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5화
<진짜 체리피커>
운영진의 깜지.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왔다.
―주말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정환 님 돈슨 변명 올라온 거 보셨나요?
"봤는데 전체적으로 말이 안 되죠. 오류 수정이라는 것도 그렇고."
?오류 수정ㅋㅋ
?사과가 아니라 오류였네
????: 대부분은 버그입니다
?반응은 빨랐음
깜지인지 공지인지는 몰라도 납득이 안 되는 것은 확실하다.
얼핏 그럴듯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원래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야.'
변명이라는 건 만들고자 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대충 끼워 맞춰서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그런다고 내용의 핵심이 바뀌는 건 아니다.
단순한 말장난에 휘둘리는 것도 웃긴 일이다.
개발자 코멘트 : 2007년 방영된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패러디한 표현이었습니다. 개와 돼지는 윷놀이의 도와 개에서 따온 것이었는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미니게임명을 변경합니다.
하나하나 반박을 해준다.
자신들이 얼마나 인터넷 데이터를 낭비하고 있는지.
"난 진골 단풍잎 유저로서 절대 동의할 수 없는 게 단풍잎스토리는 전통적으로 욕설에 매우 민감한 게임이었어."
X발의 X만 나와도 욕설이 필터링 된다.
이 말이 과장이 아닐 만큼 웬만한 단어는 다 치환시킨다.
개새끼= 나쁜애
지랄= 매우
X발= 이런
병신= 아이
기본적인 단어 외에도 띠발, ㅅㅐㄱㄱㅣ, 니애미 등 우회적인 표현까지 전부 말이다.
채금 먹고 펫으로 대화한 경험은 잊을 수가 없다.
'개돼지만 선택적으로 불편하지 않을 수 있냐고.'
사람이든 기업이든 일관성이라는 게 필요하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면 의심 받는 건, 추리물에서 밥 먹듯이 나오는 고전적인 클리셰다.
개발자? 코멘트 : 몬스터들로부터 마술 도구를 강제로 빌린 후 마술쇼를 열어 공격하는 신규 스킬입니다. 몬스터들이 원하지 않았던 마술쇼를 강제로 보여준다는 컨셉이었는데, 의미상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스킬 설명을 변경합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설명도, 표현도 모든 것이 어색하다.
"마술 도구마저 빼앗긴 몬스터들이 원하지 않았던 마술쇼가 진행 중이라니, 문장 자체가 이상하잖아."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니 벌어진 결과물일 것이다.
일반적인 표기였다면 '핑크린이 몬스터들에게 빼앗은 마술 도구로 마술쇼를 펼친다' 이런 식이 되었을 것이다.
개발자 코멘트 : 웹 상의 밈을 패러디해 업적명을 기획하였습니다. 단어가 가진 부정적 의미를 간과했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의도는 없었지만, 고객님이 느끼실 감정을 소홀히 여긴 점 반성합니다.
밈을 패러디할 수 있다.
반성을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근데 그건 그거고.
"이 모든 것을 기획만 한 게 아니라 회의를 통해서 검증도 거쳤을 거예요. 동네 구멍 가게가 아니니까. 그런데 아무도 문제 제기를 안 했다는 게 말이나 돼요?"
?선택적 불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금 ㅂㄷㅂㄷ
?정환이 돈슨 개잘 아네
?(기립 박수)
단풍잎을 별로 안 해본 유저들은 속일 수 있을지 모른다.
혹은 하더라도 현질로 아이템만 삐까뻔쩍하게 두른 속 빈 강정은 말이다.
'펑이요 이런 애들은 속일 수 있겠지. 애가 좀 멍청하니까.'
그리고 돈슨에 충성하니까.
하지만 나로서는 속고 싶어도 속기가 힘든 부분이다.
―큭죽여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명탐정 환난 추리력 지리네 ㄷㄷ
"내가 곧 단풍잎인데 어떻게 속일 건데?"
?캬 패기
?단풍잎 원조 본좌 맞지
?팩트) 팩트다
?자연스럽게 처맞는 펑이요 ㅋㅋㅋ
잘 알고 있다.
많이 봤기도 하다.
비슷한 사태가 차후에는 자주 일어난다.
'GS에서 일어난 사태도 그렇고.'
당연히 아니라고 우긴다.
