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7화
관심이 있다.
'못생긴 년들이 돈을 쓸어 담던데.'
아니, 없을 수가 없다.
파프리카TV의 여캠은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번다.
자신보다 못난 년들이 말이다.
똑같이 한다면 훨씬 더 성공할 자신이 있다.
나이도 어리고, 몸매도 잘 빠졌고, 애교도 잘 부릴 수 있는데.
"아앙~♡"
"애교 부리냐?"
"귀여운 후배의 부탁을 못 본 척할 거예요?"
방법을 모른다.
막상 하려고 하니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오정환이면 무조건이잖아.'
발만 동동 구르던 상황에서 보인 것이다.
파프리카TV 최고의 인기BJ.
그가 한국대라는 사실은 들은 바가 있다.
한국대 학생이면 모를 수가 없는 정보다.
하지만 그가 한국대를 올지는 별개의 일이다.
역지사지 해봐도 다닐 이유가 하나도 없다.
"맨입으로?"
"그야 맨입은 아니죠~♡"
"그럼 뭔데?"
"오빠 학교 다닐 동안 시린 옆구리 채워줄 귀여운 후배 어때요?"
그런데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같은 강의.
처음에는 잘못 봤나 싶어 며칠을 두고 확인해봤지만 신체적인 특징이 비슷하다.
평소 그의 방송을 자주 봤다.
시간을 투자해 따로 조사까지 했다.
그 결과는 아무리 의심을 해봐도 한 가지를 가리킨다.
'땡 잡았지.'
한국대라고는 해도 다니는 학생은 한두 명이 아니다.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해도 이상하지 않다.
운이 좋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굴러온 기회는 받아먹는 편이다.
소라는 다른 의미로 이번 MT를 기대하고 있었다.
"뭐, 사정은 알겠는데."
"네♡"
"그냥 공부해서 평범하게 취직하는 편이 낫지 않나? 취업이 안되는 과도 아니고."
"……."
물론 한국대.
기업들간의 협업이 잘되어있어서 눈높이만 조금 낮추면 취업은 굉장히 쉬운 편이다.
'그런 평범한 인생 살고 싶겠냐고.'
그러기 위한 노력이 어마무시하다.
1학년만 해도 등골이 빠지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힘들다.
취업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욱 가관이다.
인생을 반납하고 하루종일 일만 해야 한다.
"그야 편하게 돈 버는 게 좋잖아요?"
"오?"
"오빠~♡ 귀여운 후배 부탁 좀 들어줘요. 들어줄 거죠?"
그에 반해 여캠.
이쁜 척 앉아있으면 장땡이다.
성격상 잘 안 맞기는 해도 돈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수고는 감수할 수 있다.
그를 위한 가장 빠른 방법.
바로 오정환과 엮이는 것이다.
그와 합방을 한 여캠들은 귀신같이 뜨더라.
같은 학교 후배인데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팬카페에 글도 써보고, 메일도 보내보고, 별 지랄을 다 해봤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장난 그만하고 비켜."
"장난 아닌데?"
"……."
"오빠가 부탁만 들어주면 제가 좋은 거 해줄 수도 있다구요~?"
굴러 들어온 떡이다.
이 기회를 무조건 잡는다.
붙잡은 손을 절대 놓지 않고 귓가에 속삭인다.
'이 오빠 완전 쑥맥이라던데.'
고자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걸 순순히 믿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으니 도는 소리일 것이다.
실제로 보기도 했다.
학과 내 여자애들.
달라붙어서 떠들어 대도 묵묵히 요리에만 전념한다.
방송과 완전히 판박이다.
평소에도 찐따 같은 애랑 놀고 있다.
정말로 여자에게 관심이 없나 보다.
그래도 성욕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젊고 탱탱한 자신이 꼬시는데 안 넘어올 리 없다.
설사 고자라고 해도 발딱 설 것이다.
"정말?"
"정말요~♡"
"써도 된다고?"
"쓴다고요? 뭘……."
물론 대주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의 도움을 받아 BJ로 성공하고, 진지한 관계가 된다면 생각해보겠다는 소리인데.
'어? 어?'
어느새 지퍼가 풀려있다.
핫팬츠가 스르르 내려가기 시작한다.
반사적으로 가랑이를 가리고 바지춤을 붙잡자.
"왜? 써도 된다며."
"자, 잠깐만요. 지금? 여기서?"
"어."
형세가 역전된다.
두 손을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자신을 반바퀴 돌리더니 뒤를 잡았다.
소라로서는 어안이 벙벙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자신이 어째서 휘둘리게 되었는지도.
'잠깐, 이거 설마…….'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크고 단단한 것이 자신의 그곳을 쿡쿡 찌른다.
수치심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완전히 할 생각 만땅이다.
소라는 간신히 방어선을 유지한 채 말을 잇는다.
"여기 계단이에요. 누가 올지도 모르고……."
"괜찮아."
"오빠 유명BJ인데 이러시면."
"괜찮다니까?"
일단 진정시키고 주도권을 되찾아올 생각.
아예 말귀를 듣지 않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쓸 만하네."
"으읍. 읍……."
"허벌인 줄 알았는데."
엎질러진 물이다.
자신이 대놓고 유혹했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가 쓰임 당한다고? 진짜로?'
당황스럽긴 하지만 나쁜 흐름은 아니다.
오정환을 인맥으로 둔다는 소기의 목적을 성공시킬 수 있다.
