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76화 (576/846)

576화

내부 고발자의 폭로.

〔단풍잎스토리 갤러리〕

―이쯤 되면 돈슨에 스파이 심어둔 거 아니냐? ㅋㅋ [3]

―단풍잎BJ들은 뭐 했누!

―오정환 그는 신인가? 오정환 그는 신인가? 오정환 그는 신인가? +1―단풍잎팀 내부 고발자 폭로 요약. txt [512] +1024

모아진 장작에 화끈하게 불이 질러진다.

합리적 의심이 확실한 팩트로 드러난 것이다.

―단풍잎팀 내부 고발자 폭로 요약. txt

[돈슨 사원증 인증. jpg]

1. 일 안 함

2. 알면서 방치

3. 유저? 개돼지 취급

└미쳤네

└1번은 관점 차이일 수 있는데 2, 3번은 ㄹㅇ

└진짜 현실이 상상 이상이다……

└형은 계획이 다 있구나?

처음에는 논란이 있었다.

목소리 변조.

녹음 파일.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스케일이 너무 큰 문제다.

하지만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이야기와 사원증 등의 인증.

결정적으로 돈슨에서 인정을 해버렸다.

"아니, 말이 돼?!"

"회사가 직원들을 보호해주지는 못할 망정……."

"우리 욕먹게 작정한 거야 뭐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버린 직원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모르쇠로 일관하려고 했다.

직원들끼리 입만 맞추면 된다.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조용히 있으면 되겠지.

"대체 누구지?"

"이번에 새로 전입해 온 애들 아닐까?"

"아오, 진짜 분위기 파악 못 하나."

그것이 안팎으로 박살이 났다.

안에서는 내부 고발자가 나오고, 밖에서는 회사가 손절을 쳤다.

타닥, 탁!

직원들로서는 억울하다.

지금의 상황은 무언가 잘못되었다.

현장을 모르는 우매한 놈들의 헛소리다.

동종 업계 종사자들이라면 이해해줄 것이다.

마음의 안정이라도 찾으려고 글을 올렸는데.

〔블라인드? 게임〕

―오정환이랑 개청자들 개꿀잼ㅋㅋ

방구석 여포들 욕하면서 부들부들

울먹거리는 거 왤케 안쓰럽냐 ㅋㅋ

└[엔씨소프트] 비웃지 마라 그래도 우리가 만든 게임에 애정 가져주며 하는 유저들이다 └[스타트업] 방구석 여포가 내는 돈 빨아 먹으면서 비웃누

블라인드에 올렸던 푸념글.

어처구니없는 댓글이 달려있다.

윤하림은 30살이 넘어 생긴 이맛살을 찌푸린다.

'엔씨? 우리보다 유저 등골 더 쥐어 짜는 주제에?'

키배를 뜬다.

블라인드는 익명의 공간.

근무하는 회사 이외의 정보는 나오지 않는다.

실컷 떠든다.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를 확확 푼다.

그렇게 마음속의 응어리를 푸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신들이 까이는 걸 본 돈슨 직원. jpg

[돈슨 직원 블라인드글. jpg]

개념 충만한 개발자들에게 조리돌림 당하는 중

└이걸 엔씨가??

└저거 뭔 사이트지? 블라인드? 직원들 모인 사이트인가 └엔씨가 개념인 게 제일 충격이네 └저런 인간이 모여서 지금의 사태를 만들어낸 거구나

캡처가 되어 퍼진다.

사태를 더욱 키우게 된다.

직원들의 진짜 속마음이 필터링도 없이 보여진 것이다.

당연하게도 한두 명일 리 없다.

블라인드의 익명성을 믿고 무책임하게 싸지른 결과물들.

―돈슨 직원으로서 보는 이번 사태

1. 일련의 이슈에 대해 반성해야 하는 건 맞음

2. 다른 회사는 사건 없었음? 우리한테만 ㅈㄹㄴㄴ

3. 코딩 갖고 깔 거면 10년 전부터 레거시 쌓인 코드 라이브 잘 돌아가게 해보고 말해줘. 새로 만드는 게 고치는 거보다 백배 쉬운 상황인데

└[인천국제공항] 쉬우면 새로 만들어

글쓴이? 폐차 하고 새로 사는 게 효율적인 상황에서도 우린 고쳐야 되는 거잖아 이해력 수준 ㅉㅉ└[넷마블] 돈슨 수준 ㅋㅋ└[위메이드] 날 잡고 새로 만들면 되는 거 모르는 줄 앎? 야근하기 싫어서 징징대는 거 속 보인다

속속들이 발굴된다.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까이고 있다.