증거가 빼곡하게 널린 시점에서 억지에 불과하다.
그런 눈 가리고 아웅이 먹히는 건 2000년대 초까지.
소비자도 똑똑해진다.
〔단풍잎스토리 갤러리〕
―오정환 찐텐으로 빡침ㅋㅋㅋㅋㅋㅋㅋ
―오피셜) 돈슨 패치 노트 본 오정환 요약. txt
―단풍잎 욕설 필터링이 빡세긴 하지
―돈슨 변명 ㄹㅇ 구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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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에서는 더더욱.
인터넷 방송이 가지는 파급력은 내 시청자 안에서 그치지 않는다.
커뮤니티에도 퍼진다.
2차·3차의 파급력이 있다.
돈슨의 패치 노트에 준할 만큼 말이다.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근데 진짜로 만에 하나 아닐 수도 있는 거 아님?
"그럴 수 있죠."
?분탕이네
?쳐내!!
?네 가족이 당했다고 생각해도 그런 말이 나올까??
?나는 일단 중립 기어……
물론 추리다.
정식 재판이었다면 이 정도 근거에 피해자의 눈물 한 방울로 승소가 나왔겠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직장 생활이 장난도 아니고. 목에 폭탄 목걸이를 달고 해야 장난질을 못 치는데.'
저런 사건이 일어나도 직원들은 대개 피해를 안 본다.
갖가지 변명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다행이다.
비장의 한 수.
가지고 있는 편이 수월하게 리드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박명수〕
「곧 통화될 것 같습니다」
「점심 시간이라 밖으로 나왔어요」
양심이 있는 직원도 있었다.
* * *
오정환의 반박 방송.
"할 말이 있나?"
"할 말이 있습니다!"
돈슨 내부에서도 당연히 문제시 되고 있다.
장연수의 귀에 들어가 팀장급 회의를 소집했다.
'진짜 곤란한데.'
장연수는 잘 알고 있다.
사태의 해결을 위해 오정환의 협력이 필요한 것도, 그 원인이 직원들에게 있는 것도 말이다.
"윤 팀장."
"예, 이것은~ 운영진과 유저의 소통 부족에서 야기된 안타까운 참사로서……."
하지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사라는 자리는 주위에서 보는 것만큼 파워가 있지 않다.
'요즘 애들은 일을 반쯤 장난으로 여겨서.'
돈슨 내에서도 세대 차이가 나뉜다.
기존 직원들과 판교 이후 전입된 직원들은 성향이 다르다.
까놓고 말해 꿀 빨러 온 느낌이다.
돈슨은 게임 업계에서 가장 편하고 안락한 직장으로 소문이 났다.
"단순한 오해였고, 지레짐작이다?"
"그렇습니다."
"그 발언 책임질 수 있다고 봐도 되나? 다른 팀장들도?"
"물론입니다."
""이견 없습니다~""
라떼는 그렇지 않았다.
야근이 일상이었고, 게임 업계는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게 싫어서 변화를 시키는 거긴 한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풀렸다.
아예 일할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수준.
지금의 변화가 옳은 방향인지 장연수는 항상 고민이다.
'어차피 돈슨 개존망 해가지고 내 게임도 못 만드는데.'
윤 팀장과 휘하의 직원들은 이해 관계가 일치한다.
돈슨은 기존 게임들의 IP만으로 돌아가는 죽은 기업.
신작은 내는 족족 실패한다.
게이머들에게 낙인까지 찍혔다.
직원으로서의 자부심이 생길 리가 없다.
"뭐래요?"
"혹시 시말서……."
"괜찮아! 괜찮아! 입 단속만 잘해."
""네~~!""
사무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평소처럼 업무를 본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것이다.
'니들이 뭐 어쩔 건데?'
세상은 을질이 대세.
자신들이 입 맞춰서 No를 말하는 한, 회사가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사 노조와 노동고용부가 든든하게 서있다.
돈슨 까는 것을 좋아하는 기자들과도 인맥이 닿아있다.
직원이라는 입장을 이용한다.
머리를 조금만 굴리면 편안하고 안락한 회사 생활을 보낼 수 있다.
"개돼지들이 뭉쳐봤자 뭘 할 수 있다고."
"늘 하던 것처럼 돈슨이나 욕하라지."
