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1화
멸망전.
일반적인 롤 대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고문관을 한 명씩 낀다.
"정환이가 참가한다고요? 코와이네~ 걔 요즘 뭐 프로게이머 아니여?"
?요즘이 아니고 1년 전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잘할 걸?
?우승 후보여
?이 팀도 형만 잘하면^^
그것도 아주 폐급 중의 폐급으로 말이다.
BJ보황의 방송.
실버 티어인 그를 중심으로 하나의 팀이 꾸려졌다.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벌써부터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 보황팀에 빡센 경쟁자가 생긴 셈이지만.
─술겁나먹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형이 오정환 브론즈5 보냈었는데……
"내가 정환이 롤 스승이잖여. 제자와 스승의 격돌이여~!"
?네?
?이건 오정환 이야기도 들어봐야 ㅋㅋ
?대체 뭘 했길래 챌린저를 브론즈에 보냈누
?롤스승의 잘못된 예시……
팀장인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참가에 의의가 있다.
멸망전은 파프리카TV의 대축제.
상금도 상당하고 시청자들의 관심도 크지만, 결과에 목을 매는 LCK와는 다르다.
과정이 재밌으면 된 거지.
'…….'
그런 보황과는 생각이 다르다.
팀원들은 진지하게 우승을 노리고 있다.
<보황형 오정환이랑 친하나 본데?>
<브론즈5였대 크킄>
<처음부터 챌린저였던 우리 다크님이랑은 격이 다르지~>
그것이 팀내의 중론이기도 하다.
롤은 티어가 곧 깡패.
보황팀의 실질적인 우두머리는 따로 있었다.
―――――――――――――――――――――+
『보황팀』
TOP: 더사이
JGL: 보황
MID: 다크
ADC: 나는상놈
SPT: 나는눈꼽
+―――――――――――――――――――――
무려 챌린저 1위.
솔로랭크에서 손에 꼽히는 게 아닌, 첫 손가락의 실력을 자랑한다.
그 외 나머지 팀원들도 전부 챌린저 티어를 유지하고 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다크 세기말때 오정환테 개발렸는데 ㅋㅋ
"어, 진짜? 스고이네~! 그때 하필 던파 신규 던전 나와서 그걸 못 봤네!"
?던파는 ㅇㅈ이지
?보황 세기말 안 함?
?어차피 실버라 세기말 안 했잖아ㅋㅋㅋㅋ
?그저 '던'
오정환의 참가로 양상이 달라진다.
인기BJ일 뿐만 아니라 LCK에서도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실력자.
'오히려 좋아.'
그럼에도 다크는 여유를 잃지 않는다.
시즌3 세기말 당시 체면을 크게 구겼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화위복.
수많은 대리기사들을 덮친 영구정지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다.
이후로 실력도 갈고닦았다.
오정환과 다시 진검 승부를 겨룰 날이 오길.
바라고 있던 것 오히려 이쪽이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다크 똥 씹은 거 보솤ㅋㅋㅋㅋㅋㅋ [3]
─오정환이 맘만 먹으면 다크 개박살 아님? [7] +1
─멸망전 라인업 미쳤네 ㅓㅜㅑ
─팩트) 오정환은 딱 물로켓 대회 우승자임 [69]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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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는 대리를 관두고 본격적으로 BJ를 하고 있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천상계 실력파 방송을 지향한다.
원래도 인지도가 높았다.
그런데 방송까지 하게 되니 탄탄한 팬층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팩트) 오정환은 딱 물로켓 대회 우승자임
[물로켓 쏘는 사진. jpg]
이 사진을 보면 뭐가 느껴짐?
초등학생 때는 멋있어 보였지만 나이 먹고 보면 그냥 애들 물장난 클끼리도 퇴물 틀딱 돼서 은퇴했지?
오정환도 옛날 수준으로는 이제 못 살아남는다 ㅇㅇ
└클끼리는 왜 패는데
└시즌2에는 피지컬이 불편한 도움반 클현우도 우승했지 ㅋㅋ└벌써 틀딱이야?
└속이다 시원하누 ㄹㅇㅋㅋ ^물로켓^ 찌이익
오정환이 방송을 하지 않던 사이에 말이다.
다크의 극성 팬덤은 철빡이에 비견될 만큼 악명이 높다.
1년 전과는 다르다.
다시 붙으면 반드시 이긴다.
그를 뒷받침하는 논리도 탄탄하다.
─환갈들 오정환 신격화 하면서 빨아주고 있는데
오정환 라이벌 누구?
