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화
<멸망전>
보라판.
〔개인 방송 갤러리〕
―똘이 급발진 뭔데?
―똘이좌 할 말은 하눜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정리 좀 개추 줌 ㄱㄱ
―오정환은 대체 뭐 하고 다닌 거냐? ㅋㅋ
.
.
.
기존의 삼대장이 사라진 공백에는 또 다른 관심이 차오른다.
오정환의 공백기에도 꾸준하게 돌아갔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개인 방송 갤러리에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카레고로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게 사실이면 ㄹㅇ 소름인데?
"네, 그래요……."
?오정환 이 새낔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이건 역대급인데
?똘이 갑자기 뜬 게 이제야 이해 가네
?역시 보라의 神……
BJ똘이의 방송.
최근 몇 달 사이에 급성장했다.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겪으며 큰 인지도를 얻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어그로가 곧 콘텐츠가 되는 파프리카TV는 눈에 띄는 신인BJ들이 이따금 나온다.
"여름 언니도 승우 선배……, 아니 정환 님이 소개시켜 준 거고, 방송 장비 같은 것도 다 해주셨어요."
?와 뭘 한 거야 진짜
?인생이 보라 그 자체였누
?정환님? ㅋㅋ
?여자식 화법 ON
그것이 오정환의 작품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이 본인의 입으로 밝혀진다.
폭로.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츄에이션이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몰린다.
혹시 더 자극적인 정보가 없는지.
노련한 보라판 고인물들이 물고 늘어지며 화제를 더욱 키운다.
―어그로끌러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개X새끼네 신입생한테 집적대는 복학생 ㅇㅈ?
"아, 아니에요! 좋은 오빠에요. 좋은 오빠이긴 한데 그냥 좀 짓궂어서……."
?말이 계속 바뀌네
?아 죽일 놈이라는 거야 뭐야
?그래서 폭로한 이유가? 그래서 폭로한 이유가? 그래서 폭로한 이유가?
?아 몰랑!
소영으로서는 화가 잔뜩 났다.
속았다는 기분.
오랫동안 같이 있었으면서 자신에게 아무런 언급도 한 적이 없다.
심지어 해명조차 안 한다.
학교에 오지 않는 건 물론이고, 카톡이나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있다.
'나한테 이상한 짓도……, 해놓고.'
그 정도라면 놀라고 말았을 것이다.
승우 오빠도 승우 오빠 나름의 사정이 있을 테고,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단정 지을 게 아니다.
그렇게 넘기기에는 보통 사이가 아니었다.
적어도 소연은 그렇게 생각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연애라는 감정.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고……, 계속 물어보시는 나쁜 일은 없었는데……."
?그럼 혼자만 알고 있던가
?감히 '오정환'을 건드네
?반으로 갈라져서 죽어!
?오늘 채팅창 개판이네 ㅇㅅㅇ
이걸 솔직하게 말하면 어떻게 될지.
모를 정도로 머리가 안 돌아가진 않는다.
그도 그럴 게 혼자 있을 때 떠올리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렇게 크고 냄새도 이상한 걸…….'
막 만지게 했다.
스킨십도 야하고 끈질겨서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남자들은 물을 빼야 한다고 하니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
아랫배가 뜨거워진다.
고양된 기분을 잠재우려다 보니 처음으로 이상한 짓을 하게 되었다.
나쁜 일이다.
하면 안 되는 행위다.
자제하려고 해도 그를 떠올리면 몸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이게 다 승우 오빠 때문이다.
강한 원망과 함께 애착이 차오르고 있었다.
―오정환 진짜 미친 새끼긴 하네 ㅋㅋ
방송 정지 기간에도 보라판을 휘어 잡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냥 듣보잡 듀라한을 여캠으로 키워버렸어
└얼굴 보고 감이 왔겠지
└고스트 보라왕이었누
└MC몽처럼 정체 숨기고 활동했구나 네 이놈!
글쓴이? ㄹㅇㅋㅋ
그런 소영의 생각과는 별개일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의 반응.
들은 그대로만 듣고 판단하니 말이다.
한술 더 뜬다.
늘여진 재료들을 토대로 뇌피셜을 창작하는 건 개인 방송 갤러리의 일상이다.
