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88화 (588/846)

588화

<핑크와드 애호가>

씨지맥이 쏘아 올린 작은 공.

〔개인 방송 갤러리〕

─롤판도 슬슬 또라이 같은 BJ들 생기네

─대회에서 방플ㅋㅋㅋㅋㅋㅋㅋㅋ

─철꾸라지는 밥 먹듯이 했는데 방플이 뭐 대수냐? [3]

─갠붕이 강스케 방송 보다가 신기한 거 발견함 [125] +227.

사태가 커진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개중에는 개인 방송에 누구보다 진심인 이들도 있다.

─갠붕이 강스케 방송 보다가 신기한 거 발견함

[강스케 다시보기 캡처. jpg]

Window "오정환l파프리카TV 플레이어―Chrome"in"chrome.exe"process 보이지?

이날 강스케는 오정환 방송을 송출한 적이 없음

방플 하려고 켜뒀을 가능성 있다고 봄

└빼박이네

└큰일은 갠방갤이 한다!

└이게 뭔 프로그램이냐 근데?

└갠방갤 수사대가 또

BJ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빠삭하다.

일반 시청자들은 무심코 넘어갈 장면을 눈에 핏대를 세우고 지켜봤다.

화면을 세팅하는 데 쓰는 Xsprit.

BJ의 시야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보조 모니터에 어떤 것이 보이는지 말이다.

─강스케 힐끔거릴 때 방송 딜레이 고려한 상대 위치

11분 30초 무언가를 힐끔.

마치 상대 앨리스가 이쯤에 있다는 걸 안다는 듯이 "바텀 빼" 라고 오더함 15분 10초 고개 돌리고 또 힐끔 르풀랑이 암살 노리는 걸 안다는 듯이 "우리에 정글에 있어" 라고 오더함물론 오더는 할 수 있지

아군한테 빽핑 안 찍어본 롤유저 없지

근데 저걸 '확신'을 가지고 말한다는 게 어이 털리는 거 └팩트) 롤의 신이면 가능하다 └여윽시 롤의 神!

└생각할수록 이상하긴 하네

└보고 말하니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거짘ㅋㅋㅋㅋㅋㅋㅋ

심증이 아닌 물증이 잡힌 것이다.

추가 증거들이 속속들이 밝혀지며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

강스케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

완전 범죄는 그래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태가 더 커지진 않았겠지.

다음 날 아침 커뮤니티를 확인한 강스케는 사색이 되었다.

타닥, 탁!

부랴부랴 방송을 켠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어설픈 해명이라도 해야 한다.

"어이가 없는 게……, 방송 전에 그냥 상대팀 뭐 하나 잠깐 체크하려고 킨 거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니까?"

누군가 자신의 방을 몰래 카메라로 촬영한 것까진 아니다.

변명의 여지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제도 말했지만 그냥 나 혼자 오더해서 말을 짧게 한 것뿐이라니까? 효율성 때문에? 다 근거가 있으니까 한 말이지. 내가 하나하나 다 설명해줄게!"

필사적으로 입을 턴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본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오징어콩밥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방송은 켰지만 방플은 안 했다 vs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 뭐가 더 설득력 있냐?

"……."

―ㅋ

―나가 이 새끼야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니도 웃기지?

씨알도 먹힐 리가 없다.

* * *

인방판.

사건사고 하나쯤 안 터지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낭낭하게주세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금 멸망전 공식 방송국도 난리남ㅋㅋ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꿀잠 자고 왔더니 별일이 다 생겼네."

―진짜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 드러남ㅋㅋ

―무슨 거눙도 아니고 눈맵을 하네

―청와대 가즈아!

―님 일인데요?

많이 겪다 보면 그러려니 한다.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다 보면 가끔씩 벌어지는 소규모 국지전 정도로는 놀라지 않는다.

'원래 알고 있던 일이기도 하고.'

강스케의 방플.

그것이 좀 앞당겨진 모양이다.

우리 기운찬 씨지맥이 한 건 해버렸다.

〔오정환의 방송국〕

─방플 하고 진 거 레전드넼ㅋㅋㅋㅋㅋㅋㅋㅋ

─강스케 방플 관련 증거 모음입니다! [28] +10

─고소하자 형 [3]

─무관귀신 다이쇼리! +2

내 방송국도 난리가 나있다.

