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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569화 (569/846)

569화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MT를 다녀온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승우 선배!"

"어, 채민이니?"

"네! 선배 저 진짜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요~"

대인 관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특정 성별과 관련해서만 말이다.

"리만 가설 어렵지."

"너무 어려워요."

"난 이거 솔직히 교수님도 이해를 하고 말하는지 모르겠어."

귀여운 후배들이 많이 생겼다.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저도요!"

"승아도?"

"어렵단 말이에요~"

"크흠! 오빠가 언제 한 번 스터디 그룹 열어야겠네."

물론 학문의 이야기.

나도 처음에는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웠지만, 한 번 해봤던 내용이다 보니 기억이 난다.

'이게 청춘이지.'

그것도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다.

선배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는다.

덜컥!

그런 건전한 생활도 좋다.

사람은 가끔씩 자극적인 맛도 필요할 뿐이다.

"하이♡"

"오빠한테 하이가 뭐야."

차에 탄다.

뒷좌석에서 건방진 후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주 제집 드나들 듯이 왔네.'

소라에게도 열쇠를 나눠줬다.

혹시 필요할 때 대기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오빠 투싼 타네요?"

"엉."

"이러니까 아무도 모르지. 만약 학교에 나타나면 무조건 외제차라고 외제차 검문하는 애들 있던데."

"그래?"

지난 MT 이후로 가장 친해졌다.

워낙 붙임성이 좋아서 거리감이 가깝다.

까톡!

까톡!

조금 지나칠 정도.

새로 찾은 취미에 대해서도 일일이 보고를 해온다.

"어때요?"

"어떻긴."

"귀여운 후배 사진인데 칭찬 좀 해주셔야죠. 꼴린다던가♡"

일탈에 맛 들린 모양이다.

학교 건물의 특정 장소에서 셀카를 자주 찍는다.

'일탈녀를 위한 장소긴 하지.'

층계참.

계단의 경사를 조절하기 위해 생기게 된 공간은 때로는 훌륭한 휴식 공간이 된다.

엘리베이터 때문에 보통 잘 이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사람이 온다.

그것이 곧 스릴이다.

"들키면 어쩌려고?"

"함 대줘서 입막음 하죠."

"진심?"

"농담♡"

처음에는 살짝 노출하는 정도였는데 점점 대담해진다.

아예 탈의를 하고 V를 하는 사진도 보인다.

'완전 작품인데?'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단순히 노출만 하는 게 아니라 구도도 잘 잡았다.

"오빠. 오빠~!"

"왜 이렇게 칭얼대."

"슬슬 약속 지켜주셔야죠."

"무슨 약속?"

"잊었어요? 오빠가 저 허벌로 만들어주신다고 한 거♡"

그런 사진을 찍고 흥분했다.

거칠고 야한 신음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모르긴 몰라도 의도했을 것이다.

도발에 넘어가 준다.

운전 좌석을 넘어 뒷좌석으로 간다.

매트리스를 세팅해둔 사실상의 간이 침대다.

"이미 된 거 아니야?"

"아직 부족하다구요~ 전남친 걸로는 느끼지도 못할 만큼 뿌숴줘요♡"

속닥속닥 노골적으로 꼬셔 온다.

한 번 기를 꺾어준 것 치고는 여전히 건방지고 발칙하다.

은근히 경험이 적다.

가르쳐주는 맛이 있다.

나만 이 년을 다룬다고 생각하면 엄청나게 고양된다.

"하아, 하아, 하아……."

"응?"

"한 번 더!"

"좋아. 근성 있어."

단순히 헐렁해지는 게 아니라, 몸도 마음도 상납하고 싶다.

그런 기특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누군진 몰라도 환장하겠네.'

조금 불쌍할 지경이다.

하지만 현여친도 아니고 전여친인 만큼 도의적 책임은 없을 것이다.

"진짜 존나 커."

"걔 건 작았어?"

"몰라요. 기억도 안 나."

앙심이 꽤 남아있는 듯하다.

아니면 미련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난 잘 쓰기만 하면 된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새겨준다.

조금 쓴다고 허벌이 되는 일은 없겠지만, 쾌감의 역치는 높아질 수 있다.

"오빠 씨 넣고 다니면 그건 그거대로 일탈일걸?"

"개재밌겠당♡"

"그치?"

"그 새끼한테는 반드시 보여주고 싶네요 키킼."

할 생각이 만땅인 듯 히죽히죽 웃는다.

이쯤 되면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청춘이지.'

이맘때는 여러 가지 해보는 게 좋다.

좋든 나쁘든 인생의 경험으로 쌓인다.

조금 나쁜 쪽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지만 어떤 것이든 활용하기에 달렸다.

소라의 턱을 쓰다듬는다.

"학교 생활 잘하고."

"싫은데."

"오빠가 하라면."

"하는 거긴 한데~"

일탈이라는 것도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용일 때 건전한 법이다.

단순히 노출만 하면 치녀에 지나지 않다.

'사실 그냥 치녀이긴 한데.'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기분상 좋다.

기분이 좋아야 평소 하던 일에도 훨씬 더 긍정적으로 집중할 수 있다.

"그래야 갭 때문에 꼴려."

"아하♡"

"혹시라도 들켰을 때 보험도 되고."

"그건……, 그렇겠네요."

아직은 악으로 깡으로 하고 있지만, 언젠가 세상 무서운 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짜릿한 파멸.

그조차 스릴로 바꿀 수 있다.

선생님들이 반장 지각해도 꼭 한 번은 봐주듯이 말이다.

'졸라 두근대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센 척해도 마음은 여리다.

잡고 있는 맥박이 엄청나게 빨라진다.

"그럼요. 더 없을까요?"