고전파 ㅋㅋ
밑천 드러나서 삼선한테 개털리고 있자너~
오정환의 과거 업적도 똑같음 ㅋ
롤판 상향 평준화 전에 꿀빤 거고, 신격화는 일종의 과거에 대한 착오에서 기인한 것임솔랭 1위 꾸준하게 달고 있는 다크와는 다른 것 ㅇㅋ?
└오정환, 고전파 둘 다 대표적인 거품이잖아
└이건 롤갤 공지급인데
└환갈= ^물로켓단^
└다크한테 오정환 비비는 거 역겹자넠ㅋㅋㅋㅋㅋㅋㅋㅋ
LoL은 세대 교체가 매우 빠른 게임이다.
불과 한 시즌만 지나도 날고 기던 선수가 갑자기 퇴물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1년.
2013년도의 스프링 시즌이 치러진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최근에 들어서는 롤을 하지도 않는 오정환은 이제 퇴물이 된 게 아닌지.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물로켓론 노벨문학상급 아님? ㅋㅋㅋ
─오정환특) 거품 빠진 거 알고 은퇴함 [5] +8
─그 새끼는 면제겜이나 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니까 [2]
─부진다크곤곤래! [15] +13
.
.
.
합리적 의심이 불거지게 된다.
다크의 극성팬덤이 불을 지피며 화제를 키우고 있다.
* * *
이따금 있다.
'아니, 매년 있지.'
이른바 '상향 평준화'라는 웃기는 짬뽕 말이다.
─배가고프다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요즘 롤 상향 평준화 돼서 날아다니는데 ㄷㄷ
"아 그렇구나. 알겠습니다."
?그놈의 상향 평준화
?작년에도 나왔던 소리 아님?
?아니 이보다 더 얼마나 증명을 해……
?꼬우면 멸망전 우승하라고!
당연히 있다.
과거의 롤과 차후의 롤을 비교해보면 누가 봐도 다르다.
게임 수준이 올라갔다는 것은 장님 눈에도 보일 지경이다.
'근데 그건 기계적인 콤보나 정석화된 판단 같은 거고.'
본질적인 면에서는 결국 비슷하다.
LoL은 독특한 게임이다.
게임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업데이트 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메타를 먼저 읽고, 적응하는 것이 가장 요구되는 능력이다.
이 법칙은 시즌1부터 시즌15까지 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시즌1 EU메타
시즌2 한타메타
시즌3 무력메타
시즌4 시야메타
시즌5 텔포메타
시즌6 격변메타
시즌7 향로메타
시즌8 무뇌메타
시즌9 두뇌메타
시즌10 합류메타
.
.
.
피지컬과 운영 등.
겉보기 화려해서 착각할 수 있지만, 진짜 무서운 건 총알이 아니라 총인 법이다.
규격이 맞지 않는 총알은 쓸 수 없다.
메타 적응이라는 전제가 깔리지 않으면 아무리 화려해도 의미가 없다.
'롤은 메타를 정복하는 게임인데. 상향 평준화 돼봤자 다음 시즌에 얼마나 영향이 있겠어.'
도움반 클끼리의 전설이 유별난 거지.
대부분의 선수들은 피지컬이 다 웬만큼은 있다.
적응력이라는 이름의 재능이 적은 순서대로 도태될 뿐이다.
"다크 님도 꽤 잘하는 건 맞아요. 맞는데, 진짜 괴물급이랑은 차이가 있어요. 말하자면 그분은 인간계 최강 느낌?"
?인간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닝겐다카라……
?그냥 다 천상계 같은데
?환소리 ON
물론 있기는 있다.
나만 해도 회귀를 한 보람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현재 메타에 적응하지 못했다면 그냥 피지컬 뛰어난 아마추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무관귀신 데리고 LCK 우승할 수 있었겠냐고.'
상향 평준화.
어느 순간부터 별 이유도 없고, 근거도 없이 기성 선수들을 까는 논리가 되어버리다 보니 썩 좋아하지 않는다.
「LoL) 오정환. 오정환팀 면접 받습니다」_ ?21, 891명 시청
하지만 위기는 기회.
적어도 BJ들에게는 기회 그 자체다.
잣대가 엄격한 것은 프로게이머에 한정된다.
'내가 괜히 은퇴한 게 아니야.'
리턴에 비해서 리스크가 한없이 크다.
맨날 우승하는 선수도 어쩌다 한 번 못하면 커뮤니티에 글 수만 개 올라오며 조리돌림당한다.
고전파 같은 케이스가 특이한 거지.
웬만한 선수였으면 정신병 걸려서 진작에 은퇴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선수가 상당히 많고 말이다.
