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화
3개월 만에 복귀한 오정환의 첫 행보.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Gamer」
5시간 전。
#오정환#돈슨#정의구현
[돈슨 직원 녹취록. jpg]
오정환 첫 방송부터 한 건 했네요
꿀 빨던 돈슨 직원들 정의구현행ㅋㅋ
?진짜였나요 이게?
?월급 루팡놈들이었네
?어쩐지 패치 속도 개느리더라 ㅋㅋ
?옆동네 롤 반만 따라가 봐~
그도 그럴 게 민감한 부분이다.
노동자의 권리는 현대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사회인일수록 더 신경을 쓴다.
SNS와 일반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부정적인 여론이 있었지만.
「단풍잎유저」
12시간 전。
#단풍잎#운영자#치리피커
[성실한 체리피커 업적. jpg]
단풍잎 운영자들이 성실한 체리피커 업적을 만든 이유 본인들이 체리피커였던 거임
?ㄹㅇ 억울할 만했네
?자학 개그였는데 이걸 몰라줌
?와 운영자 X새끼들
?몇 년 동안 버그 방치한 이유갘ㅋㅋㅋㅋㅋㅋㅋㅋ
당위성이 인정받는다.
모두의 권리.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쟁취한 사회적 울타리를 악용하는 얌체들이 있다.
'을질'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얼핏 회사만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돌고 돌아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뉴데일리? 「유저 우롱한 '단풍잎스토리', '체리피커'는 자신들이었다」
전자신문? 「"직원들이 일을 안 해요" 내부 고발자의 충격적 폭로」
오마이뉴스TV? 「단풍잎스토리 불만 ‘폭발’…… 돈슨 연신 “죄송"」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 끊은 것이다.
대국민적인 공감대를 가지게 된다.
2차·3차 확산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돈슨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가속화된다.
신문에는 물론 뉴스에도 나오고, 그것은 곧 암묵적인 합의를 이끌어낸다.
"아니, 내 1억도 돈슨 X새끼들이 일 안 해가지고 묶인 거잖아 진짜!"
?네?
?그건,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럼ㅋㅋ
?펑이! 펑이!
돈슨 직원들이 얼마나 잘못을 하고 있는지.
돈슨 게임을 해본 유저들이라면 짐작 가는 바가 하나씩은 있다.
'캐시에는 왜 이자가 안 붙냐고 X발!'
펑이요는 아직도 확률 조작 사태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캐시샵에 들어가는 것에 노이로제가 생겼을 지경이다.
그것은 곧 돈슨을 향한 강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안 그래도 벼르고 있던 참에 사건이 제대로 터진 것이다.
―펑이요의충신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환피셜) 펑이요는 멍청해서 돈슨이 능욕해도 속는다
"안 속아! 내가 바보 멍청이도 아니고……, 패치 노트 보자마자 바로 눈치 깠지."
?안 그랬던 거 같은데
?님들 ㄹㅇㅋㅋ만 치세요
?어금니 꽉 깨물었네
?효과 확실하누 ㅋㅋ
기름까지 끼얹어진다.
일부 BJ들과 인플루언서가 가세하며 여론을 키우고, 합리성을 부여하는 데 일조한다.
단풍잎의 업데이트 속도가 날이 갈수록 빨라진다.
결과가 나왔다 보니 여론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
―블라인드 눈팅 하는데 유저들이랑 여론이 다르네
스마게 = 일 너무 많이 시킨다고 윗대가리 (빛강선) 욕함돈슨 = 복지 좋아서 평생 일하고 싶다고 하고 유저들 멍청하다고 조롱함└진짜 개빠졌나 보네……
└돈슨 복지 존나 좋음. 1등 없는 이중가챠를 판매하고 있으니 돈이 남아도는 거지 └돈슨 직원 월급은 가챠로 줘야 한다
└니들 칼퇴는 우리가 막는다^^
자칫 곡해될 여지도 있었다.
선을 조금만 달리하면 돈슨의 편에 서서 갑질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자발적인 협조와 돈슨에 대한 원한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
오정환이 성공적인 복귀를 알린다.
"…뭐?"
그러한 세간의 파동.
개미증권의 이사 강찬용의 귀에도 들어간다.
최근 가장 열중하고 있던 종목이다 보니 당연하다.
"돈슨이 완전히 뒤집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 좀 더 공매도 칠까?"