―똘이<<이년 입벌구 냄새 안 나냐?
처음 뜰 때도 여름 지인으로 뜨고
슬슬 약발 떨어질 때 되니까 오정환 팔아먹는 거 같은데 └오정환 설계가 아니라 이용하는 거다?
└이게 인맥 사회지
└주위 지인이 우연히 대한미국년이고, 오정환임ㅋㅋㅋㅋㅋㅋㅋㅋ└올려
그녀과 뜬 과정.
보라판 시청자들이 깊이 얽혀있다.
타임라인 순으로 자세히 알고 있는 시청자도 많다.
너무 공교롭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파프리카TV의 특성상 인맥으로 데뷔하는 BJ가 자주 있지만, 그것은 대개 확실한 연결고리를 가진다.
―그 정박아년 방송 내용 정리해옴. txt
1. 뜬금없이 여름 지인이라고 밝힘
2. 뜬금없이 얼굴 공개함
3. 뜬금없이 오정환 지인이었다고 밝힘 (??)
1~3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한 거고 방송에서 직접 들었던 거 판단은 알아서 ㅋㅋ
└아무튼 내가 들음ㅋㅋ
└뜬금없누
└그냥 학교에 유명BJ들 다닌다니까 졸졸 따라붙어서 친한 척한 느낌인데 └혹시 대준 거 아니냐? ㅋ
상황이 다소 특수했다.
활동을 쉬고 있는 유명BJ.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합동 콘텐츠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 유명BJ와 아는 사이다.
단순히 지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어그로가 확 끌렸고, 방송적으로 큰 이득을 보게 되었다.
그것이 한 번이 아니고 두 번.
반복이 되자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이야기의 진위를 떠나서 의도가 말이다.
'…….'
이해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도 있다.
파프리카TV에서 인기란 곧 돈과 명예.
의도적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일으키는 경우도 심심찮다.
개인 방송 갤러리 특유의 억측까지 더해지며 사태가 커진다.
소영으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똘이의 방송국〕
―'우연히' 여름이랑 친구고 '우연히' 오정환이랑 지인임 ㅋㅋ [17] +5
―이 년 또 사고 쳤냐? [3]
―그렇게 자신 있으면 오정환이랑 합방 ㄱ [7] +21
―화 내지들 마시고 잔혹한 천사의 테제 듣고 가세요 ㅇㅅㅇ ?10.
.
.
또 방송국이 난리가 났다.
지난번에 왔던 이상한 녀석들이라는 사실을 그녀도 더 이상 모르지 않는다.
'그냥,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한 것뿐인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 뿐.
자신의 말을 이상하게 해석하는 청개구리 같은 녀석들이다.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말할 수도 없다.
소영은 혼자서 끙끙 앓으며 괴로움을 삼킨다.
'승우 오빠.'
침대 위에 누워 베개를 꼭 안는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항상 그가 해결해줬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
그보다 더 괴로운 건 자신이 어떻게 생각되는지조차 알 수 없는 현상황이었다.
찌걱!
외로워질수록 아랫배가 뜨거워진다.
애타는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 * *
맹점.
BJ 생활을 하다 보면 간혹 있다.
'딱히 치매에 걸린 게 아니라.'
신경 써야 하는 대상이 많다 보니 까먹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상당히 중요한 일임에도 말이다.
―검은수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똘이가 정환이 아는 척 엄청 하던데 ㅋㅋ
"음……."
?뭐야 그 듣보잡은
?하여간 뜨려고 발악을 함
?걔 귀엽긴 하던데
?정환님 한국대라는 게 사실임??
소영이.
친애하는 후배다.
하지만 깊은 관계를 맺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소영이가 본 나는 착하고, 훈훈하고, 스마트한 존경하는 선배 정도겠지만.'
학교에서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가끔은 나태하고, 비바람을 맞고 싶고, 나라는 인간의 약함에 절망하기도 한다.
나를 아는 애들이라면 씹으면 씹는구나.
적당히 생각해도 될 일에 의미 부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커뮤니티에는 이미 이야기가 올라오고 있는 걸로 아는데, 자숙 기간 동안 미뤄둔 학업을 했었던 게 맞습니다."