화가 난 시청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게 불합리한 일을 당했으니까.

─뼈해장국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강스케 다시보기 봐야 함 눈 겁나 힐끔거림

"음……, 근데 저는 같은 BJ로서 생각이 조금 달라요."

―?

―진짠데 억측 아님

―이거 심각한 거임!

―혹시 계좌에 입금되셨나요

베테랑 BJ들은 대개 2개 이상의 모니터를 쓴다.

그 편이 방송을 진행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간지도 좀 있고.'

일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스스로도 헷갈릴 때가 있는데 세팅을 잘해두면 만족스럽다.

나만 해도 3개의 모니터를 쓴다.

방송 중에 힐끔거리는 일이 이따금 생긴다.

<뚜둔두둔 뚠! 뚜둔 뚜둔두둔 뚠뚜두~♬>

구체적으로는 동기 부여가 필요할 때라거나.

혹은 텐션업을 위해 잠깐 눈을 두곤 한다.

"그분도 이렇게 여캠을 보고 있었을 수도 있지 않나."

―갑분여?

―멀티 테스킹 뭔뎈ㅋㅋㅋㅋㅋㅋㅋ

―기립근 개쩐다

―키미나요 키미난다요~

보고 있으면 힘이 난다.

리아의 방송.

박자에 맞춰 허리와 골반을 튕기는 모습이 참 정겹다.

남자의 혈액 순환에 큰 도움을 준다.

방송이 끝난 후에 쓸 수도 있다 보니 더욱 좋다.

'물론 그런 이유는 아니겠지.'

대회 도중에 여캠에게까지 할애할 맵리는 없을 것이다.

그냥 기가 차서 해본 소리다.

"안타까운 게 진짜 방플이면 방플을 하고도 진 ㅈ밥이 된다는 소리잖아요. 무슨 맵핵을 치고도 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번 죽이네

―팩트) 오정환은 강스케팀을 상대로 승리했다

―이 잔인한 새끼……

학창 시절에 보면 꼭 있다.

가오 잡다가 골로 가는 새끼.

딱 그런 케이스를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한심하다는 의미로.'

오죽하면 내가 당사자인 데도 떨떠름할까.

물로켓 쏘던 카오스 유저가 LoL에서도 잘하는 척하려다 보니 일어난 참사다.

타닥, 탁!

그건 그거고.

모처럼 생긴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으면 섭할 노릇이다.

어제 치렀던 경기의 리플레이를 튼다.

─흑염룡의왕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11분이랑 15분 봐주세요!

"아 당연히 커뮤니티에서 언급 나온 부분도 보긴 볼 건데."

명탐정 코난이 출동하면 두근두근해지기 마련이다.

나이를 먹고 봐도 투니버스는 은근히 재밌다.

마찬가지의 이야기.

범인을 색출하는 순간은 몰입도가 있다.

그 핑와부터 체크해본다.

딸칵! 딸칵!

상대팀 시야.

미니맵에는 분명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강스케는 당당하게 핑와 위치를 예견했다.

"물론 예측 정도는 해요. Tap키 눌러서 상대가 들고 있던 핑와가 사라지면 여기쯤 박았겠구나 하거든요."

―씨지맥도 말함

―여기쯤

―근데 쟨 확신을 하니까 ㅋㅋㅋ

―역시 사륜안의 동력 ㄷㄷ

그래서 멈칫 하지 말고 두둠칫 하라고 얘기했던 것이기도 하다.

상대 입장에서 예측하는 것이 쉬워진다.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인데 예언을 해버렸지.'

그런 반칙 행위.

카오스 시절부터 노련하게 해온 만큼 몇 년은 더 우려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2019년까지 잘 속여왔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인식도 희석됐다.

게임의 고수로 이미지를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보면 나쁘게 사는 것도 해봄직하다.

─고양이귀여워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방플을 하는데 어케 이겼누

"고양이귀여워 님 500개 감사합니다. 사실 상대가 우리 본대 움직임을 너무 잘 읽어서 제가 스플릿으로 빠진 거기도 해요."

―헐;

―그런 비하인드가?

―오정환의 뇌지컬

―괜히 프로가 아니구나

그러한 BJ들이 하나둘은 아니다.

