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5화
진행됐던 게임.
과정은 훌륭했고, 결과는 아쉬웠다.
'…….'
그러니까 다시 하면 이기지 않을지.
팀원들의 생각과는 다르다.
도인디는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게임의 과정에서, 느꼈던 것을 정리하며.
'미친놈이야.'
다크 같은 안정성.
더사이 같은 파괴력.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어느 하나라면 파훼하고도 남는다.
실제로 다크를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놀듯이 이겼다.
<인디야~>
"……네, 형님."
<왜 이렇게 풀이 죽었어! 어떤 새끼야 말만 해!>
니 대가리가 딸리기 때문이라고 대놓고 말하기 이른 시점이다.
팡우의 말에도 도인디는 회상을 멈추지 않는다.
경기는 분명 유리했다.
바텀을 부쉈고, 탑도 무난하게 왕귀했다.
드래곤 한타로 쐐기를 박을 생각.
─고양이집사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가 용한타에서 던져서 져놓고 삐진 척하넼ㅋㅋㅋㅋㅋ
"그건 친구야, 곧 블랙을 당하고 다시는 방송에 못 들어와서 토라진 니 모습이 아닐까? 응 나가~"
―응 니애미
―한 마디를 안 지네
―팡우 똥꼬나 빠는 놈이 ㅉㅉ
―ㅁㄷㅊㅇ
그림은 나쁘지 않았다.
블러디미르가 진영을 붕괴시키고, 원딜러가 하나씩 마무리한다.
호롱!
콰드득!
그 흐름을 완전히 끊어 놓았다.
1세트의 리플레이.
모리아나의 궁극기가 아군 세 명을 찌그러뜨린다.
아군한테 버프를 다 써준 자신도 이때 죽었다.
시청자들은 실수라고 비웃고 있지만 자신의 생각은 다르다.
'만에 하나 맞지 않았어도.'
이미 한타는 불리해진 상황이었다.
모리아나가 중심이 되어 진영을 견고하게 유지했다.
이를 무너뜨리기 위한 본대의 진입.
그 전부터 공의 움직임에 딜로스가 유발되고 있었다.
탕! 탕!
타앙!
리플레이를 20초 전으로 돌린다.
케이클린이 악어 가죽을 신명나게 두들기고 있다.
'탱커한테 기스를 내봤자.'
한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마저도 DPS를 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공의 위치 때문이다.
언제 어느 때 궁극기를 쓸지 모르다 보니 발을 내딛는 게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진다.
조급할 수밖에 없는 순간에 정확하게 충격파를 써버렸다.
─민초매니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이이잉~ 기모링~!
"코물쥐 팬은 무조건 강퇴 및 블랙이에요."
―왜?
―코물쥐 팬은 ㅇㅈ이지
―숟가락은 블랙해도 무죄
―코물쥐로 대동단결!
그러니까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크로스 카운터가 날아오며 한타를 대패하고 말았다.
'한타를 너무 잘해.'
그보다 더 도인디를 소름 끼치게 한 것은 캐리력이다.
솔직하게 말해 미드 차이가 났다.
자신이 로밍으로 탑&바텀을 푼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잘한 내상이 쌓였다.
미드 차이라는 힘을 배에 힘 꽉 주고 이용했다.
얼마 차이도 나지 않을 그것을.
꿀꺽!
도인디가 식은땀을 흘린 건 그 부분이다.
정말 사소하디 사소한 차이로 역전을 이루어냈다.
게임을 굳혔다.
주도권을 내준 시점에서 재역전은 때려 죽여도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행님."
<고뤠, 인디야!>
"이번 게임은 행님이 팀장으로서 위엄과 인내를 보여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행님!"
<고뤠, 고뤠! 나도 좀 근질근질했어~>
그러니까 애시당초 그런 루트로 가면 안 된다.
1세트 이상으로 타이트하게 게임을 굴려서 승기를 굳힌다.
'니 새끼 비위 맞춰줄 시간 없다고.'
사실은 속도를 더 낼 수 있었다.
당연하다.
브론즈5의 저능아나 다름없는 아재의 템포를 맞춰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비위 맞추는 걸 포기한다면 속도를 더 올릴 수 있다.
딜러진의 성장에 보다 포커스를 실을 수 있다.
─소환자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다.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스노우볼을 굴린다.
챠라랑!
미드 라인을 푸쉬한다.
랄라 대 모리아나.
미드는 같지만, 다른 라인은 챔피언이 달라졌다.
'한타 때 진영이 너무 갈라졌어.'
전 판의 패인이 무엇인지.
