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2화
<돈슨 VIP>
오정환의 방송국에 올라온 공지사항.
〔오정환의 방송국〕
공지― 『돈슨 본사에 방문하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정환입니다.
복귀 후 첫 콘텐츠(?)가 예정되었습니다.
최근 단풍잎스토리에서 불미스러운 사태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하네요.
저의 심적인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제가 감히 유저 대표가 되어 돈슨 사옥에 방문해 양측의 입장 차를 좁혀보고자 합니다.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대기업BJ의 복귀, 그리고 그동안 쌓아온 스토리텔링이 맞물린다.
오정환의 돈슨 방문은 세간의 이목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주식 갤러리〕
─환재앙 떴다 돔황챠ㅑㅑㅑㅑㅑㅑ
─내일 돈슨 갭하락 확정이냐?
─???: 저점 매수 지렸네 V자 반등 오겠지?
─돈슨 주주들 오정환 하면 학을 뗌 ㅋㅋ
.
.
.
특히 증권가에서 말이다.
불미스러운 사태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돈슨의 주가는 하락 중이다.
단풍잎스토리의 운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
평생 가는 악재는 아니다.
저점 매수의 기회로 여기는 시각도 있었는데.
─???: 저점 매수 지렸네 V자 반등 오겠지?
[영화 작전 명대사. jpg]
바닥인 줄 알았지? 지하실 있다
└응 주반꿀
글쓴이― 오정환을 모르니 반꿀 소리가 나오지 ㅋㅋ
└시초가에 손절해라 그게 답이다……
└나만 아니면 뒈에에에에액~~!!
진짜 악재가 터져버리고 만 것이다.
주식 갤러리에서는 유명하다.
오정환의 돈슨 방문.
갈 때마다 반드시 사고를 친다.
그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아는 사람은 아는 신호가 되었다.
─오정환 매매법은 과학이 맞음
뉴비들은 확률 조작 사태만 알 텐데
진짜 공포는 2012년 초였음
돈슨 한창 뜰 때 + 신사옥 이전하면서 대기업 가나??
기대 심리 만빵 찍던 와중에
[하늘에서 캐시값이 터진다? 울상된 돈슨 신사옥 이전 행사. News]
어떤 미친놈이 회장 앞에서 개드립을 침 ㅋㅋ
심지어 그게 생중계됨
조정+공포 매물 쏟아져 나오면서 하방 VI 터지고 5분 만에 5% 올라갔다가 ―20% 찍고 롤러코스터 마무리 이때 돈슨 주주들 ㄹㅇ 지옥이었음
└이것도 오정환 작품이었냨ㅋㅋㅋㅋㅋㅋㅋ
└차트 지옥이네
└팩트) 저때 아직 저점이었다
└연중에 다시 신고점 찍었는데?
게임사가 가지는 가치.
당장의 수익보다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돈슨은 탁월하다.
수없이 많은 히트작을 양산했다.
매출은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단점이 있다면 단 하나.
유저의 평판이라는 아킬레스건이다.
돈슨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다.
"오정환이 돈슨 간다는데?"
"진짜? 아……."
"너 샀냐?"
"바닥 다지고 있고, 외국인 슬슬 들어오길래 진입각인가 싶어서;;"
오정환은 주주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다.
전문 세력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다.
돈슨과 얽힐 때마다 주가가 출렁이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는 물론 기관들도 큰 손해를 입었다.
"차라리 어때?"
"뭐?"
"공매도 치자고. 아마 외국 헤지 펀드들은 다 눈치 깠을 걸?"
"글쎄, 보고하기에 너무 늦은 시각 아닌가."
하지만 학습 효과.
개미증권의 직원들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알려진 악재는 악재가 아니고,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호재가 된다.
'공매도 존나 처박으면 되지 흐흐.'
주가의 하락이 예상된다.
역배에 베팅하는 것을 공매도라 부른다.
거액을 움직이는 기관 투자자의 주 수입원이다.
수십, 수백억씩 던져버리면 주가를 움직일 수 있다.
악재가 뜬 상황에서는 공포 매물까지 쏟아지며 대폭락을 겪는다.
