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593화 (593/846)

593화

<캐리력>

멸망전.

일반적인 대회와는 다르다.

<우승이요?>

<아마추어 1위라고 불리시는 우리 다크 행님을 손쉽게 잡았으니까, 다음 목표는 오정환 행님과 씨지맥 행님이다 그 말이죠~!>

―누가 누구 보고 형님이래

―손쉽게 ㅋㅋ

―사람 성질 잘 긁네

―닼빡이들 분노의 타이핑!

공식전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난질이 가미되어도 방송적 요소로 인정받는다.

도발 등의 어그로 행위.

방송의 흥행을 위해 의도적으로 일으켜도 문제될 것은 없다.

유쾌하게 해석될 수 있는 선에서 말이다.

도인디의 것은 명백히 그 선을 벗어나 있다.

<그래도 절대 쉬운 경기는 아니거든요? 후폭풍이 두렵지 않으신지.>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다크 행님이~ 워낙 호락호락하게 져주시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멸망전 4강.

오정환팀 대 팡우팀의 경기.

그 사전 인터뷰에서 바로 사달이 난다.

스토리텔링이 결여돼있다.

이슈를 일으킨다는 순수한 악의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악당출현 BAAM~~~~~~~~~

─도인디 뭘 믿고 저렇게 나대는 거임? [3]

─스스로 배수진을 치넼ㅋㅋㅋㅋㅋ

─솔로랭크에서는 닼선생님 발끝도 못 따라오는 주제에 [25] +10.

하물며 다크의 팬덤.

멸망전의 광탈로 자존심이 완전히 박살이 났다.

그 원흉인 도인디에게 원망이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반성은커녕 비아냥을 계속하다니.

─솔로랭크에서는 닼선생님 발끝도 못 따라오는 주제에

[다크 솔로랭크 순위. jpg]

[도인디 솔로랭크 순위. jpg]

꼬우면 솔랭 1위 찍든가~

└감히 서열 1위한테 까불어

└진짜 도인디 죽여버리고 싶다 ㅂㄷㅂㄷ

└챌린저 턱걸이 ㅋ

└꼬아서 대회에서 박살 낸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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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치밀어 오를 만도 하다.

커뮤니티에서는 도인디에 대한 비방글이 10배는 되는 속도로 올라온다.

─도찐개찐 똑같은 놈들끼리 싸우든 말든 알 바 아닌데 정상인 입장에서는 똑같은 ㅄ들이지

근데 왜 오정환을 건드냐고 ㅋㅋ

└개념이 없음ㅋㅋㅋ

└아마추어는 몰라도 프로한테 깝치는 건 선 넘지

└어그로임 그냥

└대리충 한 명 이겼다고 기고만장해

오정환의 팬덤도 가세한다.

양지와 음지.

극히 드물게도 커뮤니티의 여론이 통일되고 있다.

도인디라는 공공의 적을 향해 말이다.

롤판의 모든 유저들이 자신을 욕하고 있는 셈이지만.

'그비그팬 아니랄까 봐 멍청하기 짝이 없다니까 히히.'

본인으로서는 오히려 노리고 있는 바다.

이슈가 커지면 커질수록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씹선비인 국내면 모를까.

해외는 오직 실력만 보고 평가한다.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과정이다.

다크를 비하했던 이유.

다음은 오정환의 차례다.

그는 해외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가졌다.

─가영이벗기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진심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함?

"아이고~~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행님! 제가 오정환 행님을 이긴다니요~ 가당치도 않죠 늬에늬에. 그냥 쬐~끔! 게임의 승패만 따지면 제가 이기지 않을까 하고~."

―그게 그거지

―이 새끼 언변 만렙이넼ㅋㅋㅋㅋㅋ

―딱 간신배 목소리

―팡우 똥꼬 빨 만도 해

은퇴하지 않았다면 롤드컵을 우승한 건 그가 되지 않았을까?

LPL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진지한 농담이다.

LCK를 넘어서야 한다.

한국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테이커의 대항마로 오정환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 오정환을 내가 이기면.'

물론 멸망전.

공식적인 대회는 아니다.

같은 아마추어들끼리면 몰라도 프로는 설렁설렁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자신이 만나본 LPL 관계자들은 전부 다급했다.

LPL 관계자라고 해도 한둘이 아니니까.

쓸 만한 인재는 극히 소수.

데려가고 싶은 팀은 다수.

관계자들 사이에서 경쟁이 붙게 된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런 와중에 오정환을 이긴 실력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팀은 반드시 눈독을 들일 것이다.

