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73화 (573/846)

573화

돈슨 내부에서는 초―비상이 떨어진다.

오정환.

그가 사옥을 방문할 때마다 심심하게 끝났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야, 봤냐?"

"뭘?"

"오늘 돈슨 주가."

"왜? 드디어 회사 망하나?"

"리얼 망하기 직전임 크크."

"올~!"

하지만 남일이다.

적어도 돈슨의 직원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

돈슨 주가

12, 500 ▼1, 000 (9.2%)

+----------------------------

물론 당연하다.

주가가 내려가든, 회사에 악재가 터지든 직원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최소로 잡아도 다음 해.

신경을 안 쓸 수는 있지만.

"우리 ㅈ된 거야?"

"ㅈ되긴 왜 ㅈ돼. 너 혹시 돈슨 샀냐?"

"미쳤어?"

"하긴 차라리 엔씨를 사지."

그것은 회사의 대우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다.

받은 만큼 일하는 건데?

돈슨은 업계 최고의 대우와 복지를 자랑한다.

판교로 사옥을 이전한 이후로는 이직률이 업계 평균의 1/3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만족하며 다닌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개인 공매도 때리고 싶은데."

"공매도?"

"오정환 올 때마다 주가 폭락하잖아. 정보 미리 알고 역배 걸면 개꿀이지."

"올~ 천잰데?"

그렇기에 의아할 수밖에 없는 일.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지만, 회사를 싫어하는 이중성이 성립된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응?"

"옆 부서 오정환 떴나 봐. 다음은 우리 차례인 듯."

"어케 앎?"

"방송 중이잖아."

"아하!"

개발부의 직원들.

오정환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그가 돈슨에 무슨 짓을 했는지를 알면서도 태연하다.

'그냥 이렇게 있으면 되는 건가?'

완전히 남일 같다.

당사자들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지근거리에서 듣고 있다.

명수는 초조하다.

지금의 상황은 분명 위화감이 있다.

자신들끼리는 웃어 넘기지만, 이걸 시청자가 본다면?

큰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이해를 받았으면 싶은 안이한 생각도 사무친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BJ 오정환이라고 하는데요. 잠깐 촬영에 협조해주실 수 있을까요?"

마음이 채 정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가 나타난다.

* * *

자신을 선이라고 생각하는 인간 만큼 상대하기 껄끄러운 타입이 없다.

'모든 사람은 선이 되고 싶어해.'

착한 사람으로 있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대외적인 시선은 물론, 자기 만족이라는 면에서도 마음이 놓인다.

"여러분들의 귀한 시간을 빌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오정환님 팬이에요!"

""하하하~!""

단풍잎스토리 개발부.

내부 분위기는 굉장히 유쾌하다.

올해만 해도 벌써 두 번째 사달이라는 걸 생각하면 의아할 정도다.

"제가 첫 번째로 질문 드리고 싶은 건 최근 커뮤니티의 여론에 관해선데 혹시 아시나요?"

"알죠~."

"다 보고 받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한 일이 아니다.

회사의 방침을 따랐을 뿐이다.

합리화를 하고 있을 거라는 게 뻔하게 그려진다.

'나쁜 사람은 그냥 때리고 욕하면 되는데.'

착한 사람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당할 이유가 없는데 당했다고 착각해버린다.

그렇기에 껄끄럽다.

첫 번째는 이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악행을 자각시키는 것이다.

"유저분들이 원하는 패치가 정말 많거든요. 근데 업데이트 속도가 너무 느리다."

"아 그렇죠."

"아시나요?"

"저희도 빠르게 하고 싶은데~ 사람이 일을 하는 속도가 한계가 있잖아요."

유저들이 돈슨에게 바라는 것.

여러가지 있겠지만 한 줄로 요약된다.

지금까지 싸놓은 똥 치우라는 것이다.

'그 똥을 치우려면.'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한다.

그동안 못한 만큼 피똥 싸면서 해야 잃어버린 민심을 1%라도 찾을 수 있다.

그 대상에 자신들은 포함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열심히 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래도 유저분들이 너무 불편해 하고 계세요. 막 몇 년씩 고쳐지지 않은 버그도 있고."

"아~"

"아 라고 넘길 부분이 아닌 것 같은데."

"알긴 아는데 사생활이 있잖아요."

"사생활요?"

"저녁이 있는 삶. 이것 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요."

""옳소! 옳소!""

단풍잎스토리의 문제들은 사실 별 게 아니다.