"응?"

"들켰을 때 존나 큰일 나는 거♡"

적잖이 빠져들었다.

어떤 식으로든 흥미가 생기면 좋은 일이다.

바람직하진 못해도 즐거운 학교 생활은 할 수 있다.

'소유욕 살짝 드네.'

새하얀 피부를 나의 색으로 채워주고 싶다.

그러면 어디 도망가지는 않을 테니까.

"타투나 피어싱?"

"피어싱요? 피어싱은 하고 있는데."

"거기 말고 여기."

"꺄아♡"

자기 만족이다.

아직은 호기심만 많은 아이니 헤나나 찌로 욕구만 채워준다.

"주말에 오빠집 놀러 올래?"

"무조건 갈래요."

"재밌는 거 많이 가르쳐줄게."

"인기BJ의 두 얼굴 꼭 보고 싶어요♡"

"……."

관리하는 것도 참 힘든 일이다.

건방진 후배의 안을 한 번 더 채워주고 든든하게 돌려보낸다.

'여하튼.'

2박 3일 같은 느낌의 1학기도 벌써 반 이상이 지나갔다.

대학교 생활을 제법 즐겼다.

계획보다 다소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특히 여름.

그토록 두터웠던 가드를 조금씩 무너뜨렸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는 법이다.

조상님들의 지혜에 깊이 탄복하게 된다.

행복한 투더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내 사랑♡〕

「할 말이 있음!」

―?

그녀에게서 문자가 온다.

* * *

오정환이 사라진 인방판.

그 수혜를 톡톡히 보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

─무관귀신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돈슨 캐시 1억 존나 부럽네~

"싸물어!"

―아무리 써도 안 마름ㅋㅋ

―돈슨 캐시 500배!

―오정환 덕분이지

―팩트) 펑이요는 1년이면 다 쓴다

단풍잎스토리.

우리식당 정상영업합니다~!

그런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어찌저찌 굴러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기가 워낙 많았던 게임이다.

대처도 어느 정도 선방을 했다.

불미스러운 사태를 딛고도 서비스 중인데.

'아니, 진짜 그지 같네.'

새로운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

펑이요는 지난 확률 조작 사태로 느낀 바가 많다.

"내가 이렇게 돈도 많이 쓰고, 단풍잎도 열심히 홍보해주는데 왜 돈슨 개새끼들은 내가 보내는 문의 메일 읽지도 않냐?"

―할 말을 하는 펑이요 ㄷㄷ

―(강제로 쓰는 중)

―아 기계가 읽었자너 ㅋㅋㅋ

―펑이요 철 들었네

가장 많은 피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러 신문사에서 인터뷰도 하는 등 평소에는 못할 경험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펑이요의 IQ가 세 자리에 가까워지는 기염을 토했다.

스스로 사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펑피셜) 지금 단풍잎스토리 밸런스 맛 갔다

"맥뎀 99만 제한 때문에 타수플스토리가 됐다"

"신규 직업은 풀공속인데 기존 직업은 아님"

└환피셜이 아니라고……?

└뭐지 어색한데

└평소였으면 나만 아니면 돼~~~ ㅇㅈㄹ했을 텐데

└얘도 이제 무조건 돈슨 빨진 않음

확률 조작 사태.

그 여파로 여러가지 대규모 패치가 진행됐지만, 이 말은 소규모 패치들이 답보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임 내 불만점이 많다.

안 그래도 많았다.

10년 이상 서비스 되어온 단풍잎스토리는 크고 작은 문제가 쌓여있다.

"그렇다고 합니다."

"……."

한 번 했던 일 두 번 못할 것 없다.

일부 BJ들과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어 일어나고 있는 소동.

'펑이요 이 새끼가?'

단풍잎스토리 총괄 디렉터 장연수도 보고 받고 있다.

그로서는 어처구니가 없다.

개가 주인을 문 꼴이다.

적어도 펑이요에 한해서는 완전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여겼다.

"입도 뻥긋 못 하게 만들까요?"

"뭐, 그 하나 도륙을 내버리는 건 어렵지도 않겠지."

지금까지 쳐온 사고가 하나둘이 아니니 당연하다.

하지만 사태의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펑이요를 억누른다고 해봤자.'

찍소리를 못하게 하든, 회유를 하든 마찬가지다.

그가 단풍잎스토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유저들을 대표하기에 걸맞은 인물이 아니다.

총괄 디렉터로서 원하는 건 원만한 합의다.

"그러지 말고 최대한 유저 의견 수용하는 쪽으로 가자고."

"그럴 수만 있으면 좋죠."

"그래."

"그럴 수가 없어서 문제지."

"……."

장연수도 지난 사태로 느낀 바가 많다.

독고다이로 나 잘났다고 밀고 나가는 시대가 아니다.

유저와의 소통은 중요하다.

항상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이 분명 있지만.

'내가 회장이었으면 어떻게든 했겠지!'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신경 써야 할 건 유저만이 아니다.

돈슨의 임원진과 돈 문제만도 아니다.

그 패치를 누가 할까?

직원들 한 명, 한 명의 수작업이다.

명령을 하는 입장에서도 눈치가 보인다.

"일정이 나올까?"

"글쎄요."

"확실하게."

"지금도 스케줄 빡빡하다고 난리인데 저는 통제할 자신 없습니다."

"……."

자칫 잘못하면 갑질로 보일 수 있다.

상사가 부하들의 신뢰를 잃으면 그건 그거대로 끝장이다.

'이런 문제를 펑이요 하나 어떻게 한다고 해결할 수 있겠냐고.'

정말 이도 저도 할 수가 없다.

자신이나 펑이요 선에서는 불가능하다.

단 한 명 그쪽 분야의 전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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