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9화
강스케 없는 강스케팀.
<아오, 진짜 그 X새끼 진짜.>
<마지막까지 똥 뿌리고 가네.>
<리얼 크킄.>
―ㅄ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치하 강스케!
―뒷담 오지게 까이네
―걔는 원래부터 밉상이었어
강스케팀은 강없강으로 팀명을 바꾸고 대회를 지속해가고 있다.
기왕 참가는 했으니 끝을 봐야지.
'그 새끼 진짜 싫었어.'
'잘난 척 존나 해.'
'니가 사륜안이면 나는 인주력이다.'
팀내 여론이 썩 좋지 않았다 보니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나머지 팀원들은 단합해있다.
높았던 스크림 성적.
한 명 빠졌다고 해도 할 만하다.
으쌰으쌰 해서 조별 리그를 통과해보자.
─적은 전설적입니다!
지나친 낙관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스……, 강없강팀이 스크림 패왕 소리를 듣던 팀이 이렇게 무너지나요?>
<스크림이 전부가 아닙니다. 실전에 들어가야 보이는 게 있어요.>
<역시 산 증인이시다 보니 잘 아시네요!>
<…….>
―또 패?
―강읍읍ㅋㅋㅋㅋㅋㅋㅋ
―영원히 고통 받는 클끼리
―방플 빼니까 처발리누 ^^
강없강팀 대 크하하팀.
조별 리그 B조의 경기는 크하하팀의 일방적인 대승으로 막을 내린다.
팀원이 한 명 바뀌었다.
재정비의 시간이 오래 주어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변명이 있겠지만.
꾸웨에엑!
크하하의 꼬그모가 울부짖는다.
강없강팀은 이판사판으로 어떻게든 잡으려고 한다.
"느려."
그럼에도 여유롭다.
크하하는 낯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카이팅을 이어나간다.
쓰렉귀의 그랩을 1nm 단위로 피한다.
핑크스의 빠직도 그 오차를 벗어나지 않는다.
쿠웅!
리픈의 점멸 스턴.
꿀통통이 리픈 장인 다운 면모를 선보인다.
걸리기만 하면 원딜 따위는 믹서기처럼 갈아버린다.
꾸웨에엑!
그조차 칼정화로 푼다.
점멸 이후 분비물을 깔고 그 위에서 리픈이 탭댄스를 추게 만든다.
<와 카이팅이~~!!>
<정말 1나노미터만 더 좁혀졌어도 역으로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죠?>
당군과 클끼리가 깜짝 놀랄 만도 하다.
도저히 인간 같지 않은 컨트롤을 뽐낸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그 이상으로 놀라운 건 절도가 있다.
침착을 넘어 무미건조까지 한 카이팅으로 잡아먹는다.
<크하하팀이 강없강팀을 상대로 2 대 0의 승리를 거머쥡니다!>
<이렇게 되면 B조는 본선 진출팀이 확정됐네요.>
강없강팀은 내리 2패를 했다.
그것도 세트승 하나 없는 0승 4패.
1위는커녕 2위가 되는 경우의 수도 사라졌다.
─돈복사해서쏨님, 별풍선 3000개 감사합니다!
01010101010110010101
"별풍선 3천 개 감사합니다. 당연히 우승이 목표죠."
―와 3천 개 큰손
―저걸 알아들어?
―우승 가즈아!
―크하하 무슨 기계처럼 잘하네
남은 것은 B조의 1, 2위 쟁탈전 뿐이다.
BJ크하하의 방송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크하하팀은 스크림 화제때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섯 개의 팀 중 4위에 머물렀지만.
<저희는 원딜 중심팀이에요!>
<앞으로 더 잘해질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스크림은 스크림일 뿐.
경험자인 클끼리의 말대로 갈고 닦을수록 더 강해지는 팀도 있다.
크하하팀도 그런 부류다.
팀의 에이스인 크하하를 중심으로 원딜 중심의 게임을 한다.
─인류정복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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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님은 확실히 잘하시는데 원딜이 약간 하자가 있지 않나. 그래서 후반 가면 필승이란 마인드입니다."
―하잨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 말은 한다 크카콜라!
―진짜 딱 그거임 후반 가나 못 가나
―코물쥐는 크하하 못 따라오지 ㅋ
포텐셜이 터진 건 마찬가지.
오정환팀 대 크하하팀의 경기에 이목이 모아진다.
