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91화 (591/846)

591화

<공백의 1년>

이야기가 안 나올 수는 없었다.

─야생마예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크하하 혹시 막 이상한 프로그램 쓴 거 아님?

"어허……, 큰일 날 소리 하시네. 근거 없는 비방 자제 부탁드립니다."

―근거 있는데

―핑와 존나 침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컨트롤이 미쳤더라

―씨지맥이 할 말이 있음 켜줘야 하는데 ㄹㅇ

크하하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

워낙 충격적인 내용이다 보니 기억하고 있다.

'핑크와드만 보면 발딱 선다고 하지.'

오해의 여지랄 것도 없이 본인이 직접 해명한 내용이다.

자신은 핑크와드 성애자다.

박는 것보다 넣는 쪽에 가까운 모양인데 어째서 그런 성취향을 가지게 됐는지.

그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꾸웨에엑!

급박한 한타 와중.

꼬그모가 핑크와드를 보자마자 풀발기를 해버린다.

치던 네네톤을 내버려두고 핑크와드를 지우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서 핑와를 대체 왜 친 거임?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가 없네

└풍 쏘고 물어봐

└1세트는 그렇다 치는데 2세트는 어이가 없더라

└A컨 해서 그런 거 아닐까?

└핑와가 또

시청자들이 깜짝 놀랄 만도 하다.

핑크 와드를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 말이다.

헬퍼가 수면 위에 오르기 이전의 시기.

의심으로까진 번지진 않았지만 놀림감이 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크피셜: 핑와 성애자라 핑와 쳤다

누가 500개 쏘고 물어봄 ㅋㅋ

└저게 말이 됨?

└지도 쪽팔린 듯

└취향 한 번 독특하구나

└쿨하네 ㅇㅅㅇ

어쩔 수 없다.

사랑이라는 것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난 솔직하게 말해서 이해하는 입장이다.

'우리 봄이도 케이크 먹으면 무조건 딸기부터 집어먹거든.'

체리피커는 아니더라도 딸키피커 정도는 된다.

물론 케이크도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우지만, 선택 자체는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헬퍼가뭔가요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핑와 성애자인 거 알고 핑와 박은 거임?

"에이, 제가 다른 사람의 문란한 성생활까지 알 수는 없죠."

―문란 뭔뎈ㅋㅋㅋㅋㅋㅋ

―핑와 2개 박고 3p ㅓㅜㅑ

―핑와 성애자라니 참 특이하네

―카이팅 실수했나 봐

남의 성취향에 대해 구구절절 오지랖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세상에는 특이한 욕구를 가진 사람도 많으니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해를 한다는 소리지만.'

에펠탑과 결혼한 사람, 베를린 장벽과 결혼한 사람 등.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을 두고 싶다는 소리는 아니다.

세상에 여자도 많은데 굳이 핑크와드와 그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 명의 롤유저로서는 공감 가는 바가 있다.

"실드를 치려고 하는 말은 아닌데 제가 한 플레이가 맥락이 없는 건 아니에요."

―이미 실드로 개팬 거 같은데……

―그만 패

―진짜 왜 박은 거임ㅋㅋㅋㅋㅋ

―야무치가 죽었어!

아무 데나 박는 남자는 아니다.

내가 박은 데는 반드시 이유가 따르고, 이는 실제 프로씬에서도 종종 쓰이는 테크닉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입롤인데.'

차후 시점에서도 입롤은 입롤이다.

기껏해야 한 시즌에 한두 번 나올까 말까고, 나올 때마다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된다.

꾸웨에엑!

하지만 불가능한 플레이는 결코 아니다.

꼬그모가 활기차던 시점으로 리플레이를 다시 돌린다.

"제가 와드 박은 위치를 보세요. 여기가 뭐 하는 위치일 것 같아요?"

―박는 위치?

―저 와드에 풀발한 거임?

―탐스럽네

―크고 웅장하다……

네네톤을 치던 꼬그모.

갑자기 핑크 와드에 눈이 돌아간 게 비단 사랑 때문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웬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대개 우클릭컨을 쓰기 때문에.'

A컨은 스타크래프트의 어택땅 컨트롤.

우클릭컨은 글자 그대로 마우스로 찍는 것.

A컨은 가장 근처에 있는 적을 공격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우클릭컨을 기본으로 쓴다.

꾸웩! 꾸웩! 꾸웩! 꾸웩!

그 위치.

네네톤이 아군 진영으로 빠진다.

크하하가 마우스를 찍을 만한 곳에 핑크와드를 박은 것이다.