〔개미증권 단톡방〕
「괜찮은데?」
―ㅎㅎ
―그래서 보고드렸죠
「지금 퇴근한 사람도 많고 해서 회의는 안 될 것 같고」
「내일 매물 중에 일부 물량 돌려서 공매도 치는 방향으로 가보자」
반대로 주가가 상승하면?
역배를 건 증권사는 큰 손해를 입는다.
따라서 쉽게 칠 수는 없다고 세간에는 알려져 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이거든.'
개미증권의 이사 강찬용은 공매도 시스템을 잘 이용하고 있다.
개인은 상환 기간이 60일이지만, 기관은 상환 기간이 무제한이다.
기관이 수익을 거두기 쉬운 비결이다.
만에 하나 물려도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하락이 예견되는 상황이라면 특히 더.
「혹시나 해서 참고 서류입니다!」
「[오정환의 돈슨 방문과 주가의 상관 관계. jpg]」
「공매도까지 친다면 확실하게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래
―아주 찬밥 신세로 만들어주자구
「네!」
안 그래도 최근 한국 게임주들은 주가가 불안정하다.
외산 게임들이 들어오며 설 자리를 갈수록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확인된 악재까지 들어간다면.'
폭락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뒤늦게 안 개미들은 패닉이 와서 팔 테고, 20% 이상 떨어졌을 때 다시 주워 담으면 된다.
"우리 돈도 좀 박을까?"
"너도 치게?"
"돈이 복사가 되는데 당연히 쳐야지!"
"하, 나도 칠까."
완벽한 계획이다.
증권사 직원들 스스로가 봐도 말이다.
일부 직원들은 자기 돈까지 베팅하며 주가를 끌어내린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돈을 번다.
개미는 돈을 잃고, 기관은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시스템.
하지만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가끔씩 잊을 때가 있다.
* * *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돈슨 사옥.
『DONXON』
큼직하게 박힌 팻말이 이곳이 어디인지 알려준다.
워낙 자주 왔다 보니 큰 감흥은 없지만 말이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돈슨 직원들한테 개맞는 거 아님? ㅋㅋ
"100개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돈슨에 기여한 게 얼만데 설마요."
―기여한 게 많으니까 문제지
―미국이었으면 총 맞았다……
―회사 입장에서 진짜 싫을 듯ㅋㅋㅋㅋㅋ
―오늘은 어디 조져 놓나요?
걸어서 20분 거리이기도 하다.
마실 나가는 기분으로, 동네 카페 가는 느낌으로 올 수 있다.
'나도 딱히 오고 싶진 않은데.'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장연수를 통해 정식 초대를 받아 유저 대표로 방문했다.
"7층까지 안내 부탁드릴게요."
"직접요?"
"한가하잖아요."
"이거 특별 서비슨데~ 아무나 해주지 않는데~"
프런트에 가자 민하가 보인다.
방송 오디오도 채울 겸 데리고 간다.
─안티푸라민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이 누나 초심 지리네
"지리면 와서 팬가입 좀 해줘요~ 저 퇴근할 때 방송 키는데."
―눈나 나 죽어
―꼭 볼게요!
―정장 미춌다 미춌오
―동피누네
본인도 방송 홍보를 한다.
자신만의 컨셉으로 탄탄한 고정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
주객이 전도된 지 오래다.
직장을 그만둘까, 하는 고민조차 난센스가 되었다.
'전업이든, 취집이든 알아서 잘 하겠지.'
걱정하거나 참견할 시기는 진작에 지났다.
그런 민하와 함께 올라간다.
7층의 사무실에 도착한다.
"안 내려가요?"
"네."
"개빠졌네."
"저 평소에 열심히 하거든요~!"
같이 들어간다.
그 편이 대화 분위기도 살 것이다.
장연수와 썸을 타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
"민하 씨도 오셨구나~ 들어오세요. 차 한 잔 내려드릴까요?"
"디카페인 커피로."
―이 아저씨 정 들겠네
―연수야……
―단풍잎 최종 보스 맞음?
―오정환 무슨 안방이누 ㅋㅋ
표정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나를 볼 때는 풀 죽어있다가, 민하를 보니 환하게 펴진다.
'사내 연애 재밌지.'
나도 많이 하고 있다 보니 공감이 간다.
