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7화
경기의 승리.
<승리 축하드립니다, 오정환 님!>
가벼운 인터뷰를 가진다.
전화기 너머로 당군 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거의 멱살 캐리를 하셨거든요?>
<솔직히 고급 인력인데 이 정도는 해야 하긴 합니다.>
―고급 인력ㅋㅋㅋ
―LCK 우승자니까
―진짜 클라스는 어디 안 가네
―클끼리도 고급 인력이야……
아무래도 스크림 성적.
썩 좋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반전으로 느껴질 수 있는 노릇이다.
<역대급 반전이었던 작년 스프링 시즌도 그렇고, 실전에 특히 강하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비결이 있을까요?>
<그거 궁금하네요! 불리한 상황에서도 기대가 되는 선수가 많지 않은데 오정환 선수가 그렇잖아요!>
평소에도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운도 따라겠지만,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분명 있다.
"경기가 유리해지면 반드시 불리함에서 탈출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오…….>
<심오한 대답 감사드립니다.>
―?
―맞는 말이긴 한데
―그야 유리하면 불리해지지 않겠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 개소리야
그걸 구구절절 설명하다간 설명충이 돼버리기 때문에 적당히 넘긴다.
'기업 비밀이기도 하고.'
체계화된 팀게임.
현재 시점에서는 정립되지 않았다.
2025년 미드 탈론 박사의 저서 '씨지맥 준우승 10번의 비결'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두 팀의 스크림 성적이 극과 극이기도 하고.>
"네."
<사실 그보다 이목을 모았던 양팀 주장의 과거 이력이 화려하잖아요!>
"아~ 그래요?"
<혹시 모르셨나요 오정환 선수는?>
그보다 주목 받는 건 스토리텔링.
강스케도 그럭저럭 인지도가 있다.
'걔가 뭔가를 했다기보다는.'
롤판에서 카오스 출신들이 가지는 위상이 있다.
잘하는 선수?
왕년에 카오스라는 게임을 했다고 카더라.
강스케도 그러한 출신 버프를 받았다.
하나의 카르텔을 이루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만.
"근데 그건 카오스잖아요."
<아 카오스랑 롤은 다르다?>
"당연히 다르죠. 그때는 하던 사람만 하던 시절인데."
―이거 설마?
―물로켓 선언
―환피셜) 물로켓은 시즌3이 아니라 카오스다
―아 카오스는 고전 게임이지 ㅋㅋ
잘하는 사람 중에 카오스 출신이 있는 거지, 카오스 출신이 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환상을 가질 만한 부분이 절대 아니다.
'애초에 카오스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야.'
요즘 나오는 게임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Latte is Horse가 어땠는지 감안을 해야 한다.
비방 문화.
큐가 돌아가는 LoL과 달리 유저들이 채널이나 카페 등에 직접 모여서 게임을 했다.
공개된 방을 공방, 비공개된 방을 비방이라 불렀다.
수준 높은 게임은 대개 비방에서 나왔다.
비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맥이 필수 불가결이다.
그런 구조다 보니 기회가 공평하지 않았다.
─모던워페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물로켓 찌익이란 말씀이시죠?
"딱히 카오스를 비하하려는 건 아닌데."
―히힛 물로켓 발사!
―강스케 들으면 눈깔 뒤집어겠네
―응 지가 먼저 건드렸어~
―ㄹㅇ 고전겜 부심 역겹자넠ㅋㅋㅋㅋㅋㅋ
앞서가는 메타 해석과 캐릭터의 다채로운 활용법.
지금처럼 유튜브 찾아보면 대충 나와있는 게 아니다.
비방 유저들끼리만 은밀하게 공유했다.
일반 유저들은 돈을 주지 않는 이상 배울 수조차 없었다.
'강스케는 진짜로 돈을 받고 팔던 녀석이었고.'
그래서 욕을 먹는 것이기도 하다.
선점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이용해왔다.
LoL에서도 그럴 작정 같지만 내가 있는 이상 어림도 없다.
물로켓이나 쏴러 가야지.
'남이 연구한 걸 받아먹기만 하던 놈은 물로켓이 맞다고 봐.'
옛날 게임이라고 쉽게 봐선 안 된다.
그렇게 따지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은 고무동력기게.
카오스와 롤은 같은 AOS.
장르가 같다 보니 카오스 출신이 롤판에서 많이 활약을 했다.