세간에 알려진 것만큼 그리 심각하지 않다.

'확률 조작이다 뭐다 해도.'

악의를 가지고 했다기 보다는, 일을 존나 대충 하다가 생긴 트러블이 대부분이다.

코딩 덮어 씌우기.

임의로 공지 생략.

그 외 방치해둔 수많은 버그.

"직원분들 입장 이해하죠. 저도 방송하고 나면 아무 생각 안 하고 푹 쉬고 싶거든요."

"직장인들은 더 힘들어요."

"집 가면 애도 봐야 하고, 집안일도 거들어야 하고, 방어전도 치러야 하고~"

"부장님 방송 욕심 내시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가장 심각한 건 이따위 걸 곪아 터질 때까지 방치한 나태함이다.

그것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제2의 확률 조작 사태도 시간 문제다.

'물론 근로기준법에 따라서 어쩌고저쩌고 해야 되긴 해.'

직원들 입장도 당연히 이해한다.

일손이 부족하면 회사가 직원을 더 뽑아야지.

그래서 그 점을 집중적으로 요구했던 것이기도 하다.

"제가 연수 씨에게 듣기로 이번에 단풍잎팀이 증원돼서 여유가 좀 생기셨다고 하던데."

"에이~ 기존 패치도 해야 되는데 짬 내기가 힘들죠."

"그래도 2시간씩만 더 일을 해주시면 안될까요?"

"에헤이~! 저희도 사람입니다."

"유저도 사람인데요."

""?""

업계 종사자는 아니지만, 회귀 종사자이기는 하다.

돈슨의 내부 사정.

향후에 퍼진 정보로 알고 있다.

'단풍잎팀 존나 개꿀 빤다고.'

돈슨의 주력 게임이자 캐시카우다.

회사 차원에서 전적으로 밀어준다.

인원도 많고, 인센티브도 높게 챙겨준다.

애당초 환경은 좋았다.

거기에서 더 좋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는 이유.

"여러분들이 패치를 잘못해서 일어난 사태잖아요. 그러면 여러분들이 야근을 해서라도 바로 잡는 게 맞죠."

"아니, 그게 회사에서 하란 대로 한 건데 왜 우리한테……."

"이 회사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직원이니까요. 그리고 여러분들만이 패치를 할 수 있으니까요."

""…….""

자신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잘못은 회사가 했고, 욕을 먹는 것도 회사고, 자신들은 뒷짐 지고 지켜보겠다.

'빠칭코 슬롯머신 만드는 주제에 그에 대한 책임은 일절 지고 싶지 않다는 거지.'

빠칭코 슬롯머신 만드는 게임사는 많다.

옆동네 엔X만 해도 아저씨들이 주로 이용하는 슬롯머신 열심히 만들어서 판다.

하지만 적어도 상도덕은 있다.

빠칭코 기계가 고장 났으면 수리는 해야지.

자기들은 선량하고 깨끗한 척 돈만 받아가면 다냐는 이야기다.

"싫은데요?"

"아, 싫어요?"

"저희가 대체 무슨 잘못이에요."

"회사한테 따져 회사한테!"

―이걸실?

―직원들한테 시비 거눜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매매법은 전설이다……

―단풍잎 부서 다 뒤집어 놓음 ㅋㅋ

그것이 먹힐 리가 없다.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다.

착한 척은 가장 보편적이며 효과적인 방어기제다.

* * *

오정환의 방송.

〔단풍잎스토리 갤러리〕

─오정환 미친 새끼얔ㅋㅋㅋㅋㅋㅋ

─복귀하자 마자 사고 치는 그는 도덕책……

─늅질문) 쟤 또라이임?

─근데 ㄹㅇ 돈슨 직원들 답 없긴 하네

당연하게도 생중계 되고 있다.

파프리카TV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만큼 따질 것도 없다.

그 당연함이 만드는 스노우볼.

현장에 있던 당사자들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이었다.

─늅질문) 쟤 또라이임?

돈슨 직원들 대놓고 난감해 하던데

저렇게 다이렉트로 물어보는 게 말이 됨?

└ㅇㅇ

└이걸 들키네 ㅋ

└팩트) 사장 앞에서 캐시값 드립 친 놈이다

└그게 오정환임 뉴비 새끼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커뮤니티가 난리가 난다.

최근 단풍잎스토리에서 불거지고 있는 문제를 노골적으로 거론했다.

당사자들에게 직접 말이다.

