득 듬뿍 끓였으니 맛은 무조건 있다.

"선배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어, 그래 맛있게 먹어~"

밤은 젊은 애들의 시간이다.

그릴 앞에 옹기종기 서서 각자 마음에 드는 식재료를 구워 먹는다.

애들이 한 번씩 들려서 인사를 한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꽤 많이 친해졌다.

'다 씨를 뿌려 놓는 거지.'

집단 생활.

특히 여자들은 단체 행동이 기본이다.

누구 하나가 앞서가면 단체로 조져질 수 있다.

학교에 다니다 보면 한 명씩 신호를 줄 것이다.

조바심 내지 않고 수확의 때를 기다린다.

진짜로 씨를 뿌릴 날도.

"소영이도 먹고 있어?"

"네."

"오빠가 가지 구워줄까?"

"가지요?"

소영이도 캠핑에 참여하고 있다.

다른 애들과도 조금은 친해진 모양이다.

'질투가 좀 있어야 재밌는데.'

의외로 그렇지는 않았다.

너무 방치만 할 수도 없으니 채소를 구워준다.

서걱! 서걱!

가지를 세로로 쭉 길게 자른다.

피부, 특히 여드름에 좋아서 이 나이대 애들이 먹으면 좋다.

"저 가지 잘 안 좋아하는데요."

"응?"

"엄청 물컹하고 맛도 좀……."

호불호를 많이 타기는 하다.

아랫입은 몰라도 윗입으로 먹는 건 말이다.

대표적인 밥경찰.

특유의 식감과 향취 때문에 나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건 그건 K? 조리법 때문이고.'

해외에서는 고급 식재료로 통한다.

제대로만 조리해 먹으면 절대 맛없을 수 없는 채소다.

치이익……!

넙적하게 네 등분으로 잘라서 굽는다.

불과 닿는 면적이 많아야 수분기가 잘 증발한다.

'이렇게 수분이 많은 식재료를.'

물에 익히거나 조림으로 만드니 맛이 없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굽거나 튀겨서 수분기만 잘 빼면.

"합!"

"어때?"

"……."

선입견이라는 것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소영이 인상을 찡그린 채 카레에 푹 찍은 가지를 먹는다.

이내 환하게 펴진다.

리액션이 은근히 있는 것으로 봐 먹방쪽도 고려해봐야 할지 모르겠다.

"이거, 이거……."

"맛있어?"

"가지가 아닌 것 같아요!"

ㅋㅋ

처음부터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는 없다.

식재료와 친숙해지는 것이 먼저다.

'그러기 위한 카레고.'

식감은 구워서 쫄깃 바삭하게 만든다.

향취는 카레의 더 진한 향으로 덮는다.

가지 카레는 절대 실패할 수가 없는 음식이다.

이틀째의 밤이 지나간다.

신입생들은 레포트 겸 친목 도모를 위해 방으로 들어간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따라 들어가고 싶지만.

"오빠, 잘 먹었어요!"

"와 카레를 이렇게 배 터지게 먹을 줄이야……."

"다이어트 물 건너 간 거 아니야?"

"아니에요~! 야채만 먹었는데."

눈치 없는 짓이다.

지금은 떠들썩해도, 막상 좁은 방에 들어가면 선배 한 명이 굉장히 신경 쓰인다.

대인배적인 면모.

그리고 신비주의를 표방한다.

가지고 있는 패는 숨기고 있는 편이 무조건 좋다.

"진짜 대박이었어요. 감동."

"어쩜 이리 요리를 잘하시지?"

"혹시 막 먹방 유튜브 같은 거 하는 거 아니야??"

""깔깔깔깔!""

"……."

배웅울 해준다.

파릇파릇한 애들을 보고 있자니 조금 마렵다.

'서은이나 좀 쓸까.'

계속 노팬티로 있었으니 딱 쓰기 좋은 상태일 것이다.

차가운 피부와 따듯한 안의 조화는 정말이지 맛있는데.

후우~!

더 맛있는 걸 먹는 녀석이 보인다.

구름과자.

계단 사이의 층계참에서 작은 창문을 배출구 삼아 피고 있다.

"하이루~♡"

"?"

금발 머리와 노출이 심한 옷.

경박해 보이는 목소리를 흘리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경박한 거 좋아하긴 하는데.'

나이대를 생각하면 드물다.

한국대가 커트라인이 높다 보니 특히 더 드문 편이다.

"요."

"응?"

"반응 빠르시네요."

날라리가 따로 없다.

올라가자마자 바로 마스크를 뺏으려고 든다.

반사적으로 피하긴 했지만 거리는 단숨에 좁혀졌다.

다리 사이로 허벅지를 박아 올려온다.

그대로 체중을 실어 나를 벽으로 밀치기까지 한다.

"잡았다♡

"잡아서 뭐 어쩌려고?"

"헤."

여자에게 벽꿍을 당하는 건 오랜만이다.

힘으로 떨쳐내려면 떨쳐낼 수 있겠지만 잠자코 당해준다.

'귀엽네.'

자기 딴에는 위압감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적어도 명확한 목적은 있는 행동이었다.

"도망 못 가게 하려고요."

"내가?"

"네."

"무슨 근거로?"

"그야 저 오빠 정체를 아니까♡"

나름대로 패가 있기는 한 모양이다.

착각도 단단히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내가 당황할 줄 알았나 보네.'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를 속삭여온다.

그와 정반대의 담배 냄새도 말이다.

조금 꼴린다.

아니, 많이 꼴린다.

선배로서의 체면 때문에 손만 근질거리고 있었는데.

"오빠 이름 승우 아니죠?"

"뭔데?"

"오정환."

"……."

"오빠 되게 인기 많던데~ 그런 오빠랑 썸 타면 어떻게 될까♡"

건방진 년이 알아서 상을 차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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