그래서 많이 언급이 되지만, 사람은 그냥 사람으로 봐야 한다.
출신을 따지는 게 아니고 말이다.
─리오레아재님, 별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믿고 있었다네^^
"회장님 감사합니다. 요즘 말 약간 틀리게 배우셨네요."
그보다 중요한 건 승리.
인터뷰에서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았지만, 반전이 많은 건 유도하기 때문도 있다.
'스토리텔링 만들어야지.'
고생 끝에 낙이 와야 빠는 맛도 있는 법이다.
미션풍과 더불어 etc까지 쏟아진다.
─낚시군배너님, 별풍선 200개 감사합니다!
돌아왔구나 환태식이!
─오정환열혈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믿고 있었다구 쥐엔장~!
─우치하일족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강스케 날먹 드립 치더니 꼴 좋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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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를 뛰는 이유.
시청자들이 은근히, 아니 대놓고 비교 심리가 있다.
'우리나라가 좀 그런 경향이 심하지.'
공식적인 자리에서 밟아주면 상대 BJ의 안티팬들이 좋아 죽는다.
강스케도 그걸 노렸던 것 같지만 실력 부족으로 실패한 모양이다.
─나뭇잎마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금 강스케팀 초상집이에요!
"에이, 게임 한 판 진 거 가지고 뭐. 컨셉이겠죠."
―우리는 10연패도 넘게 했다구~
―팩트) 팩트다
―강스케 오더로 말아 먹었다고 욕 존나 먹는 중 ㅋㅋ
―???: 너 개못하잖아
승자 독식.
경쟁의 극치인 대회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결코 잔인하다고 볼 게 아니다.
'그래봤자 멸망전이긴 한데.'
나로서는 밋밋하다.
언제 눈 뜨고 코 베일지 모를 프로씬과 달리 멍청하기 짝이 없는 친구를 상대했으니 말이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니 지들끼리 싸우고 난리가 난다.
그런 상대팀과 다르게 우리팀은 항상 분위기가 좋다.
<와 별풍선 2천 개 감사합니다!>
<이뻐이뻐개 꺄아~♡>
<먹방은 운식당!>
<이이잉~ 기모링~!>
각자 수금에 들어간다.
우승 상금 천만 원!
멸망전 스케일이 큰 것 같지만, 사실 n빵 하면 주어지는 것은 많지도 않다.
'2주일 동안 매달려서 확실하지도 않은 우승 상금을 노리기에는.'
진짜 수익은 스토리텔링에 달려있다.
특히 여캠은 인지도를 급상승시키기에 좋은 기회다.
게임판 시청자들은 여자 롤BJ에 거부감이 있다.
물소 본능도 현탐 한두 번 가지면 끊어진다.
강가에서 빨래나 할 것이지!
일부 몰상식한 유저들의 비판도 근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물소에요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유민이 잘 키우면 ㄹㅇ 마스터 가는 거 아님?
"제가 잘 키우면……, 크흠! 그것도 좋죠."
―네??
―여캠 키우기 ㅓㅜㅑ
―코망이도 진짜 잘했음!
―와 진짜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진짜로 진지하게 게임을 하는 건지.
팬들은 인정을 하겠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의심이 생긴다.
결과를 만드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다.
남자 마챌도 힘들어하는 멸망전에서 승리를 했다.
'그래, 우리 크루 밀어줘야지.'
실제로 키우고 있는 아이들이기도 하고 말이다.
열심히 하니 나도 목줄을 다는 맛이 있다.
"오늘은 이만 해산하고, 내일 일찍 모여서 스크림 후에 경기 가집시다."
<네 선생님!>
<네, 오빠♡>
그래도 가끔은 풀어줘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그동안 심적인 부담감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나야 잘 풀릴 걸 알았지만.'
팀원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부정적이었다.
어그로가 꼬이지 않았다면 파프리카TV가 아니다.
대회 실력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자기 팬들과 소통을 하며 키워 나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중계하러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금 강스케 방송 난리 남 ㄷㄷ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죠. 자꾸 중계하지 마세요. 당신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쳐내
―아 수금해야 한다고~!
―오늘 술먹방 함 가나요?
―진짜 큰일인데……
나도 말이다.
합법적인 수금날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다.
적당히 야부리 좀 털며 고가리를 깔 생각이었는데.