그 자체가 엄청난 관심을 끈다.

유저들이 꼭 알고 싶었던 부분을 대놓고 긁었다.

─근데 ㄹㅇ 돈슨 직원들 답 없긴 하네

지들이 패치해놓고 왜 회사 탓임?

회사가 죽으라고 하면 죽을 것도 아니면서

└자기들은 잘못 없다는 분위기더라

글쓴이― ㄹㅇ

└쟤네는 왜 지들은 돈슨이 아닌 척하고 있는 걸까?

└장난인 줄 알았는데 다큐였음

단풍잎의 운영자들.

유저들 입장에서는 딱히 구별하지 않는다.

돈슨이나 돈슨 운영자나 똑같은 악의 축이지.

하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달랐던 것이다.

자신들이 잘못을 했다고 추호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돈슨 고객센터부터가 ㅈㄴ 웃긴 겤ㅋㅋㅋㅋㅋㅋㅋ

문의메일 보내면 어떻게 하는지 앎?

우선 순위 하~상으로 나눠서 분류함

가끔 왜 내 문의는 2주 걸리냐고 징징대는 애들 있는데 그게 '하'로 분류돼서 그런 거 ㅇㅇ 니 문의 하찮다고 └그래서 오정환이 존나 똑똑함. 캐시가 복사된다고 하니까 칼답변 해주더라 글쓴이― 요즘은 그것도 안 통함ㅋㅋ└그냥 지들이 열심히 하면 되는 걸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돈슨만 문제가 아니네

엄청난 충격이다.

돈슨의 수뇌부는 말하자면 머리.

머리를 납득시켰으니 처신 똑바로 할 줄 알았는데 팔·다리가 따로 놀고 있었던 것이다.

단풍잎스토리는 패치가 유독 늦기로 악명이 자자하다.

사소한 버그조차 수정되는데 년 단위가 걸린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유저들도 알아버렸다.

"이 새끼들 뭐지?"

"왜 우리한테 지랄이야!"

"와 방송 하나로 이렇게 언플을 하네."

그러한 커뮤니티의 상황.

돈슨 직원들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자신들의 상상과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아니, X발 우리도 피해자라니까?'

유저들과 자신들은 같은 편인 줄 알았다.

합심해서 돈슨을 쭉쭉 짜내는 같은 편.

그런데 자신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다.

분명히 선에 가까운 자신들을 말이다.

"코찔찔이 돈으로 10조 번 건 김돈슨이랑 임원들인데."

"비난과 책임은 왜 우리가 지는 거야?"

"우리는 월급밖에 받은 게 없어!"

억울하다.

착하기 그지없는 자신들이 욕을 먹고 있는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 돈슨 직원들도 대응에 나선다.

타닥, 탁!

작은 앙갚음.

자신들의 생각을 알려준다.

너희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분별력이 없는지.

〔단풍잎스토리 1.0.597 업데이트〕

신규 이벤트― 「개와 돼지의 시간」

신규 스킬― 「핑크린의 쇼타임」

신규 업적― 「성실한 체리피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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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 사항에 숨겨 놓는 것이다.

얼핏 의미 없어 보이는 단어의 나열.

멍청한 개돼지들은 그 뜻도 모르고서 좋아할 것이다.

"회사 편 안 들고 가만히 있을라니까 감히 우리를 무네?"

"저러니까 개돼지 취급 받는 거지~."

"지들이 좋아서 받치는 주제에."

돈슨도 아니고, 유저도 아니다.

돈슨 직원들은 자신들의 편의대로 이쪽에 붙고 저쪽에 붙는다.

마치 박쥐처럼 말이다.

욕은 먹기 싫지만, 돈은 벌고 싶다.

집단의 폐쇄성이 낳아버린 결과물이었다.

"아 분이 안 풀리네 진짜."

"우리라고 랜덤템 캐쉬템 남발하고 싶나?"

"9시에 출근해서 5시 55분까지 얼마나 빠듯하게 일하는데."

한 차례 분풀이를 했음에도 속이 풀리지 않는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사이트가 하나 있다.

일반 유저들은 보지 않는 곳.

업계 종사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블라인드에 투정글을 작성해 올린다.

〔블라인드―게임〕

─오정환이랑 개청자들 개꿀잼ㅋㅋ

방구석 여포들 욕하면서 부들부들

울먹거리는 거 왤케 안쓰럽냐 ㅋㅋ

업계 종사자들이라면 자신들의 심정을 이해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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