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화
<진짜 물로켓>
강스케팀.
3명의 챌린저와 두 명의 마스터로 이루어져 있다.
"알지? 평소대로만 하면 질 수가 없는 거."
<모찌롱!>
<가볍게 1승 챙기고 시작하자고~>
?ㄹㅇㅋㅋ
?하도 ㅈ발라서
?그냥 양학 아님?
?물로켓 찌이익~!
팀에 구멍이 없다.
4캐리가 1구멍 못 막는다는 속담은 다름 아닌 카오스에서 생긴 말이다.
'일단 승리는 깔고 가는 거고.'
강스케는 희희낙락 웃는다.
멸망전 첫 경기이기는 하지만, 스크림의 과정에서 이미 다 겪었다.
상대팀인 오정환팀.
얼마나 만만하기 짝이 없는지 말이다.
상대 전적이 무려 3승 0패로 압도적이다.
─란마이분의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승리시 1천 개!
"날먹 미션 천 개 미리 감사합니다."
?날먹ㅋㅋㅋㅋㅋㅋ
?진짜 개만만한가 보네
?스크림때 본 사람들은 알지 ㅋㅋ
?1557 가능?
때문에 노리는 것은 승리가 아닌 보상.
비록 퇴물이 됐을지언정 오정환의 이름값은 엄청나다.
─선물레버리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ㅈ정환 솔킬 따면 500개
─악의축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여캠킬 하나당 300개 콜? ㅋㅋㅋㅋㅋㅋ
─육개장설렁탕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캐리하면 1천 개(팀 인정 받아야 함)
.
.
.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지기 마련이다.
오정환을 싫어하는 안티 팬덤의 수는 수없이 많다.
'그 거품 새끼를 내가 발라주면.'
고스란히 자신의 팬으로 만들 수 있다.
최종 우승까지 차지하여 롤판 데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진행되는 게임.
강스케는 자신이 애용하는 르풀랑을 꺼내 들었다.
모스트1이기도 하거니와 가장 자신 있는 픽이기도 하다.
"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이래서 물로켓이다 뭐다 하는 건가?
?헐
?물로켓 선언 ㄷㄷ
?이걸 대놓고 언급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 큰일 나요!
리스크를 짊어질 만하다.
자신이 틀릴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안 그래도 이길 자신이 넘치는데 상대가 방심까지 해버렸다.
'니가 아무리 랄라를 잘해봤자.'
미드 랄라.
시즌4에 들어오며 대세 픽이 됐다.
시즌3에 먼저 쓴 선구자가 오정환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너프가 됐다.
그 시절의 사기적인 EQQ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
물로켓 찍에 불과했다는 걸 시청자들 앞에서 가르쳐줄 생각인데.
챠라랑!
생각보다 라인전이 조금 수월하지 않다.
랄라의 푸쉬력.
미니언 웨이브를 쭉쭉 밀며 압박하고 있다.
─어그로끌러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는데? 지는데? 에붸붸
"저 새끼 브론즈, 브론즈 실버에 내 팔모가지 건다. 라인전 구도도 모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폭 박네
?르풀랑 초반 푸쉬 안됨
?빵테로 라인전 이기면 겜 이기는 줄 아는 수준 ㅉㅉ
첫 귀환 전까지 불리한 구도이기 때문이다.
아이템 좀 사고, 블루 좀 먹으면 그때부터 자신의 턴이다.
'조금만 기다려봐.'
미드 차이 하나로 게임을 터트릴 수 있다.
시간만 조금 주어지면 말이다.
그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미드! 미드! 미드!>
"어?"
아군이 급박하게 부른다.
목소리가 갈라져 헷갈리긴 하지만 아마도.
'정글러겠지?'
CS를 받아먹고 있었다 보니 신경 쓰지 못했다.
미니맵을 보자 적 정글러와 대치 중이다.
"다이아5잖아 죽여 그냥."
<아니, 그게……>
"맞다! 맞다! 나 킬양보 좀 해줘 킬당 300개란 말이야."
여캠 킬당 300개.
이 쏠쏠한 부미션을 안 챙길 수가 없다.
캐리 라인인 자신이 킬을 먹는 게 맞기도 하다.
─퍼스트 블러드!
아군이 당했습니다!
그런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어처구니없는 알림에 강스케의 눈썹이 찡그려진다.
"랄라한테 킬 들어간 거 실화냐? 쌍버프 와~~!!"
<백업 같이 와줬으면 안 죽었는데…….>
"다이아5한테 따여 놓고 백업 드립하는 건 추하지 않나요 여러분? 그것도 여자한테?"