* * *
LoL이라는 게임.
딱 잘라 정의할 수 없는 심오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너는 경험치를 얼마나 더 먹여야 잘해지냐?
<이이잉~ 기모링~!>
―빡치게 하네
―니가 뭐라던 난 기분이 좋다구!
―코물쥐 어제 어제 5천 개 받음
―경험치형 원딜러 ㄷㄷ
그게 없다면 저런 새끼도 존재할 수 없다.
실력 향상의 자극은 물론, 무수한 실전을 뛰었음에도 발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무슨 도란도 아니고.'
아무리 경험치를 먹여도 보람이 싹을 피우지 않는다.
우리팀이 가지는 근본적인 한계의 원인이다.
<정환 님.>
"왜 X발."
<저도 깨달은 게 있어요.>
"드디어?"
<안 될 새끼는 안 된다.>
"개새끼야!"
하지만 본인도 할 말이 있다.
코새끼의 말에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그럴 수 있지.'
모든 사람이 게임에 목을 매는 게 아니다.
적당히 즐기는 선에서 만족한다.
벽을 느낀 것이다.
프로들이 가진 재능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광대가 되기로 하셨군요."
<이이잉~ 기모링~!>
"훌륭하십니다."
―그런 사정이?
―코물쥐도 생각이라는 게 있었구나
―코조쿠면 알지 ㅋ
―들어보니 덜 한심해 보이네
슬럼프의 일종.
충분히 겪을 수 있다고 본다.
콧구멍만 벌렁거려도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딱히 큰 상관없기도 하고.'
대회 무대는 원딜이 매우매우매우 중요하다.
원딜에서 시작해서 원딜에서 끝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메타 해석의 중심에는 원딜이 있고, 각팀은 원딜을 어떻게 쓸지에 따라 성향이 갈린다.
기준점은 항상 원딜이다.
솔로랭크는 그렇지 않다.
킬 먹으러 가는 곳.
비위 맞춰줘야 하는 새끼.
현재의 코물쥐처럼 별 쓸모없는 숟가락 투성이다.
─인류말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크하하 진짜 존나 잘하는데……
"크하하 님 잘하시더라고요. 카이팅이 거의 알파고 뺨치시던데."
아마추어 대회도 마찬가지다.
아니, 2군 리그에서도 없다.
소위 말하는 '캐리력'은 정말 특별한 소수만이 개화한 재능이다.
'킬 먹고 KDA 자랑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지.'
긴장을 할 수밖에 없는 대회 무대에서 팀의 승패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것.
LCK에도 한 시즌에 채 5명이 안 된다.
나조차 메타 선점으로 간신히 흉내를 내는 정도다.
BJ들은 당연하게도 해당 사항이 없는 것이지만.
꾸웨에엑!
前강스케팀 대 크하하팀의 경기.
꼬그모가 우리 봄이에 뒤지지 않는 기세로 울부짖는다.
―와;;
―진짜 코물쥐는 흉내도 못 낼 카이팅이네
―탈인류급 컨트롤
―우리팀 원딜이 저러면 블루고 레드고 다 줄 듯
크하하는 굉장히 특수한 케이스다.
인간을 벗어난 반사 신경과 안드로이드에 가까운 시신경을 자랑한다.
'대단한 분이지.'
어지간한 프로게이머도 명함을 못 내민다.
피지컬에 한정하면 그렇다는 이야기지만,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 원딜을 버리는 패로 활용해서 최대한 교환을 해보죠."
<…….>
―우문현답 오졌고요
―그런 천재적인 발상이?
―LCK 우승 아무나 하는 거 아님 ㅋㅋ
―꼬그고 뺏어와서 자폭하자!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봤자 멸망전.
LCK급의 프로 리그도 아니고 말이다.
'크하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본선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열심히 자습들 해서 오세요."
<넹!>
<네, 선생님!>
―누구랑 달리 말 잘 듣네
―목소리 졸귀
―여캠 교육 콘텐츠 하면 재밌겠다
―여캠 조교 ㅓㅜㅑ
가장 중요한 건 기본기.
그리핀이 12연승을 찍으며 어나더 레벨! 부르짖어도 결국 우승을 못했듯, 당장의 승리에 도취해서 과정이 가지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저기 오정환 님.>
"네."
준비는 착착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팀원 각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방송이 끝난 직후.