잠깐만 참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세 잡혔지? 제대로 할게."
"네?"
배를 받치듯이 꽉 잡고 팔을 뒤로 당긴다.
'#*#@%$#!'
입을 막고 있어서 망정이다.
신음과 함께 뱉을 뻔했던 숨을 간신히 집어삼킨다.
"으읍."
"꼬시는 거 아니었어?"
자신을 신경도 안 쓴다.
난폭하기 그지없는 움직임에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뿌숴져!'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어떻게 될 것 같다.
그런 소라의 귀에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또각! 또각!
자신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면 아쉬웠을 소리.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구세주와도 같다.
"뭐 하고 있냐."
"…남이사."
"그래."
하필 만호였다.
소라는 필사적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한순간이라도 긴장을 풀면 주저앉을 것처럼 다리가 후들거린다.
'X발 꼴리네.'
사정을 모르는 만호의 눈에는 섹시하게만 보인다.
묘하게 상기된 피부가 성숙해진 몸매.
단추가 풀린 채 살짝 내려온 핫팬츠.
"왜 온 거야."
"한 대 피려고 나왔지. 오면 안 되는 곳 왔냐?"
"신경 꺼."
저번에는 먼저 신경을 박박 긁어오더니 저기압이다.
본래 온 목적대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아오 합숙이라 딸도 못 치는데 색기 뿌리고 난리야.'
아랫도리에 피가 쏠린다.
줄담배를 벅벅 피며 간신히 달랜다.
방금 전 소라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니 꺼추 작은 거 맞잖아!'
소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전남친.
자기가 크다, 잘한다, 개지랄을 하더니 차이가 너무 난다.
계속 있다가는 들킬 것 같아 도망쳐 나온다.
아직도 다리가 후덜덜 떨리거니와 팬티가 젖고 있다.
사정없이 사용돼버린 구멍.
벌어진 틈 사이로 애액이 떨어지는 게 느껴질 정도다.
'X발, X발.'
여러모로 기분이 더럽다.
농락당한 것도, 쓰임 당한 것도 전부 다.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프론트로 나간 소라의 어깨를.
"한참 기다렸네. 안 오는 줄 알고 서운할 뻔했잖아."
꽉 잡아온다.
손가락이 느껴질 정도로 강한 힘.
평소였다면 확 떼내 집어던졌을 것이다.
왜인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만다.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 상황이다.
"스릴 좋아하지?"
"…좋아해요."
"어쩐지 계단에서 꼬시는 것만 봐도 보통내기는 아니다 싶었거든."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인다.
아까는 당황해서 마음의 준비를 할 틈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누가 쫄 줄 알고?'
오정환이 어떤 사람인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
방송 속 모습과 굉장히 달라 보인다.
그러한 본래의 목적은 까맣게 잊은 지 오래다.
당장의 자존심을, 가오를 지키는 것만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터벅터벅
리조트는 산속에 위치해있다.
따라서 주위는 온통 숲.
몰래 숨어들 만한 곳은 지천에 널려있지만.
'여기서 하려고? 진짜?'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댄다.
혹시라도 들키면 인생이 그대로 쫑난다.
저 리조트 위에서 내려다볼지도 모른다.
온갖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던 그때.
"자세 잡아."
"선배."
"응?"
"혹시 들킬 수도 있는데 그만두는 게……."
"괜찮아. 애들 다 술 마시고 있고, 여긴 사각지대니까. 아니면 뭐 쫄았어?"
"윽……!"
하지만 자존심.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다.
소라는 나무 기둥을 부둥켜안고 간신히 버틴다.
겁나 쓰이고 있다.
어째서 써도 되냐고 했는지.
몸에 때려 박아주니 이해라는 과정이 생략된다.
"아, 잘 썼다."
"돼, 됐죠? 빨리……."
"한두 번 더 써도 되지? 피차 한가하잖아."
이런 걸 한 번 더 몸에 받으면 진짜 애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
그 이전에 안쪽이 짜부라질 텐데.
파앙!
꼿꼿이 선다.
엉덩이에 가해진 강한 충격과 함께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하고 싶지?"
"그, 그럴 리가……."
"이 녀석은 안달이 났는데?"
허전하다.
자신을 꽉 채우던 것이 사라졌다.
굉장히 아프고 고통스러웠지만 더 하고 싶다.
'그러다 허벌돼 미친년아!'
안되는 걸 알고 있음에도 몸이 가까워진다.
이 일탈을 한번 더 해보고 싶다.
촉촉이 젖은 사이에 바람이 분다.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고양감에 심장이 두근댄다.
"벌려."
"벌리고 있는데……"
"스스로 말이야."
이 남자가 원하는 걸 안다.
자신을 완전히 굴복시키려고 한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까지 전부.
꿀꺽!
그걸 줘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평소와 다른 일상.
일탈을 바라고 있던 소라는 그 선을 넘어보고 싶다.
"졸라야지."
"아♡"
"어떻게 조르는지 몰라?"
더 짜릿한 걸 맛보고 싶다.
고통에 가까운 쾌락.
다시 한다면 기분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이건 교미도 뭐도 아니다.
인간의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더더욱 아니다.
"귀여운 후배의 여기 써주시지 않을래요~?"
마치 개처럼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든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진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크고 두툼한 손이 엉덩이에 놓여진다.
'인생 ㅈ됐다 어쩌지?'
위험 신호를 부르짖는 이성과 다르게 몸은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