돈슨의 주가를 주도적으로 끌어내렸다.
회사의 사활을 걸 만큼 엄청난 금액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주가가 25% 가까이 빠졌다.
지금 시세로 회수한다면 수백억 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여기서 더 빠지게 된다면 대박이다.
회사의 2년 치 수익을 고작 며칠 만에 벌어들일 수 있을지 모르는데.
"그게……, 슬슬 숏커버링 들어가는 게 좋아 보입니다."
"돈이 복사가 되는데 왜?"
"호재로 보는 시각도 일부 있어서;;"
돈슨이 난리가 났다.
그 자체만 보면 악재로도 생각된다.
공매도를 잔뜩 친 찬용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더욱.
'안 그래도 욕먹는 기업이 더 먹고 있다며?'
같은 기사를 보더라도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싶은 건 모든 투자자의 공통된 심리다.
그러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
"돈슨이 이번 분기를 제외하면 매년 성장하는 추세인데 여기서 발목을 잡은 게."
"평판이잖아."
"그리고 노조 리스크죠."
돈슨은 외산 게임이 들어오며 직격탄을 맞았다.
전부터 발목을 잡던 운영 문제가 더 심각하게 거론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원인이 밝혀진 것이다.
직원들의 근무 태도가 크게 개선되었고, 유저들도 돈슨의 대응에 호평일색이다.
'…….'
도출되는 결과.
차분하게 머리를 식혀보면 알 수 있다.
한 증권 회사의 이사가 그 정도도 모르지 않다.
"다른 기관이나 외인들의 동태는?"
"주가가 폭삭 주저앉은 만큼 한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내일 당장 숏커버링 진행해!"
이성적으로 대처한다.
기관의 매매 방식.
하루 전에 계획을 세우고, 다음 날 이행하는 식이다.
숏커버링.
공매도로 빌려서 팔았던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행위.
개미증권의 직원들은 이튿날까지 목표량을 채울 계획인데.
"돈슨이 노조리스크가 없어졌다고?"
"I can't stand it!"
전세계를 움직이는 주식 시장에 눈치 빠른 사람이 한두 명일 리 없다.
공매도가 아니면 돈을 못 버는 한국 기관들과 달리 외국 기관들은 훨씬 스마트하다.
한국의 아침.
코스피가 열리기 무섭게 행동에 나선다.
개미증권과 눈치 빠른 외인들이 돈슨의 주식을 엄청나게 매입한다.
"어?"
"지금 돈슨 상승 속도 미친 것 같은데요?"
"데드캣이야? 아니면 재료가 있나?"
거래량이 급등하게 된다.
무언가,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다른 기관들과 외인들이 사태를 눈치채게 되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노조리스크 해결?"
"네, 그동안 주가가 많이 내려가기도 했고……."
"저평가네. 일단 사!"
기관이라고, 외인이라고 같은 편이 아니다.
개미를 먹는 것도 맛있지만, 살점이 많은 기관이 훨씬 더 맛있다.
개미증권이 처한 상황.
대충 어떤 것인지 깨닫는다.
이 바닥에서는 가끔씩 있는 병크다.
돈슨의 주식을 사기 위해 기관들이 몰린다.
자연스럽게 주가는 급등한다.
개미증권은 위기에 몰린다.
'돈이 삭제가 되고 있는데!'
공매드를 치면 팔았던 만큼 다시 사야 한다.
주가의 급등과 겹치면 숏스퀴즈 현상이 일어난다.
차후의 게임스탑과 비슷한 사태.
개미증권의 강찬용 이사는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매입 멈출까요?"
"이대로 매입 목표치를 다 채우면 천문학적인 손해가 생길 것 같은데……."
하지만 기관들은 필살기가 있다.
공매도를 친 주식의 상환 기관이 무제한.
그냥 가만히 뻐팅긴다는 전략이 존재한다.
리먼 브라더스 같은 사태가 터져 주가가 급락할 때 되사면 최소 손해는 보지 않는다.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의 비결인데.
'그것도 성장주가 아닐 때나 가능하지……!'
단순히 물건을 떼다 파는 게 아닌, 새로운 기술로 시장을 석권하는 회사.
전망만 좋으면 꾸준하게 우상향한다.
그 성장 가능성에 날개가 달렸다.
저평가를 할 재료가 소멸된 것이다.