"어차피 3일 지나면 까먹을 걸?"
개돼지 같은 유저들과 돈만 밝히는 회사.
그 사이에 낑겨 일을 해주고 있으니 이 정도 받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직원들은 생각은 완벽히 통한다.
현재의 생활에 너무나도 만족하고 있다.
쉽게 변할 수가 없는 카르텔인데.
「Maple) 오정환. 돈슨에도 양심 직원이 있네요」_ ? 89, 199명 시청
그렇지 않은 별종도 있었다.
* * *
여파는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모르고 한 거냐고요? 그럴 리가 있겠어요…….>
한 돈슨 직원의 내부 고발.
그 실상은 외부에서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의 것이었다.
신상 보호를 위해 목소리가 변조되었다.
실시간이 아닌 녹음이다 보니 신빙성 문제는 있지만.
"특정되는 직원이 있나?"
"그게……, 알아보고 있습니다."
"자네 부하인데 자네가 모른다는 게 말이 돼?!"
"…죄송합니다."
전례가 많다.
간과할 수가 없는 대상이다.
돈슨은 긴급 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나도 니 부하인데.'
이에 참석한 장연수는 가시 방석이 따로 없다.
회사 임원들에게 둘러싸여 눈총을 받는다.
호통까지 들으니 기가 죽는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저희 단풍잎팀 직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근거는?"
"그 오정환이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사태를 키운 것 같진 않아서."
""…….""
하지만 할 말은 한다.
이런 사태를 한두 번 겪어본 게 아니다.
무엇보다 확실한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민하 씨가 그렇다고 했으니.'
오정환에게 넌지시 들었다.
정말로 직원과 접촉한 게 맞다고.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이야기니 무조건 신뢰한다.
오정환 본인에게도 들은 바가 있다.
이번 사태는 돈슨 측에도 굉장히 유익할 것이라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그와 연락을 해봤습니다."
"뭐라든?"
"협상을 하고 싶답니다."
"허이구야~!
"우리가 얕잡아 보여도 한참은 얕잡아 보였네."
"라떼는 유저에게 대가리 박는 일이 없었는데."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오정환이 회사에 끼친 손해.
글자 그대로 천문학적인 액수다.
'아오 그 X발 새끼.'
'개돼지 대장이 왜 이렇게 똑똑해?'
'이번 분기는 인센티브고 나발이고 없겠구만.'
지금 당장만 해도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공매도 세력이 냄새를 맡았는지 아주 개박살이 나고 있다.
임원들은 일정 수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해야 한다.
실적 개판+주가 하락으로 입은 개인 손해가 어마무시하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개인적인 것 좀 그만해! 그러다가 지하실 뚫고 내려가면 책임질 텨?"
"주가에도, 회사에도 긍정적인 방향 같아서."
""뭐?""
"저희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약간의 호재로는 반전될 수 없다.
개판이라는 이미지만 찍혀 주가를 깎을 명분만 얻는다.
"직원들을? 왜?"
"그래야 패치도 빨리 빨리 되고……, 유저들 입장에서는 좋으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더 좋은데?"
속는 셈 치고 들어본 오정환의 제안은 엄청난 것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는 수준.
'직원이 일을 한다고?'
'옆동네처럼 야근을 한다고?'
'판교에도 등대를 만들 수 있다고??'
마음 같아서는 당연히 응하고 싶다.
직원 등골을 빨아 먹어야 회사의 수익은 극대화된다.
그것이 안 된다.
회사 이미지가 너무 나쁘다.
노조와의 싸움은 불리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빨아 먹었던 것이 유저 등골.
이를 조금 포기하는 대신 직원 등골을 빨 수 있게 된다면 환영하는 장사다.
"현실성은?"
"그냥 뱉어본 말 아닌가?"
"무책임하게 말을 할 사람은 아닙니다. 행동이 다소 파격적인 게 문제이긴 하지만."
"잘 알지."
"알다 마다 아오."
유저들의 민심도 얻을 수 있다.
돈슨으로서는 가장 간절한 부분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얻는 대가.
직원들의 고혈을 쥐어 짜달라.
하루 종일 일을 하도록 닦달하라.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거라면……."
"전문 분야지."
"오랜만에 라떼처럼 일 시켜볼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는 돈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