「LoL) cGvMax. 할 말이 있음」_ ?6, 973명 시청
초상집에 할말맨이 들이닥쳤다.
* * *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현재 씨지맥 입장 요약. txt [435] +638
─아니 방플을 하고도 진 거라고??
─씨지맥 왜 갑자기 급발질하냐? [5]
─그걸 이긴 오정환은 도덕책…… +1
.
.
.
아니, 사소한 파장일지라도 반드시 큰 일로 만들어버린다.
그런 성격인 씨지맥이 칼을 뽑아 든 이상 당연한 결과였다.
─현재 씨지맥 입장 요약. txt
"나는 방플이다, 방플이 아니다 로 두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
"롤의 신이라면 가능."
강스케=롤의 神 ㄷㄷ
└개추
└이 새끼가 물면 가불긴데
└하필 걸려도 씨지맥한테 걸리냐 ㅋㅋ
└근데 핑와는 ㄹㅇ 해명 불가더라
근거가 합리적이기도 하다.
오정환팀 대 강스케팀의 경기.
지켜본 것은 롤을 좋아하는 시청자들만이 아니다.
다른 팀에서도 본다.
자신들도 경기를 치러야 하니 말이다.
참고하기 위해서라도 팀에서 한두 명은 보게 돼있는데.
<아니, 내가 왜 방플이야? 진짜 어이가 없네.>
―어의 등판 ㄷㄷ
―해명해!
―이거 진짜면 조용히 못 넘어가는데
―롤의 신! 롤의 신! 롤의 신! 롤의 신! 롤의 신! 롤의 신!
씨지맥도 보고 있었다.
강스케팀의 오더가 의아하다.
의문을 제기했고, 자기 방송에서 낱낱이 뜯어봤다.
'이 새끼 대체 어떻게 안 거야.'
날벼락도 유분수다.
경기를 이긴 상황이면 모를까.
지기까지 한 마당에 방플 의심까지 받으니 강스케는 억울하다.
<저기 씨지맥님.>
<네.>
<할 말이 있으시다면서요. 말을 해봐요 말을! 사람 의심하면 다야?>
해명을 한다.
분노로 끓어오르는 마음을 최대한 가라앉힌다.
이성적으로 상대의 논리를 파훼하기 위함.
'저 새끼 좀만 건들면 지 혼자 자폭하는 멍청한 놈이잖아.'
동네 바보형처럼 생긴 놈이다.
강스케가 씨지맥을 얕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할 말을 정리해 옴!>
씨지맥도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겪으며 발전해왔다.
대중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감성만이 아닌 근거가 필요하다.
<리플레이 보세요. 16:30 부분.>
<네, 켰습니다.>
―오 흥미진진
―님근없?
―아 ㄹ 있냐고
―네 루리웹에서 왔습니다
경기의 리플레이.
강스케의 방송국에 올라와 있다.
그것도 본인의 시점으로 말이다.
《이번 용싸움 해야 돼. 르풀랑 조심하면서 시야 천천히 먹어.》
《오케이!》
《아니, 거기 와드랑 핑와잖아. 안 지우고 뭐 하는데?》
용한타 직전 시야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상대의 와드 위치를 예상하는 것도.
<이, 이게 왜요?>
<프로들 사이에서도 여기쯤 와드일 거라고 하는 게 정상인데. 거기가 핑와라고 확언을 하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
―헐
―ㅁㅊ 방금 소름 돋음
―명탐정 맥난 뭔데?
―오늘부터 맥도날드만 먹는다 ㄹㅇ
그 과정이 너무 디테일하다.
마치 어디선가 보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냥 그때 저 혼자 오더해서 말을 짧게 한 것뿐인데;;>
<저는 스크림 때부터 의심이 자꾸 들었어요. 이렇게 확신이 가는 장면이 몇 장면 되는데 롤의 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고 봐요.>
자신이 어째서 의심하는지.
강스케 본인도 납득하지 않을 수가 없을 만큼 명료하게 정리한다.
─만화경사륜안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면 강스케 방송 중에 눈깔 돌아가던데
<의심 가는 장면 더 제보해주세요. 저 혼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으니까.>
<…….>
―강스케 똥 씹었는데?
―우리 씨지맥이 달라졌어요!
―자신 있으면 반박하면 되지
―공론화 시키자 ㄱㄱ
시청자들은 더욱 당연하다.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