다소 겹치는 감은 있지만 원래 콩 한쪽도 나눠 먹는 게 한국 사회다.
"과자도 있네. 먹어도 되죠?"
"네……."
'승진하시더니 간식도 좋은 거 드시네."
"저도 가끔만 먹는 건데 가끔만;;"
그런 의미에서 마음껏 먹는다.
총괄 디렉터답게 개인 사무실.
선물을 받은 건지, 직접 산 건지는 몰라도 고급 과자 세트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게 참 내 돈 주고 먹기는 아까운데.'
한입 베어 물자 푸석푸석하다.
그러면서도 과자 속에 스며든 버터에 의해 부드럽게 풀린다.
커피도 한 모금.
사르르 녹아서 넘어간다.
해안의 모래가 파도에 쓸려 내리는 듯한 편안함이다.
"그게 그러니까 그……, 설명을 드리자면 저희도 유저분들의 우려에 대해."
"음~"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는 부분이고."
"이것도 맛있네."
"……."
―개아까워 하는 거 같은데?
―맛있겠다
―저거 검색해보니 3만 원 짜리임
―비싼 과자 다 먹고 가자!
이야기도 대충 듣는다.
이미 전해 받은 내용이고, 잘 알고 있다 보니 형식상 말이다.
'이게 근데 쉬운 문제는 아니야.'
유저 입장에서는 그냥 변명으로밖에 안 들린다.
사정이 있는 건 알겠는데 뭐 어쩌라고?
시정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너희들이 안 한 게 잘못이다.
분명 옳은 지적임이 맞다.
─돈슨개새끼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냥 직원을 더 뽑으면 되는 걸 ㅈㄴ 아낌
"제가 일일이 다 읽을 수가 없어서 100개로 음성 후원을 제한해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돈슨도 돈슨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저희가 이번에 부서를 확충하긴 했습니다. 유저분들의 조언을 뼈에 새기고 마음에 새겨서."
"수식어 빼고."
"…그렇다고 두 배, 세 배 수준으로 늘릴 수는 없어서 업데이트 속도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테면 음식점.
직원 늘려서 박리다매 하면 잘될 것 같지만 안 하는 이유가 있다.
'갑자기 모종의 이유로 주문량이 줄어들면.'
인건비만으로 가게가 망한다.
같은 맥락의 현상이 회사에도 있다.
게임사는 인력도 고급 인력이고, 단순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니 더 복잡하다.
─안물안궁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걸 유저가 왜 알아야 함?
"저희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십사 하고 헤헤."
―아 알기 싫다고 ㅋㅋ
―"해줘"
―더 노력하도록
―그래서 돈슨은 다람쥐 언제 뿌림?
그러한 회사의 사정.
유저가 알 필요 있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게임도 단순히 재밌다고 하는 시대가 아니잖아.'
스물 중반만 돼도 틀딱이라는 소리를 듣는 시대다.
실제로 그 나이쯤 되면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기 힘들어진다.
게임사들도 그 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 팬층을 키운다.
충성 고객들을 확보하여 지지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그런 것이 없다.
돈슨 게임이라고 하면 일단 색안경부터 끼는 것이 한국의 게이머들이다.
자신들 스스로 자초한 것은 맞지만.
"제가 돈슨한테 돈 받아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단풍잎스토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을 했으면 좋겠잖아요?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본 거예요."
―받았구나 형?
―아 스폰서는 ㅇㅈ이지ㅋㅋㅋ
―???: 꾸짖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었다
―콘텐츠로서는 좋네
정신 좀 차리길.
마음속 한 구석에서는 바라고 있다.
그러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사정은 알겠어요. 사정은 알겠는데 지금 직원들이 두 배, 세 배 일하면 되는 거잖아요?"
"지금 직원들이요?"
"지금까지 놀았으니까."
"그게……, 현실적으로 힘들죠."
"아~ 이미 야근을 풀로 하고 있어서?"
"아뇨, 야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진짜 악은 웃는 얼굴 속에 있다.
모두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고쳐지지 않는 데는 진정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회사는 개판이 나고, 유저들은 화가 나있는데 어째서 직원들은 행복해 마지 않는 건지.
그 이유를 정면으로 파헤친다.
'대체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잖아.'
개꿀 빠는 새끼들을 족치러 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