?오
?학교 다시 다닐 이유가 있나
?여기까진 팩트
?뭔 짓을 하고 다닌 거임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도 그러하다.
대학생이 학교에 다닌다.
당연하다면 당연할 일이 인플루언서가 그런다고 하니 특이하게 보는 것이다.
'봄이만 해도 그렇고.'
알려지면 딱히 좋을 것은 없다.
우리 봄이처럼 항상 순진무구하게 지낼 자신도 없어서 더더욱이다.
애당초 한 번 졸업한 학교.
두 번 졸업하는 것은 군대 두 번 가는 것만큼이나 끔찍한 일이다.
―osa6974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와 진짜 맞구나! 오빠 저 승아에요 ㅎㅎ
"아 승아, 승아 알지! 승아 사진 보여줘도 돼?"
한숨 돌릴 생각이었다.
숨이 꽉 막히는 BJ업계에서 벗어나 0에서부터 새로이 대인 관계를 구축해본다.
'만렙 찍고 부캐 만든 느낌이라 재밌어.'
그런 신선함.
대학교 시절에나 느껴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나이 먹고는 더 이상 할 수 없으니 시간이 생긴 김에 다녀봤다.
「승아 사진. jpg」
수확도 적잖이 했고 말이다.
여대생.
모름지기 여자란 어릴수록 좋은 것이다.
"물 좋더라고요, 아니 같이 강의 듣던 후배인데 예쁘고 착합니다."
?물 뭐요? ㅋㅋ
?대학이 아니라 클럽을 갔다 왔누
?여캠 꿈나무 ㅓㅜㅑ
?역대 최악의 BJ……
방송 콘텐츠로도 좋다.
일반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두근거림이 있다.
'보라판 고인물들은 역으로 여캠만 보다 보니까.'
수요가 있다.
가끔씩 합방 콘텐츠를 하면 흥행이 보장될 것이다.
―어그로끌러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똘이도 아는 후배임?
"소영이도 그래요. 방송을 한다는 걸 알았는데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하길래 안타까워서."
소영이도 같은 맥락.
친하게 지내는 후배다.
방송을 하고 있다길래 이러저러 가르쳐주었다.
"그러니까 제 후배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보라판이 워낙 사건·사고가 많다 보니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걔는 그냥 별풍선 받은 걸로 치킨 한 마리 시켜 먹으면 좋아하는 애니까."
?진짜였어?
?ㄹㅇ 방송이랑 판박이네
?믿고 있었다고 젠장!
?학교 선배가 오정환 ㅓㅜㅑ
극성 시청자들에게 시달리는 것.
일반 시청자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괴롭다.
적어도 고통받을 일은 없도록 신경을 써준다.
딱 이 정도 선이 적절할 것이다.
'방송적으로 얽힌다는 게.'
일상 생활에서 친하게 지내는 것과는 다르다.
시청자들의 눈을 의식해야 하니 말이다.
괜시리 부담만 커질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소영에게 방송은 취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제 사생활 얘기는 이쯤 하고 멸망전 열린다면서요?"
?ㅇㅇ
?이번에 참가진 개화려함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팀 생기면 대박인데
?참가할 의향 있으시나요?
언급을 할수록 어그로들의 표적이 된다.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며 시청자들이 다른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관심이 있었기도 하고.'
멸망전.
파프리카TV의 대표 콘텐츠다.
멸망전 외에도 FLL 등이 있지만, 이 시기에는 아무래도 이게 흥했다.
2014년을 기점으로 롤방송이 확 커지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나로 인해 앞당겨졌지만, 큰 분기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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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 BJ멸망전 사전 안내』
안녕하세요
LoL BJ멸망전 담당자입니다.
파프리카TV는 e스포츠의 성장과 함께 해왔습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자체적인 대회 콘텐츠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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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한 명의 BJ로서도 이런 빅 이벤트에 빠져서야 섭할 노릇이다.
'일단 참가자부터가 화려해서.'
현 시점이 아닌, 차후의 시점으로 본다면 더더욱이다.
작년의 러너리그 만큼이나 어처구니가 없다.
―어둠의다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보황팀이 다크 영입했어요!
나로 인해 생긴 변화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