의진맨이 평소와 다른 목소리로 개인 디스코드를 걸어온다.
<보람이 있는 저를 키워주시면 안 돼요?>
"저 먹방은 한동안 예정이 없는데."
용건이 있는 모양이다.
최근 운식당이 경영 위기에 봉착해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아무래도 먹방이라는 게 쉽지 않지.'
점심에 뭐 먹을지 고르는 것도 힘들다.
매번 콘텐츠를 짜내고, 다른 느낌으로 살리는 건 차원이 다르게 어려운 일이다.
<아, 아니 그런 거 말고!>
"저도 레시피는 약간 기업 비밀인데."
운식당.
굉장히 창의적인 콘텐츠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더 이상 큰 미련이 없다고 한다.
'먹방계의 큰 별이 저물었구나.'
정글은 물론 미드까지 들리는 맛집.
소문이 났던 것도 이제는 과거의 일이다.
진지하게 롤을 잘해보고 싶다.
프로게이머라는 당찬 목표를 꺼내왔다.
"운식당을 정말 접으시게요?"
<물론 저도 LCK에 운식당을 여는 것이 꿈이긴 한데 그것과는 별개로…….>
LCK 자체에 도전해보고 싶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드문 이야기는 아니다.
'챌린저라면.'
현실성이 있다.
프로게이머가 될 생각이 없나?
제안을 최소 한 번은 받아봤을 것이다.
남자라면 로망을 가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평소라면 손을 저었을 제안이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막말로 그 새끼는 되고 나는 왜 안 되는데!>
"설득력이 있는걸?"
누가 봐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콧구멍 벌렁대는 것 말고는 재주가 없어 보인다.
의진맨의 폭언도 이해가 아예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콧구멍에 500원짜리 7개는 들어갈 텐데.'
나름대로 쓸 구석은 있다.
겉모습만 보고 무시하는 것은 너무 박한 평가다.
<죄송합니다……. 흥분해서. 제가 코물쥐 님한테는 따로 사과할게요.>
"아니에요 노답 새끼 맞으니까."
<?>
시험 문제를 모를 때.
객관식이면 찍겠지만, 주관식이면 난감하게 된다.
하지만 수학에 한해서는 다르다.
'0 쓰면 가끔씩 맞잖아.'
정확히는 0 혹은 1이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답이 없다는 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이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 그럼 어떻게 해야.>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이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어째서 0이 답이 되는지.
그걸 깨달아가는 것도 프로게이머의 숙명일 것이다.
* * *
조별 리그 B조.
―오늘 물로켓 꺼지냐?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아 프로면 무조건 이기겠짘ㅋㅋㅋㅋㅋ
―이이잉~ 기모링~!
마지막 경기가 치러진다.
공식 방송에도 수많은 시청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오늘 매치 포인트는 어떻게 될까요?>
<이거는 답이 나와있죠. 커뮤니티에도 이미 올라온 이야기인데…….>
오정환팀 대 크하하팀의 경기.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장본인도 언급한 바가 있다.
당군 해설의 물음에 클끼리가 코를 후비며 대답한다.
<아 크하하 님이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확실히 후반에 가면 챌린저 원딜러와 마스터 원딜러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겠군요!>
―다딱이임
―코물쥐 강등 당함ㅋㅋㅋㅋㅋ
―응 고향 갔어~
―알파고급 카이팅은 못 이기지 ㅋ
LoL은 후반에 갈수록 원딜의 기여도가 높아진다.
솔로랭크가 아닌 대회에서는 특히 더 경향이 짙다.
<그전에 터트릴 수 있나, 터트리지 못하나. 결국 쟁점은 그 부분인데.>
<그렇게 되겠네요!>
<후자의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죠.>
<오~!>
그걸 파훼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멸망전에서는 나오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꾸웨에엑!
크하하의 꼬그모가 울부짖는다.
경기가 시작된다.
바텀 라인전을 시종일관 휘몰아친다.
<미드가 바텀을 풀어주기 위해 몇 번 무빙을 쳤는데 그때마다 쭉~ 빼요 쭉~!>
<사리면 이기니까?>
―후반 가면 이김
―역시 크하하
―니네팀 원딜 코물쥨ㅋㅋㅋㅋㅋㅋ
―프로그래밍이라도 한 것 같은 정확한 판단이네
스노우볼이 확확 굴러가지 않는다.
후반에 가게 되는 것은 필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