?이 집 팩폭 맛집이네
?변명 개추함ㅋㅋㅋㅋㅋㅋㅋ
?다5한테 밀리는 마스터가 있다? 뿌슝빠슝!
?이 맛에 강스케 본다!
정글러가 킬을 주고 가는 것만큼 라이너 입장에서 짜증 나는 상황이 없다.
하지만 경기 중.
시청자들의 눈도 있다.
'이런 상황을 역전하면.'
환호 또한 배가 될 것이다.
게임이 불리한 상황도 아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바텀 라인.
반가운 솔로킬 소식이 들려온다.
조금 긴장했던 마음이 다시 풀어진다.
'그래, 실력 차이가 나는데.'
상대팀은 구멍이 있다.
집요하게 파고들면 반드시 뚫린다.
방금처럼 솔로킬까지 딸 것까지도 없다.
파앗!
파앗!
르풀랑의 WR.
6레벨부터는 순식간에 라인을 지울 수 있다.
아이템과 포션도 사온 덕에 숨통이 슬슬 풀린다.
'로밍 가면 무조건 당해주게 돼있어.'
상대팀은 티어가 낮다.
순간적인 상황 변화에 폭력 게임의 주인공이 되진 않더라도, 공포 게임의 주인공은 될 수 있다.
파앗!
르풀랑의 빠른 기동력을 앞세워 바텀에 내려간다.
챌린저, 마스터인 아군이 타이밍을 맞춰 기가 막힌 호응을 해줄 것이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
킬도 따고, 미션도 채울 생각에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참지 못하고 있었는데.
"나 가고 있다니까?"
<봤지, 봤는데…….>
<쟤네가 빼네.>
"아오~ 진짜."
타이밍이 조금 어긋났다.
자신이 내려오기 직전.
한 3초 차이로 로밍각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두드리면 열리기 마련이다.
티어가 낮고, 여캠이기까지 한 상대는 빈틈을 보인다.
스크림 승률 100%의 비결이다.
오정환팀을 상대로 항상 이겨왔고, 이 방법이 또다시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다.
"잠깐만 묶어 달라니까?"
<쟤네가 빼는 걸 어케…….>
"아오, 답답해 뒤지겠네!"
?대회 중인데 싸운다고?
?미드 입장에서 답답하긴 할 듯
?웨이브 다 탄다……
?CS 차이 심각한데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는다.
아슬아슬 한 끗 차이로 될 게 안되니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다.
'적당히 연기 좀 하라니까!'
같은 챌린저고 마스터면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아 들어야지.
하필 중요한 대회에서 큰 로스가 나고 말았다.
투웅! 투웅!
웨이브를 벌써 두 번이나 놓쳤다.
받아먹는 CS까지 얄밉게도 막타가 안 쳐진다.
'아오 씹!'
짜증이 곱절이 된다.
모든 것인 한 끗 차이로 안된다.
그렇게 강스케가 포탑과 CS 먹기 경쟁을 펼치는 사이.
이~쿠우!
정글러간의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강스케팀의 리심이 현란한 콤보로 유민의 이블퀸을 농락한다.
「커져라~♬」
원콤에 터져버리기 직전.
랄라가 슈퍼세이브 해낸다.
궁극기와 실드가 씌워지며 순식간에 형세가 역전된다.
"아니, 이걸 또 킬을 준다고? 미춰버리겠다."
<미치겠는 건 나고.>
"므어?"
또다시 랄라가 킬을 먹는다.
안 그래도 퍼블 때문에 힘들었던 강승케로서는 할 말이 많아지지만.
<할 말이 있음!>
<나도 있음!>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도 억울하다.
못하고 싶어서 못한 게 아니다.
?개판이눜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솔랭이야 대회야?
?정치 그만하고 집중ㄱㄱ
?인성제로 출마 선언ㅋㅋㅋㅋㅋㅋㅋㅋ
?오더가 너무 느낌 없는데
?여기가 전승팀임? 전패팀이 아니고??
?게임 이길 생각 있는 거 맞나
?이이잉~ 기모링~!
항상 이기는 게임만 해왔다.
불리한 상황에 처하자, 그것이 하필 실전이자 멘탈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와~! 너무 반전인데요? 스크림 전패로 알려졌던 오정환팀이 스크림 전승의 우승 후보 강스케팀을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그렇네요.>
<클끼리님은 이 상황 예상하셨나요?>
<아, 예상까진 아닌데…….>
공식 방송.