"팡우 행님 상대 서포터 여캠이라고 합니다."

<뭐? 시부레 것! 자고로 여자는 3일에 한 대씩 때려야지.>

"맞습니다 행님. 오늘 행님이 상대 바텀을 잡아 팰 미래가 벌써부터 제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닳겠다 닳겠어 ㅋㅋ

―미친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용히 웃기네 시부레 것

―여기가 후빨 맛집 맞나요?

그러기 위한 발판.

도인디에게 있어서는 팡우팀도 자신의 성공을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저 욕심만 드럽게 많은 아재가 내 말을 듣게 하려면 이 정도 수고는 감수할 수 있지.'

한 푼의 값어치도 없는 자존심보다 실리를 택한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 팀을 움직인다.

"행님 적 바텀 3렙갱입니다."

<그래~ 사려야 되는 거 맞지?>

"행님 번거로우시더라도 아군 정글에 와드 하나만 박아주시면 혹시 모를 전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뤠, 고뤠!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박는 건 잘하지 흐흐.>

나이 먹고 성욕 많은 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아재지만 팀장의 자격을 지닌 인기BJ다.

장단을 맞춰주며 라인전에 집중한다.

「파괴하세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오정환의 모리아나가 라인전을 거세게 압박해온다.

'확실히 그 대리충보다 훨씬 압박감이 있어.'

랄라 대 모리아나의 구도.

같은 챔피언이라 할지라도 파일럿이 누구인지에 따라 천지 차이다.

공격 쪽에 초점을 뒀다.

아니, 라인전 능력 자체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인터뷰에서는 여유로운 척했지만.

챠라랑!

상대의 실력을 좌시할 만큼 멍청하지 않다.

그 실력까지 감안해서 최상의 작전을 구상했다.

'바텀이 아무래도 밀리니까.'

팡우는 브론즈5 티어.

그나마도 별풍선 받을 생각만 가득한 마인드부터 글러 먹은 꼰대 새끼다.

그걸 어르고 달래서 사람 노릇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푼이인 게 사실이다.

"행님 저희 올 때까지 그랩 좀 아껴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고뤠? 고러지 뭐."

바텀을 풀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고 있다.

정글 차이를 바탕으로 다이브를 하는 것.

도인디는 라인전에 장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스스로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근거리 1개 놓치고, 원거리도 1개 주고.'

로밍을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나간다.

그 방법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이 있다.

고수 간의 대결에서 CS 하나하나는 전부 재료가 된다.

이지선다.

이걸 먹을지, 아니면 손해를 감수할지.

스킬이 빠지거나 딜교환을 당해 조금씩 수세에 몰린다.

소위 말하는 '수싸움'이 진행되는 것이다.

무투파 타입은 생각 없이 이득만을 쌓아간다.

상대의 체력을 깎았다며 자기 라인 ㅊㅇ를 외친다.

'몇 개 흘리더라도 라인 밀자. 갔다가 돌아오면 근거리 한두 개에 대포쯤 먹혀있겠네.'

그 과정을 계산할 수 있다면?

CS를 조금 포기하는 대신 '턴'을 가져오는 도인디의 독자적인 플레이 스타일이다.

쯔쯧!

바텀 라인으로 로밍을 갈 타이밍을 스스로 마련해낸다.

밑으로 빠질 수만 있다면 상대는 쫓아오지 못한다.

강가 시야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정글 차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바텀의 체크메이트를 이끈다.

뚜루룽~♬

슈욱!

팡우의 풀리츠크랭크가 앞장서 그랩을 날린다.

당연히 빗나가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터억!

퍼엉!

고치와 폭탄 거미.

앨리스가 뛰어들 각을 만들어준다.

팡우팀의 4인 다이브가 이루어진다.

─퍼스트 블러드!

더블 킬!

아군이 당했습니다.

성공적인 결과.

적 정글러가 살아서 꽁무니를 빼고 있지만 상관없다.

<야, 이번에 다이브 제대로 잘 쳤네! 그지?>

"먹을 수 있는 킬 형님 다 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안 돼 가지고 조금 아쉽긴 합니다."

<우리 인디는 마인드부터가 요즘 애들이 아니야~>

―야발년앜ㅋㅋㅋㅋㅋㅋㅋㅋ

―자연스럽게 후빨 하는 그는 도덕책

―풀리츠 한 게 뭐 있다고?

―잘하긴 잘하네

적 두 명을 죽이고 웨이브를 손실시켰다.