팀원들과 의견을 나눴고, 그 결과로 나온 게 탑이다.
「전진하라!」
블러디미르의 포지션이 붕 떴다.
모리아나의 궁극기 탓에 아군의 지원이 늦었다.
진입을 하지 않아도 되는 헤일.
같은 포지션을 잡고 앞라인부터 정리할 수 있다.
'라인전 안정도가 떨어진다는 게 문제인데.'
생존기가 있는 블러디미르에 비해 정글의 압박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이 점을 메꿔줘야 한다.
"행님!"
<어 인디야~! 말해.>
"파프리카TV 3대 서포터의 수장인 행님의 힘을 탑라인에 빌려주셔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음~ 고뤠, 고뤠.>
―알랑방구가 입에 붙었넼ㅋㅋㅋㅋㅋ
―그냥 오라고 하면 안 돼?
―똥꼬맨
―크~ 마르기 전에 한 번씩 빨아줘야
원딜은 이즈레알을 골랐다.
서포터가 없어도 웬만큼은 혼자서 버틸 수 있다.
"행님 핑크와드 꼭 사오십시오. 그것만 꾸준히 하셔도 시야 장악에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행님."
<고뤠! 서포터는 희생이지. 나 같은 어른은 요즘 애들처럼 지만 알지 않거든~>
대신 탑라인에 팀의 자원을 집중한다.
서포터를 어슬렁거리게 하고, 중요 골목에 와드를 박아준다.
팡우를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기 위해서는 그까짓 자존심은 문제도 되지 않는다.
게임을 원하는 대로 이끌어나간다.
쯔쯧!
미드 CS를 조금 포기한다.
대신 탑라인 로밍 타이밍을 만들어낸다.
'이건 각이 나와.'
상대도 픽이 달라졌다.
캐리형 탑솔러인 나이즈.
네네톤이 아닌 덕분에 다이브가 한결 수월하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3인 다이브.
팡우가 멍청한 실수를 하지 않은 덕분에 득점만을 가져온다.
<나 쭉 뺄게? 웨이브 다 버린다?>
"이득이야 이득! 2차까지 쭉 빼!"
―오더 하나는
―원딜이 저걸 참네
―코물쥐였으면 먹다가 죽음ㅋㅋㅋㅋㅋ
―이게 팀게임인가?
바텀도 말이다.
자신의 오더를 잘 따라와 주고 있다.
전 판처럼 초반 승기를 점하고 있지만.
'여기까지는 상수인데.'
그렇게 잘하고도 졌다.
오정환의 한타 변수가 그 이상이었다.
미드 차이가 났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퍽!
퍽!
그 원인.
아니, 원흉.
팡우의 풀리츠크랭크가 적팀의 와드를 지우고 있다.
"혹시 와드 제가 먹어도 되겠습니까 행님?"
<어, 먹어! 먹어!>
"감사합니다 행님. 혹시나 맛이 어떤가 해서."
―?
―아니 와드는 대체 어떤 맛이냐
―저 맛있는 걸 빼먹네
―아부를 하도 해서 와드 막타도 줌ㅋㅋㅋㅋㅋ
미드에서 놓친 CS.
부족한 성장을 보충한다.
이번 판에는 자신도 딜러의 역할을 소화할 것이다.
이전 판의 실수를 인지하고 있다.
개선해나가며, 성공적이었던 스노우볼은 더 크게 굴려나간다.
쯔쯧!
그 첫 단추가 꿰어졌다.
정글러와 함께 박차를 가한다.
게임 템포를 끌어올리면 올릴수록.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적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나이즈 같은 챔피언은 특히 더 못 따라온다.
게임 흐름에서 완전히 이탈하여 가는 족족 죽어준다.
<사람 처죽이는 맛이 아주 그냥 달달하다 애들아~?>
"이게 다 와드의 힘인 것 같습니다 행님."
<오우, 좋았어. 먹길 잘했구만 음!>
―쪽 빨아주고
―팡우를 1인분 하게 만드네
―이 새끼 은근 대단함
―얘는 미드가 아니라 바텀이어야 됐다
중간중간 빠는 것도 잊지 않으며 스노우볼을 막히지 않고 키운다.
상대는 성장 시간이 길게 필요하다.
'최소한 다다음 드래곤까지는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고.'
한타를 한다면 절대 질 수가 없다.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봤자 조합 차와 성장 차는 무시 못한다.
─아군이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레벨과 골드 차이를 유지해나간다.
드래곤과 바론을 전부 챙기면 게임은 자연스럽게 굳혀질 것이다.