밖에서 보면 도토리 키재기지만, 안에서는 나름의 규율이 있다.

엔씨 등 유저들의 고혈을 빠는 게임사들.

일 하나는 열심히 한다.

그러니까 충성 고객이 유지되는 것이기도 하다.

직원들끼리도 결속돼있어서 내부 정보가 유출되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돈슨은 일관성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게 어느 부서의 누구 작품일까?"

""…….""

"이미 이렇게 된 마당에 알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사태 수습에만 전력을 다 하자고. 동의하지?"

""……네.""

사건이 쌓이고 쌓였다.

책임의 소지가 명확하다.

단풍잎팀 직원들은 발언권을 상실한다.

장연수가 무게감을 잡고 말한다.

회사에서 내려온 공문.

평소였다면 절대 듣지 않았을 명령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야근을 하라고요?"

"아니, 칼퇴를 못한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최근의 사태가 심각하다.

밀리고 밀린 업데이트를 처리하고, 유저들의 불만이 잦아들 때까지 근무 강도를 올려라.

인사 불이익 및 감봉 조치를 대신하여 내리는 선처다.

빼도 박도 못하는 체크메이트를 선언한다.

"솔직히 게임사 중에 야근 안 하는 곳이 어디 있어? 지금까지 편하게 했으니까 한동안만 좀 참아봐."

""…….""

최대한 우회적으로 써있지만 요지는 하나다.

어떻게든 업무 할당량을 달성해라.

까놓고 말해 야근을 해라.

단풍잎팀의 직원들은 충격의 도가니다.

유저들의 불만이 잦아들 때까지라는 전제가 붙어있기는 해도.

"이렇게는 못 살겠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 포기할 수 없다구요."

납득할 수 없다.

꿀을 빨기 위해 취직한 돈슨.

꿀을 더 못 빤다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직원들은 행동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만에 하나의 사태를 상정하지 않은 게 아니다.

"할 말이 있음!"

돈슨은 게임 업계 최초로 노동 조합이 설립되었다.

직원들의 입김이 강할 만도 하다.

노조지부장이 돈슨 임원진과 협상에 나선다.

단풍잎팀에 야근을 시키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

"뭐, 뭐랍니까?"

"야근 안 해도 되죠?"

"합당한 처사 같은데?"

""…….""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생떼를 쓰는 게 아니다.

노조 측이나 회사 측이나 최소한의 협상 재료는 있어야 한다.

"너희 사고 좀 크게 쳤다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실드를 못 쳐주지."

내부 고발자에 의해 다 까발려졌다.

블라인드에 친 병크도 만만찮게 크다.

믿었던 노조마저 꼬리 자르기를 시전한다.

'아니, 지들도 꿀 빨면서.'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우리가 일을 열심히 할 것 같아?'

단풍잎팀 직원들은 분노에 치를 떤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게 되면 힘들다.

반발부터 나오게 된 건 어찌 보면 필연.

〔친한 대학 동기〕

?야

?너희 회사 자리 비냐?

「ㅎㅇ」

「비긴 하지」

?경력직 우대해주지?

「우대해 주긴 하지」

회사에 대한 복수.

가장 스트레이트한 것은 이직이다.

그냥 때려 치고 다른 회사에 들어간다.

'내가 돈슨 말고 일할 데가 없을까 봐?'

최근 IT 업계는 대호황이다.

후배들도 취업이 쉬워졌다고 신바람이 나서 난리다.

특히 게임 업계.

중국 수출길이 열리고, 모바일 게임이 추가되며 개발자를 모셔 가는 추세다.

경력직인 자신은 더욱 우대 받는다.

돈슨이 아니어도 일할 데는 많다고 생각했는데.

「알잖아」

?뭐가

「업계 좁은 거」

「꿀 빨려고 돈슨 들어간 거 뻔히 아는데」

「사고 쳐서 낙인까지 찍히면 누가 쓰려고 하겠냐?」

?……

「아무튼 우리 회사는 힘들 거야」

「까놓고 말해서 너 여기 오잖아? 1주일도 못 버텨」

그것도 정상적인 직원에 한해서다.

게으르다고 소문이 난 직원을 고용하고 싶은 회사는 없다.

하물며 업계가 좁다.

3N이라고 하면 이름값이 크기는 하지만, 진짜 대기업들에게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소문이 퍼지기 쉬운 구조.

블라인드에서 난리까지 난 탓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지경이 됐다.