강찬용은 개미증권의 사운을 걸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
1분 1초가 급하다.
주식이 0.2%만 더 올라도 수십억 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한다.
지금이라면 추정 손실 300억으로 끝낼 수 있다.
"매입해."
"치트키 안 쓰고요?"
"그냥 뻐팅기면……."
"안 쓰고 싶어서 안 쓰겠냐? 빨리 모든 수단 동원해서 쓸어 모아!"
짧은 기간 돈슨의 주가가 급등한다.
* * *
"들어요."
"예, 실례하겠습니다."
일식집.
잔에 투명한 사케가 따라진다.
어른이 주는 술을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꿀꺽!
시큼함이 퍼지며 은은한 단맛이 따라온다.
좋게 말하면 고급 백세주맛.
나쁘게 말하면 싱거운 소주맛.
'사케는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일본술은 적정가의 10배는 비싸기로 유명하다.
안 그래도 프리미엄이 붙었는데, 수입사들이 장난질까지 쳐서 현지가의 3~5배 정도 높여서 판다.
하지만 비싼 건 비싼 것.
이런 대접을 받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돈이 많으신 분과 독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장님, 근데 어쩐 일로?"
"최근 일 때문은 아니고, 정환 씨와는 한번 만나고 싶었어요."
한국 부자 랭킹 10위권.
돈슨의 대표이사 김돈슨과 식사 자리를 가지고 있다.
최근 일 때문이 아니라고 하는 점을 미루어봐 최근 일 때문일 것이다.
'워낙 여러 가지 사건·사고에 얽혔으니까.'
신경이 안 쓰이기도 힘들 것이다.
장연수에게 연락을 받았고, 나도 관심이 있어 만나게 되었다.
"정환 씨 보기엔 어때요?"
"네?"
"나에 대한 선입견이나 궁금한 점이 있을 것 같은데."
"인상이 좋아 보이십니다."
"허허."
돈슨의 이미지와 달리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걸어온 행보는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사실 기업의 이윤 추구는 사회 환원만 제대로 하면 참작이 돼.'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돈슨은 의외로 제대로 했다.
직원 고용, 노동 인권, 투자 확충 등.
나머지 3N에 비하면 천사다.
비교 대상이 워낙 폐급이긴 하지만 더 나은 병신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돈슨이 불쌍하지 않은 이유는.
"정환 씨에게 불편한 자리라는 걸 알아요. 속마음을 꺼내보라는 것도 무리한 요구고."
"아닙니다."
"제가 먼저 다가가는 것이 순서겠죠. 사실 정환 씨와 같은 유저들 입장에서 오해하기 쉬운데……."
업보라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 것은 원래 힘들다.
'나중에 잘한다는 선택지는 사실 자기 만족이야.'
그 밥에 그 나물.
직원들도 사장을 닮은 걸지도 모른다.
회사의 사정을 다 알고 있음에도 동정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돈 많은 사람과 친해져서 나쁠 것은 없다.
방향이 긍정적이라면 더더욱.
김돈슨 대표이사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돈슨월드를 만들고 싶어요."
"아, 그래요?"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자랑스럽게 돈 쓰러 가는 곳, 한국의 디즈니를 만드는 게 저의 목표에요."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좀 많아 보이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싸지른 똥 때문에라도 냄새가 나서 안 갈 것이다.
'디즈니랜드나,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갔는데 캐릭터부터가 밉상이면 누가 가겠냐고.'
돈슨의 상황이 그러하다.
창업자가 꾸고 있는 행복한 망상은 이뤄질 가능성이 전무하다.
지금의 10대, 20대가 부모 세대가 될 텐데.
돈슨월드라는 이름만 들어도 ㅈ같은 곳을 굳이 갈까 싶다.
"유저들의 생각은 저도 알고 있어요."
"아, 네."
"최근의 사건들을 계기로 변화하고 있으니 그 부분은 정환 씨가 오해 없이 전달해 주면 좋겠어요."
그 똥이 조금은 치워졌다.
나를 식사 자리에까지 부른 이유.
당장의 실익보다 이미지 개선이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
딱히 별 생각은 없다.
인맥이 생긴다면 좋은 일이다.
지금부터는 조금 진지하게 개인 방송을 목표하고자 하니까.
'성공이라.'
그다지 마음에 두고 싶지 않았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