강스케팀의 승리를 당연시 하고 있던 시청자들로서는 당황스럽다.
물론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스크림에서 차이가 워낙 확연했다.
<스크림이랑 대회 경기는 많이 다르거든요.>
<어, 어떤 점이요?!>
<과감하고 리스크 있는 플레이. 이를 테면 강스케 선수의 로밍 같은 것이.>
원래 그렇다.
인실ㅈ.
그 세 글자는 분야를 막론하고 명언이다.
스크림 성적과 대회 성적은 전혀 별개.
실전에 들어가면 사람인 이상 긴장을 하고, 평소답지 않은 실수를 하게 된다.
─씨불얼충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아 얼밤도 롤드컵 스크림은 패왕이었다구ㅋㅋ
<…….>
<아 그랬죠! 바로 이해되네!>
?발작 버튼 ON
?그건 또도 박사를 밴 안 해서
?확인 완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크림 상관없는 거 맞네
리스크가 높은 플레이일수록 말이다.
모의투자와 실전투자처럼 좁혀지지 않는 갭이 있다.
* * *
『승리』
첫 세트.
예상대로의 싱거운 승리가 되었다.
─치즈●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역시 근본은 근본이네 ㄷㄷ
"1000개 감사합니다. 근데 별풍선은 다음 세트 끝나고 주세요."
?와
?이걸 이긴다고?
?다음 세트 끝나고=승리 선언
?이래서 갓정환 갓정환 하는구나……
나로서는 말이다.
나름 스크림 패왕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만큼 연습을 안 했을 거 아니야.'
작은 성공에 만족하는 시점에서 그 사람의 그릇이 보인다.
내 경기가 아니었어도 나는 강스케팀에 패배에 베팅했을 것이다.
<꺄 이겼어! 이겼어 어떡해 진짜…….>
<나 지금 눈물 나올 것 같아.>
<이이잉~ 기모링~!>
방해꾼 트리오.
나름대로 1인분 했다.
하지만 기뻐하기엔 한참은 이르다.
"유민이 잘하긴 했는데."
<와 철훈 오빠 500개 감사합니다! 네, 정환 오빠 듣고 있어요.>
"지금 별풍선 받을 때 아니야."
<네…….>
패배는 자극이 돼서 교훈으로 남는데 반해, 승리는 무덤덤하게 당연한 것처럼 넘어가기 쉽다.
'승리가 한 번의 우연이 되면 안 돼.'
피드백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1세트를 이기긴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무척 많았다.
"내가 미드에서 주도권 가지고 너 계속 봐주잖아."
<네, 네!>
"내 백업 거리 나오는 선에서 니가 쟤 때려도 된다고. 원콤에만 안 터지면 역관광각 무조건 나오잖아."
<아~!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그게 설계였구나
?개지리네
?LCK 우승자의 품격 ㄷㄷ
?진짜 미드 차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랄라이기도 하다.
정글간의 1대1 상황에서 혹시 모를 실수를 커버쳐주기 위함.
"서은이 너도."
<네, 듣고 있어요!>
"와드 박을 때 멈칫 하는 버릇 있더라."
<네?>
"그거 와드 박았다고 홍보하는 거야. 쟤네가 멍청하니까 몰랐지. 노련한 애들은 거기 와드 박은 거 눈치 채고, 니가 와드 몇 개 썼는지까지 다 체크해."
정보의 파편.
모으고 모으면 유추할 수 있는 정보들이 많다.
작은 정보가 고급 정보로 커질 수도 있다.
─소금킹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멍청하니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좀 선 넘었나? 아무튼 저분들은 팀게임을 안 해서."
?선은 강스케가 넘음
?프로 눈엔 그렇게 보이는구나
?멈칫 뭔데?
?여캠은 멈칫이 아니라 두둠칫을 해야지 ㅇㅅㅇ
팀게임은 그것을 어떻게 모으고, 해석하고, 은폐하고, 교란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자기들끼리 대화도 못 하는 원숭이들을 상대로는 질래야 질 수가 없다.
'그건 그거고.'
기본의 기본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나흘간 애를 써서 가르친 보람이 생긴다.
하지만 단순한 팀게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처럼 단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마추어 대회이긴 해도 우승은 해야 폼이 산다.
나로서도 살짝쿵 재활 치료가 필요한데.
?저격하네
?랄라밴ㅋㅋㅋㅋㅋㅋㅋ
?PTSD 올 만하지 ㅋ
?추스케야 강하다……
마침 상대가 랄라를 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