그에 반해 자신들이 잃은 건 팡우의 풀리츠크랭크 뿐이다.

'버리는 카드는 잘 활용을 해야지.'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브론즈5.

멍청하기 짝이 없는 팡우를 수족처럼 잘 써야 한다.

비위를 맞춰주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게임의 전황은 확실하게 유리하다.

스노우볼을 계속 굴려나간다.

퍼억!

슈욱!

그리고 원숭이도 할 수 있는 호응.

풀리츠의 점멸 어퍼컷과 코앞 그랩이 서은의 한나를 꽉 끌어안는다.

─빨딱새우님이 학살 중입니다!

연이어 갱킹을 성공시킨다.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는 능력이 팡우팀의 정글러에게는 있다.

<야 지렸다 지렸어~!>

"나이스샷! 행님 그랩이 찰지시네요."

<3일에 1대가 뭐야. 요즘 것들은 3분에 한 대씩은 때려야지.>

표면적으로는 팀장의 공으로 돌리지만 중요한 게 아니다.

경기를 이길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혼이라도 팔겠다.

"이로써 파프리카TV 3대 서포터의 수장이 결정된 것 같습니다 행님."

<으음~ 고건 맞지! 내가 다른 라인은 조금 부족해도 서포터 정도는 확실하게 해주지.>

―?

―혜지 킬러는 인정해줌

―오더 하랴 똥꼬 빨랴 개 바쁘네

―비데가 따로 없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팡우팀이 승기를 다지고 있다.

* * *

도인디.

두뇌파 타입으로 대표되는 선수다.

'잔머리가 잘 굴러가지.'

장점임과 동시에 단점이다.

머리가 좋을수록 요령을 피우기 쉽다.

부족한 피지컬을 뇌지컬로 때운다던가.

스스로 함정에 빠질 수가 있다.

"짜요짜요 먹고 싶네."

<?>

<그게 뭐예요?>

<그거 알면 틀딱 아닌가?>

"닥쳐."

―짜요짜요 아시는구나!

―ㅋ친 새끼= 틀

―짜먹는 요구르트……

―리얼루 모르겠네 ㅇㅅㅇ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본받을 만하다.

약점은 노력으로 커버하고, 장점은 노력으로 승화시킨다.

'두뇌파 스타일이 완성형이라 불리는 선수지.'

차후 국적을 변경하는 사소하지 않은 단점은 있다.

LPL 짜요짜요는 굉장히 유명한 일화다.

<아 X발!>

진행되는 게임.

상대의 압박이 거세다.

유민이가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할 만큼 말이다.

"대회 중에 욕하면 안 돼."

<아, 진짜 아 저 새끼들 계속 기어 들어와서.>

"그러다 클끼리처럼 박제되는 거야."

―욕 졸귘ㅋㅋㅋㅋㅋㅋ

―저건 찐이다

―간나새끼들아! 개새끼들아!

―영원히 고통받는 클끼리……

상대가 자꾸 정글에 침입한다.

정글러 입장에서 심각히 짜증이 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근데 이런 것도 경험을 해봐야지.'

적이 주도권을 가진 게임.

그것도 빠른 템포의 게임.

굉장히 난이도가 높고, 실수가 생기기 쉬운 조건이다.

언제까지 자기가 원하는 방향의 게임만 할 수는 없다.

어려운 게임도 해봐야 진짜 실력이 늘게 된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은 많을수록 좋다.

안 그래도 대회가 끝나면 상으로 재밌게 놀아줄 생각이다.

<저 그래도 따고 죽었어요!>

"잘했어요."

<후~>

기초를 탄탄히 쌓아온 만큼 보황팀처럼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경기는 다소 불리하지만 해볼 만한 흐름이다.

크롸라라라―!

한 가지 전제하에 말이다.

드래곤이 젠이 된다.

상대팀은 일전에 상대한 크하하팀과 정반대되는 성향이다.

교전 지향형.

스노우볼을 빠르게 굴린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필연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

"여쪽 언덕까지 와드 체크해주고."

<네!>

"한나는 앞라인 바로 뒤에 자리 잡아줘. 끌렸을 때 대응해야 되니까."

―안 끌릴 것 같은데

―장님도 저거엔 안 끌림ㅋㅋㅋㅋㅋ

―오웅 오더

―팩트) 풀리츠는 몸이 불편한 친구다

드래곤 대치.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나에게는 있지만 다크에게는 없는 것이 있으니까.

'한타를 해볼까.'

바로 캐리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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