─마포대교일짱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걸 의도해서 박을 수가 있다고??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저는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게 돼??

―헐

―너무 개씹에바참치급 입롤인데

―참치 먹고 싶다

실제 대회에서 종종 나온다.

와드를 박아서 상대의 실수를 노리는 행위.

클릭 한 번에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요긴하게 활용된다.

'그래도 다섯 번 연속으로 치는 건 참치가 월척이긴 해.'

거의 원양어선급이다.

하지만 억지로 이해하자면 아주 안 될 것은 없다.

기왕 한 대 쳤으니까 맛있는 30gold까지 먹고 가자.

와드를 칠 때는 심리적으로 방심하기 쉽다.

특히 막타 치는 순간은 교과서적인 킬각이다

선수들은 그래서 끊었다 치거나 무빙을 과하게 한다.

굳이 끼어 맞춘다면 이러한 해석도 가능하다는 소리다.

정말로 문란한 성생활 때문일 수도 있고, 결론도 안 날 주제로 고민하고 싶지 않다.

<괴물! 나라는 괴물!>

그보다 중요한 건 다음 상대.

더 이상 맞붙지도 않을 팀보다는 본선 진출팀이 신경 쓰인다.

'좀 까놓고 말해서 B조가 꿀조라.'

한따까리 하는 팀들은 다 A조에 속해있다.

현재는 물론, 차후 시점으로 보면 더욱 말이다.

─지구를구해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금 난리 남 보황팀 발리는 중 ㄷㄷ

"아 그래요? 경기가 재밌나 보네."

―미드가 다크인데?

―도인디 존나 잘함;;

―아니 지금 난리 난 게 미드 차이로 지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크도 물로켓이었어?

조금 큰일이 일어난 모양이다.

* * *

멸망전의 조별 리그.

B조의 결과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었다.

─오정환은 ㄹㅇ 오정환이네

한참 쉬다가도 감 잡으니까 폼 미쳐 날뜀

└팀게임 오더가 미쳤음

└누구처럼 맵핵 안 하잖아ㅋㅋㅋㅋㅋ

└LCK에서 맵핵이 가능하겠냐?

글쓴이― 거눙은 하던데

오정환팀.

스크림에서 워낙 미덥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따라서 대회에서도 크게 선전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한 세간의 전망을 보기 좋게 때려 부쉈다.

오정환의 롤판 주가는 이전 이상의 위세를 되찾게 된다.

─진짜 물로켓은 카오스 출신들이지 ㅋㅋ

만두푸

=테이커빨로 우승 몇 번 먹더니 나태해져서 와우 쳐함ㅋㅋ최근 폼 나락 가고 은퇴 준비 중

왕린

=뭔 말이 필요하냐?

형제팀은 최근 폼 오락가락하긴 해도 롤드컵 우승해 LCK 2연 우승 먹었는데 이 새끼 있는 S팀은 뭐 보여준 게 없음

강스케

=대리충에 방플충

아 그저 물로켓 찌이이이이익~!!

└히힛 물로켓 발사!

└저 시절에 고전파 태어났으면 혼자 1대5 하는 거 아님?

└카오스=AOS 갤로그

└카오스충 특징) 롤 초반 꿀 빨다가 나락 감

그 반대의 대상도 있다.

강스케는 방플 사건을 계기로 이미지가 완전히 나락을 가버렸다.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말이다.

소수의 팬은 남았지만 이전과는 비교도 못하게 초라해졌다.

─강스케는 멸망전 참여했다가 ㅈ됐네

[강스케 방송 캡처. jpg]

스크림 성적으로 한창 뜰 때 5천 명

[강스케 방송 캡처. jpg]

요즘 1~200 따리

이 정도면 그냥 취직하는 게 낫지 않음?

└인과응보지

└하필 건드려도 오정환을 건드려서 지 무덤을 팠지 ㅋ└방플 안 들켰으면 몰랐는데

└이 새끼는 방플 하고도 졌잖앜ㅋㅋㅋㅋㅋㅋㅋ

파프리카TV에서는 흔히 있다.

BJ들간의 대립 구도.

단순한 콘텐츠적인 성격이 아닌 진지한 사건도 말이다.

승자와 패자가 나뉘게 된다.

승자는 모든 것을 얻지만, 패자는 방송적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어지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을 본인이 자초했으니 탓할 대상도 없다.

강스케의 사건은 롤판 최대의 흑역사로서 오래오래 기억된다.

<괴물! 나라는 괴물!>

그 이상의 사건이 대두되고 있다.