유입된 시청자들은 잘 모르다 보니 미화된 모습으로 속이기가 쉽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긴 하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

한 번, 두 번, 세 번, 다섯 번 심사숙고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텐데 말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다.

피해자가 많아지기 전에 추한 몰골이 드러나게 되었다.

위이잉~!

그 후속 조치도 취해지고 있다.

때마침 울리는 핸드폰.

전화가 온 대상은 다름이 아니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오정환님! 파프리카TV BJ멸망전 담당자 임진욱입니다~>

"예, 무슨 용건이시죠?"

아무래도 큰 사태.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기도 하다.

각 참가팀의 팀장들에게도 연락이 돌려지고 있다.

<불미스러운 사태로 피해를 보신 오정환 님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제가 왜 위로를 받아야 하죠?"

<네?>

"그게 사실이면 저는 롤의 신을 이긴 건데."

―지려따

―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을 이긴 남자

―방플이 사실이면 사실인 대로 이득임ㅋㅋ

상대팀이었던 나에게는 특히 신경을 써서 팀장급이 전화를 해왔다.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내려가는 사람이 있으면.'

올라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강스케가 지탄을 받는 만큼 나의 위상은 더 높아지게 된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라도 저희가 조치를 취해야 되거든요.>

"예."

<강스케 님이 팀에서 빠지셨습니다. 의혹을 인정하셨다기보다는…….>

대회는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자진 사퇴의 모습이지만, 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략적인 짐작이 간다.

'압박을 많이 받았겠지.'

여론을 적으로 돌린 마당에 운영진에게까지 찍히면 방송을 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강호동의라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강스케 없는 강스케팀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원칙상으로는 팀원 교체가 불가능해서 각 팀장분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저는 괜찮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오정환 팀의 승리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무궁한 선전 기원하겠습니다.>

―홍철 없는 홍철팀 ㄷㄷ

―영자가 고생이 많네

―강스케 하나 때문에……

―대처 ㅅㅌㅊ

파프리카TV도 사고를 만들기 싫어한다.

자신들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모종의 딜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업계지.'

보여주기식은 정말로 잘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태가 일소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무죄추정의 원칙.

그것도 물증이 없을 때나 가능하다.

Xsprit의 발견으로 일말의 가능성도 사라졌다.

"그렇게 됐다고 하네요."

<오…….>

<와 진짜 소름 돋는다.>

<어쩐지 내가 와드 박는 족족 다 지워져서 이상하긴 했어요.>

스크림을 위해 모인 팀원들도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이렇게 2차·3차 계속 전해지니 화제가 꺼질 수가 없다.

'뭐, 알 바 아니고.'

롤의 신을 잡았다고 다가 아니다.

첫 경기에 불과하고, 남은 경기들도 이겨야만 한다.

이제 막 기본기를 다졌다.

더 높은 스테이지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히로아카의 이즈쿠만큼 노력이 필요하다.

<근데 그럼 우리 본선 진출 거의 확정 아닌가?>

<그러게.>

<우리 꿀 빤다~ 막 이래 히히.>

지금 당장은 널널한 것도 사실이다.

팀원이 바뀌면 연습도 새로 해야 하고, 애당초 분위기도 뒤숭숭할 것이다.

'상위 두 팀에만 속하면 본선 진출이니까.'

기본기부터 철저히 다질 예정이었다.

조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희소식이다.

"근데 다음 상대팀 어디였지?"

<오빠 몰라요?>

"나는 니들 뒷바라지해야 하니까."

<히히.>

<고맙습니다 선생님!>

―진짜 진짜네

―팀의 아버지

―오정환이 업어 키웠음ㅋㅋㅋㅋㅋㅋㅋ

―환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기본은 어디까지나 기본이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도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그 이상으로 고되고 힘들다.

스파르타식으로 조교해 나갈 것이다.

무난한 경기들로 경험치를 먹으며 성장해나갔으면 좋겠는데.

<어느 팀인지 알아냈어요! 이게 왜 바로 안 떠올랐지?>

"그래서 어딘데?"

<여기 원딜이 엄청 센 팀인데.>

<나도 기억 났다! 크하하 님?>

"……."

또 다른 핑크와드 애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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