'아무래도 원딜이 코물쥐니까.'
자신의 팀은 원딜러가 괜찮게 한다.
크하하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마챌의 티어값은 하는 편이다.
조합 파워도 위에 있다.
후반에 갈수록 강해진다.
헤일은 성장 기대치가 매우 높은 편이다.
"쟤네 나이즈 말려서 복구하는 데 한참 걸릴 거란 말이야."
<사이드 꽉 쥐고 있어!>
"모리아나 궁 대박만 조심하면 질 수가 없어."
그에 반해 나이즈.
대장군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강하지만, 그것도 중반 타이밍에 한정된다.
'후반 갈수록 별로야 저거.'
생존기 없는 인파이터형 메이지가 가진 한계다.
초반을 바싹 말려 놨으니 게임이 끝날 때까지 힘을 못 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변수는 없다.
팡우가 여느 때처럼 IQ20따리 저능아 짓을 골라서 해도 이번 판은 반드시 이긴다.
<인디야 나 아이템 뭐 사야 돼?>
"승천의 부적이 한타 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행님."
<3초간 아군의 이동 속도가 증가한다~~! 한타에서 승천의 부적 쓰면 콱! 그냥 그제잉?>
"행님의 승천의 부적이 전쟁의 피날레를 알리는 필두입니다. "
―돈고 헐겠다 헐겠어
―테크닉 ㅓㅜㅑ
―지 죽은 거 모르는 거 아니야?
―형님 그대로 승천하십쇼
도인디가 비장한 각오를 알린다.
* * *
호롱!
콰드득!
생각 없이 집을 가고 있던 풀리츠크랭크.
"풀츠 집 가는 거 보니 이쪽 부쉬에 와드 다 쓴 거 같은데."
<렌즈 돌려볼게요!>
―ㄴㅇㅅ
―솔킬 따도 쿨해
―쟤 왜 반응을 안 함ㅋㅋㅋㅋㅋㅋ
―쇼핑하고 있었나?
자르는 데 성공은 했지만 역전의 발판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놓고 버리는 카드고.'
서포터 한두 번 잘랐다고 게임의 구도가 달라지진 않는다.
상대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전진하라!」
헤일이 사이드 주도권을 꽉 잡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라인 관리를 앞서나간다.
「가자고, 어서!」
말린 나이즈는 받아먹는 것이 전부.
게임의 주도권도, CS도 계속 밀리는 이유다.
'조합 안정도가 전 판에 비해 안 좋긴 해.'
초중반이 센 네네톤이나 티바나였다면 한타를 해봤을 것이다.
나이즈는 망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아군도 힘들지만 본인이 가장 힘들다.
초기의 나이즈는 잘리기도 쉽고, 합류 속도도 느린 편이다.
[18:20] 오정환 (모리아나): 드래곤 ― 1:20 후 재생성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말라 죽는다.
줄 건 줘!
넥서스까지 다 줘!
대회에서 흔히 보는 그 패턴 말이다.
'내가 캐리를 해야지.'
절대 쉬울 수가 없다.
제대로 된 앞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모리아나로 캐리를 하는 것.
궁 대박은커녕 지속딜 각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 알기 쉬운 캐리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나 지금 너무 못 컸는데…….>
"토이치랑 포지셔닝만 잘 잡아주세요."
<이이잉~ 기모링~!>
―니네 원딜 코물쥐인데?
―네이스 ― 준비됨
―탑바텀 차이 오지네
―그냥 깔끔하게 꼴아박고 담판 가자
캐리력으로 상징되는 페이커.
의외로 멱살을 잡고 이기는 경기는 자주 나오지 않는다.
'근데 해야 할 때 정확하게 해주잖아.'
'캐리'라는 것의 본질은 혼자서 무쌍을 찍는 게 아니다.
게임을 이기게 만드는 방향은 수없이 많다.
그 모든 것을 적재적소에 골라 쓰는 능력.
팀원이 날뛸 판을 깔아주는 것도 그중 하나에 해당한다.
「파괴하세요.」
「방출하세요.」
사거리 차이로 잔기스를 내보지만 상대는 힐로 금세 회복한다.
오히려 거리를 좁혀 불꽃 싸다구를 날릴 준비.
'그렇게 되겠지.'
한타 자신감이 한창 뿜뿜할 시점이다.
그에 반해 아군은 포지셔닝도 제대로 잡을 수가 없다.
스치면 사망.
한 꺼풀 벗기고 보면 상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시킨다.
"상대 버프 빠졌어. 이니시 본다."
<어?>
각만 나온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그럴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호롱!
콰드득!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이다.