팬덤의 엄청난 비호로 지하실 밑바닥까지 묻히게 된 흑역사였다.

「파괴하세요.」

「방출하세요.」

다크의 모리아나가 숨 가쁘게 공을 굴린다.

한 번이라도 더 딜 사이클을 돌려야 게임을 역전시킬 수 있다.

「후후후 헤히힣 웅아하우후 웅하하~하하!」

그 광경을 비웃는 것 같다.

아니, 대놓고 조롱할 목적으로 Ctrl+4를 시전한다.

화가 난 모리아나가 궁극기를 시전할 때.

「커져라~♬」

점멸로 피하며 어퍼컷을 친다.

주위의 적을 띄워버리는 랄라의 궁극기.

챠라랑!

챠랑!

이어진 둔화와 평타 세례는 확실한 죽음을 예고한다.

믿을 수 없는 솔로킬이 터져 나오고 만 것이다.

<나라는 괴물…… 짜릿할걸? 나라는 괴물!>

<미드 솔로킬! 솔로킬 터졌습니다!>

―어떻게 다크가……

―클끼리 분위기 파악 못 하네

―도인디 저 새끼 존나 얄미움 ㅡㅡ

―아니 솔킬 딴 건 딴 거지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

조별 리그 A조의 경기.

보황팀 대 팡우팀의 경기는 세간의 예상과 180도 다른 흐름으로 흘러간다.

「후후후 헤히힣 웅아하우후 웅하하~하하!」

세레모니.

시체 위를 돌며 희희낙락 웃어댄다.

랄라 특유의 밉살맞은 목소리로 말이다.

─더사이 (미달리)님이 kco (블러디미르)님을 처치했습니다!

물론 아직 진 것은 아니다.

탑 라인은 더사이의 미달리가 박살을 내고 있다.

─나는상놈 (파루스)님이 커맨더팡우 (풀리츠크랭크)님을 처치했습니다!

바텀 라인도 나는 듀오가 압살 중이다.

보황팀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원천인데.

「푸하핰하하핳하! 우후 어으허 우하 으에헤 헤헤헼?!」

미드가 개입한다.

어느새 바텀 라인에 도착한 도인디의 랄라가 원딜에게 보호막을 걸어준다.

챠라랑!

챠랑!

그리고 둔화.

리치베인이 묻은 평타 한 방으로 나는상놈의 파루스를 죽인다.

─도인디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더블 킬!

나는눈꼽의 쓰렉귀까지 마무리를 당한다.

바텀 라인의 2대2 혈전은 승리한 쪽도 만신창이일 수밖에 없었다.

<와~ 미드가 계속 로밍을 다녀 가지고.>

<균형이 슬슬 무너지고 있죠. 그런 와중에 미드 솔로킬이 나온 것은 정말 치명상입니다. 넉다운 직전이에요 보황팀!>

무게추를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무너진다.

현재 게임이 흘러가는 구도를 압축한 설명.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미드 차이'가 된다.

보황팀이 가진 화려한 전력이 도인디 하나 때문에 개박살이 나버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팬들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만도 하다.

―감히 우리 닼선생님한테……

―버르장머리 없이 캐리를 해??

―진짜 도인디 인성 쓰레기네

―도인디 방송국 테러 가자 ㄱㄱ

빼도 박도 못하는 미드 차이는 팬들에게 충격 이상의 트라우마를 선사했다.

그 아픈 곳을 계속 후벼 판다.

「헤헤헤헤헤! 우후 아하 우흐헤 에헤헤 우흐흐헤헤후!」

적을 딸 때마다 밉살맞게 웃으며 돌아다닌다.

특히 다크를 잡았을 때는 시체 위에서 거의 제사를 지낸다.

그 의도.

불순하게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크의 팬덤은 꼭지가 돌 정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도인디 이 새끼 어디 사냐?

간덩어리가 탱탱 부었네 ㅡㅡ

진짜 저러다 칼빵 맞으면 안 아플 줄 아나

└고작 게임 한 번 이겼다고 ㅉㅉ

└우리 닼선생님은 솔랭 1위 밥 먹듯이 찍는데 멸망전 이긴 걸로 자랑질 하는 게 웃김└열등감이지 └앞으로 방송 못하게 만들자!

자신들의 우상인 다크가 질 리가 없다!

도인디 녀석이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하다.

결과를 부정하기 위해 더 큰 논란을 일으킨다.

흑역사 이상의 잊혀진 역사.

다크의 팬덤 사이에서 '공백의 1년'이라 불리게 될 2014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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