─봄이의먹방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무조건 챌린저로 뽑자 보황팀 4챌임
"4챌도 있어? 오~ 수준 높네."
?요즘 챌린저가 200명이라
?보황팀은 이미 그냥 우승 후보던데
?다크, 더사이 ㅋㅋ
?LCK 우승자 출신이라 여유가 넘치는 거임?
그에 반해 BJ.
동네 잔치에서 적당히 한 곡 뽑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롤판 팬들의 인정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좀 그렇긴 해.'
LCK 우승 난이도가 100.
롤드컵 우승 난이도가 200.
멸망전 우승 난이도는 많이 쳐줘야 0.1이다.
비교를 하기도 민망하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별 차이 없이 생각하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나 큰 부담 없이 자기 증명을 하기 좋다.
─의진맨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탑 후보 지원하겠습니다 ㅎㅎ
"의진맨 님 1000개 감사합니다. 1000개는 인정이죠."
?오 의진맨
?소문난 탑 맛집!
?의진맨 얼마 전에 강등당하지 않음?
?먹방도 망했다던데……
BJ의진맨.
먹방판의 급격한 발전과 유튜브 등 플랫폼 다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운식당을 폐업한 모양이다.
하지만 롤이 있다.
롤판의 상승세에 힙입어 롤BJ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러너리그에서의 인연이 있으니 적당히 낀다.
팀원이 딱히 잘할 필요는 없다.
'챌린저나 마스터나 도토리 키재기지.'
멸망전, 자낳대 등.
아마추어 대회는 숱하게 열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증명된 사실은 티어가 큰 의미가 없다.
"롤여캠 괜찮은 애 없나? 마스코트 캐릭터도 끼고 싶은데."
?마스코틐ㅋㅋㅋㅋㅋ
?밸런스 맞춰야지 ㄹㅇ
?형 우승할 생각 없어??
?다크는 칼을 갈고 있어요!
글자 그대로 인간계다.
킹왕짱 센 격투가도 죽창 한 대 찔리면 죽듯이, 그래 봤자 결국 닝겐이라는 소리다.
상대팀의 수준도 고만고만할 것이다.
덜떨어진 아마추어들 대충 패고 재확인시키는 간단한 일.
「LoL) 임써니. 롤여캠) 자랭 머리끄댕이 잡아주실 분…?」
_ ?200명 시청
「LoL) [BJ]지유. 롤女 골드 서포터 자랭 내전 시참 같이해요~♥」_ ?102명 시청「LoL) 앵그리민영. 신입여캠 실버 서포터 장인♡ 시청자 자랭 내전 듀오 시참 킬룰렛 미션 환영 ><」_ ?55명 시청
짐덩이 하나쯤 낀다고 결과가 변하진 않는다.
나로 인해 생긴 변화.
파프리카TV의 롤판도 물이 꽤나 좋아졌다.
─잭송장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인간적으로 코망이 껴야 되는 거 아님?
"크흠……."
?한눈 팔기 어딨냐고 ㅋㅋ
?크루 좀 챙겨주세요
?유민이는?
?박을 것도 없으면서 오지게 껄떡 대네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이미 잡은 물고기가 있다 보니 행동이 제한된다.
개인 팬덤이 커진다.
시청자들의 영향력이 강해진다.
개인 방송의 건전한 발전 방향일 것이다.
눈물을 머금고 마우스에 올린 손에서 힘을 뗀다.
"둘 다 껴 그냥! 나 우승 못 하면 다 시청자 탓이야."
?이걸실?
?둘 다 골플 아니냐? 에반데
?여캠 두 명 끼면 져도 행복하지 ㄹㅇ
?혜지 메타 가즈아!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기도 하다.
팀에 구멍 두어개쯤 있어도 멸망전에서는 큰 상관없다.
'꽤 쫀득쫀득한 구멍이기도 하고.'
많이 써봤다 보니 잘 알고 있다.
여캠이라도 말만 잘 들으면 전력 외 수준까지는 아니다.
딸칵!
대충 팀을 짜고 참가 신청을 완료한다.
시청자들은 소란스럽지만, 내 입장에서는 날로 먹는 콘텐츠다.
'누구처럼 챌린저만 뒤룩뒤룩 껴서 하면 폼이 안 살기도 하고.'
롤판 복귀를 알리는 적절한 무대.
이번 기회에 크루원도 키워주고, 우승 상금으로 회식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보라각을 짠다.
항상 어렵기 짝이 없는 짓만 하다 보니 쉬어가는 느낌이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발을 들인 멸망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