「우리 회사 디렉터 또라이야 또라이」

?빛강선?

「그래」

「없는 일도 만들어서 시킨다니까?」

?그까짓 게임 완성도 때문에 직원들만 죽어 나네

「그래, 차라리 돈슨이 천국이다 천국」

게임 업계의 업무량이 살인적이기도 하다.

돈슨처럼 꿀을 빨 수 있는 회사는 사실상 없다.

안 그래도 선택지가 좁아진 마당에 지금 이상의 회사를 찾는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답이 안 나온다.

"윤 팀장님."

"…어?"

"이번에 이직 준비한다고 들었는데 저도 좀 데려가 주시면 안 될까요? 헤헤."

"……."

폐급들이 무더기로 쏟아진 것이다.

게임 회사들은 신경이 곤두서서 걸러낸다.

단풍잎팀 출신이라고 하면 절대 쓰지 않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말았다.

'아니, 정시 퇴근하는 게 뭐 어때서!'

높은 연봉과 인센티브가 거저 주어질 리 없다.

탁월한 실력과 강도 높은 노동이 뒤따라야 한다.

그게 싫다면 낮은 연봉과 편안한 휴식을 보장 받으면 된다.

체리피킹은 용납되지 않는다.

"너도냐?"

"너도?"

"어떡하지? 아……."

"어쩌긴 뭘 어째. 한동안은 여기서 지내야지."

"아 돈슨 X새끼들!"

소문이 다 났기 때문에 재취업의 길은 막막하다.

회사의 통보대로 늘어난 근무 일정에 응하는 수밖에 없다.

"디렉터님!"

"응?"

"야근 수당은 챙겨주시는 거죠?"

"어림도 없지. 포괄 임금제."

""으악!""

판교의 등대가 개설된다.

* * *

기업을 상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은 바로 여론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미련해서는 안 되지.'

집단을 적으로 돌리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없다.

협상의 여지는 항상 남겨두어야 한다.

<정환 씨!>

"네, 전화 받았어요."

<아, 이게 진짜~ 뭐라 말씀 드려야 하지.>

"일단 목소리를 들으니 안심이 되네요."

<네?>

"좋은 일 같은데."

<아, 네 좋죠! 좋다마다요!>

다행히 일이 잘 풀린 마당이다.

Win? Win.

가장 이상적인 결과이지만, 불가능에 한없이 가까운 일이기도 하다.

'제3자를 족치면 간단한 일이지.'

운영자들이 일을 하게 만든다.

돈슨과 유저들이 싸울 때 방관하며 히히덕거리던 이들.

<정환 씨니까 드리는 말인데…….>

"예."

<이거 어디 가서 말하시면 안 돼요?>

"네, 당연하죠."

<요즘 애들은 진짜 일도 안 하고, 업무 속도도 너~무! 느려 가지고.>

모든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전태일 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쌓아 올려진 권리가, 일부 체리피커들이 개꿀 쪽쪽 빠는 데 쓰여져서는 안 된다.

게임 개발자로서 긍지가 있다면 자기 잘못 정도는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런 사람이 한 명 있는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명수 씨는 어떻게 됐어요?"

<괜찮습니다. 아무 문제없습니다.>

"그래요?"

<똘똘한 친구고, 정신머리도 드물게 똑바로 박혀있어서 부사수로 쓸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

내부 고발자.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그 보상도 받게 되어 가슴을 쓸어내린다.

흔한 헬조선의 내부 고발자. jpg가 되었다면 굉장히 안타까웠을 것이다.

장연수가 신경을 써준다면 괜찮을 것이다.

'선례가 생겨야 다른 사람들도 본받게 될 테고.'

최소한 눈치는 보게 된다.

썩어 문드러진 돈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시발점이 내가 되었다고 하니 조금은 보람을 느낀다.

<임원진분들도 굉장히 흡족해 하시고 계십니다.>

"오~"

<사실 이게 참 회사 내부적으로 앓고 있던 안건이었어서.>

"아~"

<그리고 대표 이사님도.>

"네?"

그 정도가 내가 상상하던 이상의 것이었다.

돈슨 개새끼!

돈슨 X새끼!

욕을 하다 보면 경시하게 되는 감이 있지만, 국내 게임 업계에서 존재감은 엄청나다.

'암살자 한 명쯤은 충분히 고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원한을 사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돈슨 말고 다른 게임사를 괴롭혀야 하나 고심하던 차.

<정환 씨를 한번 뵙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요? 저도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아뇨, 최대한 빠르게.>

"……."

생각지 못한 일정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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